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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십자밑에 고양이
작가 : ballonwolf
작품등록일 : 2022.1.9

인간이었지만, 모종의 이유로 고양이가 된 한 아이가 인간성과 야성적인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야기.

경건함을 중시하는 종교 국가에 떨어진 운석 '영혼돌'의 힘을 얻고 고양이가 된 고아. 레건은 붉은 십자국에서 전략자산으로서 대성당에 숨겨지고, 고양이로서의 욕망은 억압된다. 하지만 외부세력이 외부 만난 운명의 짝은 그를 유혹해 대성당 밖으로 탈출시킨다.
터져 나올 듯한 욕망과 자신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짐승의 육체를 가졌지만, 인간의 영혼을 가졌다고 믿는 고양이는 답을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답이라는 게 존재할까.

 
#10
작성일 : 22-02-08 13:45     조회 : 186     추천 : 0     분량 : 5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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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레건은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 잡았다. 밤하늘에 불꽃이 올라가, 가장 화려한 마지막 불꽃을 내뿜었다. 이후 불꽃이 사그라들며 하늘에 여운을 남겼다. 고양이의 본능에 의해, 레건의 시야는 강렬한 붉은 빛에 고정되었다.

 

 “레건, 삶에는 크게 두 가지의 종류가 있어. 물론 예외인 걸 나열 하는 게 의미 없을 정도로, 이에 해당하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긴 해.”

 

 12월의 대성인을 기리는 불꽃이, 하늘에 닿았을 적 이야기였다.

 

 “저 폭죽처럼 한순간을 위해 사는 삶, 짧고 굵은 삶이라고도 해.”

 

 “가장 강렬하고도 인상 깊은 삶일지도 모르죠.”

 

 “아니면 모든 순간을 위해 사는 삶. 와서 봐.”

 

 수상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 유리에 손을 맡겼다.

 

 “몸을 불태우듯이 폭발하지만, 그리고 볼 때는 아름답겠지만. 우리가 정말 몸을 불태우면 어떨까. 어떻게든 정말 불길에 휩싸이게 된다면.”

 

 수상은 창가에 올라온 검푸른 고양이의 뺨을 어루만지다가 약하게 꼬집었다.

 

 “아주 고통스러울 거야. 나도 가끔 살아있는 채로 불꽃에 휩쓸린 것만 같아. 그만큼 삶이 고통스럽다는 거지.”

 

 “저는 이 불꽃이 영원했으면 좋겠습니다. 영원히 기억하고, 보고, 느끼고 싶거든요.”

 

 “그건 오직 신만 가능한 일이야. 혹은, 그들이나... 아니야. 잘 모르겠다.”

 

 검푸른 고양이는 더 대꾸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유가 없었던 검푸른 고양이는 폭죽처럼 불타길 원했고, 자신이 오만한 걸 잘 알고 있었지만, 가능하다면 신처럼 영원하길 바랐다. 기억의 파편은 수상이 창가에서 떠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그리고 또 다른 불꽃놀이가, 레건의 앞에서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밤하늘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낮은 위치에 작은 불꽃이 올라가고, 가장 수수한 마지막 불꽃을 내뿜었다. 결국 하늘에 아무런 여운을 남기지 못했지만, 옆에 있던 탐험가 쥐와 귀족 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봤는지, 눈의 초점을 잃어버렸다.

 

 “화려한 불꽃이 타오르지 않더라도, 그랬던 옛날 생각이 나는걸.”

 

 “뭐든지 옛날은 좋게 느껴져요.”

 

 이젠 귀족 쥐와 비슷한 위치에 있고, 축제에도 초대를 받은 탐험가 쥐가 뭔가 그럴듯하게 말했다.

 

 “그런데 옛날에 머무르고 싶지 않았어요? 뭐든지 옛날은 좋게 느껴지니까요.”

 

 “난 타오르고 싶었어. 모순이 가득했던 과거에서는 더더욱. 수상은 날 보고 타오르지 말라고 했지만, 함께 있던 다른 한 사람은 타오르라고,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라고 말했거든.”

 

 레건은 고개를 돌려 탐험가 쥐를 보았다. 과거의 자신처럼 순진하고도 결백한 눈동자가 빛나자, 녀석의 주장을 그저 지나가는 말로 넘기기는 어려워졌다.

 

 “내가 고양이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흘러나온 눈물을 닦아주면서, 그녀는 신성한 표식을 내 이마에 그려놓았지. 그리곤 더 큰 꿈을 꾸라고 속삭였어. 낮은 서열에서 죽은 것처럼 살아가려 하던 나에게 별들도 감탄하고 기억해줄 미래를 보라면서.”

 

 “저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요.”

 

 잠깐 침묵이 흘렀다. 샤크투스의 동생이자 황제는 시선을 피한 탐험가 쥐를 바라보았고, 녀석이 방금 내뱉은 말을 후회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러나 샤크투스의 동생은 생각이 다르다고 상대방을 배척하진 않았다.

