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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내 안의 그
작가 : 이작송
작품등록일 : 202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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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할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필름이 끊기도록 마신 다음 날, 깨질 듯한 두통과 함께 내 앞에 나타난 이 남자는……!

 
8화 무슨 프로포즈도 아니고
작성일 : 22-02-09 10:55     조회 : 200     추천 : 0     분량 : 4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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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치도록 사랑해요. 지금 당장 혀 깨물고 죽어버릴 정도로 미쳐있어요, 제가.”

 

 어차피 원수현이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이건.

 

 “…….”

 “…….”

 “…….”

 

 정적이 흘렀다. 신아는 이제 눈 뜨기도 무서울 지경이었다.

 

 “풉.”

 

 웃어? 지금 누구 때문에 이런 상황이 온 건데. 신아가 살짝 눈을 떠 수현을 째려봤다.

 

 “하하하하하하, 원수현이가 이 할애비를 닮아서 한 방이 있는 놈이었구먼.”

 

 예?

 어리둥절한 신아가 고개를 들어 문수를 바라봤다. 분명 문수는 웃고 있었다. 아니 뭐가 그렇게 좋은지 계속 호탕하게 웃었다.

 

 “……할아버지.”

 

 저, 저기.

 저 이런 반응을 원한 게 아니었는데요.

 이 상황에서 웃지 않는 사람은 단 한 사람. 신아였다.

 

 “니들이 좋다면 둘이 만나야지. 안 그러냐 어멈아?”

 

 진경은 대답을 아꼈다.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점마 사람 맹글라면 신아 네가 고생 좀 할기다.”

 

 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혀이 니는.”

 “네?”

 “무조건 잘 혀라. 알긋제?”

 

 문수가 신아의 어깨를 힘주어 주무르며 미소를 지었다. 무언가의 압박이 느껴졌다.

 

 ***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간단히 샤워를 마친 신아가 수건으로 머리를 탈탈 털며 거실로 나왔다.

 향이 진하진 않지만, 잔향이 은은한 샴푸가 퍽 마음에 들었다.

 

 소파에 앉아있는 수현을 발견한 신아가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조금 낯선 기분에 그녀의 마음이 울렁였다.

 누군가의 옆에 반듯하게 서 있거나

 누군가의 옆을 꼿꼿하게 지키거나.

 비서로서 한 치의 흐트러짐조차 용납 못 했던 그녀였는데,

 

 “왔어?”

 

 수현은 제 모습을 한 상태로 여유롭게 소파에 등을 기대앉아 종이를 살피고 있었다.

 

 “그 종이는 뭐야?”

 신아가 수현의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습관적으로 허리를 반듯하게 펴고 두 다리를 모았다.

 

 “필요한 서류.”

 

 그러니까, 계약서라는 건가.

 고개를 갸우뚱하던 신아의 얼굴이 급격하게 굳었다.

 

 “서류?”

 

 그제야 수현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실감했다.

 부사장이라고 했지.

 제 상사가 될 현규가 수현을 그렇게 불렀고.

 식당의 사람들이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

 

 집까지 가져와서 처리할 서류면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였다.

 신아가 종이를 살피는 수현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꾹 다물었다.

 눈치껏 자리까지 비켜줄 생각이었다.

 

 “왜.”

 

 근데 수현은 그걸 원하지 않는 것 같은 눈치였다.

 

 “응?”

 “왜 아무 말도 안 해?”

 “…….”

 

 왜 말을 안 하냐니.

 상사의 업무를 방해하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너랑 작성할 건데 안 궁금해?”

 

 수현이 종이를 흔들었다.

 깜빡깜빡.

 펄럭이는 종이를 보는 신아가 눈을 연신 감았다 떴다.

 

 “나?”

 “같이 살래?”

 

 이런 동문서답도 없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맥락인가 싶었는데.

 

 “생각해봤는데.”

 “…….”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서로 같이 사는 게 여러모로 편할 것 같더라.”

 

 물론 맞는 말이었다.

 다 인정하는데.

 

 “…….”

 “여기서 같이 살았으면 하는데.”

 “…….”

 “너는 어때?

 

 무슨 프로포즈도 아니고.

 무방비한 상태에서 들은 ‘같이 살자’라는 말에 정신이 어질했다.

 누가 보면 진짜 고백이라도 받은 것처럼 신아의 귀가 빨개졌다.

 

 “어, 어……. 나쁘지는 않은데.”

 

 나쁜 제안은 아니었다.

 다만.

 

 “…….”

 “너랑 나, 단둘이?”

