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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나의 작은 마법사에게
작가 : 파란안개
작품등록일 : 2022.2.1

"내가 사랑한, 나의 작은 마법사."
불타버린 마을.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이사벨은 자신을 구해준 마법사의 저택으로 가게 된다. 그 사람이 자신의 아버지이고, 자신의 어머니는 세상을 구한 영웅이라는 사실은 평생 고아로 살아온 이사벨에게 어색한 일이다.
이것은 어떤 마법의 이야기.
"어쩌겠어. 사랑한 순간, 질 수밖에 없어. 내가 널 사랑하니까, 네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싶은 거지."
세상을 사랑하여 구하려는 자. 사랑하는 이들이 살아가는 세계이기에 구하려는 자. 그런 이를 사랑하던 자들.
우리는 당신이 사랑하는 세계를 사랑할 수 밖에 없었어.
"당신은, 이 세상 그 무수한 것을 사랑하지만… 그중 나를 가장 사랑한다는 것. 그거면 충분해요."
사랑과 마법이 피워낸 성장 판타지
#마법사여주, #성장하는여주, #인외남주, #성장물, #마법사_부모의_사랑은_덤

 
1. 작은 손님
작성일 : 22-02-06 20:13     조회 : 210     추천 : 0     분량 : 5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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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 너머로 들어오는 빛이 따스하여, 마치 평화로운 한 때를 떠올리게 만든다.

  실제로 이 순간 이곳은 퍽 고요하였고, 그것은 평온의 일부를 만들었다. 빛줄기가 침묵을 도화지 삼아 무언가를 그리려는 듯 내려온다.

  하지만 그것은 곧 깨지고 만다.

  오스카가 자신도 모르게 소파를 내려치는 소리가 고요를 깨는 시발점이었다.

  "바로 정할 필요 없다니까요! 물론 언제든 그 후원자라는 사람이나, 아니, 그 사람은 누군지도 모르잖아요? 원하는 곳을 찾는다면 가도 괜찮지만, 그래도 한동안 지낼 곳이니 좀 더 고려했다가…"

  "오스카, 그만해. 그러다가 애가 네가 자기 싫어해서 그러는 줄 알겠다."

  오스카가 황제를 돌아보았다. 노려보는 것인지, 어이 없다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는 시선이다.

  "당연히 그건 아니에요! 정말로! 진짜로! 하지만 아이에게는 언제나 어느 때나 좋은 사람이 옆에 있어야만 한다고요! 아이에게 좋은 보호자가 필수라고요!"

  "모든 보호자에게 사과해라, 오스카 뷔체. 내가 아프다, 내가. 허리 접히는 거 안 보여?"

  "아이를 책임 없이 키우면 안 된다는 소리잖아요!"

  "아이고, 내 허리!"

  "네가 애들에게 제대로 못 하고 있음을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요! 황제라면서!"

  이사벨은 이 일련의 과정이 어째서 일어난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아이는 이것이 나이 차이가 제법 있어 보이게 생겼으나 행위는 그렇지 않은 두 친구의 다툼이라 판단해야 하는지 고민하였다.

  확실한 것은, 이것을 끊어야 한다는 것. 그 때문에 이사벨은 입을 연다.

  "하지만 오스카 님은 좋은 분이신걸요."

  그 효과는 매우 뛰어났다. 한겨울의 호수처럼 꽁꽁 얼어붙어 버린 오스카의 눈동자만은 얼지 못하고 흔들리는 것이다.

  그 굳어버린 몸을, 아이리스가 유쾌한 웃음으로 깨버렸다. 정확히는, 그의 어깨를 마구 두드린 것이다. 웃음을 절대 참지 못한다는 듯이 배를 잡고 몸을 숙이면서 그러고 있었다.

  어깨 아프겠다. 이사벨은 그런 생각을 한다.

  "어쩌겠냐, 오스카. 이렇게 된 거, 잘 돌봐줘. 할 수 있지?"

  "…아이리스, 너 나중에 두고 봐요."

  그 거친 손길을 잡아 치운 오스카가 낮은 한숨을 뱉는다. 아이리스는 그가 마법으로 자신을 띄우지 않았음에 감격하였으나, 그것은 이사벨이 모르는 일이다.

  결론이 내려진다면 남는 것은 행동이라는 말처럼, 오스카의 손이 잠시 허공을 향한다. 눈부신 빛이 선을 이루고, 글을 이룬다 생각된 순간 바스러졌다. 산산이 부서지는 빛이 아름답다.

  하지만 그것을 보게 될 이들에겐 마냥 아름다운 소리가 아닐 것이다.

  그들이 있는 장소는 멀다. 그러나 가야 할 장소다.

  향하기 위해, 오스카는 곧장 이사벨이 소파에서 내려오는 것을 도와주었다. 어리다 한들, 나이 여덟 먹은 아이임에도 오스카의 행위는 서너 살이 채 되지 않은 아이 대하는 듯하다.

