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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아카데미 最凶이 되었다
작가 : 환영받이
작품등록일 : 2022.2.4

흉수 혼돈의 화신으로 봉인당하는 비운의 주인공이 되었다.

 
1. 빙의 *2
작성일 : 22-02-08 16:59     조회 : 187     추천 : 0     분량 : 7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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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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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창’의 원조는 게임판타지다.

  마치 실제 게임 속 캐릭터가 된 듯한 가상현실에서 상태창이라는 명령어를 외치면 시야에 캐릭터 스탯을 보여주는 반투명한 창이 뜬다는 식이다.

  그게 이제는 몬스터 잡는 헌터가 자신의 능력치를 볼 수 있는 정보창이라거나, 과거로 회귀한 직업인이 실력을 레벨업하는 식의 알림창이라던가, 창작물에 빙의한 독자의 특성창이라던가 하는 식으로 웹소설의 클리셰가 되었다.

 

  그러나 창에 자기 인생이 쓰여 있다는 설정은 듣도 보도 못했다.

  이건 대체 뭔…… 맨 상단에 제목처럼 적힌 것만 빼면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도깨비 상점?”

 

  이제 겨우 혀가 말을 듣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그 도깨비라는 놈은 사라진 지 오래 아니냐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정체불명의 창을 바라보던 그때였다.

 

  “도깨비 상점은 용량이 매우 커서 부득이하게 무의식 상태일 때만 내려받을 수 있었다 보니 주인님이 깨어나기 전에 모시게 되었습니다.”

 

  놈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퍼지고 다음 순간, 창이 입체로 변했다. 어느샌가 나는 그 안에 들어와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마치 산에서 들려오는 듯한 부엉이 소리, 이른 새벽의 공기, 발걸음에 삐걱거리는 바닥, 절에서 피우는 향과 비슷한 냄새…… 너무나 실감이 났다.

  붉은악마가 등잔에 불을 피우자 상점 안이 한눈에 들어왔다. 온갖 물건들이 사방에 놓여있었다. 그래도 나름 비슷한 것끼리, 또 가격에 맞춰 정리한 듯 가지런했다.

  한편, 내가 서 있는 곳은 상점 마당, 은행나무 앞이었다.

 

  “은행나무 은행입니다.”

 

  뭐?

 

  “말장난은 맞지만 장난은 아닙니다. 은행이랑 발음이 똑같다 보니 연상된 겁니다. 도깨비 상점과 은행은 주인에 따라 여러가지 모습으로 탄생하죠. 주인님이 언어유희를 즐기시는 편이라 이런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나 싶군요.”

 

  머리 위에서 ATM 기기가 작동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은행에서 현금 인출하던 기억이었는지도…… 고개를 들어 보니 잎사귀들이 지폐로 변해 떨어지고 있었다. 그 황당한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정적이 감도는 가운데 지폐가 도깨비몬의 손 위로 모여 쌓였다. 두툼한 것이 거의 백 장은 될 듯했다. 하필 색깔도 5만원짜리 황금빛이라 꼭 500만원어치로 보였다.

  그러나 그런 돈 무더기가 한둘이 아니었고 각각의 지폐 다발 위에는 뭔가가 쓰여 있었다. 마치 알림창처럼 떠 있던 그 글자들은 이러했다.

 

  [사회복무요원의 공익적인 서사]

  [토익 940점의 영어 좀 했다는 서사]

  [제왕절개로 태어난 자의 서사]

  [모태솔로의 동정어린 서사]

  [급식 때 찐따였던 서사……

  [롤 티어 다이아에 턱걸이……

  [지금 보니 망한 인생……

 

  누가 내 인생을 훔쳐봤나 싶은 기분이었다. 느닷없이 발가벗겨진 기분이라 당혹스러운 나머지 도깨비에게 물었다.

 

  “이거 다 뭐야…….”

