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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불행한 당신을 위하여
작가 : 김다윤
작품등록일 : 2021.12.28

성장물, 드라마, 판타지 요소가 섞인 현대 사건물, 여주 판타지, 워맨스 요소 있음, 남주...있긴있음

"이다온"
누가 들어도 뜻을 유추할 수 있을 만큼 뻔한 이름이다.
‘따뜻한 사람이 되어라.’
그래도 그는 그 이름이 퍽 맘에 들었다. 성, 이름. 모두 엄마가 만든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종 그 이름을 불러본다. 우울에 빠지지 않기 위해.

그런 일상이었다. 어느 날 현관문 바깥에 있는 붉은 책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불행한 당신을 위하여."

누군가를 불행하게 한 자를 처벌할 수 있는 책을 손에 넣은 다온은 여러 사건에 휘말리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 간다. 어느 날 자신의 복수를 할 수 있게 될 그 날을 위하여.

친구의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10. 서연우의 관점(2)
작성일 : 22-02-07 17:10     조회 : 178     추천 : 0     분량 : 6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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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서연우의 관점(2)

 “다온아. 그럼 우리 가 볼게. 언제든지 괜찮으니까 힘들면 바로 연락해! 알았지?”

 연우가 하얀 문 뒤에서 얼마나 서 있었을까. 바로 문 너머에서 걱정 가득한 목소리가 들린다. 그와는 다르게 당당히 다온이를 걱정할 수 있는, 다온이의 친구들. 그들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나오다가 나와 정면으로 얼굴이 마주쳤다.

 “깜짝이야!”

 “뭐야? 서연우?”

 대번에 조용한 복도로 웅성거리는 소리가 퍼져나갔다. 연우는 이 소란에 다온이가 불편함을 느낄까봐 주춤거리며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났다.

 “서연우. 들어와.”

 그리고 더 이상 물러나지 말라는 듯, 서릿발같이 차가운 목소리가 복도까지 들린다. 친구들은 보기 드문 다온이의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 다온을 봤고, 다온은 홀린 듯이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연우의 뒤로 조심스럽게 문이 닫힌다.

 다온의 눈과 연우의 눈이 마주친 순간, 다온의 얼굴은 아주 험악하게 얼그러졌다. 연우는 무서웠다. 정말 정말 무서웠다. 지옥 에서 아주 엄격한 법관에게 심문을 받고 있는 것 만 같았다. 그러나 피할 수도 없었다. 연우는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죗값을 치러야만 했다.

 “너 때문이야!”

 ‘나 때문이야.’

 “네 말 때문에! 네 말 때문에 모든 게 망했어! 적어도 그 때 경찰에 가서 고소든 뭐든 했었더라면!”

 ‘맞아. 그러면 경찰이 뭐라도 조치를 취해 줬을지도 몰라. 적어도 경찰에 체포된다면 경각심을 가지고 불을 저지르는 범죄를 안 저질렀을 수도 있어. 아니, 하다못해 불이 난 걸 보고 내가 뛰쳐나가기라도 했더라면…’

 연우는 무릎을 꿇었다. 염치 없는 눈물이 흘렀다. 연우는 다온과 멀찍이 떨어진 채로 울고불며 사과했다. 그의 죄가 너무 많아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사과 하면 뭐해! 이미! 이미…!”

 그래. 사과는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이다. 연우는 그를 구해준 이에게 엄청난 불행을 안겨주었다. 그는, 그는 벌을 받아야 한다.

 다온이 병실에서 연우를 내쫓을 때까지 울던 연우는 터덜터덜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돌아간 집에는 여전한 아버지의 폭력이 있었지만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그저 시간이 너무 안 간다는 생각을 할 뿐이었다. 그냥 빨리 죽어버리고 싶은데, 삶은 계속 되었다. 그의 동의도 없이.

 연우는 누구하고도 얘기하지 않았고, 끈질기게 말을 걸어오며 그에게 팔짱을 끼려는 친구들을 손으로 쳐냈다. 다온이는 그 때문에 모든 걸 잃었는데, 연우가 친구들이랑 어울려 즐겁게 지낼 수는 없었다. 연우에게는 그게 너무 당연한 일이었는데, 유난히 화가 난 친구가 있었다.

 김지연. 걔는 선을 넘었다. 연우의 욕을 하는 건 괜찮았다. 다 맞는 말이니까. 그렇지만 다온이를 건드리면 안 되었다. 연우는 지금까지 의욕이 없던 모습이 모두 거짓말인것처럼 순식간에 타오르는 분노를 느끼며 아무거나 손에 집히는 것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속에서 부글부글 무언가가 끓는다. 어쩌면 그도 아버지의 기질을 타고 났는지도 모른다. 폭력적인 범죄자의 피가. 그의 벌개진 눈에는 다온이를 모욕한 김지연 밖에 보이지 않았다. 오직 그의 타겟이 된 자 만이 눈동자 가득 들어찼다. 그래서 연우는 있는 힘껏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내리친 순간에나 뭔가 잘못된 것을 깨달았다.

