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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하얀 달, 메아리
작가 : r라
작품등록일 : 2022.2.2

젊은 농사꾼 수여리. 하늘에 떠 있는 붉은 달을 발견했다.

강가에 빠진 자신의 반려동물 황순이를 구하기 위해 뛰어든 순간, 다른 세상으로 떨어져 버렸다.

그 곳은 밤하늘에서나 볼 수 있었던 달이었다.

 
14.
작성일 : 22-02-09 13:52     조회 : 235     추천 : 0     분량 : 4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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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머리 인간은 한 명씩 꼭 발견 되었어! 그렇다면 그간 검은 머리도 신의 자녀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래. 저 분만이 예외가 아니야. 그간 신은 우리에게 손을 내밀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차원, 다른 세상 인간의 형태로.”

 “허…”

 “검은 머리가 나타나는 시기가 언제지?”

 “그거야, 블러드의 저주가 끝날…”

 

 첸은 무언가 깨닳은 듯, 서서히 창백한 낯빛으로 변해갔다.

 

 “희한하지? 언제나 검은 머리의 인간은 저주가 끝날 무렵 나타났다는 것이. 그리고 항상 제느들은 그들이 나타날 때 마다 죽였지. 순례처럼.”

 “억측에 불과해.”

 “너도 보았을 텐데…. 저 분의 힘을. 그럼 어떻게 여왕도 아닌 사람이 신의 힘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건가?”

 “… 그걸 네가 어떻게?”

 “너희는 우리를 볼 수 없어도, 우리는 언제나 너희 주변을 맴돌았다.”

 “하기사, 너희는 워낙 쥐새끼 같은 놈들이니.”

 “우리는 새가 하는 말을 듣고, 쥐가 하는 말을 듣고, 영혼들의 말까지 귀기울이지. 너희랑은 달리 말이야.”

 “….”

 “6대 하프시아 여왕 때- 반제느가 왕궁을 침략하고 ,제느의 서재에 잠입하려던 사건은알고 있겠지?”

 

 첸의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잊을 수가 있겠는가. 제 아버지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말했던 사건을. [그 일만 없었더라면, 비센 가문이 이런 대우를 받지 않았을 거다! 절대, 절대로 여왕을 거스르면 안돼! 절대 반제느의 현혹에 넘어가면 안된다.] 라는 그 말을.

 

 “여왕 권속에 있는 다른 가문들의 힘을 빌어 제느의 서재 앞까지 도달했고, 실험을 받고 있던 검은 머리를 구출하는데 성공했었다. 우리 쪽 사람들도 절반 이상의 동료가 죽었던 아주 큰 사건이었니. 우리를 막아내고, 죽인 건 제느도, 다른 가문들도 아니야.”

 “그럼-.”

 “살아남은 동료가 기록한 내용을 간략하게 말하자면, 혹독한 실험에 검은 머리의 인간은 이미 제대로 걷지도 못했던 상태였다고 해. 그 검은 머리 여자를 먼저 구출하려고 했다지. 하프시아 여왕과 다른 가문들에게 걸리자 우리는 그들과 전쟁을 치루었고, 그 과정에서 제느의 왼쪽 뺨이 칼날에 스치자 피가 흘렀다고 하더군. 아주 미세하게 말이야. 그리고…”

 

 라반은 여리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갑자기 그 여자가 비명을 지르더니 순식간에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고 하더군. 제느를 제외하고서.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여자 또한 제느의 힘을 썼다고 해. 더욱 강한 빛을 내면서.”

 

 똑같다.

 페리를 타고 올 때도, 로하가 위태로운 상태였었고, 저주의 호수에서도 로하가 다치자 여리가 제느의 힘을 쓰며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변했었다.

 

 첸의 손에 힘이 풀렸다. 라반은 구겨진 옷 매무새를 정돈하며 말을 이어갔다.

