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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나의 작은 마법사에게
작가 : 파란안개
작품등록일 : 2022.2.1

"내가 사랑한, 나의 작은 마법사."
불타버린 마을.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이사벨은 자신을 구해준 마법사의 저택으로 가게 된다. 그 사람이 자신의 아버지이고, 자신의 어머니는 세상을 구한 영웅이라는 사실은 평생 고아로 살아온 이사벨에게 어색한 일이다.
이것은 어떤 마법의 이야기.
"어쩌겠어. 사랑한 순간, 질 수밖에 없어. 내가 널 사랑하니까, 네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싶은 거지."
세상을 사랑하여 구하려는 자. 사랑하는 이들이 살아가는 세계이기에 구하려는 자. 그런 이를 사랑하던 자들.
우리는 당신이 사랑하는 세계를 사랑할 수 밖에 없었어.
"당신은, 이 세상 그 무수한 것을 사랑하지만… 그중 나를 가장 사랑한다는 것. 그거면 충분해요."
사랑과 마법이 피워낸 성장 판타지
#마법사여주, #성장하는여주, #인외남주, #성장물, #마법사_부모의_사랑은_덤

 
1. 작은 손님
작성일 : 22-02-07 23:40     조회 : 215     추천 : 0     분량 : 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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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불이 꺼진 밤. 하늘이 검고, 방에 달린 등은 아주 옅은 빛을 내어주어 그날의 광경을 연상시킨다. 푸르스름한 빛 같은 어둠이 주변을 안개처럼 감싼, 얼마 지나지 않았으나 아득히 느껴지는 그 날. 다른 점이라면, 지금은 푹신한 침대와 밤바람에 가볍게 흔들리는 커튼, 온갖 값진 것들로 이뤄진 방 안에 있다는 것이다.

  고요하고 평화롭고, 알 수 없는 안정감이 몸을 부드럽게 감싼다.

  침대에 누운 이사벨은 생각했다.

  이 저택은 이상하다.

  그것이 이사벨이 저택을 향해 가진 두 번째 판단이며, 이 저택의 일원에게 지닌 첫 번째 판단이었다. 이사벨에게 있어, 그것은 더없이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처음 본 이에게 너무나 다정하다.

  다정한 촌장 할아버지와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자란 이사벨도, 그것이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린 시절부터 봐오고 돌봐준 이들과 달리, 이들은 초면인데도 그런 것이니까.

  그러나 계단을 오르고, 복도를 걷는 내내 기둥이며 모퉁이 사이로 은근히 숨은 듯 자신을 드러낸 이들의 시선이며 지나치며 마주한 이들이 건네준 것들을 차마 회피할 수 없었다.

  오스카보다 약간 어려 보이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으나, 대다수는 훨씬 나이가 많은, 나타샤의 또래에 가까워 보이는 이들.

  이야기 속 저택의 사용인들은 항상 젊은 남녀로 묘사되었기에 이사벨은 그것이 이야기와 현실의 차이인지 혼란스러웠다. 책과 다른 현실을 처음 본 것에 대한 신기함이 아이의 말문을 잠시 막았다.

  "…말을, 미리, 했는데도. 다들…"

  오스카 또한, 이사벨이 보기엔 자신과 비슷한 이유로 곤혹스러운 듯했다. 적어도 이사벨은 그렇게 생각했다.

  "말을 해서 이리된 것입니다, 오스카 님. 안 하셨으면 이보다 더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러니까 이보다 더한 것이라면 어떤 것이지? 이사벨은 반사적인 물음을 집어넣었다. 쓸데없는 질문임을 아이는 안다. 그들의 눈이 너무나 다정하여 알 수밖에 없다.

  오스카와 나타샤가 알았다면 그것이 어찌 쓸데없는 질문이겠냐 말했겠으나, 그들에게 생각을 읽는 힘 따위는 없다.

  그렇기에 연약하고도 얄팍한 벽을 자그맣게 두른 아이는 여러 시선 속에서 방을 받았다.

  갑작스러운 소식을 듣고 준비한 방이라기엔, 지나치게 좋은 방.

  비록 그 나이보다 한두 살 정도 어려 보이는, 혹은 많은 이들이 쓸법한 것들이 뒤섞여 혼란스러운 느낌이 있지만, 그것은 필시 맞는 크기를 몰라 섞인 결과일 것이다.

  무엇보다, 너무나 정성스럽다.

  "아가씨가 쓰실 방은 이곳이랍니다. 가구는… 내일이나 모레 새로 맞추기로 해요. 사람을 불러올 테니 원하시는 것이 있다면 다 말씀해주시면 된답니다."

  마치, 누군가를 위해 아주 긴 시간을 들여 조심히 가꿔온 방.

  "그, 그렇게까지 해주실 필요 없으세요…! 저, 저 이곳에 오래 있는 것도 아니고…"

  "하게 해주세요, 아가씨."

