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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아카데미 最凶이 되었다
작가 : 환영받이
작품등록일 : 2022.2.4

흉수 혼돈의 화신으로 봉인당하는 비운의 주인공이 되었다.

 
1. 빙의 *1
작성일 : 22-02-05 17:58     조회 : 187     추천 : 0     분량 : 7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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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여기가 어딘가 하는 까닭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이어서, 나는 누군가 헷갈린 까닭은 낯선 기억이 내 기억처럼 떠오른 까닭이다.

 

 

 *

 

 

  “그래, 내가 니…… 애비다.”

 

  알을 깨고 세상에 나와서 처음 들은 말이었다. 박 씨는 손에 복권을 꼭 쥐고 있었다. 아이는 그 광경을 잊지 못했다. 같이 살면서 박 씨가 따스한 얼굴을 보여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니까.

 

  아이의 성은 박 씨를 따랐지만, 이름은 이웃집 할머니께서 이름을 붙여주셨다.

 

  “제 이름은 박요한입니다.”

  “옳지. 잘혔어.”

 

  아무리 돈 때문에 키우는 아이라지만, 어찌 그렇게 집에 팽개쳐놓고 하루 종일 텔레비전만 보게 하고 라면으로 식사를 때우도록 하며, 몇 년째 꼬마라 부를 수 있나 싶기도 한데, 박 씨는 아이를 처음 봤을 때부터 끔찍해했다.

 

  까닭은 잘 모르지만 왼쪽 뺨에 난 점을 볼 때마다 몸서리가 쳐졌다.

 

  그러나 복권 당첨금을 포기할 마음은 전혀 없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이미 입양수속까지 마쳐져 있었다.

  법적으로 요한은 박 씨의 아들이 된 것이다. 아마도 그 홍길동이란 남자가 손을 쓴 듯했다. 심지어 이웃집 할머니가 지어준 ‘박요한’으로 출생 신고되어 있었다.

  아이는 알에서 날 때 이미 다섯 살짜리나 다름 없어서, 다음날 걷고 뛰는 건 물론 말도 곧잘 했다. 출생기록에도 아이가 태어난 날짜가 5년 전으로 되어 있었다. 그 덕분에 3년 만에 8살로 바로 학교에 보낼 수가 있었다.

 

  어차피 집에 텔레비전만 틀어놓고 내버려 두는 게 다였지만, 그래도 학교에 보내면 덜 신경이 쓰였다.

 

 

  요한은 학교에 가던 첫날부터 점 위에 스티커를 붙였다. 아무리 집에만 있었다고는 하지만, 아주 가끔 밖에 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점을 보고 얼굴을 찌푸리고 욕을 내뱉는 걸 보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하루이틀도 아니고 매일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니 다들 이상하게 생각했다.

 

  “넌 왜 맨날 얼굴에다 스티커 붙여?”

 

  얼굴도 예쁘고 인기 많은, 반장으로 뽑힌 짝꿍이 물어보았다. 다른 애들도 너무나 궁금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그도그럴것이, 벌써 한 달 가까이 스티커를 붙이고 다녔던 탓이다.

 

  요한은 늘 똑같은 대답을 했다.

 

  “그냥…… 붙이고 싶어서 붙인 건데…….

 

  그러자 반에서 가장 힘 센 녀석이 나섰다. 전부터 요한을 자꾸 건들던 녀석이었다. 이번에는 기어코 스티커를 뜯어 버렸고, 점을 본 아이들은 소리를 질렀다.

 

  “점 났잖아?”

  “점에 털 났어!”

  “으윽, 징그러…….”

 

  마침 교실로 들어오던 선생님조차도 점을 보고는 무슨 끔찍한 걸 봤다는 듯 얼굴을 찡그리고 말았다. 짝꿍은 옆에 앉기 싫다며 자리를 바꿔달라고 울먹였다.

 

  그때부터 요한은 쭉 혼자 앉아야 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쭉.

 

 

 *

 

 

  근데, 조금 이상하다.

 

  얘 기억이라기에는, 얘 시점에서의 기억이라고 할 수 없다.

