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달을 걷는 마녀
작가 : 어린비
작품등록일 : 2022.2.8

연기력 하나는 끝내주는 조연 배우. '윤달' 첩보 액션 드라마 촬영 중, 옥상 낙하 장면을 찍다 그대로 추락사할 위기에 처한다. 그런 그녀 앞에 한 남자 아이가 나타나고, 그는 자신을 '신'이라 소개한다. 이대로 죽을 건지, 어느 가여운 사내를 구해주고 생을 이어갈 것인지 선택하라는데… 조건을 받아들인 달이 눈을 뜬 곳은 어느 지하 감옥. 그녀에게 다짜고짜 국왕을 살해했다는 자백을 하라면서 그녀를 '프림로즈 공주'라 칭한다. 그런데 이 이름… 낯설지 않다. 달이 읽었던 소설 <달을 걷는 마녀> 속 여주인공이 아니던가…! 그런 그녀를 구해주기 위해 나타난 한 남자, 마법사 휘 섀도우 공작. 혹시 이 남자가… 그 가여운 사내…? 이렇게 완벽한 남자 주인공이? 과연 윤달은 신이 내린 미션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

 
2화. 죽어 마땅한 여자(2)
작성일 : 22-02-08 00:47     조회 : 189     추천 : 0     분량 : 500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놀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이어 그녀에게서 멀어진 얼굴엔 숨기지 못할 노기가 뻗쳤다.

 

 “… 말로 해선 안 되겠군.”

 

 그가 다시 한 번 손을 높이 들었다. 달은 본능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뺨이 얼얼해지는 것 대신 멀쩡하던 돌바닥이 세차게 요동쳤다.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뭐, 뭐야?”

 

 아놀드마저 당황해 허둥거리자 어느새 쏜살같이 다가온 기사가 그를 보호했다. 이윽고 돌바닥은 화산 폭발과 같은 굉음을 내며 쩌적 갈라졌다.

 

 콰르릉-

 

 그 사이로 뾰족한 바위가 뿔처럼 솟구쳐 천장을 뚫었다. 벽도 서서히 금이 가더니 무너져 내렸다. 철창은 엿가락처럼 구부러져 제 기능을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지하 감옥인데도 어마어마한 타격이었다.

 

 사방에 돌먼지가 날리고, 순식간에 감옥은 잔해로 뒤덮여 돌무더기가 되었다.

 

 “갑자기 웬 지진인가!”

 

 아놀드가 새된 고함을 질렀다. 떨어지는 돌들 사이로, 그래도 살겠다고 머리를 감싸 쥔 채 납작 엎드린 그가 보였다.

 

 “공작각하, 제 팔을 잡으십시오!”

 

 기사의 다급한 한 마디를 마지막으로, 아놀드와 달은 서로의 시야를 벗어났다. 그들 사이를 가로막은 건 거대한 바위였다.

 

 여전히 바닥은 잘게 쿠릉- 거렸다. 아놀드 무리는 저 바위 너머 어딘가에 깔려있는 모양이었다.

 

 “콜록, 콜록-”

 

 자잘한 돌조각에 깔린 달이 그 사이를 비집고 나오며 잔기침을 했다. 묶여있던 손은 소란을 겪으며 자유로워졌다. 앉아있던 의자마저 부서진 탓이었다.

 

 주변은 전부 희뿌연 먼지로 가득했다. 달은 소란 속에서도 손을 휘휘- 내저으며 누군가를 찾았다.

 

 ‘소설 속에선 이 정도까진 아니었잖아! 그냥 땅이 몇 번 흔들렸다며!’

 

 눈이 따가웠다. 글로 읽는 것과 실제로 겪는 건 천지 차이였다. 달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허둥거렸다.

 

 탁-

 

 허공을 가르는 손을 누군가 잡아챘다. 흠칫 놀란 달은 고개를 들어 커다란 손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눈앞에 있는 건 후드를 뒤집어 쓴 장신의 사내였다. 후드 아래 매끈한 콧날과 유려한 입술 선이 보였다. 하얀 피부와 사뭇 대조되는 선홍빛 입술이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원작에서도 이맘때쯤 나타난 이가 있었다.