  "가볼까요. ……그, 러고 보니. 이름이?"

  "이사벨입니다…!"

  "네, 이사벨. 나는 오스카예요. 오스카 뷔체. 이제야 너에게 인사를 하는군요, 미안해요."

  "그러고 보니, 혹시 따로 불리던 것이 있나요?"

  그 말은 어떤 소리를 떠올리게 만든다. 아주 다정한 울림.

  그것은 불과 전날 아침까지 들어온 소리였으며, 기억의 저편으로 흘러간다면 아주 흐릿한 시절, 다정한 음성으로도 들었던 소리다.

  "…할아버지가, 벨, 이라고."

  "…네에. 나도 그렇게 불러도 괜찮나요?"

  이사벨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오스카가 말하는 벨, 이라는 이름은 어딘가 익숙한 울림을 지니고 있다.

  그것을 곱씹을 틈도 없이, 아이리스가 손뼉을 크게 한 번 마주쳤다.

   "자, 그럼 끝! 오스카, 이후는 알아서 해라. 이상한 점 발견하면 즉시 보고하고."

  "네가 안 시켜도 알거든요?"

  "나는 황제인데 계속 그렇게 맞먹으러 들 거야?"

  "네가 친구라면서요. 아니라면 이제부터 오지 않겠습니다, 폐하."

  "우리는 절친이지. 가라."

  가서 부르기 전까지는 오지 마. 잔소리도 하지 마.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가뿐히 무시하며 그들은 걸음을 옮긴다.

  오스카는 황성 어디서든 마법을 사용 할 수 있었지만, 황성은 엄연히 사용이 금지된 장소라 알려진 곳. 그것을 누군가 보는 앞에서 쓸 생각은 없는 이였다. 물론, 보는 이가 없다면 어긴다. 이곳에 올 때처럼.

  그의 걱정은 사람이 없는 곳에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에 실려 있다.

  "…진짜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지낼 방에서 쓸 것은… 가서 고르는 게 더 낫겠어요. 혹시 필요한 것 있나요? 저택이랑 마을이 약간 떨어져 있어서… 역시 지금이라도 반려를…"

  "괜찮아요."

  오스카는 생각한다. 아이의 행동이 약간 굳어있음은 착각이 아니라고. 짧고 단정한, 그러나 그뿐인 행위들.

  "오스카 님께서는, 제가 불편하신가요?"

  "그건 아니랍니다."

  단지. 소리 미약히 떨린다.

  "아이를 잘 대해줄 자신이 없어요. 아이에게는 좋은 것과 달콤하고 행복한 것들만 주고 싶은데, 그렇게 해줄 자신이 없거든요. 최선을 다한다고 될 일이 아니니까."

  그가 데려온, 그의 이름과 보호와 부 아래에서 잃은 것들을 대신해줄 이들을 만나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그런 것처럼.

  아이는 어렵다. 특히나 눈앞의 아이는.

  오스카는 여름날의 그림자 같은 죄책감을 삼켰다. 그가 기꺼이 감내해야 하는 것. 그것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한다.

  이사벨의 새파란 눈동자를 바라보며, 오래된 추억을 떠올린 오스카의 목소리는 밤의 파도를 닮은 소리를 낸다.

  "그럼에도 괜찮겠나요?"

  무수한 문장 떠오르나, 할 수 있는 답은 한정되어 있었다.

  "네."

   아직은 그 외에 꺼낼 수 없다. 그 어색하게 세워진 벽. 

   차마 그 벽을 두드리는 시도라도 할 수 없는 오스카가 다음을 준비하는 동안, 이사벨은 내내 품고 있던 물음을 꺼냈다.

  "그러고 보니 폐하와는 친구이신가요?"

 "…그거 친구 아니에요. 단지 학창 시절에 같은 아카데미를 다녔을 뿐이니까요."

  "그래도 친해 보이셔서… 아니었다면 죄송합니다…"

  "사, 사과할 일이 전혀 아니니까요. 어른스럽지 않은 모습이었죠? 미안해요…"

  서로서로 사과를 건네던 어른과 아이는, 서로 잘못한 것이 없다는 결론을 겨우 만들어내고서야 멈췄다.

  그럼에도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이사벨은 어떤 감각 속에서 입을 열었다.

  "즐거운 시절이었나요?"

  "…네. 아주 즐거웠지요."

  저 멀리서 울리는 메아리처럼 아득하고도 얕은 소리가 머리 위로 흘러갔다.

  "나한테도 있었답니다. 좋고 좋았던 시절이…"

  이사벨은 그것이 어찌하여 오래된 일기장의 낱장이 넘어가는 소리처럼 들리는지 알 수 없었다. 먼지가 한가득 쌓이고 바스러진, 보는 것만으로도 아픈 아름다운 추억의 흔적.

  오스카는 흩어질 것 같은 낡은 종이 대신 살아있는 작은 아이의 손을 잡고, 오래된 추억을 읽는 대신 현재를 말했다.