 

 “6대 여왕은 알게 되었다. 저 존재 또한 신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신이 선택한 두 번째 존재이거나, 혹은 신의 분신일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저 존재는 제느의 앞길을 막을 것이라고 확신했지. 그녀가 그 때 이후로 여왕들은 [검은 머리를 발견 즉시 사살하라.] 라는 법을 만들었지. 그 후 온 백성들에게 그들은 불길한 존재이며, 블러드의 자손이라는 소문을 퍼트리기 시작했어. 이 행동은 제느가 신에게 등을 돌린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지. 본인들의 탐욕 때문에.”

 

 그 굴레를 로하가 끊어내려 한다.

 팽팽하게 묶여 있던 실을 끊어낸다는 것은,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다.

 

 많이 컸네, 로하.

 첸은 마음 한 켠에 씁쓸함이 차올랐다.

 

 “물론 네 말처럼 궤변일수도 있고, 억측에 불과할수도 있지만.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이 실날같은 가능성에 희망을 걸 수 밖에 없어. 더 이상 안타까운 죽음들이 생겨나면 안되니까.”

 

 “잠깐, 잠깐!”

 

 둘 사이의 대화에 여리가 황급히 끼어들었다. 두 남자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 의사는? 나는 공주를 죽일 생각이 없어! 내가 왜!”

 

 첸은 여리에 말에 ‘아.’ 라는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저들에겐 여리의 의사는 안중에도 없던 것이다.

 

 “하지만 공주가 혼자 죽어버리나, 수여리님의 손에 죽나 결과는 같은 거 아닌가요? 그럼 차라리 후자가 더 이득인 것이니. 아, 물론 수여리님의 수고스러움을 감수해야 하지만서도….”

 

 라반은 골똘히 생각하는 얼굴로 답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이 새끼야. 내가 왜 너희 때문에 살인을 해야 하는 건데?

 당황스러움과 답답함에 짜증이 솟아친 여리가 소리쳤다.

 

 “난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야 해. 그러려면 공주가 필요하다고!”

 “로하가 어떻게 돌려보내준다고 했는데?”

 “… 글쎄. 저주가 끝나면 보내준다고 약속했는데.”

 “근데 너, 공주 안믿잖아.”

 “그건…”

 

 반박할 말은 떠오르지 않았다. 믿지 않았던 건 사실이었다. 처음엔 의지할 곳도 없고, 이 곳에 왕인 로하에게 붙어있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하긴 했었지만, ‘자칫 잘못하면 진짜 죽는다.’ 라는 현실을 직시해버리니 로하에 대한 신뢰가 호감도는 먼지처럼 사라졌다.

 

 지금은 더 더욱 믿지 못한다. 라반이 말한 저 말과 책의 내용들이 전부 사실이라면-.

 

 원치 않은 결과일지언정, 어찌 되었든 여리는 무언가 액션을 취해야 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혼자인 지금 힘이 없다. 게다가 이들은 말도 통하지 않는다. 자기들밖에 모르는 건 이 곳 특징인 듯 싶었다.

 

 혼란스러운 것은 첸 또한 마찬가지였다. 제느의 서재에 들어갔을 당시 모든 책을 읽어본 것은 아니었지만, 반제느가 자신보다 더 많은 역사를 알고 있단 점에 혼란이 느껴졌다. 얼마나 큰 규모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이미 많은 가문들이 반제느에 속해있는 듯 보였다. 어쩌면 비센을 제외하고 전부일지도 모른다. 이들의 정보가 전부 사실이라면, 왕궁은 절대 견고하고 단단하지 않다. 깊이 썩어진 뿌리는 언제 부러질지 모르는 것이다.

 

 순간 아사베의 얼굴이 머리에 스쳐지나갔다.

 

 내가 당신을 배반해야 할까,

 아니면 장군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할까.

 

 미동도 하지 않았던 마음이 미동을 넘어 요동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가장 큰 이득은 비센이 취하게 되겠지.”