 

  뭐라고 해야 할까. 그래. 이건 1인칭이 아니다. 아주 생생한 기억이지만, 진짜 자기자신의 기억이라기에는 다른 사람의 기억이 섞여 있는 것 같다. 심지어 어느 한 사람의 시점이라고는 볼 수 없는 기억도 있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좀 황당하기는 하지만, 전지적 작가 시점 같은 말이 떠오르는 기억이었다. 거기에 3인칭과 1인칭이 뒤섞인, 그러나 소설이 아닌 생생한 실화…….

 

  마치 내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는 듯해 너무나 생생한, 그리고 너무나도 잊고 싶은 기억이었다. 20대 후반 군필 성인은 어디 가고 여덟 살짜리 어린 아이가 된 듯한 나머지 눈물이 터져나오기 직전이었다.

 

  겨우 정신을 차린 건, 꿈이라는 걸 어느새부터 자각한 덕분이다. 자각몽이라 하던가. 보통 꿈은 아니라는 것 또한 자각할 수 있었다.

 

  얘 기억이 사그라들고 나니 아무 것도 없었다.

  아득한 공허 속에서, 무슨 철학자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마따마 내가 하는 생각들이 전부인 시공간에 와있는 셈이었다.

  오감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심장 두근거리는 소리나 숨소리마저도 들을 수 없는 까닭에 내가 죽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도 들기 시작했다.

 

  망망한 ‘무(無)’…… 혹시 여기가 사후세계인가 하는 망상마저 들던 그때, 붉은 얼굴이 떠올랐다. ‘수리수리 마수리’라고 외치던 그 정체불명의 존재였다.

 

  “너 뭐야?”

  “난 도깨비요. 적어도 아직까지는.”

 

  뭔 소리지? 그러나 떠오르는 게 없지는 않았다.

 

  도깨비.

  ‘사람이 삶을 산다면 우리는 이야기를 이야기하지’ 였던가. 하여튼 그런 식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불사신이었다.

  이들의 핵심 스킬은 전지(全知)다. 그러나 이들에게 전능(全能)은 주어지지 않아, 한눈에 사람의 과거를 읽어내고 거짓말을 판별할 수 있어도 삶에 직접 관여하거나 사실 여부를 밝힐 수는 없다.

  이들은 전지를 통해 알아낸 것으로 뭔가를 하는 행위만으로도 존재가 소멸당한다.

 

  기본 설정은 이렇긴 한데, 정작 인게임에서 붕 뜬 존재였다.

 

  도깨비 상점만 봐도 세계관 내에 존재하는 게 아닌, 운영자가 선물하는 메타적인 아이템들이었니까.

  몬스터도 아니고, NPC도 아니다. 이벤트 등도 도깨비가 벌이는 장난이라는 식으로 게임이 운영되고는 했으니 운영자의 아바타라고 해야 할지 모른다. 그야말로 메타적인 존재다.

  그리고 애초에 전지라는 설정 자체가 너무 사기적이다. 비록 아는 걸 밝힐 수는 없다고는 하지만, 게임 시나리오에 나오는 반전 등을 다 알고 있는 셈이니. 더군다나 이야기꾼 컨셉에 따라, 인간의 삶은 이들에게는 이야깃거리일 뿐이다.

 

  그러나 여기까지 생각하고 보니, 이건 말 그대로, 죄다 게임 내 설정이라는 데서 사고의 흐름이 막힐 수 밖에 없었다.

 

  도깨비라니, 여기가 그 게임 속이란 말이야?

  무슨 빙의물 웹소설마냥, 게임 속에 빙의된 건가?

  십 년도 더 된 구식 웹게임 <마술학당 즈믄누리>, 그것도 x망 캐릭터 박요한한테?

 

  “이 게임을 플레이했던 수많은 아이들 중에 이 엔딩을 본 이는 손에 꼽을 만큼 적었고,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당신뿐입니다. 그래서 당신으로 정했습니다.”