 

 국왕 전속 호위 마법사 ‘휘 섀도우 공작.’ 그가 구해준 덕에 공주는 무사히 이곳을 탈출하여 후일을 도모할 수 있었더랬다. 직접 이리 실물로 마주하니 감개가 무량할 따름이었다.

 

 상황도 잊고 입가를 씰룩이던 달이 목소리를 내기도 전에 그는 검지를 입에 가져갔다.

 

 “쉿.”

 

 이어 그는 쓰고 있던 후드를 내렸다.

 

 [… 이마를 간질이는 머리카락이 먹물보다 진했고, 금빛 눈동자는 달을 비틀어 짠 것 같았다. 휘 섀도우 공작. 아데미 왕국의 밤하늘은 그의 얼굴에 존재했다.]

 

 휘의 얼굴을 확인한 달은 그 구절이 불현 듯 떠올랐다. 왜 작가가 그리 묘사했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미쳤네. 금안에 흑발이라니… 미모 단단히 미치셨어요…’

 

 달이 속으로 주접을 떨었다. 그러나 그 주접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미려한 사내였다. 거기다 풍채는 어찌나 좋은지…

 

 [다만 휘에게 특별한 점이 있다면, 아데미 왕국을 차지하는 대다수 인종과 다르다는 점이었다. 휘 섀도우. 그는 ‘동양인’이었다.]

 

 작가가 적어놓은 설명대로 휘는 동양인이었다. 다만 선대에 다른 인종과 섞인 것인지 선이 굵고 선명해 살짝 혼혈의 느낌이 났다.

 

 아무렴 어때… 넋을 놓고 감상을 하던 그녀의 손을 그가 휙- 잡아끌었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그가 작게 소곤거리더니 달을 재빨리 품에 안아들었다. 일명 공주님 안기. 달은 뜻밖의 스킨십에 바짝 몸이 굳어버렸다. 그녀가 찍은 영화, 드라마, 그 어느 작품 속에서도 실현시키지 못한 로망이었다.

 

 이어 휘는 날쌘 동작으로 제멋대로 쌓인 돌덩이들을 쉬이 피해 나아갔다. 발에 용수철이라도 달린 건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로 몸짓이 가벼웠다. 마법사보단 기사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팔에 좀 더 힘을 주시는 게 좋을 겁니다.”

 

 빠져나가는 와중에도 그가 자신의 목에 감싼 달의 팔을 다시 고쳐 잡아주었다. 얼핏 보면 다정하고 친절한 사내인 것 같지만, 달은 휘 섀도우가 어떤 이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지금 달이 프림로즈 공주의 모습을 하고 있기에 신하로써 충성을 다하는 것뿐이었다. 휘는 공적인 제 의무는 철저히 지키되, 사적으로는 그 어떠한 개입도 하지 않았다.

 

 [… 휘의 세계는 불투명한 유선지로 한 꺼풀 덧 씌워져 있었다. 어떤 이도 제대로 그를 들여다보지 못했고, 그 역시 그 너머로 다른 이를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럼 어떠냐. 어차피 깰 꿈, 사심이나 채워야지.’

 

 달이 그의 목을 더욱 끌어안았다. 흙먼지가 섞인 바람이 뺨을 따갑게 치고 지나갔다. 그래도 괜찮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온 몸에 한기가 들었는데, 이것도 온기라도 살갗부터 속까지 훈훈해져왔으니까.

 

 이 꿈이 끝나고 나면 달은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소설 <달을 걷는 마녀>를 밤새서 읽고, 처참한 끝맺음에 가슴 아파하던 그날의 밤. 아직 휴재중인 소설의 뒤편이 궁금해 잠 못 이루고 날을 샜던 그녀의 새벽.

 

 그렇게 몽롱한 정신으로 마지막 등장 씬 촬영을 위해 드라마 촬영장에 나가고, 직접 와이어 액션 신을 찍으러 옥상에…

 

 ‘근데 나… 왜 꿈을 꾸고 있는 거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감옥 안에서 처음 눈을 뜨기 전처럼 갑자기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으윽- 달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이를 악물며 통증을 참았다.

