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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황금에 미친 이 세상을 뿌리째 들어내겠어!
작가 : 화블루
작품등록일 : 2022.2.1

가주의 빚을 갚기 위해 상인의 신부로 팔려갔던 아멜 그린, 가문의 낮은 작위 때문에 팔려가다시피 외국으로 끌려갔던 에릭 화이트는 황금에 미쳐있는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그들의 인생을 바친다. 그들이 당당한 군주가 되어 이 세상을 통째로 바꿀 수 있을 때까지!

 
5화. 에밀리의 비밀 작전(2)
작성일 : 22-02-08 21:53     조회 : 198     추천 : 1     분량 : 4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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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에뮬은 그날따라 유독 눈이 일찍 뜨였다. 아직 해조차 뜨지 않은 이른 새벽이었다.

 

 본래의 에뮬이었다면 그대로 다시 달콤한 잠을 청했겠지만 큰 언니의 결혼이 기정사실화 된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돈이 급한 펠트로가 언제 그녀의 큰 언니를 팔아 치울지 모르는 노릇이었기에 그들은 최대한 신속하게 에밀리의 계획을 이행해야만 했다.

 

 에뮬은 어젯밤 울어서 퉁퉁 부은 눈을 비비적대며 옆 방에서 자고 있을 작은 언니를 깨우기 위해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에밀리 언니. 일어났어?”

 

 

 에뮬은 에밀리의 방문 앞에서 조용히 속삭였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너무 이른 새벽이라 아직 꿈나라에 있는 것이 틀림 없었다.

 

 자신의 데뷔탕트 날에도 늦잠을 늘어지게 자던 에밀리였으니 이는 충분히 예상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에뮬은 그럼 그렇지 라고 생각하며, 대답 없는 방문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들어갈게 언니..?”

 

 

 에뮬은 잠버릇 나쁜 에밀리도 이번 만큼은 이해해줄 것이라 생각하며 에밀리의 방문을 조용히 열었다.

 

 그리고 누가 볼 새라 재빨리 방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등잔불을 들고 나올걸..!’

 

 

 달빛에 의존할 심상이었던 에뮬은 에밀리 방의 창문에 쳐져 있는 것이 암막커튼인 것은 미처 알지 못했다. 달빛 한 조각조차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에밀리의 방은 완벽한 어둠 그 자체였다.

 

 

 "이래서 매일 늦잠을 자는구나.."

 

 

 그녀는 작게 중얼거리며, 어둠에 익숙해지기 위해 눈을 가늘게 뜨고선 양 팔을 앞으로 휘저으며 방 모퉁이에 아주 흐릿하게 보이는 침대의 형상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녀는 계속 언니의 이름을 작게 부르짖으며 에밀리가 스스로 일어나주길 바랐지만 그녀가 침대에 도착할 때까지 에밀리는 작은 기척조차 내지 않았다. 아주 곤히 자고 있는 모양이었다.

 

 

 “언니..!”

 

 

 침대 옆에 도착한 에뮬이 조용히 속삭였지만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에뮬이 직접 깨워보려고 손을 뻗었지만 에밀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녀가 방금 정리해 놓고 간 것처럼 멀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침대는 에밀리가 있었던 흔적이 전혀 없었다.

 

 혹시 잠깐 화장실에 간 건가 싶어 이불 안에 손을 넣어보았지만 그곳에는 누군가 누워있던 온기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이 자고 있던 침대가 아니었다.

 

 

 “에밀리 언니?”

 

 

 에뮬은 텅 빈 침대를 황망히 바라보며 언니의 이름을 되뇌었다.

 

 에뮬은 체구가 작은 에밀리가 이불 속에 있는 것을 미처 발견 못했나 싶어 다시 침대를 더듬어댔지만 그런다고 자리에 없는 에밀리가 뿅하고 생겨나지는 않았다.

 

 에뮬의 머릿속에서 수만 가지 생각이 교차하며 지나갔다.

 

 아침잠 많은 작은언니가 이 시간에 혼자 일어났을 리는 없는데.. 설마 교활한 펠트로가 계획을 알아채고 작은언니를 해코지 한 건가?

 

 에뮬은 오소소 돋아난 소름을 매만지며 고개를 저었다. 부정적인 생각은 등골이나 오싹하게 만들 뿐이다.

 

 이런 어둠 속에서 그런 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끼이익

 

 

 바로 그때, 고개를 젓는 에뮬의 뒤에서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온 몸이 얼어붙은 에뮬은 그 자리에서 뒤돌아 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뒤에 있는 것이 누구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펠트로 오빠…?”