 눈 앞에 쓰러져 있는 여자아이는 아주 짧은 머리, 바지 교복.

 연우의 작은 영웅이 검붉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

 아악!

 연우는 울부짖었다. 머리는 하얗게 비어버렸고, 정신 없이 다온이를 만지려는 그의 손은 번번히 저지당했다. 그리고 연우는 보건 선생님이 달려와 다온에게 응급 조치를 하고, 구급차에 다온이 실려갈 때까지 계속, 계속 울었다.

 다온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아주 작게 들렸다가, 또 아주 크게 들렸다가 했다.

 “너 미쳤어?! 왜 의자로 사람을 쳐! 다온이한테 악감정 있어?!”

 다온이의 친구가 울면서 따지는 걸 보며 연우는 생각했다.

 ‘아니, 아니야. 실수야. 내가 또 실수 했어.’

 두 번의 실수. 다온이의 마음을 다치게 만들고, 이젠 몸까지 다치게 했다. 연우는 그 뒤로 완전히 혼자가 되었다. 안식 같았던 학교는 또 다른 지옥이었다. 지옥, 그리고 지옥. 연우의 인생에서 지옥이 아닌 순간은 다온이가 연우를 구해주던 그 순간 밖에 없었다는 걸, 그는 너무 늦게 깨달았다.

 ‘다온이는 지금 어떤 마음일까? ‘

 연우는 교무실에서 곧 학교폭력심의위원회가 열릴 거라는 말을 듣고 터덜터덜 교실로 올라갔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 같은 애는 퇴학 당해야 했다. 그게 마땅하다. 그의 미래 따윈 조금도 걱정이 되지 않았다. 그저 다온이만 걱정될 뿐이었다. 멍하니 교실 뒷문으로 향하던 연우는, 마침 그를 스쳐지나 가는 다온이를 보고 홀린 듯이 뒤돌아 보았다.

 다온이는 웃고 있었다. 머리에 붕대를 쓴 채로 친구들과 팔짱을 끼고, 웃으면서 대화하고 있었다.

 연우는 인생에서 가장 간절한 기도를 했다. 제발 네 속도 겉과 같기를. 그러나 그렇지 않으리라는 걸 안다. 그 역시 아빠가 범죄자니까. 아이들은 결코 부모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

 다온이는 억지로 웃고 있었다. 전혀 티 나지 않게. 다온은 오직 그에게 죄를 저지른 잔혹한 가해자만이 알 수 있는 자연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때 다온이의 친구가 뒤를 돌아보다가 연우와 눈이 마주쳤다. 대번에 그 애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야. 왜 노려봐.”

 “뭐야? 서연우?”

 소란스러운 소리에 다른 친구들도 모두 뒤를 돌아보며 연우를 쏘아보았다.

 “학폭 가해자가 왜 멀쩡히 학교를 돌아다녀? 미친 거 아냐?”

 연우는 이제 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는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학교를 나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아무 생각없이 관성대로 움직이다 보니 학교를 나와 다온이의 눈에 띄고 말았다.

  연우는 말했다.

 “미안해.”

 덩달아 등을 돌리고 연우를 쳐다보는 다온이에게 한 말이다. 수 없이 한 말이지만 진심이 아닌 적이 없었다. 단 한번도. 아, 절로 인상이 일그러진다. 또다시 눈물이 터질 것 같았다. 그때 다온이 그의 팔을 덥석 잡았다. 연우는 너무 놀라서 순간적으로 다온이의 손을 뿌리 치려다가 간신히 진정했다. 심장이 쿵쾅거린다.

 또 다온이를 다치게 할 뻔 했어.

 “나 잠깐 얘랑 얘기 좀 하고 올게.”

 다온이가 연우를 끌고 간다. 연우는 저보다 훨씬 작고 힘도 약한 다온이가 그를 끌고 가는게 힘이 들까봐 이내 자신의 힘으로 따라서 걸었다. 어쩐지 그 때가 생각난다. 다온이가 연약한 힘으로 자신을 끌어 올려주던 그 때가.

 다온이는 음악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음악실은 불도 안 켜져 있고 커튼도 쳐져 있어 어두컴컴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연우는 무서웠다. 다온이와 단둘이 있는 상황이 너무, 무서웠다. 왜 무서운 지도 모르면서.

 “야.”

 살벌한 말투다. 친구들과 있을 때의 밝고 상냥한 말투는 온데간데 없다. 그러나 연우는 이제서야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너네 아빠 아직도 너 때려?”

