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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Romantic Cliches
작가 : 이순정
작품등록일 : 2022.2.3

해봄은 어느 날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낯선 듯 익숙한 얼굴과 마주한다. 처음 보는 얼굴이라 생각하고 넘겼던 남자는 어렸을 때 같은 아파트에 살았었던 민현이었다. 다시 재회한 후 전처럼 가까워진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지고 그 가운데 민현은 해봄에게 작은 도움을 요청한다.

 
Episode 6. 스쿠터
작성일 : 22-02-07 20:55     조회 : 199     추천 : 0     분량 : 7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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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sode 6. 스쿠터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 길을 걷던 해봄이 정차한 버스 옆을 지나치는 스쿠터를 보고 자신이 몇 달 전 충동적으로 구매한 스쿠터를 떠올렸다. 드라마를 보다가 여자 주인공이 타고 다니는 걸 보고 산 건데 거의 탄 적이 없다.

 사고 난 후 다섯 번 정도 탔나. 지금은 아파트 구석에 처박힌 채 방치된 상태다.

 

 “… 망가진 건 아니겠지.”

 

 마지막으로 탔던 날을 가늠해보니 꽤 오래 전이다. 고민하던 해봄이 아파트 단지로 향하던 걸음을 스쿠터가 있는 곳으로 옮겼다. 상태가 어떤지만 확인하고 오자.

 살 때는 사기만 하면 학교 다닐 때 맨날 타고 다닐 것 같았는데. 지금이라도 중고로 팔까.

 

 “팔기는 아까운데 내일부터라도 타고 다닐까.”

 

 스쿠터를 주차해 놓은 곳에 도달한 해봄이 스쿠터 위에 덮어 놓은 덮개를 내리고 스쿠터의 상태를 살핀다. 오랫동안 손보지 않은 것 치고는 꽤 깔끔하다. 그 때 드라마 속 여자 주인공이 타고 다니던 것과 똑같은 모델을 사서 그런지 디자인은 참 예쁘다.

 버스 타고 다니는 것도 일인데 스쿠터를 타고 다닐까 했던 마음은 불현듯 골목에 세게 불어온 찬바람에 순식간에 사라졌다. 걸어올 때도 추웠는데 스쿠터를 타면 얼마나 추울까. 꽁꽁 싸매도 추울 텐데.

 안 될 일이다.

 

 “한 번 타볼까.."

 

 상태만 확인하러 왔는데 막상 확인만 하고 가려니 아쉽다. 스쿠터 옆에 쭈그려 앉은 해봄이 물끄러미 빨간색의 스쿠터를 응시했다. 오랜만에 타볼까? 바로 앞의 스쿠터를 매만지던 해봄이 결심한 듯 몸을 일으켰다.

 스쿠터를 타려면 헬멧이 필요하지. 해봄이 중얼거리며 의자를 들어올렸다. 생각보다 제법 큰 공간에 스쿠터를 구매할 때 함께 샀던 헬멧 두 개가 나란히 겹쳐진 채 들어 있었다.

 시선에 담긴 두 개의 헬멧이 잊고 있던 기억 하나를 저 바닥에서 끄집어 올렸다.

 

 「나중에 나 차 사면 제일 먼저 태워줄께.」

 

 또 김희승이다.

 당연했다. 이 스쿠터를 살 때는 희승과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으니까. 시승식을 해주겠다고 희승의 자취방 근처로 스쿠터를 끌고 갔었다. 이건 희승을 위해 산 헬멧이었다.

 제법 늦은 시각. 아무도 없는 도로를 아주 천천히 느린 속도로 달리며 희승은 제법 즐겁게 웃었었다. 위험하듯 아슬아슬한 시승식을 마치고 학교 앞 편의점에서 두 사람은 가볍게 맥주 한 잔을 마셨다.

 희승은 저를 보며 그렇게 말했었다. 차를 사면 꼭 너를 제일 먼저 태워주겠다고. 그렇게, 말했었다.

 

 “… 짜증나.”

