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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재단의 D계급 인원 사용방법
작가 : 감자옥
작품등록일 : 2022.1.24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엔, 특이점이라 불리는 현상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귀신 들린 폐병원, 끝없는 미로, 사람 죽이는 장난감, 등.
일반적인 개념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
재단은 이러한 특이점들을 그러모아 안전이 보장된 공간에 봉인하는 일을 한다.
하지만 안전한 공간은 한정 되있고, 특이점은 나날이 늘어만 가는 상황.
그런 특이점들을 소멸시키기 위해서 재단은 오늘도 실험을 한다.
언제든 사용하고 버릴 수 있는 D계급의 인원으로.
그리고 나는, 그런 재단의 D계급 인원이다.

 
여긴 어디? (2)
작성일 : 22-02-05 18:40     조회 : 169     추천 : 0     분량 : 6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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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앙-!

 

 세찬 바람과 함께 날카로운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물 피로 만들어진 주술진 위에 앉아있던 사내가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도망쳤군.”

 

 나직이 중얼거린 사내가 뺨을 훑는다.

 손에 묻은 것은 방금 막 흘러나온 피.

 품 안에서 특이하게 생긴 손수건을 꺼내 뺨에 난 상처를 덮는다.

 그런 그의 뒤편엔 사내의 뺨을 스쳐 지나간 창이, 벽에 박혀 웅웅 떨고 있었다.

 

 “토토!”

 

 사내의 부름에 하늘 높은 곳에서 선회하며 날고 있던 까마귀가 까악- 하며 울었다.

 그러는 사이 자리에서 일어난 사내는 벽에 박힌 창에 다가가고 있었다.

 박힌 창을 한 손으로 그러쥔 사내가 힘을 줘 뽑아낸다.

 

 “..?”

 

 뽑아낸 창에 묻어있는 피를 본 사내가, 순간 멈칫했다.

 

 “뭐지?”

 

 인간의 피에 환장하는 녀석이, 웬일로 묻은 피를 흡수하지 않고 있었다.

 따로 인간의 피라도 흡수한 걸까?

 배부를 만큼 피를 흡수하려면 하나둘 가지고는 안될 텐데...

 

 “...아직 살아있던 인간들이 꽤 있었단 건가.”

 

 이번에 나타난 대형 특이점 아니, 특이점들은 학교를 대상으로 탄생했다.

 그것도 학생들로 꽉 차 있을 시간에.

 그 수가 대략 천에 가깝다 추정되니, 아직 살아있을 인간들이 있을 법도 했다.

 겨우 버티고 있었을 인간들의 피를 흡수하다니, 그것도 아직 어린 학생들의 것을.

 대부분은 간접적으로 피를 흡수했을 테지만, 분명 직접 흡수한 경우도 있을 거다.

 인간을 홀리는 건 [귀물]들의 기본 특징이니.

 

 “쯧.”

 

 이런 상황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것을 감안하고 귀물을 사용하는 거지만,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안 드는 거다.

 감정을 담아 창을 세차게 휘둘러 묻어있던 피를 털어낸다.

 

 까악-

 

 그사이 내려온 까마귀가 그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창을 옆구리에 낀 사내가 빈손으로 까마귀를 쓰다듬는다.

 그러면서 까마귀의 목덜미에 있는 깃털 중, 유독 감촉이 다른 깃털들을 찾았다.

 그리고는 몇 개 없는 그 깃털 중 하나를 익숙한 손놀림으로 뽑아냈다.

 

 까악-

 

 까마귀에겐 어울리지 않는 순백의 깃털 하나.

 그 깃털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오는 것을 확인한 사내가, 그제야 뺨을 덮고 있던 손수건을 치웠다.

 깃털과 손수건을 각각 품 안에 갈무리한 그.

 이어 까마귀를 손 위로 옮긴 뒤, 손을 뻗었다.

 

 띠링-

 

 까마귀의 발목에 묶인 주머니에서 이어버드를 꺼내 착용한 뒤, 어디론가 통신을 걸었다.

 

 -무슨 일이야?

 “창이 부러졌다. 깔끔하게.”

 -...어쩌다?

 “특이점 중에 죄악이 있는 것 같아. 놈과 싸우다 부러졌다.”

 -...죄악 맞아?

 “아마도.”

 -확실히 알아야 해. 진짜 죄악 맞아?

 “...특이점 다섯 개를 연결한 뒤에 발견한 거라, 확실하진 않아. 그래도 느껴지는 것으로 봤을 땐, 죄악이 맞다.”

 -하, 나. 돌겠네. 그러면 놈은? 죄악은 어떻게 됐는데?

 “놓쳤다.”