 

 

 에뮬은 눈을 질끈 감고 가장 아니었으면 하는 이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야 내가 어딜 봐서 펠트로야! 너 내 방에 언제 들어왔어?”

 

 

 작은언니의 앙칼진 목소리가 이렇게 반갑게 들린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에뮬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리자, 불꽃이 일렁이는 등잔불을 들고 있는 에밀리가 흰색 슈미즈만 입은 상태로 오도카니 서 있었다.

 

 

 “나 언니 깨우러 왔는데 언니가 없어서..”

 

 “나 인장 찾으러 서재에 잠깐 들렀다 왔어. 펠트로 자고 있을 때 얼른 해치워버리려고.”

 

 

 에밀리가 씨익 웃으며 편지 봉투와 인장을 흔들어 댔다.

 

 

 “여기 앉아봐. 내 계획 설명해줄게.”

 

 

 에밀리는 방 중앙에 있는 작은 원형 테이블 위에 등잔불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에뮬은 언니를 위해 이 시간까지 자지 않고 깨어있는 에밀리에게 진심으로 감동하며 얌전히 에밀리의 지시에 따랐다. 의자에 앉은 에밀리는 에뮬에게 편지를 펼쳐 보였다.

 

 

 “이거, 엄마한테 보낼 편지야. 읽어볼래?”

 

 

 에뮬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푼 기대감을 안고 재빠르게 편지를 받아 들었다.

 

 

 

 -존경, 존경, 또 존경하는 에믹 남작 부인에게-

 

 펠트로의 이름을 빌려 보내는 것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소식을 꼭 전해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아멜이 평민 상인의 후처로 시집가게 생겼습니다.

 충분히 더 좋은 혼처를 찾을 수 있을텐데, 신부대로 20골드(한화 2억원)나 받기로 해서 어쩔 수 없다네요.

 언니를 팔아서 지 도박 빚을 갚으려나 봐요.

 그런 건 남작 부인께서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왕의 여자이시니 저 정도 금액은 충분히 융통해주실 수 있으시죠?

 당신의 혈육을 도와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어머니.

 

 -멀리 떨어져 있지만 늘 당신을 사랑하는 딸, 에밀리 올림.-

 

 

 

 작은 언니가 어떤 날카로운 지략을 담은 편지를 썼을지 잔뜩 기대하며 편지를 읽어 내려가던 에뮬은, 기대감이 와장창 부서지는 내용의 편지를 읽으며 작게 침음성을 흘렸다. 그녀는 굳어지는 표정을 관리하려 애쓰며 말했다.

 

 

 “언니 진짜 이렇게 보낼 거야?”

 

 "응! 편지 내용 어때? 괜찮아?”

 

 

 이게 괜찮냐고? 에뮬은 칭찬을 바라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는 언니를 그만 한 대 칠 뻔했다. 편지는 수신인 부분부터 비꼬는 어투로 시작했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안부를 묻는 인사치레 따위는 찾아볼 수도 없었다.

 

 글씨도 꾹꾹 눌러 쓰기는 했지만 지나치게 악필이었다. 왕의 정부에게 보낼만한 서신은 절대로 아니었다.

 

 

 "언니는 엄마를 되게 싫어하나 봐..?”

 

 

 에뮬은 차마 편지 내용이 별로라고는 말하지는 못하고 에둘러서 표현했지만 눈치 없는 에밀리는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당당히 대답했다.

 

 

 "당연하지! 권력을 좇아 가족을 버리고 간 사람한테 좋은 감정이 남아 있을 리가! 엄마라면 당연히 해줘야 할 일을 부탁해야 한다는 것부터 마음에 안 들어.”

 

 “하긴.. 나는 너무 어렸어서 엄마에 대한 기억이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언니는 다르겠다..”

 

 

 에뮬은 공감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에밀리의 의견에 동조해주기로 했다. 편지 내용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여기서 편지 내용으로 왈가왈부하며 내용을 수정하고 있기에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엄마에 대한 기억이 자신보다 더 생생히 남아있을 작은 언니가 어련히 알아서 썼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결정했다.

 

 에뮬이 고개를 끄덕이자 에밀리는 만족스러운 듯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개인적으로 서신을 보내면 엄마한테 도착할 때까지 일주일은 족히 걸린대."

 

 

 에밀리가 편지를 다시 반으로 접어 편지 봉투에 넣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렇게.. 펠트로의 인장을 찍어서, 남작가에서 공식적으로 보내는 서신으로 위장할 거야.”