  “주인님의 인생에서 뽑아낸 이야기들입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도깨비에게 이야기를 파시면 그 대가로 서사코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도깨비는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상점 안쪽 계산대에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뭐라는 거냐 따지려는데, 눈앞에 놓인 이야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태어나던 순간을 비롯해 기억조차 나지 않던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얼이 빠져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다시 상점에 들어와 있었다. 도깨비몬이 이야기 값을 재어 복주머니에 담아 내놓았다.

  내 얼빵한 표정을 보던 녀석이 갑자기 손뼉을 쳤다. 나 보라고 한 건가 하고 쳐다보니 복주머니 위로 진열대에 있던 상품들이 둥둥 떠올랐다.

 

  - 상점이랑 은행 이용법은 알려드렸으니, 지금부터 거래를 시작하겠습니다.

 

  [지금껏 망한 인생, ‘지망생’의 서사]

  = 9,600,000냥

 

  - 먼저, ‘독안’의 재사용 대기시간을 3분의 2 정도로 줄일 수 있는 감소 효과를 7,500,000냥에 구매 가능하시는 전용 특성이 있고요. 그 외 일반 특성으로는 자, ‘살기감지’ 9,400,000냥, ‘이상면역’ 4,800,000냥, ‘통각저항’ 2,700,000냥, ‘감정억압’ 1,300,000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특성들이 하나둘씩 떴다.

  저 도깨비몬이라는 녀석에게 뭐라고 묻기는커녕, 입을 열 틈조차 없었다.

 

  [살기감지]

  - 자신에게 향하는 살기를 감지합니다.

  [이상면역]

  : 환각이나 감각의 마비, 이상 증세에 대한 고유 면역을 생성합니다.

  [통각저항]

  : 신체적 고통에 대한 저항력을 일시적으로 상승시킵니다.

  [감정억압]

  : 불필요하다 판단한 감정을 일정 기간 무의식으로 억압합니다.

 

  다음 순간, 눈앞이 꺼지는 듯했다.

 

 

 *

 

 

  도깨비몬은 빙의자가 로그아웃한 빈 상점을 둘러보았다.

 

  빙의자의 정신이 자체적으로 만들어낸 시공간이라 할 수 있으리라. 물론, 도깨비의 술법이었지만, 그 바탕이자 재질인 심상만큼은 빙의자의 것이었다.

 

  여기에 전시된 모든 아이템들도 말이다.

  도깨비의 독안은 이 아이템들을 모두 꿰뚫어 볼 수 있었다. 도깨비몬은 제 눈을 바라보았다. 독안으로는 거울 같은 것 없이도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었다.

  빙의자가 각성할 ‘상태창’의 이능이 바로 이것이다. 제3자의 시선처럼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 비록 그것이 수치화된 상태를 보는데 그치더라도, 그것만으로도 최선이다.

 

  이 정신적 공간은 빙의자의 무의식 밑바닥에 위치해, 자신도 완전히 잊어버렸다고 생각한 기억을 비롯해 숱한 과거의 흔적들을 접할 수 있었다.

  도깨비몬은 그 기억과 흔적들을 갈무리해 아이템이라는 형태로 만드는 작업을 하느라 무척 바빴다.

 

  그리고 오늘 빙의자가 반강제로 매도한 이야기-

 

  [지금껏 망한 인생, ‘지망생’의 서사]

 

  이 이야기를 갈무리하는 데만도 십 년 넘게 걸렸다. 빙의자가 처음 이 이야기를 접한 그 게임이 바로 도깨비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었으니.

  ‘살기감지’, ‘이상면역’, ‘통각저항’, ‘감정억압’…… 이 네 가지 능력은 자신의 삶을 팔아서만이 얻을 수 있는 마법이었다.

  도깨비란 이야기꾼과의 거래란 그런 것이다.

 

  작가지망생이 수 년을 준비한 공모전에서 떨어지고 나서 다 집어치우고 싶다는, 자기자신에 대한 자괴감이 극한에 다다를 즈음, 충동적으로 자살할까 라는 생각을 떠올리던 그 순간을 노렸다.

  빙의자의 삶에서 ‘지망생’으로서의 꿈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한 것이라, 값을 계산해 보니 4분의 3이나 된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저 네 권능 중 세 가지나 얻어낸 것이다.