 -... 씨발.

 

 욕이 나올만 했다.

 특이점을 다섯이나 연결한 상태에서 놈을 놓쳤으니, 놈이 다섯의 특이점 중 어디로 도망쳤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사내는 창이 부러졌다고 했다.

 그 말인즉슨, 기껏 연결해 놓은 다섯의 특이점이 원상태로 돌아갈 것이라는 말이다.

 공간형 특이점이 여럿 있는 상황에서 연결이 끊긴다는 것은, 기껏 작성한 지도가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특이점 간의 이동을 도와주던 길이 지속적으로 랜덤하게 바뀔 것이다.

 물론, 창이 부러졌다고 곧바로 길이 어그러지진 않겠지만, 그것도 시간문제다.

 

 -일단 철수는 확정이네.

 

 아직 시간이 있으니, 길이 바뀌진 않았을 터.

 들어갔던 길 그대로 다시 나오면 헤매는 일 없이 빠져나올 수 있을 거다.

 특이점 내부를 탐색하고 있을 요원들에게 철수 신호를 보낸 뒤.

 통신기 너머의 목소리가 입을 뗐다.

 

 -안 그래도 도시 한복판에서 발생한 거라 골 아파 죽겠는데, 이게 무슨 상황이냐...

 “용무 끝났다면, 끊겠다.”

 -넌 양심도 없냐? 특이점 사용자면 다야? 현장 요원들 피똥 싸는 건 생각 안 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어휴, 말은 잘해요. 말은. 그렇게 고마우면, 적어도 상황 종료될 때까지 내 말동무나 해줘라.

 “...”

 -너 설마... 못 하겠다는 건 아니지? 너 똥 싼 것도 내가 보고하고, 공간 이동 결재 서류도 내가 올리고, 기억 조작 건도 다 내가 보고해야 하는데, 아니지?

 “...알아서 해라.”

 

 이어지는 동료의 투덜거림을 묵묵히 들으며, 사내는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들이 각자 할 일을 하고 있을 무렵.

 

 -철수다! 철수!

 

 현장에선 막 철수 신호를 받은 요원들이 왔던 길을 되돌아가고 있었다.

 중간중간 떨어졌던 인원들과 합류하며 후퇴하는 그들.

 후퇴하면서 용케 생존한 D계급 인원과 생존자들도 챙긴다.

 마지막으로 운동장 곳곳에 설치한 시설들을 중요한 순서대로 챙긴 뒤, 그곳에 남아있던 인원과 합류해 특이점 밖으로 나갔다.

 새로운 D계급 인원이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

 

 멍한 기분이다.

 꿈속에 펼쳐진 안개 속을 거니는 느낌이랄까.

 회백색의 옷을 입은 일단의 무리 속에 섞여, 무장한 인원들을 따라 걷는다.

 주변을 살짝 둘러보니, 교복을 입은 몇몇이 보였다.

 

 ‘... 저거 우리 학교 교복 아닌가?’

 

 학교 하니까 떠오른 건데, 웬 낯익은 얼굴들이 마구잡이로 떠올랐다 사라진다.

 낯익은 느낌으로 보아 내가 아는 사람들일 게 분명했는데, 잘 기억이 나질 않았다.

 특히나 유독 오래 머물다 사라진 여자 넷의 얼굴은 나랑 아주 긴밀한 사이였던 것 같은데...

 가족인가?

 

 ‘가족? 잠깐만. 나한테 가족이 있었나?’

 

 마찬가지로 얼굴 두 개가 떠오른다.

 여자 얼굴이 하나, 남자 얼굴이 하나.

 정황상 그들이 내 부모인 것 같은데, 이상하게 확신을 할 수가 없다.

 얼핏 스쳐 가는 기억의 편린들을 엿보니, 그들과 ‘내’가 함께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럼에도 확신이 안 섰다.

 

 ‘이상하네...’

 

 치킨을 맛있게 먹었다거나, 드라마를 재밌게 보는 것, 샤워하며 히어로 물의 주제가를 흥얼거렸던 것이나, 기어이 코스프레까지 했던 일, 등등.

 혼자서 했던 일들 대부분은 잘 기억 나고 그때 당시의 감정이 어땠는지까지 알 수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사람이 엮인 일은 잘 기억나지 않았다.

 기억나는 일도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인지’할 뿐, 당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부모임이 확실한 두 남녀를 떠올리고 있음에도 확신하지 못했던 이유는, 그 두 사람을 향한 ‘사랑’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사랑이라... 벌써 사랑을 못 느끼면 안 되는데.’

 

 드라마를 보며 두근거렸던 감정은 생생하니, 사랑을 아예 못 느끼는 건 아니지 않을까?