 “응.”

 “진짜로? 고소 했잖아. 근데 뭐 아무것도 안 변해?”

 연우가 망설이다 말했다. 다온이가 연우를 원망했으면 좋겠다. 그게 맞으니까. 구래서 구차하고 찌질한 그의 사정을 모두 털어놓았다. 탈탈.

 “변할 수도 있었어, 나는. 내가 어머니가 있는데 어머니한테 안 간다고 떼를 써서…그냥 그 집에 돌려 보내진거야. 보호시설도 안 간다고 했거든. 그러니까 너는, 너는 어쩌면 어머니랑 같이 보호시설에 갈 수 도 있었고, 다른 조치가 취해졌을 수도 있었을 거야.”

 다온이가 주먹을 꽉 쥔다. 주먹 쥔 손이 하염없이 떨린다. 연우는 다온이의 얼굴을 차마 볼 수 없어 다온이의 주먹 쥔 손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러다 한 순간 다온이의 손이 활짝 펴졌다. 의식적으로 몸의 힘을 빼는 것처럼.

 “왜 어머니한테 안 갔는데?”

 한참의 침묵 후 나온 말은 엉뚱한 질문이었다. 연우는 당황했지만 솔직하게 말했다. 그때 학교 정문에서 다온이가 그랬던 것처럼.

 “엄마, 엄마는…나 버리고 20살 많은 부잣집 남자랑 재혼 했어. 아빠가 나랑 엄마 둘 다 때렸는데, 사정도 넉넉한데… 나만 아빠 옆에 두고 가 버렸어. 그래 놓고 나중에야 계속 나한테 연락하고…”

 “멍청이.”

 가차없는 말이다.

 “나 같으면 너네 엄마 죄책감 자극하면서 얻어낼 거 다 얻어내겠다.”

 의외로 비아냥 거리는 게 아닌 진지한 말투였다.

 “이왕 일이 일어난 거 어떡해? 살려면 처세를 잘 해야지. 얻어낼 거 다 얻어내고.”

 다온이의 목소리가 커졌다

 “나 이모 집에서 어떻게 사는지 알아? 온갖 집안일은 다 도맡아 해. 얹혀사는 게 너무 미안해서 뭐라도 하는 척. 힘든데 애써 싹싹하게 구는 척하면서.”

 연우는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다시 한번 “미안해”하고 속삭였다.’

 “그러니까!”

 다온이가 심호흡했다.

 “그러니까 그런 게 필요 없다고! 차라리 돈으로 갚아. 아니! 그냥 평생 나한테 물질적인 걸 제공해. 나 이모집에서도 나가게 해주고! 대학도 갈 수 있게 해!”

 다온이가 씩씩거렸다.

 “진짜 미안하면 그렇게 하라고!”

 그렇게 말한 뒤 다온은 문을 쾅 열고 나가버렸다.

 ‘그래야지. 그게 맞다. 바보같이 뭐하는 거야. 내 사과 따위 아무 의미 없는데.’

 연우는 조용한 음악실에 우두커니 서 있다가, 주머니 안에 있는 휴대폰을 꺼냈다. 어두운 곳에 휴대폰 불빛반이 반짝거리며 연우의 얼굴을 비춘다.

 [연우야. 제발 꼭 연락 좀 줘. 엄마가 다 미안해.]

 미안해 라는 말은 의미 없다. 이제는 알았다. 다온은 그대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엄마는 연우가 연락한 것을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정말 고맙고 미안하다며, 그 때는 아무것도 안 보이고 그냥 도망치고 싶었다고 고백하며 눈물을 흘렸다.

 연우는 엄마를 이해하는 척 했다. 그래야지 다온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많아질 테니까. 연우의 엄마는 중소 기획사 사장과 결혼했다. 오직 돈만 보고 한 결혼이었고 지금은 점점 가세가 기울고있지만, 어쨌든 그 남자는 나름대로 연우를 반겨주었다. 연우는 바로 엄마와 그 남자가 사는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아빠의 폭력은 당연히 끊겼다. 연우가 어디있는지도 모를 테니. 그래도 혹시 몰라 엄마한테 모든 사실을 말하고 연우가 지금 아빠를 고소했다는 사실과, 접근금지 명령도 추가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엄마는 또 울었지만, 연우를 위해 기꺼이 나서 주었다. 연우는 속으로 두 번은 안 버려서 다행이라고 빈정거렸다.

 덕분에 연우는 처음으로 변호사와 미팅도 해봤다. 병원에 가서 온 몸의 상처도 찍었고, 그건 그대로 증거가 되었다. 그리고 학폭위에도 변호사를 대동하고 참석했다. .연우의 엄마는 다온이에게 사과와 함께 막대한 돈을 줬다.