 

 

 그녀는 편지봉투에 펠트로의 인장을 찍는 척하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리고 이걸 급한 척하면서 엄마의 시녀한테 전달해주면, 그 사람이 엄마한테 곧장 전해주지 않을까?”

 

 

 에뮬은 확신에 찬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내고 있는 에밀리를 멍하니 바라보며 두 번째 침음성을 흘렸다.

 

 우선, 그녀의 계획은 구멍투성이였다.

 

 그들의 계획이 성공하려면 그들이 만나게 될 시녀가 온전히 엄마의 사람인지 아닌지부터 파악할 수 있어야 했는데 이들은 그럴만한 시간도, 수단도 없었다.

 

 만일 시녀가 왕의 끄나풀이라 에믹 남작부인의 수신망을 감시하고 있다면 이 편지는 불륜의 증좌 내지는 불순한 작당 모의로 의심 받아 곧장 왕의 귀에 흘러 들어갈 것이다.

 

 젊고 잘생긴 펠트로 남작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왕의 정부에게 서신을 보낸다고 하면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할까?

 

 에믹과 펠트로는 한때 한 집에 살며 모자 관계로 지내긴 했지만 실제 혈연 상으로는 아무 관계가 없는 생판 남이기에, 의심이 많은 이들은 충분히 그들의 관계를 불륜으로 오해할 수도 있었다.

 

 물론 편지는 예의가 없을 뿐 법에 저촉되는 내용은 아니라 왕이 보게 되더라도 큰 문제는 불거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생긴 딸이 보낸 서신인 것 만으로도 왕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심기가 불편해진 왕이 그녀의 편지를 그냥 불태워버릴 지도 몰랐다.

 

 거기다 왕이 펠트로 남작에게 인장 간수 잘 하라는 말을 전하기라도 한다면 그들은 성난 펠트로에게 삼일 밤낮을 내리 갈굼 당할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무엇 하나 확실히 예상 가는 것이 없었다.

 

 

 "에뮬?"

 

 

 에밀리가 곧장 대답을 들려주지 않는 에뮬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며 이름을 불렀다.

 

 

 "어.. 어! 괜찮은 계획인 것 같아!"

 

 

 혼자 생각에 잠겨있던 에뮬은 코앞까지 와있는 에밀리의 얼굴을 보고 화들짝 놀라 무심코 괜찮은 계획이라고 말해버렸다.

 

 

 "좋아 그럼.."

 

 

 이견이 없는 것을 확인한 에밀리는 펠트로의 서재에서 훔쳐온 붉은 심지형 실링 왁스에 등잔불의 불을 붙였다. 그리고 녹은 실링 왁스를 조심스럽게 편지 봉투의 밀봉하는 부분에 떨어뜨린 뒤, 초록덩굴가문의 문양이 새겨진 인장을 꾹 눌렀다.

 

 에뮬은 눈을 질끈 감고 마음속으로 성호를 그리며 에밀리의 계획이 성공하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에밀리는 에뮬의 타들어가는 속마음도 모르고 동생 옆에 앉아 편지봉투를 보며 실실 쪼개는 중이었다.

 

 

 "아! 펠트로 일어나기 전에 이거 다시 갖다 놓고 와야겠다."

 

 

 에밀리는 펠트로의 서재에 훔친 인장과 실링왁스를 다시 제자리에 놓고 오겠다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에밀리의 방에 홀로 남은 에뮬은 갑자기 미친 듯이 몰려오는 피곤함을 느꼈다. 피곤함의 원인이 말도 안 되는 계획을 들어서 인지 너무 일찍 눈을 뜬 탓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에뮬은 에밀리의 계획을 머릿속으로 수십 번 시뮬레이션 하다가, 이내 생각하기를 멈추고 테이블에 엎드렸다.

 

 

 ‘언니 올 때까지만 눈 붙이고 있어야겠다..’

 

 

 에뮬은 그렇게 달콤한 선잠에 빠져들었다.

 

 그녀가 잠에 빠져있는 사이에, 암막 커튼 틈 사이로 아주 조그만 햇빛이 새어 들어 왔다. 어느새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방 안으로 흘러 들어오고 있었다.

 

 

 아침이 밝았다.

 
작가의 말
 

 에뮬은 태어난 지 11개월이 되었을 무렵부터 포크와 나이프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던 영재입니다. 에밀리와 비교를 해보았을 때, 자기 치장을 제외한 모든 방면에서 3살 많은 에밀리보다 훨씬 뛰어난 두각을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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