 대충 이딴 생각들을 하고 있으니, 어느새 장소가 바뀌어 있었다.

 무장 인원들의 인도하에 차량에 탑승하는 사람들.

 학생들과 회백색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두 갈래 길로 나뉘어 각기 다른 대형 차량에 탑승한다.

 나는 당연히 학생들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나도 학생이니까.

 

 “잠깐, 거기 D계급! 어디 가는 거냐!”

 

 무슨 저런 이름이 다 있지?

 아, 혹시 이름이 아니라 직위 같은 건가?

 근데 D계급? D면 A, B, C, D... 위에서 네 번째네?

 S급도 있으려나?

 

 “어이 D계급!”

 

 실없는 생각을 하며 걸어가는데, 갑자기 확 잡아채는 손길이 있었다.

 

 “D계급!”

 

 억센 손길에 몸이 휙 돌아갔다.

 그러자 코앞까지 다가온 사람이 보였다.

 어디 특공대와 같은 복장의 남자.

 마스크에 고글을 쓰고 있어,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에서 짜증을 느낄 수 있었다.

 

 “네가 갈 곳은 이쪽이 아니라 저쪽이다!”

 “...왜요?”

 “보면 모르나?”

 

 그 말에 이쪽과 저쪽을 번갈아 가며 봤다.

 유니폼은 저쪽, 학생들은 이쪽.

 아무리 봐도 이쪽이 맞는데?

 

 “이쪽 맞는데요?”

 “눈이 다쳤나? 아니면 머리에 이상이라도 있는 건가?”

 “네?”

 “몸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따로 빠지라고 했는데, 못 들었나? 귀에도 이상이 있는 모양이군. 후... 어쩔 수 없지. 내가 데려다줄 테니, 따라와라.”

 “???”

 

 멀쩡한 사람 하나를 순식간에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만들어버린 사내의 언행에, 나는 당황을 넘어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이목이 집중되는 건 꺼리는 편이지만,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아니! 이쪽이 맞다니까요?! 이 손 놔요!”

 “어엇!”

 

 손을 뿌리치고 잽싸게 학생들이 타고 있는 차량에 올라탔다.

 아니, 올라타려 발을 올리는 때였다.

 

 덥썩-

 

 뒷덜미가 붙잡혔다.

 강한 힘에 들어 올려진 나는 허공에 매달려 발버둥을 쳤다.

 

 “무슨 일이지?”

 “청화님!”

 “D계급이 왜 여기에 있지?”

 “그게...”

 

 요원에게서 대략의 사정을 전해 들은 청화가 붙잡은 자를 가만히 바라봤다.

 

 “...”

 

 뒤통수가 뜨거워진다 싶더니, 몸이 획 돌아갔다.

 허공 중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로 청화라 불린 자와 마주하게 된 나.

 검은 머리를 올백으로 넘긴 청화의 눈이 날카롭다.

 괜히 쫄아서 발버둥을 멈추고는 슬쩍 눈을 돌렸다.

 

 “이 자는 내가 데려가도록 하지.”

 “아, 넵! 알겠습니다!”

 

 붙들린 채로 끌려가는 상황이 되자, 마음이 급해졌다.

 

 “나, 난 학생이라고요!”

 “...”

 “이쪽이 맞아요!”

 

 하지만 나의 발버둥은 깔끔히 무시당했다.

 위압감을 풀풀 풍기며 말없이 걸어가는 청화의 모습에 살짝 기가 죽은 나는 결국, 축 늘어진 채로 청화가 이끄는 대로 끌려갔다.

 솔직히 키가 작고 여린 나에 비해, 장신에 근육질인 청화의 모습에 질린 것도 없잖아 있었다.

 그렇게 무기력하게 끌려간 곳은 대형 승합차의 앞이었다.

 

 스응-

 

 소음 없이 부드럽게 열린 문과 드러난 내부.

 내부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보던 그런(?) 차량처럼 개조가 되어 있었다.

 좌석이 거의 없는 대신 빼곡히 들어차 있는 기계 장치들.

 남자 한 명이 화면을 열심히 두드리고 있는 게 보인다.

 

 휙- 털썩

 

 비어있는 공간에 대충 나를 집어 던진 청화가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는다.

 

 “응? 뭐야?”

 “D계급.”

 “아니, 그건 보면 아는데. 왜 데려왔냐고.”

 “미쳤다더군. 머리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그럼 의료 지원 차량에 데려가야지. 왜 여기로 왔어?”

 

 듣고 보니 이상했다.

 나를 왜 이런 곳에 데려왔지?

 

 “...수상해서.”

