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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평행세계의 대마법사
작가 : 은판
작품등록일 : 2022.2.8

나에겐 반드시 죽여야만 하는 인간이 있다.
내 인생을 시작부터 비틀어버린 놈. 내 부모를 앗아간 놈.
그 원수 같은 놈을 죽이려 했건만 도리어 죽임을 당하고 만다.
한데 난 죽지 않았다. 다만 전이되었을 뿐이다.
내가 다시 깨어난 곳은 현실과 비슷하지만 다른 서울, 평행세계이다.
마치 게임 속처럼 이종족들과 마법이 판치는 기이한 세계로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난 이곳에서 마법사란다. 그것도 꽤 뛰어난.
세상은 여전히 재앙이 판치지만 이제 나에게는 대단한 능력이 있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좋아. 그럼 한번 가보자고.’
원한을 갚는 길이 세계를 구하는 길이 될 줄은 나도 몰랐다.

 
2. 두 개의 달
작성일 : 22-02-09 16:45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5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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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옆구리에 손을 대고 만져보았다. 멀쩡했다. 칼에 찔린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히 죽을 정도로 얻어맞고 칼에 깊이 찔렸었는데.

 

 의식을 잃었던 동안에 대체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걸까.

 하지만 곧 나는 바뀐 것이 시간의 좌표만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저기, 마법사님……. 이제 그만 일어나주시면 안 될까요?”

 

 어디선가 어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바로 아래쪽이었다.

 급히 출발하는 차를 피해서 땅바닥을 몇 바퀴 구르던 나는 무언가에 부딪치고서야 멈췄고, 쓰레기봉투인 것 같은 물컹한 그것 위에 걸터앉아서 내 몸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쓰레기봉투가 말을 하고 있었다. 지독한 악취를 내뿜으면서.

 일단 나는 벌떡 일어섰다.

 

 “고맙습니다, 마법사님. 조금 무거웠거든요. 체격이 꽤나 건장하시네요.”

 

 어두운 뒷골목에는 가로등조차 없었다. 악취를 풍기며 길바닥을 뒹구는 채로 말을 하고 있는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나는 허리를 조금 구부려야만 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것이 꿈틀 움직이더니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웬만해서는 좀체 놀라지 않는 나였지만 흠칫 놀라고 말았다.

 

 “이게 뭐야?……좀비?”

 

 꾸물거리며 몸을 일으켜 세운 그것은 영락없이 썩은 시체가 되살아난 것 같은 형상을 하고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의 범주에서는 좀비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좀비가 이렇게 말을 한다고? 아니, 애초에 좀비가 왜 있냐고?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싶었다.

 

 “네. 마법사님, 죄송해요. 좀비 노숙자예요. 하지만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 그저 여기서 자고 있었던 것뿐이에요. 이태원 쪽에는 자리 경쟁이 너무 심해서 살짝 주택가로 올라왔어요. 용서해주세요. 마법사님이 살고 계시는 동네인 줄은 몰랐습니다.”

 

 좀비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어눌한 목소리이긴 해도 유창하게 말하고 있었다. 기가 찰 노릇이었다.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실은 내가 죽지 않은 게 아니라 이미 죽어서 저세상에 온 게 아닐까 의심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방금 전에 품었던 의문도 풀지 못한 상태였다.

 나를 끌고 가던 놈들이 나더러 마법사라고 했다. 실제로도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었다. 검이 공중으로 떠올랐고 정황상 그건 마치 내가 벌인 일 같았던 게 사실이었다. 다름 아닌 내가 원했던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어떻게 내가 마법사일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게다가 이제는 버젓이 말을 하는 좀비 노숙자라고?

 내 머리가 이상해졌나 싶어서 머리를 흔들어 털었다. 그러고는 좀비에게서 시선을 돌려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적어도 배경만큼은 나를 혼란스럽게 하지 않았다.

 밤의 골목길. 서울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주택가 골목이었다. 특히나 이태원 뒤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만나는 언덕길 동네, 그러니까 내가 살고 있던 보광동의 풍경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놈들이 나를 멀리까지 끌고 가지는 못한 것 같았다.

 

 ‘여긴 우리 동네가 맞는데…….’

 

 혼란스러움을 가라앉히려 숨을 길게 내쉬며 고개를 들어보았다.

 어둑한 밤하늘 위로 달이 떠올라 있었다.

 그런데…… 달이 두 개였다. 시선의 양 끝에 각각 반쯤 가려진 반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아니? 달이……?”