 

 “어디 편찮으십니까?”

 

 다급한 휘의 말도 들어오질 않았다.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잊어버린 것 같은…

 

 [선택하게. 이대로 죽을지, 아니면… 어느 가여운 사내를 구해주고 생을 이어갈지.]

 

 달의 눈이 커졌다. 마지막으로 들었던 어떤 이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그래, 난… 죽어가는 중이었어.’

 

 그리고 선택권을 준 이는 그녀에게 자신을 그리 소개했다.

 

 [놀랄 것 없네. 난 ‘신’일세.]

 

 * * *

 

 윤달. 그녀는 연기력 하나만큼은 끝내주는 ‘조연 배우’였다. 이목구비가 뚜렷해 다소 센 인상을 가지고 있던 달의 역할은 그런 것들이었다.

 

 적의 조직에 잠입한 스파이. 의뢰를 받고 사람을 죽이는 살인 청부업자.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자의 삶을 사는 범죄자. 여자 주인공을 악독하게 괴롭히는 악녀 등등.

 

 대다수 역할들의 최후는 죽음이었다. 남자 주인공과 알콩달콩한 연애를 하고, 어떻게든 보호받는 여자 주인공 역할은 그녀의 몫이 아니었다.

 

 그래도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쌓아온 커리어였다. 그 덕에 시상식에서 여자 조연 상을 받을 정도의 인지도는 얻었다. 그래서 대작이라고 평가받는 첩보 액션 드라마의 비중 있는 스파이 역할로 참여할 수 있었다.

 

 그 날은 그녀가 맡은 ‘스파이’의 최후를 찍는, 마지막 촬영을 하는 날이었다.

 

 그날따라 무엇이 문제였는지 모르겠다.

 

 밤을 새고 나간 덕에 뻑뻑한 눈이 제대로 와이어 점검을 못한 건지… 아니면 애초에 카메라에 걸린다고, 직접 낙하 장면을 찍을 걸 종용하던 감독의 무리수가 발단이었나.

 

 그도 아니라면 대역 없이 찍은 액션 장면이 많을수록 좋다던 스폰서의 말이 시초였을지도.

 

 아무튼 모든 게 문제투성이였던 그날. 옥상은 빌어먹게도 높았고, 밤 촬영이라 조명을 켜도 세세한 빛까지는 닿지 않았다. 와이어의 연결 고리가 고장 나 있다는 걸 발견 못할 만큼.

 

 그날 윤달은 옥상에서 떨어지는 액션 장면을 직접 시도하다가 ‘추락사’했다. 아니, 그럴 예정이었다.

 

 낙하하면서 죽음을 예감하는 도중, 갑자기 모든 것이 멈췄다. 그녀를 향한 사람들의 당황한 몸짓과 눈빛들도 사진처럼 그대로 정지했다.

 

 유난히도 가깝게 뜬 보름달이 시야에 들어왔다. 지면에 닿기 전 멈춰, 공중에 떠 있는 탓이었다.

 

 ‘오늘이 보름날이었나.’

 

 눈이 시릴 정도로 밝은 빛이 서글펐다.

 

 그런 달을 향해 누군가가 걸어왔다. 허공 위를 평지인양 발을 디디면서.

 

 [이대로 죽기는 싫다는 얼굴인 걸?]

 

 떨어지던 상태라, 하늘을 향해 누워있는 달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어린 남자 아이였다.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되긴. 자네는 죽는 중이지.]

 

 어린애 주제에 늙은이 같은 말씨였다. 달은 우스꽝스러운 자세 그대로 표정을 찡그렸다.

 

 “그러니까 왜 갑자기 모든 게 멈춘 건지… 아니, 그보다 왜 반말이야?”

 [아, 그게 문제인가. 이 모습은 내가 상당히 좋아하는 모습인지라.]

 

 아이는 자신의 몸을 스윽- 둘러보았다. 이어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귀엽지 않은가?]