 “그럼 더더욱 여기로 데려오면 안 되지! 여기가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 몰라서 그래?”

 “내 창이 이 차에 있었다.”

 

 한쪽에 놓여있던 기다란 케이스에서 부러진 창을 꺼내 드는 청화.

 그에 안경을 쓰고 있던 남자가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이고, 두야... 그걸 맡아 놓는 게 아니었는데...”

 

 청화가 1m 남짓의 창을 내게 겨눈다.

 거리가 있어 창이 코앞까지 다가오진 않았지만, 무기가 나를 겨누고 있다는 상황 자체가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다 일순, 창이 늘어나 미간에 닿았다.

 눈 뜨고 보고 있었음에도 전혀 눈치채지 못할 속도였다.

 

 “야! 그걸 여기서 휘두를 셈이야?! 여기가 얼마짜린데!”

 “...역시. 이렇게까지 했는데, 눈 한번 깜빡하지 않는군.”

 “제발...! 나가서 해!”

 

 눈을 깜빡하지 않는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사람이 어떻게 그래?

 

 “내게 붙잡혔을 때, 분명 숨이 막힐 텐데도 한 번도 그런 기색을 내보이지 않더군.”

 “나가서 하라고!”

 “혹시나 하고 살펴보던 중에, 이상한 게 하나 더 보이던데, 그게 바로 네놈의 눈이었다.”

 “아이고, 두야! 머리카락 다 빠지겠네!”

 “한 번도 깜빡거리지 않는 그 눈 말이다.”

 

 깜빡-

 

 응? 방금 눈 깜빡하지 않았어?

 

 “인제 와서 그래 봤자다. 네놈은 뭐지?”

 

 청화가 쥐고 있는 창이 웅웅 떨리기 시작한다.

 귀물이 기척을 드러내자, 그에 반응하듯 곳곳에 장착되어 있던 성물들과 일부 기계 장비들이 요란을 떨기 시작했다.

 

 “제발! 부수지만 마!”

 “정체를 밝혀라.”

 

 일촉즉발의 상황.

 청화의 창이 금방이라도 내 골통을 부숴버릴 것만 같은 그때.

 

 “..?”

 

 청화가 당황한 기색을 비치더니, 이내 창을 원상태로 돌렸다.

 그리고는 창끝에 시선을 주는 그.

 창끝에 맺힌 검붉은 액체가 창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주륵

 

 액체가 흐르는 느낌에 미간을 만져보니, 피가 나고 있었다.

 창이 미간에 닿았을 때, 그때 생긴 상천가?

 

 “...인간이군. 어떻게 된 거지?”

 

 상황이 묘하게 돌아간다.

 성물들이 근처에 있기에 느리긴 하지만, 창은 분명 피를 흡수하고 있었다.

 인간 외의 것에서 나온 피엔 반응을 일절 하지 않는 창이기에, 청화는 당황했다.

 숨을 막혀 하지도 않고 눈을 깜빡 이지도 않길래, 특이점이 빠져나왔거나 그에 준하는 상황이 닥친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인간이라니.

 그러고 보니, 성물들이 울었음에도 별다른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최소 귀물 쪽이나 죄악 쪽 특이점은 아니라는 뜻.

 그럼 성물을 품고 있나?

 하지만 그렇다기엔 창은 별다른 반응 없이, 피를 잘만 흡수하고 있었다.

 성물을 품은 것도 아니라는 얘기.

 그렇다면 진짜 순수 인간이라는 뜻인데.

 

 “...미안하다. 내가 착각을 한 모양이군.”

 

 청화는 일단 사과를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계를 늦추거나 하지는 않았다.

 확신이 설 때까지 여러 방법을 통해 검사하리라.

 

 딸깍

 

 창을 케이스 안에 갈무리한 청화가 문득, 안경남을 바라봤다.

 눈이 마주친 그가 방긋 웃어 보인다.

 

 “우리 청화, 볼일 다 봤니?”

 “...일단은.”

 “그래? 그렇구나. 내 일은 우리 청화 덕분에 더 늘어난 것 같은데 말이야. 청화는 일이 다 끝났구나. 음음. 그렇구나.”

 “...미안하다.”

 “우리 청화는 립 서비스는 차~암 잘한단 말이야. 안 그래요?”

 

 대뜸 넘어온 질문에 당황한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 분도 그렇다네? 청화 너는 어떻게 생각해?”

 “...미안하다.”

 “테디 베어세요? 누르면 같은 말만 반복하는?”

 “...”

 “어라? 테디 베어가 벌써 고장 났나? 눌러도 아무 말 없네?”

 “미안하다.”

 

 그렇게 청화는,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대화(?) 상대가 되어줘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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