  비록 현실로 돌아가면 제 삶에서 ‘지망생’이었던 과거는 모두 잊게 되겠지만, 애초에 작가가 되겠다는 꿈은 그저 꿈에 불과했으니…….

 

  도깨비몬은 자신이 ‘몬’이 아니라 온전한 도깨비이던, 스무 해 전의 과거를 곱씹었다. 독안을 통해 그 아이의 시점에서 기억을 돌이켜볼 수 있었다.

  이제 빙의가 완료되고 저가 도깨비로서의 신격을 완전히 잃고 나면 다시는 이야기할 수 없는, 마지막 이야기였다.

 

 

 *

 

 

  아득한 어둠 속, 아이는 제 눈물, 땀, 그리고 똥과 오줌에 엉망진창인 채였다.

  이제 더는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침을 꿀꺽 삼켰다. 손에 쥔 것은 제 똥이었다. 이걸 먹어봤자 토하기 밖에 못할 거라는 걸 알면서도, 너무 배가 고파 뭐라도 삼키고픈 나머지 입가에 가져다 댔다.

 

  - 아이야…….

 

  그 목소리였다. 입 다물라고 수백수천 번도 더 넘게 소리쳤는데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어쩌면 저게 자기 머릿속에서 나오는 건가 싶기도 했다. 너무나 외로워서, 너무나 괴로운 나머지 돌아버린 게 아닐까.

 

  “뭐!”

 

  어둠 속을 향해 소리쳤다. 머릿속에서 소리칠 수는 없었으므로…… 머릿속에 뭔가 떠올리는 것조차 일이라는 걸 죽어가면서 깨달았다.

 

  뇌 또한 영양분을 필요로 하는 신체 장기다. 학교에서 과학 시간에 배웠고, 학당에 와서도 배웠다. 뇌도 배가 고파 생각을 하기 힘들어하는 것이다. 똥을 쥔 손에서 힘이 빠진 나머지 다시 철푸덕 내려놓았다.

 

  죽고 싶었다.

 

  협보 아저씨가 그랬던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났다고…….

 

  하지만 개똥이 아니라 제 똥에 구르는 처지가 되고 보니 저승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안에 갇히고 나서 먹은 건 없지만, 전에 먹은 것들을 언제까지고 뱃속에 담아 둘 수는 없었다.

  한 평도 안 되는 곳, 이곳에 화장실은커녕 변기 하나 놓을 자리도 없었다. 여기에 똥을 싸면 그대로 깔고 앉아야 했다.

  그리고 그렇게 됐다. 참는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참고 참고 또 참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싸고 만 것이다.

 

  처음 며칠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그저 멍했다.

  믿을 수가 없어서, 믿고 싶지 않아서.

 

  그러나 아무 것도 없는 이곳에서 공상에 빠지는 것 말고는 현실을 잊을 방법이라고는 없었다.

  스스로에게 환술을 걸어보는 건 이제 익숙하다 못해 능숙해졌지만, 다시 학당에 다니게 된다면 환술 선생님께 극찬을 받겠다 싶었지만……

  그 또한 망상이었다.

 

  너무 목이 마른 나머지 오줌이라도 마시고 싶었다. 그러나 바닥에 고인 오줌도 이제 말라붙은지라 손으로 긁어모아 핥아봐야 오줌 맛만 날 뿐, 침만 내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오히려 수분을 잃는 것이다.

 

  한 달은 지나지 않았을까.

  여기에 갇히고 나서 시간을 잴 방법이라고는 심장 박동 수를 세는 것 밖에 없었다. 아무리 못해도 자고 깨는 걸로 하루하루는 셀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처음에는 잠도 오지 않았다.

  겨우 잠이 든 건 아마도 며칠이나 지나서였을까. 그조차 갇히기 전 순간이 떠올라 깨어나고는, 악몽이라 깨어났지만, 깨어나 보면 여전히 악몽이나 다름없는 현실에 울다 지쳐 다시 잠들기를 반복해야 했다.