 

 잊고 있었던 기억들은 이렇게 불현듯 순간순간 일상을 뒤흔든다. 해봄이 얼굴을 구기며 긴 숨을 내쉬었다.

 다, 그 날 이후부터다. 희승과 희주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본 이후부터. 잊고 있던 기억들이 이런 식으로 자꾸만 해봄을 괴롭혔다.

 야무지게 헬멧을 쓴 해봄이 오랜만에 스쿠터에 몸을 실었다. 부르릉. 소리와 함께 스쿠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달달달달. 조금은 느린 속도로 스쿠터가 아파트 단지를 벗어난다.

 불분명한 목적지 덕에 그냥 신호를 받는 대로 달렸다. 그러다 문득 진희가 알려줬던 디저트 맛집이 떠올랐다. 손님이 너무 많아서 늦게 가면 살 수도 없다는 그 집. 여기 어디쯤이었던 것 같은데.

  달달 거리는 스쿠터의 속도를 조금씩 늦추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해봄이 저 멀리의 대학교 하나를 발견한다. 어, 저거 민현이네 대학교 아니야? 연락해볼까.

 

 “……”

 

  갓길에 스쿠터를 세우고 핸드폰을 꺼내 민현의 번호를 찾던 해봄이 가까워진 대학교 정문에서 나오는 민현을 발견하고 동작을 멈추었다.

 혼자가 아니고 어떤 여자랑 함께 있다. 물론 처음 보는 얼굴이다. 당연하지, 자신은 민현의 친구 중 그 누구도 알지 못하니까.

 하지만 그건 알겠다. 지금 권민현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는 거. 며칠 전 성가신 여자를 이야기하며 짓던 표정으로 옆의 여자를 보고 있다. 저 여자가 그 여자인 건가? 어떻게 해야 되지.

 

 "민현아."

 “어.. 누나?”

 

 잠깐 고민하던 해봄이 일단 스쿠터를 가지고 민현에게 다가갔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해봄의 등장에 민현은 놀란 얼굴로 해봄 쪽으로 걸어왔다. 왠 스쿠터야? 갑자기 나타난 것도 놀라운데 스쿠터를 타고 있는 것도 놀랍다.

 얼굴을 한 번, 스쿠터를 한 번 보고, 다시 얼굴로 시선을 올린다. 헬멧을 쓴 탓에 고스란히 노출된 코끝이 빨갰다. 민현이 웃으며 해봄의 코를 두드렸다.

 

 “누나, 코 지금 빨간 거 알아?”

 “추워서 그래. 엄청 천천히 달렸는데도 바람 때문에 추워.”

 “근데 여긴 무슨 일이야? 볼 일 있어서 온 거야?”

 

 해봄이 여기 온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잘됐다. 강의가 끝나자마자 끈질기게 따라붙는 소영때문에 짜증이 난 상태였다. 그래도 사귀었던 정이 있으니 심한 말은 하고 싶지 않아 참고 있는데 조금 한계였다.

 날 선 말이 나오기 직전 해봄의 등장에 민현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이 근처에 디저트 맛있는 집이 있어서 거기 가는 길이었어.”

 “아,”

 “강의 다 끝났어? 집에 가는 거면 나랑 디저트 먹고 갈래? 그.. 뒤에 있는 친구랑 혹시 약속 있는 거면 나 혼자 가고.”

 

 해봄의 시선이 슬쩍 소영에게 닿았다가 다시 민현에게 이동했다. 마주친 시선에 민현이 다정하게 눈꼬리를 접었다. 류해봄이 눈으로 묻고 있었다. 쟤가 그 때 네가 말한 그 여자애냐고.

 

 “아냐. 같이 가.”

 “잠깐만. 너 이거 타려면 이거 써야 돼.”