  표정 알 수 없는 오스카의 앞에 나타샤가 서 있다. 그 앞에는 손을 모은 이사벨이 있다.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불편한 것 없이 즐거우실 수 있게 해드리고 싶어요. 산책 좋아하시나요? 정원이 예쁘답니다. 서재와 숲과… 놀 거리는 내일 안에 올 것이에요."

  "저, 정말로 괜찮아요. 그냥, 방 안에서만 지내도…"

  "아가씨."

  다정한 울림이 이사벨의 말을 부드럽게 끊어낸다.

  "어디든 가도 괜찮고, 무엇을 해도 괜찮아요. 아가씨. 여기서 지내는 동안, 모든 것은 아가씨가 원하는 대로 해도 된답니다."

  그렇게 말하는 나타샤는 꼭 어린 손녀를 보는 듯이 바라보았으며, 그 손을 쥔 주름진 손가락은 열기가 가득 돌아 따뜻했다.

  놀라울 정도로 찬란한 만찬과 어쩐지 설렘을 가득 담은 듯한 사람들의 낯.

  하나같이 이상하다.

  '할아버지가 계셨으면, 달랐을까.'

  아니, 애초에 이곳으로 오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면 그 후원자라는 분에게 갈 수 있도록 도와주셨을 테지.

  하지만 이곳은, 아무런 연이 없는 곳.

  그럼에도 다정한 이상한 저택.

  이사벨은 기이한 기분 속에서 창 너머를 보았다. 고개를 드니 동그란 달이 어둠 속 유일한 빛으로 떠올라 있었다.

  *

  오스카는 고개를 숙여 대지를 바라보았다.

  달빛은 대지를 환하게 밝히지 못하였고, 황실에서 나온 이들은 이미 돌아간 지 오래라 소리마저 없다.

  그들은 이곳을 모른다.

  이곳이 어떤 곳인지 모른다.

  그들은 처참한 폐허를 두려워한다.

  자신은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

  그 사실이 엮여져 만들어진 결과가 끔찍하여, 그는 낮은 한숨을 뱉어냈다. 온갖 감정 들쑤셔진 숨결은 색이 있다면 검을 것만 같다.

  오스카는 황량한 마을의 흔적을 바라보았다. 대충 한 티가 역력한 이곳.

  마물의 습격은 흔한 일 정도는 아니지만, 아주 드문 일은 아니다. 비록, 여덟 해 정도는 거의 생기지 않았다지만. 역사를 뒤져보면 아닌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장소는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는 장소. 본래 그래선 안 될 장소.

  그 사실을 아는 것은 오로지 자신뿐이다.

  오스카는 걸음을 디뎠다.

  당일의 밤에 차마 움직이지 못한 이유는 자신만이 아는 진실 때문이다. 이 마을만은, 마물의 습격에서 안전하다는 진실.

  그것을 모르는 이들은 언제나 있던 일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들의 죽음에 안타까워하되, 흔한 일이라 여겼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리 흔적이 선명히 남았을 리가.

  무너진 건물 사이로 자리한 흔적은 마치 무언가가 탄 것만 같이 검다. 그 그을림이 아주 옅게, 서로 이어져간다.

  그 옅음은 쉬이 지나칠 정도로 작으나, 오스카의 눈에는 이 밤의 저 달처럼 선명했다.

  그을림이 길게 이어진다.

  때론 교차하고, 때론 꺾이면서.

  그 흔적을, 오스카는 굳이 따라 걸어갔다.

  손짓 한 번에 그 흐름을 파악 할 수 있고, 발길질 한 번에 허공에 띄울 수 있는데도.

  흔적을 새기며 담은 감정들을, 그렇게 하면 알아낼 수 있는 사람처럼.

  그의 무감정한 눈동자는 모든 흔적을 지나고, 무심한 발걸음은 감정을 발자국에 남기고서 중앙에 선다.

  피 머금은 흔적 아직 선명한 땅이 그에게 속삭였다.

  이건 마물만의 것이 아니야.

  오스카가 속삭였다. 그렇군요.

  확신 어린 슬픔이 허공으로 흩어진다.

  마탑주라 불리고, 대마법사라 불리며, 마법사 가문의 가주라 불리면 무얼 하나.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오스카가 손을 들자, 허공에 둥그런 구가 떠올랐다. 달처럼 둥근 그것은 통신석이다.

  마법사가 아닌 상대도 사용 할 수 있도록 개량된 그것의 또 다른 소유주는,

  [확인하였나요, 오스카.]

  나타샤이다.

  뷔체의 오래된 사용인. 죽어버린 영웅이자 사랑인 미카의 유모.

 "네, 나타샤. 이건 사람의 손이 거쳐진 것이에요."

  오스카의 낮은 목소리는 저 먼 곳에 있는 나타샤에게 닿는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모든 과정을 봐온 나타샤조차 그의 심정을 알 수 없다.