 

 첸은 반박할 수 없었다. 그는 제 동생과는 다른 사람이다. 댄은 오로지 로하와 같이 있기 위해 제느의 호위무사가 되었지만, 댄은 막강한 부와 권력을 위해 제느의 호위무사가 되었다. 그런 그가 권력욕이 없겠는가. 로하가 댄을 밀어준다 해도 상관없었다. 왕의 직계라는 자체로도 왕이나 다름 없는 것이니.

 

 하지만 댄이 왕의 된다고 해도 가장 큰 문제는 반제느 놈들과 다른 가문들이 곱게 있을 리는 없다는 것이다.

 

 첸의 표정을 읽은 듯, 라반이 말을 이었다.

 

 “우리에게 협력한다면, 훗날 반제느 동맹은 비센 가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맹세하지. 그럼 비센을 위협할 가문은 없을 거야.”

 “마치 너희들 손바닥 안에 메아리가 있다고 말하는군.”

 “우리가 두려워했던 것은 오직 신의 힘. 너희들이 아니야. 신의 힘을 빌어 메아리를 통치하는 제느보단 비센이 더 좋은 시대가 올거라 생각한다. 아니, 그런 걸 떠나서 반제느의 궁극적인 목표는 저주를 푸는 것. 권력 싸움엔 관심없어.”

 

 개소리.

 첸은 믿지 않았다. 당장은 저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저렇게 나올지는 몰라도, 언제 변덕을 부릴 지 모를 일이다.

 

 "수여리님께도 약속합니다."

 "네?"

 "제느 로하 공주를 죽여주신다면, 어떻게든 살던 곳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반제느 안에는 인재들이 넘쳐나니까요."

 

 "어떻게 할거야?"

 

 여리가 첸에게 물었다.

 

 이 상황에서 여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로하에게 붙을 것인가, 반제느에게 붙을 것인가. 이들의 평화는 관심없다. 저주가 있던, 말던 무슨 상관이랴. 게다가 사람을 죽이라니. 전혀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첸에게 의사를 물은 것은, 어떤 쪽으로 가던 첸이 옆에 있어주었음 하는 바램이 있었고, 이들의 말엔 진정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나한테도 선택권이 있나?"

 "그럴 리가."

 

 라반이 왼쪽 팔의 기다란 옷소매를 가볍게 털어내자 작은 단검이 스르륵 손아귀로 넘어왔다. 반짝거리는 단검을 보자 첸은 헛웃음을 지어보였다.

 

 "내가 아무리 이 꼴이라도 그런 걸론 안죽을텐데."

 "착각하나보군. 여긴 우리 본거지야."

 

 아, 그랬지.

 첸은 금새 수긍했다. 지천에 깔린 것이 반제느들이라면 승산은 없다.

 

 잠깐 흐트러졌던 머리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본인은 권력욕이 충만하나, 동생은 아니다. 그렇다고 동생을 설득할수도 없다. 무엇보다 로하가 없는 세상에 댄이 살아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그런 아비규환 속에 왕권을 잡았다고 한들 행복할까? 첸에게 동생은 왕권보다 소중하다.

 

 "목숨 구걸을 할 바엔 죽는 게 낫지."

 

 첸 또한 자리에서 스르륵 일어섰다. 거절의 의사표현이 전달되자, 라반이 단검을 꽉 움켜쥐며 첸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첸을 헤치면 당신들과 손잡지 않을거야."

 "어차피 비센 첸이 아니어도, 저희들이 당신을 지켜줄 겁니다. 당신에게 이 자는 필요치 않아요."

 "필요해!"

 

 여리가 둘 사이를 가로막았다.

 

 "생판 처음 보는 당신들보다 난 첸을 더 믿어. 그러니까 그만해."

 

 라반은 다시 입꼬리를 올렸다. 어떻게 저렇게 찢어진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 의문일 정도로 올라간 입꼬리였다.

 

 "... 비센 첸 장군. 어차피 우리가 아니어도 자네한테도, 우리한테도 선택권이 없어. 시간이 없거든."

 "뭐?"

 "이미 메아리는 끝을 향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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