 

 해봄이 무작정 스쿠터에 타려는 민현에게 여분의 헬멧을 건넸다. 헬멧 안 쓰면 벌금이야. 희승과 같이 타려고 산 헬멧을 민현이 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이상하다. 살 때 이 헬멧은 김희승 전용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스쿠터에 민현이 올라타고 해봄이 시동을 거는 사이 여전히 덩그러니 서 있던 소영이 다가와 민현의 팔을 부여잡았다. 민현아! 가벼운 한숨이 느껴진다. 시동을 켠 채 해봄이 고개를 돌렸다. 민현이 무감각한 얼굴로 소영의 손을 떨구어 냈다.

 

 “이 여자 누구야? 나랑 얘기 좀,”

 “너랑 할 얘기 없고 무슨 관계인지 너한테 알려줄 이유도 없어.”

 “민현아,”

 “누나, 가자.”

 “어? 아, 어.”

 

 찬바람이 분다. 서늘한 목소리와 얼굴에도 물러서지 않던 소영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해봄에게 향했다. 말없이 사라지려던 해봄이 따가운 그 시선에 소영에게 고개를 돌렸다. 매서운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

 살짝만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얼굴을 바라보니 민현이 그런 해봄의 어깨를 두드린다.

 

 “누나, 안 가?”

 “가야지. 가는데,”

 

 근데 이렇게 가기는 찜찜하지. 권민현이 어떤 얼굴을 하는지 봤는데 이대로 가기에는 좀 아쉽다. 사람이 잘 나니까 이런 이상한 여자애도 꼬이는 구나.

 

 “확실히 해두고 가자.”

 “……”

 

 내가 힘들 때 네가 아무 말없이 술친구 해줬으니까 나도 그 보답하는 셈 치면 되지. 어차피 학교도 다르고 마주칠 일도 없잖아.

 해봄이 뒤에 탄 민현 대신 소영을 정확히 바라보며 말했다.

 

 “얘랑 아무 사이 아닌 거 맞지?”

 “… 어?”

 “나는 여자관계 복잡한 거 딱 질색이야. 확실히 끝난 거 맞냐고.”

 “……”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민현이 저 대신 소영에게 선전포고하듯 말을 내뱉는 해봄의 얼굴을 가만히 보다가 가만히 웃음을 흘렸다. 자세히 말하지 않아도 대충 안 듯한 얼굴이 결연했다. 자신의 말에 황당한 표정을 하던 얼굴을 떠올렸다가 지금 바로 앞의 얼굴을 응시한다.

 맞아. 민현이 가만히 눈꼬리를 접었다. 가끔 무모하게 보이는 이런 성격도 다, 이게 류해봄이지.

 

 “말했잖아. 헤어진 지 오래니까 신경 안 써도 된다고.”

 “그래, 그럼 됐어. 이제 출발한다?”

 

 보란듯이 웃어 보이는 얼굴이 화사했다. 아랫입술을 짓이기며 두 사람을 번갈아 보는 시선을 외면하고 해봄이 가차없이 스쿠터를 출발시켰다.

 오랜만의 스쿠터인데다가 뒤에 사람을 태운 것 역시 오랜만이라 긴장한 몸이 뻣뻣했다. 가만히 해봄의 허리를 감싼 민현이 피부 너머로 느껴지는 긴장감에 다시 한번 소리 내어 웃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세상 든든하더니.

 

 “……”

 

 조금씩 올라가는 속도에 맞춰 긴 머리카락이 나부꼈다. 눈앞에서 아른대는 까만색의 머리카락을 눈으로 쫓던 민현이 자신을 태우고 야무지게 스쿠터를 운전하는 해봄의 뒤통수를 가만히 살폈다.

 예전과 똑같다. 참지 못할 때쯤 나타나 자신을 구해주는 류해봄은.

 

 「민현아. 괜찮아.」

 

 아무 말하지 않아도 먼저 다가와 뻗어주던 손을 기억한다. 민현이 고개를 천천히 뒤로 젖혔다. 파란 하늘에 햇빛이 환했다.

 민현은 꼭 그 햇살이 해봄같다고 생각했다.

 

 

 * * *

 

 

 "가고 싶은 곳이 여기였어?"