 

 나는 잠깐 숨 쉬는 것도 잊어버릴 만큼 놀랐고, 나도 모르게 얼빠진 소리를 내뱉고 말았다.

 그러다가 멈췄던 숨을 다시 훅 내뱉었을 때였다. 갑자기 주변으로 무언가가 날기 시작했다. 판지와 넝마 같은 것들, 해진 자루와 스티로폼 도시락 같은 것들. 골목 구석에 있던 노숙자 좀비의 살림살이들이었다. 그것들이 공중으로 떠올라서 빙빙 돌았다.

 

 “으악! 마법사님! 갈게요. 당장 여길 떠나겠습니다.”

 

 좀비가 비명을 지르더니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골목 저편으로 뛰어갔다. 공중을 날아다니고 있는 살림살이들을 챙길 생각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혼비백산해서 달아났다.

 조금 있자 그 잡동사니들은 동력을 잃어버린 듯이 자연스레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나는 가만가만 숨을 쉬고 있었다.

 

 잠시 거기 서서 생각에 빠져들었다. 지금까지 접한 단편적인 정보들을 종합해서 내가 처한 상황을 파악해야만 했다.

 

 먼저, 죽을 줄 알았던 내가 깨어났다. 그것도 멀쩡히. 아무런 통증이나 상처도 없이.

 이곳은 내가 살던 지구, 대한민국 서울과 겉으로 봐서는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 곳이었지만 두 개의 달이 떠 있고 좀비가 말을 하는 세계이다.

 이 세계에는 마법사가 존재하고, 실제로 마법 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그 마법 같은 일을 벌이는 자가 바로 나인 것 같다는 사실이다.

 내가 마법사라고?

 

 “하아…….”

 

 믿기지 않는 사실들이지만 일단은 받아들여야만 했다.

 종합해 보면, 나는 죽었거나 혹은 죽음이 다가온 순간에 다른 세계로 전이된 모양이었다.

 다행히 외피나마 완전히 다른 세계는 아니었다. 아주 낯선 차원으로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지금 내 눈에 비치고 있는 것은 서울의 오래된 주택가. 빌라들이 늘어선 골목길. 좁은 길에 바짝 대어진 차들. 내가 잘 알고 있는 21세기의 지구 대한민국 서울의 풍경 그대로였다.

 

 시간이나 장소의 좌표가 바뀐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평행세계일까?

 어쩌면 난 이미 죽은 것인지도 모르지. 죽음 후에 의식만 평행세계로 이동한 것인지도.

 망연한 감정 따위는 없다. 죽음이 놀라울 건 없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본 이론이 생각났다. 죽음 후에 의식은 양자파동 상태로 돌아갔다가 다중우주 속의 또 다른 평행세계로 전이된다고 했다. 그런 관점에서라면 죽음이란 것은 무의미한 개념이다. 인간의 의식은 다중우주 속에서 영원히 존재하는 파동인 것이다.

 

 뭐가 어찌 됐든 나는 지금 살아 있다. 평행세계이든 뭐든 이 세계에서 나는 계속 살아가게 될 터이다. 이곳에도 그놈이 존재할까? 그럴 거다. 그래야만 한다. 반드시 그놈이 존재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내가 그놈을 끝장낼 수 있을 테니까.

 

 ‘복수의 기회가 다시 주어졌다!’

 

 심장이 뛰었다. 나도 모르게 두 주먹에 불끈 힘이 들어갔다.

 어느 날 갑자기 불쑥 낯선 세계에 떨어지는 일이 어떤 이들에게는 두려운 일이거나 달갑지 않은 일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기회였다.

 이전 세계에서 끝내지 못했던 일을 이번에는 틀림없이 끝내고야 말리라.

 

 나는 성큼 걸음을 내디뎠다.

 우선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이 세계에 적응해나가는 일일 터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 세계에 대해서 관찰하고 파악해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안정적으로 머물 장소가 필요했다.

 

 ‘이 세계에서도 내 집이 그대로일까?’

 

 일단은 가보는 수밖에 없었다. 달리 갈 곳도 없으니.

 나는 빠른 걸음으로 골목을 빠져나와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걸음이 한결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경사지를 올라도 숨이 차지 않았다.

 

 두 개의 달이 있는 세계. 그래서 달의 인력이 더 센 것일까. 이곳의 중력은 이전의 지구보다 약한 것 같았다.

 새로운 세계의 물리법칙부터도 익숙해져야만 했다.

 

 ***

 

 집을 찾아가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골목을 조금 헤매긴 했지만 이내 익숙한 골목이 나타났고, 나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내 집을 찾아갈 수 있었다.