  "갈까요, 벨. 네 집이 될 곳으로."

  *

  바람이 부드럽다.

  눈을 뜨며 처음 떠오른 생각이 다정하다, 라는 것임에 이사벨은 의아함을 느낀다.

  허나 그것 외에 표현 할 수 있는 단어가 없다.

  하늘의 햇빛과 몸 감싸는 바람과 푸른 풀이 뒤덮인 땅마저도.

  모든 것이 온화하게 환영해주는 감각은 마치 오래전에 왔던 장소로 돌아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잘 관리된 정원 너머에 있는 저택 또한, 주변의 광경과 어우러져 따스한 느낌을 주었다. 모든 것에 손길 하나 닿지 않은 자리 없었다. 그 손길은 필시 애정어린 것이었을 테다.

  "여기가… 오스카 님의 댁인가요?"

  이사벨의 물음에 오스카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농에 가까운 소리를 내었다.

  "아니요. 벨이 지낼 곳이지요."

  '오스카 님의 댁이 맞구나.'

  이사벨은 고개를 들었다. 푸른 하늘의 흰 햇살 받은 거대한 저택은 한 사람이 살기에 지나치게 커 보였다. 관리해주는 사람이 설령 따로 있더라도, 그것으로 채우지 못할 쓸쓸함이 있을 듯한.

  이사벨의 그러한 감상을 모르는 듯이, 오스카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여기는 내가 따로 나와 지내는 곳이에요. 원래는… 같이 살던 사람이 있는데, 지금은 나와 사용인들만."

  "제 또래 아이들은…"

  "대부분 벨보다는 나이가 약간 더 많아요. 그냥 지내도 괜찮은데, 그러기 싫다고 일을 조금씩 돕고 있지요. 기특하지만, 아이들에게 손을 빌릴 정도는 아니니까 아주 간단한 것들만 부탁하고 있답니다. 아이들이 마음의 짐을 덜 정도로만."

  말을 이어가던 오스카가 문득 미소를 지었다. 다정하지만, 어딘가 씁쓸한 미소.

  "하지만, 벨은 그렇게까지 안 해주면 좋겠어요. 푹 쉬고, 잘 놀고, 잘 먹고. 그렇게 지내면 좋겠어요. 이곳의 시간이 즐겁도록… 그렇게 해줄 수 있나요?"

  이사벨은 그 미소에 슬픔이 섞여 씁쓸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기에 이사벨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 행위가 안도를 부른 것처럼, 오스카의 낯에 씁쓸함이 사라진다.

  그 대신, 안온함 깃든 채, 그의 손이 문을 향했다. 손가락에 걸리지 않았음에도 그 문은 자연스레 열린다.

  "다들, 환영할 테니까요. 그렇게 믿는답니다."

  마법사의 저택이기에 가진 편견 같은 상상이 있던 것일까. 이사벨은 문이 열리며 날아다니는 책이나 찻잔, 스스로 움직이는 빗자루와 물 대신 빛의 결정을 뿜는 분수가 없음에 아쉬움을 느낀다.

  그 대신 시작을 꾸민 것은 단정한 홀 안에서 달려 나온 사람이다.

  "?!"

  그렇다, 달려온 사람이다. 딛는 소리. 달리는 소리. 훅 밀려난 바람. 그 틈새를 갑작스레 품 내어준 사람의 온기와 체향이 가득 채운다.

  이사벨은 자신이 어째서 안겨진 것인지 파악할 수 없어 어리둥절한 나머지 굳어버리고 말았다.

  간신히 고개를 들면, 긴 세월 살아온 사람의 흔적이 주름으로 그어진 듯한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품에 꼭 안겨져 잘 보이지 않았으나, 그 낯에는 분명 반가움이 실려 있었다.

  '아니, 이건…'

  반가움이라기보다는…

  "타샤!"

  아이와 중년의 여성의 순간을 깬 것은 오스카의 외침이었다.

  그는 여전히 혼란스러움에 움직이지 못하는 이사벨을 안아 들며, 겨우 정신을 차린 듯한 이 저택의 집사 나타샤를 향해 말했다.

  "갑자기 무슨 짓이에요? 내가 앞서 연락을 줬지 않아요? 혹시 덜 읽은 건가요?"

  "…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오스카 님."

  이사벨은 어째서인지, 그 목소리에 물기가 서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것은 아주 얕은 것이나, 그렇기에 선연하다. 닿자마자 흔적 없이 사라지는 감각.

  그러나 겨우 온전한 마주를 하게 되었을 때, 나타샤의 낯에는 눈물이 없었다. 울음도, 슬픔도, 안타까움도 없다.

  그는 동화 속에 나오는 통나무집에 사는 사람처럼, 아련한 추억의 상징을 닮은 미소를 걸었다.

  "어서 오세요, 이사벨 아가씨. 이야기는 들었답니다."

  다정하고, 정중하게.

  "저택은 아가씨를 환영한답니다."

  나타샤의 온화한 목소리가 이사벨의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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