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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보이지 않는 존재들
작가 : 이야기
작품등록일 : 2021.12.26

한 방에 모여있는 사람들. 모두 이곳에 어떻게 왔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이들은 왜 이곳에 있는 걸까. 보이지 않는 존재들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탈출
작성일 : 22-02-05 10:26     조회 : 203     추천 : 3     분량 : 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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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아아아!! 도대체 몇 번 째야!!!"

 

 84번이 외쳤다. 극한의 방안에는 84번의 메아리만이 넓게 퍼졌다. 주변의 시선은 자연스레 84번으로 향했다.

 

 "대체 몇 번이나 오르락내리락 하는 거야. 우리가 원숭이도 아니고 말이야. 계속 왔다, 갔다. 잠도 못 자겠어. 대체 어떻게 해야 이곳을 벗어날 수 있는 거야!!!"

 

 84번은 다시 한 번 소리 치더니, 외딴 곳에 앉아 있는 2번에 달려갔다. 84번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2번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왜왜. 저리가."

 

 84번은 2번에게 말했다. 어찌나 급했던지 침까지 튀며 말했다.

 

 "2번. 너 똑똑하잖아. 미지의 방에서 나갔던 것처럼 이곳도 나갈 수 있도록 좀 어떻게 해 봐. 생각을 좀 해보라고! 제발 좀 나가게 도와줘."

 

 2번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할 수 있었으면 이미 했지. 나도 왜 이렇게 고생하겠어? 저기 봐봐. 사다리가 없다고. 벽에도 잡을 틈이 없어."

 

 2번은 84번의 말에 답한 뒤, 고개를 들었다. 2번의 시선은 사다리가 없는 마지막 발판으로 향했다. 84번은 자신의 목에 핏대까지 세우며 말했다.

 

 "고기를 주는 건 좋다 이거야. 하지만 잠을 좀 재워줘 제발. 으아아아아!!"

 

 84번은 고개를 들며 소리를 질렀다. 84번의 메아리만이 다시 한 번 되돌아왔다. 84번의 모습을 보며 20번은 한숨을 내쉬었다. 20번도 지금의 상황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면서 54번에게 말했다.

 

 "괜찮아? 아픈 데 없고?"

 

 "응. 형. 그런데 우리 정말 나갈 수 있을까?"

 

 54번이 졸린지 눈을 비비며 말했다. 혹시나 떨어질까 싶어 20번은 54번의 몸을 잡으며 말했다.

 

 "그럼. 분명 나갈 수 있어. 너무 걱정하지 마."

 

 20번은 54번에게 나갈 수 있다고 답했지만, 딱히 방안은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사람들은 마지막 발판까지 여러 차례 가봤다.

 

 하지만 사다리가 없는 데다, 한 사람만 설 수 있는 발판에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더욱이 벽도 미끌거렸기 에 마땅한 대안 없어 다시 내려가는 것을 반복했다.

 

 이러다 보니 사람들의 힘은 힘대로 빠졌다. 자연스레 꼭대기까지 올라가지 않은 사람들이 하나둘 나왔고, 중간에 쉬는 이들도 계속해서 생겨났다.

 

 더욱이 마음편히 잠 조차 제대로 자지 못한 상황이기도 했다. 이들은 발판 위에 꾸벅꾸벅 졸면서 행여나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지를 조심스러워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런 과정이 되풀이되다 보니, 성격 급한 84번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때였다.

 

 "한 가지 방법은 있어."

 

 이곳을 벗어날 수 있다는 말에 사람들은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름 아닌 7번이었다. 7번은 무표정으로 말했다.

 

 "뭘 그렇게 봐. 나갈 방법은 있다고."

 

 "너 허튼소리 하면..."

 

 84번이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자 7번이 잘라 말했다.

 

 "마지막 발판에 사다리는 없고 한 사람만 올라갈 수 있으면. 그렇다면 한 가지. 사다리를 만들어야지."

 

 37과 78번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사다리를 만든다고?"

 

 "무슨 수로?"