 연우가 무슨 생각을 하든, 다온이가 원하는 것은 돈일 테니까. 실제로 다온이는 순순히 연우를 옹호하는 글과 함께 그의 선처를 결정했다.

 그 순간순간마다 연우는 엄마의 죄책감을 자극했다. 불쌍한 척, 엄마를 원망하지 않는 척. 덕분에 연우가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쯤에는 원하는 걸 더 많이 얻어낼 수 있었다. 그걸 위해선 몇 가지 단계를 거쳐야 했었다. 먼저, 엄마의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걸 모텔까지 찾아가 증거 사진을 찍었다. 20살 아래의 여자랑 사는 남자라니, 아무리 사람 좋아보이는 이라도 뻔한 일이었다 뭐. 그걸 그대로 엄마한테 갖다 바쳤고, 더 이상 이상한 아빠 밑에서 사는게 싫다고, 엄마랑 둘이 살고 싶다고 연우는 슬프게 눈물을 흘려댔다.

 엄마는 연우를 안아주고는 그 남자에게 가서 위자료를 주고 조용히 이혼해주지 않으면 이 사진을 뿌린다고 했다. 나름 연예인 출신의 중소기획사 사장이던 그 남자는 거의 다 망해가는 자신의 기획사를 엄마에게 위자료로 주고 조용히 이혼했다. 언론에 이혼의 이유를 말하지 않겠다는 계약서까지 쓰고.

  그 때 연우는 자신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났다. 자신의 말로 이혼까지 하는 엄마를 보며 기뻐했는지, 아니면 이제와서 그러나 하고 원망했는지 알 수 없다. 그저 자신의 목표만 되뇌었을 뿐이다. 다온이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자.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일들을 할 뿐이었다.

 연우에게 유난히 잘 속아넘어가는 엄마는 사업만은 잘했다. 하긴, 연우의 엄마는, 자신의 전남편과 결혼해 경력이 단절되기전까지 명문대 출신에 나름 이름 있는 회사를 다녔었다.

 연우의 엄마, 김이선은 능력이 좋았고 열정도 있었다. 자신의 딸을 먹여살려야 한다는사명감에서 비롯한 열정이었지만, 자신이 생판 모르던 분야에서 어떻게든 중심을 잡고 회사를 이끌만큼의 능력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김이선의 기획사는 연우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될 때쯤, 한 아이돌 그룹이 대박나면서 완전히 위상이 달라졌다.

 그러자마자 연우는 엄마에게 간절하게 말했다. 자신이 폭력을 행사했던 피해자에게 모든 걸 갚아주고 싶다고 했다. 그 친구는 기꺼이 가해자인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주고 친구로 지내주었지만, 막상 그 친구는 힘들게 살고 있다고.

 김이선은 순순히 전세로 집을 얻어 다온이에게 내 주었다. 그러나 연우는 부족하게 느껴졌다. 모든 것은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엄마가 해준 거니까. 다온이는 뭐든지 이용하라고 했고, 연우는 그렇게 했지만 어쩐지 속이 영 불편했다.

 결국 다온이를 따라 같은 대학교를 가고, 그 곳에서 사복을 입고 돌아다니다 대학교 정문 근처에서 길거리 캐스팅을 당했을 때 이거다, 싶었다. 그렇다고 어려운 길을 돌아가지는 않았다. 연우는 바로 엄마한테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고 엄마는 알겠다고 했다. 애초에 아이돌 전문 기획사였으면서. 그렇지만 노래를 못 부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연우가 가진 외모가 그렇게 잘난 건지 그는 데뷔하고나서야 알았다. 몰려드는 대본과 인기 덕에 따로 뭘 할 필요도 없었고, 오직 자신의 계좌로 들어오는 돈만 신경썼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데뷔할 걸. 그런 생각도 했다. 새아빠의 바람을 잡아 기어코 둘을 이혼하게 할 일 없이.

 그러나 연우는 안다. 그가 수 없이 울고불며 과거로 되돌려준다해도, 그가 얻는 것은 붉어진 눈두덩이 뿐이다. 그러니 그저 미래를 사는 수 밖에 없었다. 과거는 젖은 흙바닥에 고이 묻어둔 채로.

 그냥 자신이 잘해야 하는 이를 다온이 한 명에서 두 명으로 늘리면 된다. 끝없이 헌신하면 된다. 그럼 자신의 잘못이 아주 조금 연해질지도 몰라. 연운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정말 다온이에게 모든 것을 다 해줬는데... 다온이도 그렇게 느낄까?

 연우는 항상 불안감을 느낀다.

 다온이가 불행할까 봐. 다온이는 행복해야 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엄마는 어디까지다다온의 아랫 순위였다. 연우는 다온이만 행복하다면 그도 행복했다. 그러나 다온이가 불행하다면, 연우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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