 “응. 왜? 여기 와본 적 있어?"

 "몇 번."

 

 도착한 가게 앞에서 민현이 스쿠터에서 내리며 헬멧을 벗었다. 가려던 곳이 어딘가 했더니 동기들이 맛있다고 난리를 피워서 몇 번 와봤던 곳이다. 들어보니 맛보다는 인테리어가 예뻐서 유명하다고 하던데 사실 인테리어 역시 민현의 취향은 아니다.

 그래도 해봄은 마음에 드는 눈치인지 도착하자마자 시선을 떼질 못 한다. 뭐, 그때 같이 온 여자 동기들도 예쁘다며 난리였지. 민현이 곁눈질로 해봄을 관찰하며 픽, 혼자 웃으며 머리를 정돈했다.

 

 “여기 맛은 어때? 괜찮았어?”

 “나는 너무 달아서 별로였는데 누나는 좋아할 거야. 누나 단 거 좋아하잖아.”

 

 민현이 먼저 가 문을 열고 기다려준 덕에 편하게 가게 안에 들어왔다. 나란히 카운터로 가다가 대수롭지 않게 던진 민현의 말에 해봄이 가만히 민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세월이 꽤 오래 흘렀는데 자신의 취향을 기억하는 게 신기했다. 진짜, 내가 첫사랑이긴 했나 보네.

 기분이 묘하다. 해봄이 괜히 헛기침을 하며 앞서 걷는 민현의 뒤를 부지런히 따라 걸었다.

 

 “뭐 먹을래? 내가 살게.”

 “네가? 왜?”

 “내 부탁 들어줬으니까.”

 “부탁? 무슨.. 아,”

 “뭐 먹고 싶어?”

 

 뭔가 했다. 눈을 맞추고 씩 웃는 얼굴에 말하는 바를 눈치챘다. 뭐, 그래. 이 정도 감사인사를 받을 수 있지. 이런 호의는 거절하는 게 아니다. 받아줘야 예의지.

 신이 난 해봄이 먹고 싶은 메뉴를 하나도 빠짐없이 쟁반에 담았다. 음료까지 야무지게 주문을 하니 민현이 웃는 얼굴로 아르바이트 생에게 카드를 내밀었다. 이걸로 계산해주세요. 주문한 것도 류해봄다웠다. 눈치보는 거없이 먹고 싶은 거 다 담은 것도.

 쟁반에 한가득 쌓인 디저트를 보며 민현이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렸다.

 

 “근데 갑자기 내 부탁은 왜 들어줄 생각이 든 거야? 그럴 생각으로 학교에 온 것도 아닐 텐데.”

 

 햇살이 잘 드는 창가 자리였다. 수북하게 쌓인 쟁반을 중간에 두고도 민현은 멀찍이 떨어져 앉아 있었다. 확실히 자신의 취향이 아니다. 저렇게 단 걸 아무렇지 않게, 아니 무지막지하게 몇 개씩이나 앉은 자리에서 해치우는 게 신기할 정도다. 안 단가?

 정신없이 먹는 해봄을 잠시 바라보다가 어느정도 배가 차 속도가 느려질 때쯤 민현이 묻고 싶었던 말을 뱉었다.

 그러니까 궁금했다. 류해봄이 왜 권민현을 도와줬는지.

 

 “너 네가 어떤 표정 짓고 있었는지 모르지?”

 “표정?”

 “완전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이었거든. 어지간히 싫은가 보다 해서.”

 “……”

 “아무튼 너 이거 적립했다? 나중에 나 필요할 때 써먹을 거야.”

 

 입안에 가득 찬 케이크 때문에 발음이 힘들다. 해봄이 휴지로 입가를 닦으며 눈으로 민현의 대답을 종용했다.

 

 “알았어. 언제든 써먹어.”

 

 좀 쉬는가 했더니 또 다시 부지런히 포크를 움직인다. 저게 어떻게 한 번에 다 들어가지. 직접 보고 있는데도 신기한지 민현이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해봄을 주시했다.