 

  “죽고 시퍼…… 주글래…….”

 

  목소리가 갈라졌다.

 

  “주꼬 시따고……!”

 

  이제는 혀도 힘이 없는 건가 싶었다. 온 힘을 다해 소리친 게 이거였다.

 

  뭔가 이상했다. 아무 것도 못 먹고 못 마신 지 이 정도 됐으면 죽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아직도 살아 있었다.

 

  여기가 봉인이라서 그런 걸까? 봉인 하면…… 마왕이 봉인돼 있다가 수천 년이 지나서 깨어난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봉인 속에서는 죽지 않는 걸까?

 

  그럼 나도……?

 

  죽지 않는다는 게 이렇게 괴로울 줄이야.

 

  - 아이야…….

 

  또 그 목소리였다. 저게 환청이라는 건가. 그만 좀 괴롭혔으면, 머리를 뚝배기처럼 깨버리면 저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면 죽을 수 있을까. 온갖 생각이 휘몰아쳤다.

 

  - 모두 죽여버리자…….

 

  또 그 소리였다.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 싶었지만, 그럴 힘도 없었다.

 

  “아니, 나 주겨…….”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몸에 물이 없어서 눈만 튀어나올 것 같은 뻑뻑한 느낌이 들었다. 눈을 비비고 싶었지만 팔이 너무 무거웠다.

 

  “저 주겨줘…….”

 

  입 안에서 피 맛이 났다. 비린 걸 무척 싫어했는데 배가 너무 고픈지라 이렇게 맛있는 걸지도 몰랐다. ‘젖 먹던 힘까지’라는 말처럼 온 힘을 다해 혀를 깨물었다.

 

  문득, 자신이 알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는 이본 아이들과는 다르게, 갓난아기로 태어나 엄마 젖을 빨기는커녕,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하루 만에 걸음마를 뗐다고 들었다.

  더구나 엄마도 아빠도 없었고. 먹여주고 재워주는 아저씨가 있었을 뿐이다.

 

  이제는 그 아저씨마저도, 그 아파트조차도 그리웠다.

  적어도 먹을 게 있고, 똥칠한 바닥이 아니라 이불 위에서 잘 수 있으니까. 실수로 오줌을 지린 자국이 누렇게 남아있기는 했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오줌에 젖어 있지는 않을 테니까.

 

  어쨌든 거기는 빛을 볼 수 있으니까.

  사람들 눈빛은 차갑고 매서웠지만, 적어도 햇빛만은 따스하고 포근했으니까. 그렇다고 빤히 바라보면 눈이 너무 부시긴 했지만…….

 

  어?

  저 앞에 왠 빛이 비쳤다.

  꿈을 꾸는 건가 했는데, 도깨비불이었다. 도깨비불은 절대 꿈에 나오지 않는다고 들었다. 만약에 꿈에 나온다고 하면, 그건 진짜 도깨비가 꿈에 들어온 거라고 했다.

 

  도깨비불을 이마에 난 세 번째 눈으로 삼은 듯한 얼굴이 나타났다.

  그 괴상한 눈만 빼면 고고한 선비의 모습이었다. 머리에는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모습은 매우 기품이 넘쳤다.

 

  씨익 웃는 것만 빼면 그랬다. 어딘가 뒤틀린 미소였다.

 

  기쁘다기보다는 오히려 슬픈 기색마저 느껴지는 묘한 입꼬리부터 화가 나기라도 한 건지, 뭔가를 꾹 참고 있는 건지 붉어진 눈시울까지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표정을 한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안녕…… 하지는 않겠지…….”

 

  그의 목소리는 매우 깊었다. 사람의 목소리와는 상당히 달랐다. 가슴에서 나오는 듯…….

 

  “나도 마찬가지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렇게 물었다. 다만, 입 밖으로 뱉어내지는 못했다. 혀에서 나오는 피 맛만 느끼며 멍하니 바라보았다.

 

  “네 삶은 내 이야기니까…….”

 

  도깨비는 이야기를 좋아한단다.