 

 다 큰 성인 남녀가 한집에서 함께 지내는 게 조금 걸릴 뿐.

 

 “너랑 나 단둘이.”

 

 쐐기를 박는 그를 신아가 바라봤다.

 표정 변화가 하나도 없는 그의 얼굴을 보자 오히려 더 갑갑했다.

 물론 이 집이 그의 집이기는 한데.

 같이 산다는 게 아무렇지 않은가.

 

 “단둘이는 조금…….”

 

 심지어 잠까지 잔 사이였다.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야 더 빨리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텐데.”

 “…….”

 “바로 월요일이 출근 아닌가.”

 

 또 수현이 하는 말이 다 맞는 말이라.

 

 “…….”

 “집에 갑자기 누가 찾아온다거나 중요한 업무를 봐야 하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즉각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신아는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앞으로 수현이 종이를 밀었다.

 

 “이걸 왜 나한테?”

 

 종이를 집은 신아의 두 눈이 의아한 듯 반짝였다.

 계약서라고 하기엔 적힌 게 아무것도 없었다.

 

 “너한테 다 맞출 거야.”

 

 신아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백지 수표도 아니고.

 원한다면 다 들어주겠다는 건가.

 

 “…….”

 

 눈을 깜빡이던 그녀가 천천히 수현의 얼굴을 살폈다.

 무슨 의도인지 알 수 없어서.

 물론 수현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이런 어처구니없는 계약서를 받았으니 경계할 만도 했다.

 

 “왜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솔직히 말이 안 되잖아.”

 

 이런 계약서는 듣도 보도 못했다.

 

 “뭐가 말이 안 돼?”

 “나한테 다 맞춘다며. 어떠한 조건도 없이”

 “조건이 왜 없어?”

 

 그럼 그렇지.

 테이블 위로 종이를 내려놓았다.

 

 “뭔데 조건이.”

 “함께 지내는 거.”

 

 신아의 얼굴이 황당함이 깃들었다.

 그러니까 지금 제게 내건 조건이

 

 “같이 살자는 게 다라고?”

 

 고개를 주억거리는 그가 펜을 신아에게 건넸다.

 얼떨결에 펜을 건네받은 신아가 수현을 바라봤다.

 

 “걱정하지 않도록 정직하게 진행할 거야.”

 

 부드러운 듯한 그의 목소리였지만, 진지한 미팅에 임하는 것처럼 단호했다.

 

 “…….”

 “원한다면 정식 계약서로도 만들 생각이고.”

 

 정말 진심이었다, 수현은.

 한다면 하는 그의 성미를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아, 아니. 계약서까지는 필요 없고.”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본격적으로 나올 줄이야.

 입술을 잘근 씹으며 신아가 아무것도 적힌 게 없는 종이를 집었다.

 

 ‘갑자기 이런 거 쓰라고 하면 생각이 나겠냐고요.’

 

 서서히 좁아지는 그녀의 미간을 본 수현이 다정스레 말을 걸었다.

 

 “쉽게 생각해.”

 “…….”

 

 신아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수현을 바라봤다.

 

 “네가 여기서 머무는 동안 내가 지켜줬으면 하는 거, 그런 거 적으면 돼.”

 

 펜만 빙빙 돌리던 신아의 미간이 순간 팍, 좁아졌다.

 

 “잠깐만.”

 

 뭔가 이상했다.

 

 “내가 하자는 대로 다 한다고?”

 

 무슨 문제라도 있냐는 듯, 수현이 눈썹을 들썩였다.

 가만히 수현을 바라보던 신아가 테이블 위에 종이를 내려놓았다.

 

 “내가 뭘 요구할 줄 알고?”

 

 계약서를 작성하는 사람 태도 치곤, 경계심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뭐든 상관없다는 듯,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너 설마 회사 일도 이렇게 해?”

 

 이런 상사를 모시게 된다면 고생하는 건 비서들이었다.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그녀가 살짝 이마를 짚었다.

 

 “그건 앞으로 네가 확인해봐.”

 “…….”

 

 심지어는 무책임했다.

 아직 제 상사가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타입만 최대한 피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일단 적지?”

 

 수현이 손목에 있는 시계를 한번 확인했다.

 시간이 별로 없다는 뜻이었다.

 신아가 테이블에 있는 종이를 자신의 앞으로 당기며 펜을 들었다.

 

 남녀가 같이 살면서 주의해야 할 것들이라고 하면.

 

 1. 샤워는 각자 따로, 양심껏 하기

 

 가장 먼저 씻는 게 걱정되었다.