 

  도깨비의 눈이 빛나는 것 같았다. 내가 뭐라 따져물을 새도 없이 말을 이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에게 당신을 빙의시키기로요. 당신이 읽은 소설은 도깨비의 주문입니다. 그걸 완독한 순간 당신이 주인공에게 빙의하도록 하는 도깨비 주술이 걸려 있었지요.”

 

  놈의 말을 끊으려 해봐도 소용이 없었다. 놈은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냈다.

 

  “아, 항의나 질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전 도깨비, 전지라는 특성으로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뭔지 압니다. 이건 거래입니다. 당신은 7년 동안 이 이야기의 주인공에게 빙의하여 무사히 학당을 졸업하도록 하면 됩니다.

  그 대가로, 당신의 꿈을 이루어드릴 겁니다. 7년 후 빙의가 풀리고 현실로 돌아가면, 당신은 작가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당신의 7년의 삶으로 7년의 이야기를 살 수 있을 테니까요. 당신이 그토록 바라던 겁니다.”

 

  난 할 말조차 잊고 어버버하며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당신의 인생 7년과 이 이야기 7년을 교환한 건 바로 당신의 선택입니다. 당신 마음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마음의 소리’…… 이거 들어봤다. 자세힌 기억이 안 나지만, 게임에서 도깨비랑 대화할 때 나온 표현이었던 것 같다.

 

  인게임 맵에서 구현된 상점 말고 아예 게임 페이지 말고 새 페이지를 띄워 열리던 도깨비 상점이라는 게 있었다.

  설정상으로는 도깨비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열리는 일종의 마경이라고 할 수 있어서 도깨비한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하면 그 보답으로 도깨비 보구라는 걸 줬다.

  우리나라 도깨비 전설에서 도깨비가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걸 모티브로 한 것 같은데, 실제로는 캐시 아이템 상점이었다.

 

  그러나 엄격하기 짝이 없는 우리 부모님은 용돈도 잘 주지 않았던 데다가, 게임에 돈을 질렀다고 하면 줬던 용돈도 압수하는 분들이었으니, 내가 무과금 유저였던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어쩌면 한 십만 원 정도만 있었으면 엔딩을 바꿀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주구장창 요괴나 사냥하는 식의 인게임 노가다로는 절대로 구할 수 없는 도깨비 보구가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체력이 0이 되는 걸 막는 도깨비 반창고, 마력 소모 0으로 스킬을 쓰는 도깨비 방망이, 이동불가 맵을 통과하는 도깨비 빗자루, 그 어떤 NPC나 몬스터에게도 걸리지 않는 도깨비 감투…….

 

  “저는 당신의 소환수로서 빙의할 거고 아마 제가 따로 백업해 둔 지식과 정보를 빼고는 도깨비로서의 제 기억을 잃을 겁니다. 당신도 마찬가지로 원래 인생에서의 기억을 대부분 잃을 겁니다. 빙의에 필요한 동기화를 위해서입니다.”

 

  녀석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래로 떨어지는 듯한 아찔한 느낌에 지릴 뻔했다. 놀라서 눈을 뜨려 했지만, 눈꺼풀을 부들부들 떠는 데 그쳤다. 그 느낌이 내 몸무게라는 사실은 오감과 함께 깨달았다.

 

  입은 옷, 코로 들어온 공기,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 입 안의 침, 그리고 눈꺼풀 사이로 스며드는 빛…… 몸을 되찾았구나 싶었다.

  그러나 힘이 돌아오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가까스로 눈꺼풀을 들어올리고 보게 된 것은 낯선 천장이었다.

  놀라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아직 허리는커녕 팔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눈만 뜬 채 손가락만 꼼지락거리는 게 전부였다.

 

  “당신의 원래 몸은 혼수상태에 빠지게 될 겁니다. 조치는 취해 났으니 걱정 마세요. 7년 후에 성공해서 무사히 돌아오게 된다면 나이가 든 걸 빼고는 몸에 이상은 없을 겁니다.”

 

  그 와중에 놈의 목소리는 점점 멀어지면서도 귓속으로 파고드는 듯 잘만 들렸다.