 

 “최근의 삶은 마음에 들지 않아서야? 귀족적인 삶이나 문화가?”

 

 “귀족들을 따라 하고, 귀족처럼 살았어요. 그러나 귀족적인 쥐들과는 어울릴 수 없었죠. 제 공적을 치하하시면서 ‘넌 이제 귀족이야’라고 부르셔도, 뭔가 볼 수 없는 벽이 있는 것 같아요. 진정한 귀족과 가짜 귀족 사이에 있는 무언가요.”

 

 “괴로운 걸 잘 안다. 내가 소문에 대해 완전히 무지한 건 아니니까. 그러나 꼬맹아, 저 폭죽처럼 가장 아름다운 불꽃이 되도록 몸부림치고, 널 무시했던 귀족들이 그 여운을 느끼게 해. 그런 허상 같은 이상이라도 꿈꾸고 꿈틀거려.”

 

 쥐는 별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귀족 쥐가 시간이 다 되었다는 듯이 말을 건넸다. 탐험가 쥐는 폭죽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었을까. 녀석은 길고 얇은 삶을 살기를 바랐을까. 레건은 고개를 위로 치켜세우며 귀족 쥐를 밖으로 물러내고, 탐험가 쥐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날 따라와라.”

 

 레건은 탐험가 쥐를 물고 으슥한 곳으로 움직였다. 황제의 왕좌 뒤 작고 깊숙한 공간으로 들어서자, 탐험가 쥐가 두려운 듯 찍찍거렸다.

 

 “부탁을 하나 하고 싶어.”

 

 “뭐... 뭘요?”

 

 탐험가 쥐는 어떤 부탁도 거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둡고 으슥한 곳에, 쥐가 고양이에게 끌려갔으니까. 레건은 탐험가 쥐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두려워할 필요도 없어. 내가 마음만 먹으면 굳이 이 으슥한 공간까지 와서 널 죽일 필요도 없으니까. 그냥 이 대화를 들키고 싶지 않을 뿐이야.”

 

 “그, 그래요. 그럼 말씀해 보세요.”

 

 “예언가 쥐는 내가 내일 동쪽 해변으로 돌아간다 했지. 세계 여행을 하던 샤크투스의 동생이 마지막 여행지로서 축복받은 땅의 쥐들을 만나고 샤크투스에게 돌아간다면서.”

 

 레건은 잠시 바깥쪽을 바라보았다. 인기척이 없다는 걸 확신한 이후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녀석이 날 보내주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난 쥐의 도움 없이는 나가지 못하고, 모여있는 쥐 덩이를 여럿 상대할 순 없어.”

 

 “보내줄 거라 확신해요.” “왜지?”

 

 “예언가 쥐는 샤크투스의 동생이 내일 떠난다고 호언장담해 놓았죠.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예언가 쥐의 신뢰도가 어떻게 되겠어요? 염려하시지 않아도 돼요. 황제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샤크투스의 동생이니까요.”

 

 긴장감이 사그라들었다. 평안함이 영혼에 찾아왔지만, 심신을 이완시키지 못했다.

 

 “내 인생 최고의 위로를 받은 것 같아. 황제의 위엄을 때려치우고 싶을 정도로 고마울 정도로 말이야. 하지만 만약 내가 여기에 묶이게 된다면. 날 동쪽으로 보내줄 수 있겠니?”

 

 “그건... 현실적으로 예언가 쥐와 황제 쥐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요...”

 

 “네가 동쪽 바다에서, 샤크투스를 처음 만난 쥐가 될 텐데?”

 

 잠시 고민하던 탐험가 쥐는,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망설임이 가득했지만.

 

 “그럼 전승 기념 축제를 즐겨라. 귀족들이 널 어떻게 생각하든, 넌 신화의 일부가 될 거야.”

 

 레건은 먼저 나간 탐험가 쥐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다시 한번 연약한 불꽃을 보았을 때는, 불안한 곡선으로 하늘을 오르는 불량품 폭죽이 사그라들고 있었다.

 

 *

 

 의식터의 네 기둥 아래서, 쥐 한 마리가 석재와 철재가 섞인 구조물을 어루만졌다. 기둥이 파인 부분에서 차가운 기운이 발톱을 타고 올라올 때, 쥐는 움찔하면서 그 기분 너머의 무언가를 찾으려 애썼다.

 

 명상에 가까운 집중에서 아무런 진리도 찾지 못하자, 쥐는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뒤로 멀어졌다. 태고의 기원과 정신적으로 접촉하려 했지만,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했다.

 

 지금은 아름다운 사물 그 이상의 한계를 넘지 못한 듯이 보였다. 전임-쥐 황제는 매우 심오한 고민에 빠져 있었고, 그가 가는 곳마다 따라오는 시녀들이 컴퓨터가 과부하 되지 않도록 해주는 선풍기마냥 부채질을 해주고 있었다.