 

 2. 집에 사람 데려올 때, 허락받기

 

 괜히 들켜서 좋을 것도 없고.

 

 3. 함께 산다, 만나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는 회사 사람들에겐 알리지 않기

 

 회사에 알려지는 건 무조건 피해야 했다.

 이직한 상황에서 괜한 소문에 오르고 싶지도 않고.

 

 4. 같이 지내는 동안, 서로의 사생활에 개입하지 않기.

 

 어차피 진짜로 마음 있어서 같이 사는 사이도 아니니까.

 

 5. 각자의 방에 함부로 들어오지 않기. (용건이 있을 때만 노크하고 허락 받은 후에 들어오기)

 

 조심하고 또 조심할수록 좋았다, 스킨십은.

 

 6. 원래대로 몸이 돌아오도록 최선을 다할 것.

 

 당연한 거지만, 이게 지금 당장 우리 둘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조항이었다.

 

 7. 몸이 바뀌는 즉시, 이 계약은 무효로.

  즉, 나 이신아는 이 집을 나간다.

 

 펜을 내려놓고 신아가 수현의 쪽으로 종이를 밀었다.

 

 “나중에 더 추가해도 돼?”

 “마음대로.”

 

 종이를 집는 그가 대답했다.

 문항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살피던 그의 미간이 서서히 좁아졌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지 신아가 종이 앞을 기웃댔다.

 그가 종이를 내리며 입을 열었다.

 

 “다 들어줄 생각이었는데”

 “…….”

 “이건 내키지 않네.”

 

 신아의 앞으로 종이를 내려둔 수현이 조항 하나를 손으로 짚었다.

 

 신아의 시선이 조항으로 향하기도 전에,

 

 “같이 지내는 동안, 서로의 사생활에 개입하지 않기.”

 

 수현이 조항을 읽었다.

 

 “…….”

 “네가 나고, 내가 넌데 개입하는 게 맞지 않나.”

 

 시선이 마주친 그의 눈은 물러설 기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충분히 납득갈 수 있는 이유였기에, 그녀가 한 발자국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었다.

 

 “알았어.”

 

 썼던 문항을 지우니 그제야 굳었던 수현의 얼굴이 살짝 풀어졌다.

 하지만 아무리 신아를 위한 계약서라고 하지만, 이대로 마무리 짓기에는 그녀의 마음이 너무 찝찝했다.

 

 “원수현.”

 

 그래서 불렀다.

 수현이 고개를 들어 신아를 바라봤다.

 

 “…….”

 “여기 빈 데는 네가 채워.”

 

 수현의 앞으로 종이와 펜을 들이밀었다.

 의아한 듯 수현이 종이를 바라봤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 적으라는 소리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만 적는 건 아닌 것 같아.”

 

 빚는 거 싫어하는 그녀다운 이유였다.

 펜을 잡은 수현이 빠르게 글자를 채워나갔다.

 

 “자.”

 

 종이를 건네받은 신아가 그가 적은 조항을 확인하고 놀란 얼굴로 수현을 바라봤다.

 

 “정말 이거면 돼?”

 “응.”

 “정말로?”

 “정말.”

 

 단호한 그의 말에 신아가 말문이 막혔다.

 

 4. 하루에 한 끼는 함께 먹기.

 

 이상한 요구나 제안이 아니라서 다행이긴 한데, 예상하지 못한 조항에 그녀는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다 됐지?”

 “어, 어.”

 “그럼 나가자.”

 

 수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황함을 감추지 못한 신아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어딜?”

 

 ***

 

 거실 통로를 빠져나오고 부엌을 지나니 방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수현이 은색의 문고리를 잡고 문을 열었다.

 

 “와…….”

 

 절로 감탄이 나왔다.

 10평 조금 넘는 자신의 자취방보다 훨씬 큰 방이었다.

 드레스 밑단 같은 연회색 실크 커튼이 커다란 창을 가리고 있었고,

 그 앞으로는 두 사람은 거뜬히 누울 수 있는 크기의 유명 브랜드 원목 침대가 있었다.

 

 “여기서 지내.”

 

 방문에 등을 기댄 채 수현이 말했다.

 방 안으로 들어온 신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한쪽 벽면에 딱 달라붙은 책상을 손끝으로 훑었다.

 사람이 머문 흔적이 없는 것치곤 먼지 한 톨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고.”

 

 그런데.

 

 “여, 여기 내가 써도 되는 거야?”

 

 가구며, 침구며 모두 새것이었다.

 마치 누군가가 머무를 것을 예상한 듯이, 미리 준비한 것처럼.

 

 
작가의 말
 

 8화 내용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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