 보광동 꼭대기. 오래된 다세대주택의 옥탑. 그곳이 내가 빈한한 삶을 꾸려가던 곳이었다.

 

 일층 현관 앞 계단에 노인이 나와 앉아 있었다.

 열린 문틈으로 된장찌개 냄새가 흘러나왔다.

 또 저렇게 찌개를 불에 올려놓고 밖에 나와서 길거리 구경을 하고 있지. 저러다 찌개를 태워먹은 게 몇 번인데.

 

 다세대주택의 주인 할머니였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늘 저렇게 계단에 앉아 있곤 했다.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세계와 겹쳐지는 부분을 만난 것이다. 결국 완전히 다른 차원은 아니라는 데 안도감이 일었다.

 

 “이제 오시우?”

 

 할머니가 나를 발견하고 공손한 말투로 인사를 건넸다.

 고개만 까딱 숙여 보이고 옥외계단을 오르려던 나는 흠칫 놀랐다.

 주인 할머니를 다시 만나게 되어서 반가운 것과는 별개로, 사실 나는 저 노인에 대해서 그리 감정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특별한 직업도 없이 혼자 옥탑에 살고 있는 청년을 좋아하는 이는 없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세를 밀린 적도 없었는데 주인 할머니는 나를 늘 무시하는 태도로 대했었다.

 존대는 고사하고 욕이나 안 하면 다행일 정도였다.

 

 “아, 네…….”

 “좀 전에 마법사님을 찾는 사람들이 다녀갔어요. 이따가 다시 오겠다고 하더라고요.”

 

 노인은 어설프게 미소까지 지으며 말을 전했다.

 분명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태도. 아무래도 그것은 이 세계에서의 내가 마법사라는 사실과 관계가 있는 것 같았다.

 나를 끌고 가려던 놈들도 그랬고, 좀비 노숙자 또한 그랬다. 모두가 날 두려워하는 태도로 대했다.

 

 “네. 근데 불에 된장찌개 올려놓으셨죠?”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또 홀라당 태워먹을 뻔했네.”

 

 할머니는 서둘러 몸을 일으켜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저건 아주 익숙한 모습이었다.

 나는 잠자코 옥외계단을 올라 내 집으로 향했다.

 

 ‘마법사라…….’

 

 낯설기 짝이 없는 일이었지만 나쁠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들이 경외하는 존재. 이전 생에서는 내가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는 위치였다. 그만큼 남다른 능력이 있다는 뜻일 터였다.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고, 하려는 일에 도움이 된다면 내가 마법사라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집 안으로 들어섰다. 방은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았다. 매트리스와 책상이 놓여 있을 뿐인 간소한 나의 집 그대로였다.

 살짝 실망감이 들 정도였다.

 

 ‘마법사가 그렇게 대단한 존재라면 어째서 살고 있는 모습은 이전과 다를 게 없는 걸까?’

 

 당연한 의문이 들었지만 당장 그 해답을 알아낼 방법은 없었다.

 나는 먼저 욕실로 들어가 거울부터 들여다보았다. 내 얼굴이 그대로인지 확인해야 했다.

 

 다행히 내 모습도 원래의 나와 다름이 없었다. 다만 머리칼이 평소와 다르게 어깨까지 자라 있었다. 이전 세상에서 이런 머리를 하고 다녔다면 놀림을 받았을 것 같은 스타일이었으나 어째선지 마법사에게는 어울리는 기분이었다.

 

 거울 속의 나를 똑바로 마주본 순간, 등줄기에 전율이 흘렀다.

 눈이, 달랐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쪽 눈의 눈동자 색깔이 이전과 달랐다.

 

 나는 몇 년 전에 전 지구를 휩쓸었던 바이러스에 감염돼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하지만 눈의 겉모습이 달라지거나 한 건 아니었다. 단지 오른쪽 눈으로는 볼 수 없을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오른쪽 눈의 눈동자가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황급히 왼쪽 눈을 손으로 가려보았다. 앞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시야에 황금빛이 가득 일렁였다.

 다시 두 눈으로 거울 속의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순간, 깊고 찬란한 감각이 나를 온통 휩쌌다.

 문득 나 자신이 이전과 같은 존재이면서 또 다른 존재라는 것을 이해했다.

 우주의 비의를 알아버린 것 같은 한순간, 존재를 뒤흔드는 파동에 온몸이 전율했다.

 

 나는 가만히 그 파동을 삼켰다.

 파동은 힘차게 약동하면서 내 미간으로 모여들었다.

 

 ‘내가 마법사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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