 그러고 보니 박소영도 이런 걸 좋아했었다. 여기도 맨 처음 박소영 때문에 왔었고. 나쁜 추억만 있는 건 아닌데 자꾸만 좋았던 추억조차 상실되는 게 아쉽다. 좋아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 날 안 좋아해도 돼. 사귀면서 내가 좋아질 수도 있잖아.」

 

 사실 처음부터 사귈 마음이 없었다. 거절하고 돌아서려던 때 붙잡으며 한 말에 마음이 동했던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었나. 소영의 말처럼 사귀면서 좋아질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껏 해왔던 연애가 대부분 그랬으니까.

 하지만 도저히 좋아지지 않아서. 좋은 감정이 이성적으로는 발전하지 않아서. 더 늦기 전에 헤어지는 게 서로를 위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날 좋아하지 않는 상대와 사귀는 것만큼 비참한 연애가 어디 있겠어.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처음부터 사귀지를 말 걸. 민현은 자꾸만 잘못 꿴 첫 단추가 후회스럽다.

 

 “무슨 생각해?”

 

 디저트도 안 먹고 커피도 이미 다 마신 상태로 가만히 창밖만 보는 민현을 관찰하던 해봄이 조용한 말로 그 상념을 깨웠다. 그냥. 민현이 가볍게 대답하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 누나 SNS 해?”

 “아니, 안 해.”

 “나도 계정만 있고 거의 안 하긴 하는데.. 기왕 내 여자친구 역할 해줄 거면 제대로 해줄 거지?”

 “……”

 

 고민이 있는 것 같길래 분위기를 돌려볼까 했더니 예상하지 못했던 공격이 이어진다. 무슨 역할?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된 얼굴을 한 해봄 쪽으로 핸드폰을 든 민현이 자연스럽게 넘어왔다.

 

 “사진 찍자. 다정하게.”

 

 그리고 어깨동무 당한 채 다정하게 사진이 찍혔다. 키가 크니 품도 크다. 어깨동무를 한 건데 어느새 민현에게 거의 안기듯 기댄 상태가 되었다. 해봄이 힐끗 시선을 위로 올렸다.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얼굴에는 미동도 하나 없었다.

 당연한 거긴 한데 뭔가 서운하기도 하고.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에 해봄이 긴 숨과 함께 아예 민현에게 몸을 기댔다. 기대니까 좋네. 튼튼하고, 단단하고.

 

 “찍어서 뭐하게?”

 

 소파에 기댄다는 느낌으로 민현에게 기대 남은 커피를 마신다. 빨대로 마지막 남은 한 방울까지 쥐어짜서 마시는데 뭔가 아쉽다. 한 잔만 더 마실까. 여기 프라페도 맛있어 보이던데.

 자신에게 기대어 있는 해봄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인 민현이 자신의 핸드폰을 해봄의 눈앞에 내밀었다.

 보라는 듯 흔드는 액정 안에 한껏 다정해 보이는 두 사람이 있다.

 

 “SNS에도 좀 티를 내야 믿지.”

 “그건 그렇지.”

 “누나, 손 좀.”

 “손은 왜?”

 “손 잡은 거 찍어서 올리게.”

 “너.. 진짜 용의주도하다.”

 

 내민 손을 잡아 깍지를 끼는 모양새가 자연스럽다. 깍지 낀 손을 테이블 위에 놓고 사진 찍는 손놀림에 거침이 없다.

 해봄이 모든 걸 포기한 채 그냥 민현이 하는 대로 손을 놔둔다. 어차피 도와주기로 했고 이까짓 손이야 얼마든지 잡혀줄 수 있지. 잡힌다고 닳는 것도 아니고. 마음껏 잡아라, 인마.

 

 “……”

 

  오랜만에 탄 스쿠터에 긴장한 몸이 기댄 등에서 전해지는 체온이 천천히 녹아내린다. 민현과 깍지 낀 제 손을 바라보던 눈을 천천히 감은 해봄이 편안함과 안도감에 얕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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