 

 7번의 말에 주변 사람들도 웅성거렸다. 7번은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며 무덤덤히 말했다.

 

 "뭐긴. 몸으로 만들어야지."

 

 말 그대로 사람 등 위에 사람이 올라타는, 인간 사다리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7번의 제안에 사람들은 기겁하며 말했다.

 

 "누가 올라가?"

 

 "올라간다고 해도 그 사람이 밑에 있는 사람들을 구해줄까?"

 

 "다.. 다 떨어져 죽을 거야."

 

 다수 사람들은 절대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반응이었다. 이 같은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7번은 계속 말했다.

 

 "딱 그 반응이 나올지 알았지. 강요는 안 해. 그렇게 나오면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없어. 다 같이 여기서 원숭이처럼 오르락내리락 하며 신세 한탄하는 수 밖에."

 

 7번은 이 말을 한 뒤에 챙겨 온 음식을 꺼내 먹었다. 사람들은 물끄러미 7번의 모습만을 봤다. 그때 2번이 말했다.

 

 "정 다른 방법이 없다면.. 시도해 볼 만한 가치는 있어."

 

 2번의 말에 다시 한번 주변이 술렁였다. 84번이 물었다.

 

 "2번. 좀 똑바로 쉽게 얘기해 봐. 되는 거야, 안 되는 거야? 너는 똑똑하잖아."

 

 84번의 말에 2번은 자신의 안경을 고쳐잡으며 말했다.

 

 "마지막 발판은 이전 발판과 다르긴 해. 다른 발판은 폭이 좁아도 옆으로 길게 나 있잖아. 다른 사람이 올라설 수 있도록 말이야. 마지막 발판은 옆으로 길게 나지 않는 대신에 폭이 상대적으로 넓어."

 

 "그렇다면.."

 

 "인간 사다리. 이론상으론 가능하지."

 

 2번의 말에 78번이 깔깔대며 웃기 시작했다. 84번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뭐야. 왜 그래?"

 

 "아니.. 말이 안 되잖아. 이론상으로 가능하다니.. 생각해 봐. 누가 밑에 있을 거야. 그리고 누가 위에 올라가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래. 올라갈 수 있다고 치자. 그럼 올라간 사람이 밑에 있는 사람들을 도와줄까? 나 같으면 그냥 도망치겠어."

 

 78번의 반박에 7번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빙고. 넌 탈락."

 

 "뭐라고? 지금 나랑 한번 해보자는 거야?"

 

 78번이 자리에 일어나면서 등에 매단 칼을 꺼내 들었다. 37번이 말했다.

 

 "78번. 진정해. 생각 좀 해보자."

 

 "이게 진정할 수 있는 말이야?"

 

 78번이 소리치자, 37번은 78번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의 어깨를 툭 쳤다. 진정하라는 의미였다. 78번도 더 나서지 않았다. 잠시 생각에 잠긴 37번이 이내 입을 뗐다.

 

 "그래. 뭐라도 해봐야지."

 

 37번의 말에 78번이 반발했다.

 

 "37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건 말도 안 되는 거야."

 

 "평생 이곳에서 살고 싶어? 이대로 죽고 싶으냐고. 나가기 위해선 뭐라도 해야지. 여기서 나가지 못하면 어차피 이곳에서 다 죽어. 이러나 39번처럼 뛰어 내리겠지. 잊었어? 아니면 24번처럼 정신이 나가 메시아에 뛰어들던가. 어때. 더 얘기해줘?"

 

 37번의 말에 78번은 더 말하지 않았다. 37번이 말했다.

 

 "나는 여기서 더 못 버텨. 이곳에 있다간 결국 죽은 동료처럼 될 거야."

 

 망설이던 78번은 결국 꺼내 든 칼을 거뒀다. 그 모습에 37번은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

 

 "자. 7번. 이제 어떻게 하지?"

 

 37번이 7번을 바라보며 말했다.

 

 "뭘 어떻게 해. 나야 모르지. 그냥 떠오르는 걸 얘기했을 뿐."

 

 "뭐라고? 지금 장난치자는 거야?"