 "미친 놈인 게 분명하죠. 마왕이 죽은 지 이제 겨우 다섯 해가 지났어요. 아직 그 흔적이 다 지워지기엔 너무 이르지요. 그런데도 벌써 잊어버리고 다시 그 힘에 손을 뻗다니. 개… …멍청한 것들."

  아차, 예쁜 말. 예쁜 말. 그가 낮게 중얼거린다. 그의 말 품새를 아는 나타샤조차 그거나 저거나 욕이 아니냐 말하고 싶었으나, 그러지 않는다. 그가 말을 고치려 하는 이유를 알기에.

  나타샤는 자신의 작은 아가씨를 꼭 닮은 작은 손님을 떠올린다.

  밤하늘처럼 짙은 머리카락과 바다처럼 푸른 눈동자. 그 색은 죽은 미카엘라 뷔체와 꼭 닮았다. 오스카가 행동을 고치려고 하며, 안절부절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들의 아이니까.

  그들의 사랑과 축복 속에서 태어난 존재니까.

  그 사실을 말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기에, 그 사실에 오스카가 죄책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기에, 나타샤는 진실을 아주 잠시 묻어두기로 하였다.

  이 세상은 그 아이에게 죄인이다. 이 세상은 그 모녀에게 죄인이며 빚을 졌다.

  나타샤의 짙은 감정은 통신석을 타고 올 수 없기에, 오스카의 말에는 관련된 것이 실리지 않았다.

 "멀리 갈 것도 없어요. 나타샤, 각국의 정상들에게 당장 연락해줄 수 있을까요. 누가 한 짓인지 알아내든, 자백하든 하라고."

  [그걸 들을 것 같습니까…?]

 "미카였으면 사람이 상냥해서 안 통했겠지만, 내가 하면 통할 거에요. 자기들 망하기 싫으면 알아서 잘해야지. 그러니 안심하고, 방법 가리지 말고 부탁해요."

  언뜻 입가에 미소 걸린다. 그것을 누군가 보았다면, 오래된 조각상을 떠올렸을 것이다. 감정 실리지 않은, 부서져 금이 가고 조각조각 떨어진 미소.

 "어떤 미친 것이 감히 미카의 뜻을 거역하고 바보짓을 하려는 건지 알아내야 하니."

  [알아내고는?]

 "일단 알려만 주세요. 아주 작게라도 관계된 이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직접 한 녀석들은 따로 알려주는 거 알죠?"

  […죽일 생각은 안 하시는 거 맞습니까?]

  "…아뇨."

  어휴, 나타샤의 짙은 한숨은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통신석 너머에서 또 그런 짓을 할 생각이냐는 투덜거림이 들려온다.

  "그렇지만, 어떻게 그냥 두나요."

  지금은 밤.

  희고 동그란 달이 찬란하게 빛나는 밤하늘은 죽은 사람들의 세상을 고요히 비추고 있다. 지독히 어울리지 않는 웃음소리가 퍼진다.

  "감히 미카가 바란 것에 엇나가는 짓을 하고, 우리의 아이까지도 죽이려 했어요. 게다가 나의 아버지를, 내가 자란 마을을 이리 만들었으니."

  본래 밤이면 사람들이 모여서 모닥불을 피우며 놀던 공터는 노랫소리 대신 텅 비어버린 바람 소리만이 난다.

  오스카는 고개를 돌려 시체 묻힌 자리를 바라보았다.

  한 마을의 전부가 죽어, 그 모든 시체는 장례를 서 줄 사람이 없어 곧장 매장의 과정으로 들어갔다.

  자신이 이 마을 출신임을 밝혔다면 할 수 있었을 테지만, 그것을 아는 이는 이 제국에 없다. 그러지 못한다.

  제때 건네지 못한 애도를 대신하듯, 오스카는 이름 없어 누가 묻혔는지 알 수 없는 무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하나, 하나. 천천히.

  자신이 아는 이들과 자신이 아는 이들의 아이와 자신이 모르는 이들. 그들 전부가 묻혀있는 땅에.

  "이유는 관심 밖이에요. 그런 짓을 한 이유를 알 필요는 없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니까."

  미카, 당신은 그것을 원하지 않겠지요? 하지만 이 땅에는 당신의 무덤조차 존재하지 않아요. 이 땅은 당신의 죽음을 비료 삼아 살아난 것임에도. 그 무엇도 당신을 위한 작은 자리 하나 내어주지 못했어요.

  그러니 나는,

  "나도 그것을 죽여야지. 그것이 인간이든, 마물이든 무슨 상관인가요."

  흰 달빛 아래에서 웃는 이의 눈이 은은히 반짝거렸다.

  애달픔과, 슬픔과, 기쁨과, 분노와, 사랑과, 무엇이든 부수고 싶은 것.

  서로 엮일 수 없는 모든 것이 뒤섞이다 눈꺼풀에 가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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