 

  “최선을 다하시기를…… 원작의 결말을 벗어나지 못하면, 당신도 그 꼴 나는 거니까…….”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따지려 했지만 머리가 너무 어지러웠다.

 

  어느새부터 내 인생이 한바탕 떠오르더니 주마등이란 표현처럼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뭐야, 뭐냐고……?’

 

  갓난아기 때 기억에서부터…… 응애!

  태어나 첫 울음을 터트리는…… 아니, 갓난아기 때 기억이 난다고? 잊어버린 게 아니라 아직도 남아 있었나?

 

  그리고 가장 최근의 나…….

 

 

 *

 

 

  자취방 책상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들긴다…….

 

  타자를 치다 말고 노트북 덮개를 내리치듯 닫고는 전원을 뽑아 그대로 방 구석에 던져버렸다. 그러나 손을 놓기 직전 힘을 조절해 침대 위로 사뿐히 떨어지는 데 그쳤다.

 

  내가 하던 생각이 생생히 재생되며 머릿속에서 울려퍼졌다.

 

  ‘현타 오지게 오네…….’

 

  놀랍게도, 뇌라고 부르는 내 머릿속 단백질 덩어리는 할 짓이 그리도 없었는지 ‘현타’라는 단어로 연상을 이어갔다.

 

  원래는 자위를 하고 드는 허무감을 말하는 ‘현자타임’의 줄임말이었지만 이제는 ‘현실 자각 타임’이란 뜻으로 쓰이게 되면서, 되도 않는 꿈이나 쓸데없는 망상에 빠져 지내다가 내가 지금 뭐하는 건가 하는 순간을 말한다.

 

  어쩌면 나는 작가라는 꿈, 작가가 되겠다는 망상에 빠져 일종의 자위를 해온 게 아닌가 싶었다.

  찌질이에 아싸라 또래들이랑 어울리며 대화를 나누지 못해, 혼자 구석에 틀어박혀 허구의 세계에 빠져 지내던 십대를 거친 탓일까.

  인생의 목표라고는 내가 재밌게 읽었던 소설을 직접 써보자고, 그걸로 먹고살자고, 작가가 되고 나면 이런 나도 세상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내가 소설을 쓸 수 있는 필력은 되는지 진지하게 물어봐야 하는 현실을 회피한 탓이다.

 

  잠시 우두커니 서 있던 나는 폰을 집어들었다. 그러나 당장 전화가 걸려온다거나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시간이나 죽이려는 거였다.

  그런데 하필 배경화면 구석에 둔 인스타그램 앱을 터치하고 말았다. 딱히 SNS를 한다기보다는 그냥 눈팅용이었다. 좋아하는 연예인들 계정을 팔로우하거나, 대학 동기들 일상이 가끔 궁금해질 때 보는 용도.

  그래서 심심할 때 누르고는 했지만, 보다보면 멋지고 잘나가는 사람들에 비해 내 처지가 현타가 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보니 일부러 치워둔 거였다.

 

  활짝 웃고 있는 여자 아이돌의 셀카가 눈에 들어왔다.

  팬이라 팔로우한 거라 내가 좋아하는 스타의 예쁜 모습을 보는 것까지는 나쁘지 않았지만, 괜히 우울한 생각이 떠올랐다.

  아직 스무 살도 안 된, 그러나 각종 시상식에 불려다니며 수십만의 팔로워를 지닌, 팬들이 바치는 명품을 차고 다니는 영앤리치……

  그에 비하면 난…….

 

  “아, 역겹네…….”

 

  그때 내가 스스로 말하고 있었다.

  정말로, 너무도 역겨웠다. 지금 뭐, 질투라도 하는 건가 싶어서. 질투라는 말이 떠오른 것 자체가 토가 나온다. 나 지금 뭐하는 거냐.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런 것까진 아니다. 쟤가 저런 사랑과 인기를 한몸에 받고 성공한 아이돌다운 부와 차세대 스타로서의 명예를 손에 넣은 건 잘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지 잘난 걸 넘어서, 그만큼 노력해서 얻은 거니까.