 

  학당이 자리잡은 이곳 즈믄누리가 도깨비 누리라고 들었다. 입학식 때 천하대강당 천장 너머로 보이던 하늘의 성좌들이 도깨비들이며, 누리의 도깨비불들은 그들의 눈과 귀라는 것도…….

 

  말글 선생님은 도깨비들이 난 이야기꾼이라고 했다.

  사람이 삶을 산다면, 그들은 이야기를 이야기한다고. 그렇기에, 도깨비불은 이야기를 보고 들어 읽는 독안(讀眼)이라고도 불린다고.

  저 이마의 외눈은 큰따옴표뿐만 아니라 작음따옴표 안에 쓰인 문장까지, 말소리뿐만 아니라 마음의 소리도 듣는 귀이기도 하다고, 그런 비유를 들어 선생님이 설명했던 기억이 났다.

 

  “내 이야기가 여기서 끝날 순 없지.”

 

  이윽고 그가 어둠 속을 향해 외쳤다.

 

  “이봐, 혼돈!”

 

 

 

  요한은 기가 막혀서 그를 쳐다보았다.

 

  지금 흉수를 부른 거야? 흉수가 무슨 사람 말을 알아듣는 거였나?

  도깨비가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지도 모른다는, 저 스스로도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갑자기 생각이 몰려 머리가 아팠다. 너무나 지친 나머지 이제는 생각도 하기 힘들었다. 그저 잠들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죽으면 영원히 잘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얘 죽으면 당신도 여기서 한참 썩어야잖아! 안 그래?”

 

  도깨비는 애초에 대답 따위는 기대조차 안 했다는 듯 그 한마디만 허공에 외치고 손을 잡아주었다. 똥이 덕지덕지 묻어 더럽기 짝이 없었지만, 불쾌한 내색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절대로 놓지 않겠다는 듯 꽉 잡은 채 속삭였다.

 

  “자, 봐봐!”

 

  그는 다른 손에 올려둔 걸 보여주었다.

  그것은 작은 환처럼 보였다. 입학식에 들어가기 전 만물상에서 너도나도 사 먹던 청심환이랑 똑같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빛깔이 특이했다. 반투명한 환 속에 파란 곡옥과 빨간 곡옥이 서로의 꼬리를 무는 듯 빙빙 돌고 있었고 사방으로 검은 줄이 나 있는 듯했다. 꼭 태극기 구슬처럼 보였다.

 

  “도깨비 특제 회빙환이야. 이걸 선택하면 넌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거야. 하지만 이게 선택이 되려면 선택지가 하나만 있어서는 안 되니…….”

 

  또 다른 환을 하나 꺼내들었다. 그리고 요한의 똥 묻은 손에 쥐어주었다.

 

  “이건…… 황천환이다. 저승 특산품인 황천수의 즙이 나오지, 극독 중 극독이야. 한 입만 삼켜도, 즙이 목을 넘어가는 순간 단숨에 사망해. 네가 지금 당장 죽고 싶다면 지금 바로 씹어 삼키면 돼.”

 

  앞에서 한 말은 또 다른 삶을 산다느니 웬 뜬구름 잡는 소린가 싶어 전혀 머리로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뒤에서 한 말은 적어도 당장 죽고 싶다면 먹으면 된다는, 고대로 머릿속에 박히는 소리였다.

 

  손에 쥐어준, 황사 먼지마냥 누런 환을 그대로 입에 넣으려는 데, 부들거리며 들어올리느라 한 세월이었다.

 

  그 사이, 도깨비는 회빙환을 든 채 중얼거렸다.

 

  “딱 삼 초 준다. 삼, 이, 일…… 땡!”

 

  그러더니 요한의 부들부들하는 손을 못 본 척, 실수인 척, 쥐고 있던 황천환을 탁 쳐내며 말했다.

 

  “그래. 잘 선택했어. 새로 시작하는 거야.”

 

  그는 처음 봤을 때 보여준 그 묘한 미소를 다시 입꼬리에 걸고 있었다.

 

  “회빙환…… 회귀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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