 

 “이봐, 이 상황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

 

 대답이 되돌아올 일도, 그럴 가능성도 없었다. 시녀들은 말없이, 공손하고 낮은 자세로 부채를 흔들었다. 황제는 잠시 바람과 함께 흔들리는 부채를 보다가 초점을 흩트렸다. 초월적인 존재에게 의지할 만큼, 진정한 황제 쥐는 큰 시험을 앞두고 있었다.

 

 어쩌다 굴러온 고양이를 꼭두각시 황제로 세우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고 훌륭한 방법처럼 보였다. 좀비의 위협에서 벗어난 쥐들은 지상까지 왕국을 확장했고, 바다까지 영역을 넓혀 다양한 자원과 사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끌어낸 황권은 유례없이 강화될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세력이 황권을 위협하고 있었다. 샤크투스의 동생이 나타나자, 예언가 쥐에 대한, 쥐들의 종교를 향한 믿음과 그 권력은 매우 커졌다. 그리고 오늘, 꼭두각시 황제는 동쪽 바다로 떠나며 예언가 쥐의 세력을 한없이 높은 곳으로 끌어올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예언은 모종의 열매로 인해 이루어지지 못했다.

 

 “황제시여, 예언가 쥐가 알현을 요청했습니다.”

 

 “들여보내.”

 

 “드디어 만나 뵙게 되는군요.”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본론만 말해라.”

 

 예언가 쥐는 긴 수염을 흩날리며 고개를 들었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오래된 구식 종교의 믿음을 담은 철제 기둥을 만지던 황제가 정작 그 믿음의 예언을 무너뜨리는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최근의 꼭두각시 황제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깊은 고민을 지니신 것 같습니다. 무려 백성들의 환호에서 벗어나 구석에 외로이 지내는 것도 감수하시는데, 샤크투스님께서 정말 무심하십니다. 하지만 샤크투스님도 황제께서 진정한 성군이라는 것에 대해선 이견을 제시하지 않으실 테지요.”

 

 “그러기에 나는 실패한 성군이지.”

 

 “그래도 터널 끝에는 빛이 있는 법이랍니다. 아, 물론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는 아니지요. 어찌 되었든, 허물만 내세우는 가짜 황제는 사랑을 원하고, 진정한 우리 황제께서는 우리의 번영을 원하십니다. 그리고 저는 꼭두각시에게, 사랑을 줄 수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 우리를 부흥시켜야 한다는 조건으로 작은 도움을 주기로 했답니다. 우리를 부흥시키기 위해 꼭두각시 황제의 짝을 꿈속 세계로 불러온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예언가들이라, 그런 마술사들이라. 자신을 누군가의 구원자로 만들어 돈과 권력을 탐하는 이들이었기에, 황제는 경계심을 가지고 예언가를 바라보았다.

 

 “왜 꼭두각시에게 황제의 열매를 먹여서 이 모든 사단을 일으키신 겁니까?”

 

 “황제는 먹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황제의 열매를 먹고 죽거나 정신이 나가버린 황제가 한둘이 아닐 테지요. 그래서 황제의 열매라는 이름이 붙었잖습니까?”

 

 황제 쥐에게 사악한 미소가 번졌다.

 

 “그렇게 빗나간 예언은 쥐들의 믿음을 악화시키지. 종교의 힘이 약해지면 자연스레 황권은 강화되고.” “아닙니다.”

 

 “왜지?”

 

 “현 황제가 정신이상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니까요. 빗나간 예언에 대한 실망과 함께, 황제에 대한 실망도 함께 퍼지겠지요.”

 

 “아니, 힘은 상대적인 것이다. 넌 꼭두각시 황제 앞에서 말하지 않았는가? 샤크투스의 동생은 황권보다 교권에 더 많은 영향을 준다고. 또한, 예언은 파멸했으나 좀비는 이 땅에서 몰아내졌다. 이건 순수하게 세속적인 일이고, 황제의 업적이다. 황권만을 강화한다.”

 

 자리에서 일어난 황제 쥐는 다시 4개의 기둥 중 하나를 어루만졌다. 그중 예언가를 묘사한 쥐의 목을 그었다.

 

 “상대는 샤크투스의 동생입니다. 마지막 예언이 빗나갔다고 해도, 샤크투스의 동생은 신의 동생이며 당신은 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겁니다. 그러니 홀로, 단신으로 잘해보시지요.”

 

 “황제의 열매에 중독된 꼭두각시를 보면, 결국 쥐들은 샤크투스의 동생이 아니란 걸 알게 될 거야.” “그전까지는 황권이 실추되겠지요.”

 

 예언가 쥐는 등을 돌려 의식터 밖으로 걸어 나갔다. 앞에 있는 경비병들을 지나자, 나긋나긋한 황제 쥐의 목소리가 의식터에 울렸다.

 

 “잘해봐라, 하지만 네 마지막 발악도 수포로 돌아갈 것이다. 하여간, 추상적으로 말을 돌리는 녀석과 논쟁을 하는 건 언제나 지긋지긋해.”

 
작가의 말
 

 끝이 다가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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