  이건 질투라기보다는, 그저 웃겨서다. 누구는 하늘의 별처럼 빛나는데, 누구는 바닥에서 기고 있으니…… 물론, 이 현실에 불만이 있는 건 아니다. 그저 나 자신에게 불만이 있을 뿐이다.

  저 아이돌이 십대 때부터 힘겨운 연습생 시절을 거치고 오디션에 나가 치열한 경쟁을 통과해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해내며 벌써부터 사회 생활을 시작한 셈인데, 방구석 망생이가 질투할 건덕지가 있나.

 

  다만, 이 한심한 기분을 표현할 말이 ‘질투’ 밖에 떠오르지 않았을 뿐…….

 

  ‘아니, 아니야.’

 

  본 김에 쿨한 척 하트나 눌러주고 인스타그램을 껐다.

  그리고 웹소설 앱을 켰다.

 

  소설이라는 허구에 빠져 시간을 보내면 현실 따위는 잊어버릴 수 있으니까. 그리고 어쨌든 소설을 읽는 건 소설을 쓰기 위한 인풋이니까, 작가지망생으로서 시간을 헛되이 쓰는 건 아니다…… 그렇게 또 현실을 회피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기분전환이라도 할 겸 뭐라도 읽으려는 거다. 웹소설이라는 게 그렇다. 주인공이 무조건 성공하는 사이다패스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거다.

 

  그렇게 웹소설 사이트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클릭하다가 눈에 들어온 제목-

  <마술학당 즈믄누리>

 

  클릭을 함과 동시에 기억이 났다. 초딩 때 하던 게임이잖아? 어린 시절의 추억이 되살아나 흥미가 돋은 나머지 소개글을 읽는다.

 

  작가: 도깨비몬

  작품소개: 흉수 혼돈의 화신이 되었다.

 

  ‘~되었다’ 식의 제목은 대부분 빙의물이다.

  혹시 그 게임 속으로 빙의한다는 설정인가 싶었다. 그런데 ‘흉수 혼돈의 화신’이라면…… x망캐 ‘박요한’한테 빙의한다는 거잖아?

 

  뭐, 빙의물이라면 원작의 삼류 엑스트라나 능력치가 바닥을 기는 폐급 등 심각한 하자가 있는 인물로 빙의해 원작의 전개를 완전히 뒤집고 웹소설식 사이다패스를 개척하는 클리셰가 넘쳐나니까.

  아무리 봐도 정식 소설판은 아니고, 자유연재란에 올린 걸 보면 취미로 쓰는 글인 것 같은데……

  그런 의문을 가지고 ‘첫화보기’를 클릭해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원작과 똑같은, 더구나 기성 작가가 쓴 게 아닌가 싶은 오지는 필력으로 그 엔딩을 다시 보게 되니 숨이 막혔다.

 

  나는 꿈도 못 꿀 필력이었다.

  이런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이 있는데 나 같은 게 무슨 작가가 되겠다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소재라면 모를까, 내가 그렇게 잘 아는 이야기가 아닌가. 하지만 나는 같은 이야기로 이런 글을 쓸 자신이 없었다.

  지금껏 기성 작가들이나 막 유료화에 성공한 지망생들을 보며 소재가 좋다거나 유행을 잘 탔거나 하는 식으로,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뜰 수 있겠지 하고 스스로를 속여왔던 자신이 분충임을 자각하는 순간이었다.

 

  독자 커뮤니티로 유명한 장르 소설 갤러리, 일명 장마갤에서 독자들이 나 같은 망생이를 까는 말이다.

  작가 지망생이라면서 필력을 늘리는 데 노력하기는커녕, 활자조합물 밖에 안 되는 글이나 싸지르고 뒷광고나 하며 다른 작가들을 깎아내리기 바쁜 버러지라는 거다.

  내가 딱 그 분충이었다.

 

  내 인생의 요약이자 결말이자 현재였다.

 

 

 *

 

 

  [……내가 딱 그 분충이었다.]

 

  눈앞에 나타난 듯한 반투명한 창은 무척이나 이질적이고 비현실적이며 신비로우면서도 왠지 뭔가 익숙할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라지만, 읽어본 적은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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