 

 달이 할 말을 잃었다. 아이는 그녀의 반응쯤은 개의치 않고 자신의 할 말을 이어갔다.

 

 [기회를 주러 온 것이네. 이대로 두면 자네는 죽으니.]

 “내가… 죽어…?”

 

 달의 목소리가 떨렸다. 결국 그렇게 되는 것인가… 하긴, 이 정도 높이라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었다.

 

 아직 이루지 못한 목표들이 많았다.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의 여주인공 역할을 한 번 정도는 해보고 싶었다.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그동안 쌓아온 것들이 이대로 끝나는 게 믿기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도 자신의 죽음에 가슴이 찢어질 할머니, 할아버지와 오빠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어떻게 그 소식이 전해질까. 이 작품의 역할을 어떻게든 사수해준 기획사 대표이자, 오빠인 ‘노을’은 자신의 탓이라 여길 것이었다.

 

 상상하니 그녀도 벌써부터 가슴이 아파 숨통이 막혔다.

 

 “안 죽을 수는 없을까…?”

 

 그래서 저도 모르게 그런 말이 흘러나왔다. 아이는 예상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살고 싶으면 선택을 하게.]

 “선택?”

 [이대로 죽을지, 아니면… 어느 가여운 사내를 구해주고 생을 이어갈지.]

 

 가여운 사내를 구해주라고? 그게 누군데. 달의 생각을 읽었다는 듯 아이가 콧잔등을 찡긋했다.

 

 [자네도 잘 아는 이일세.]

 

 이어 아이는 시간이 다 됐는지 걸음을 차츰 뒤로 물렸다. 달이 멀어지는 그를 향해 다급히 말을 붙였다.

 

 “자, 잠깐! 너무 정보가 없는 것 아니야? 당신은 누군데 나한테 그런 기회를 주는 건데!”

 

 아이는 멀어지며 웃음기 어린 대답을 했다.

 

 [놀랄 것 없네. 난 ‘신’일세.]

 

 그의 눈이 떠오른 달빛에 반사되었다. 눈동자가 달빛으로 반짝여 황금빛이 되었다. 감히 감상밖에 할 수 없는, 참으로 아름다운 눈이었다.

 

 자신을 ‘신’이라 소개한 아이는 그렇게 달빛 속으로 걸어갔다. 빛 무리가 그를 감싸고 모든 것이 점차 사그라들었다. 모든 일이 그렇게 어느 한 순간 벌어졌다.

 

 넋을 놓고 있던 달이 까무룩 정신을 잃은 건 그때였다. 그리고 두통과 함께 눈을 떠보니…

 

 아데미 왕국의 공주 ‘프림로즈 클라우드’가 되어 있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4 13화. 달이 떠오를 때(2) 2022 / 2 / 28 163 0 5217   
13 12화. 달이 떠오를 때(1) 2022 / 2 / 28 162 0 4778   
12 11화. 누군가의 서곡(5) 2022 / 2 / 28 157 0 5523   
11 10화. 누군가의 서곡(4) 2022 / 2 / 25 183 0 5369   
10 9화. 누군가의 서곡(3) 2022 / 2 / 22 170 0 5074   
9 8화. 누군가의 서곡(2) 2022 / 2 / 22 172 0 5600   
8 7화. 누군가의 서곡(1) 2022 / 2 / 18 171 0 5316   
7 6화. 죽어 마땅한 여자(6) 2022 / 2 / 15 171 0 6835   
6 5화. 죽어 마땅한 여자(5) 2022 / 2 / 15 181 0 5193   
5 4화. 죽어 마땅한 여자(4) 2022 / 2 / 12 186 0 4770   
4 3화. 죽어 마땅한 여자(3) 2022 / 2 / 9 188 0 5313   
3 2화. 죽어 마땅한 여자(2) 2022 / 2 / 8 190 0 5001   
2 1화. 죽어 마땅한 여자(1) 2022 / 2 / 8 183 0 5088   
1 0화. 프롤로그 2022 / 2 / 8 262 0 1469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오늘부터 가정교
어린비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