 

 78번이 다시 나서려고 하자, 37번이 손을 뻗으며 막았다. 그때 2번이 입을 열었다.

 

 "제일 힘 좋은 사람이 밑에서 버티면 될 것 같아."

 

 "무슨 말이야."

 

 37번이 묻자, 2번이 벽 앞에 서서 자세를 취했다. 밑에서 올라갈 수 있도록 한 발을 뒤로 뺀 모습이었다.

 

 "이렇게 붙으면 그 위로 사람이 올라가 밑에 사람의 어깨에 발을 밟으면 돼. 그러면서 사다리를 하나하나 만드는 거지. 이때는 최대한 벽에 붙여야 해. 자칫 중심을 잃으면 아래로 떨어지니까. 하지만...."

 

 2번이 한 번 뜸 들이며 말했다.

 

 "사다리를 만들려다가 옆으로 떨어질 수도 있어. 알다시피 떨어지면 살아남지 못해. 그리고 사다리를 3명 이상 만드는 순간, 다시 내려오기는 힘들 거야."

 

 20번이 말했다.

 

 "내려오기 힘들다면...."

 

 "뭐. 어떻게든 내려올 수는 있겠지만... 누군가는 떨어질 수 있다는 말이지. 그러니까.. 올라가는 건 쉽지만, 내려가는 건 더 어렵다는 얘기야. 발판이 없으니까."

 

 2번의 말에 78번이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37번. 이 건 아무래도 가능성이..."

 

 "아무래도 제일 힘이 좋은 사람은 84번 같군."

 

 37번이 84번을 바라보자, 84번은 대뜸 목소리 높였다.

 

 "뭐야? 왜 나를 봐? 나는 제일 먼저 위로 올라갈 거야."

 

 84번이 소리치자, 2번이 말했다.

 

 "밑에서 84번이 잡아줘야 해. 만약 다른 사람이 했다가 자칫 흔들리게 된다면, 올라가다 다 무너지겠지. 그러면 84번도 떨어질테고.."

 

 2번의 말에 84번은 다시 조용해 졌다. 84번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은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2번이 84번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사실 밑이 제일 안전해. 위에서 떨어지더라도 마지막 사람은 발판이라도 있으니까."

 

 2번의 말에 84번의 표정이 다시 환해졌다.

 

 "그렇게 말해야 알아듣지. 내가 하지."

 

 84번은 흔쾌히 승낙하며 말했다. 2번은 이어 사다리가 되는 사람들의 순서를 정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을..."

 

 2번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2번의 시선은 다름아닌 54번에게 고정됐다. 그러자 20번은 절대 안 된다고 나섰다.

 

 "안돼요. 그렇게 위험한 일에 54번을 맡길 수 없어요. 아직 어린아이예요. 힘이 떨어지면 그 높은 곳에서 떨어질 수도 있다고요."

 

 2번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렇지만.. 가장 몸무게가 적은 사람이 올라가야 돼. 그래야 견디는 밑에 있는 사람도 편하다고. 조금이라도 무거운 사람이 올라가다 옆으로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휴.. 아찔하군."

 

 2번은 계속 20번을 설득했지만, 20번도 좀처럼 물러나지 않았다.

 

 "안돼요. 54번은 절대 안 돼요. 설사 된다고 해도 아이 혼자서 어떻게 밑에 있는 사람을 구해내죠? 저는 반대예요."

 

 20번의 말에 2번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20번. 뭔가 착각을 한 거 같은데 애당초 여기서 다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 누구든지 탈출만 하면 돼. 그게 한 명이라도 말이야. 그게 54번이 될 수도 있고."

 

 2번의 말에 20번은 더 말하지 않았다. 2번의 말도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2번이 말을 계속했다.

 

 "20번이 99번의 약속을 지키려고 하는 건 알아. 하지만 시도는 해봐야 해. 우리도 미지의 방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건 결국 뭐라도 해봐서 된 거 잖아. 여기에 계속 있으면 결국, 할 수 있는 게 없어. 조금이라도 힘이 남을 때 뭐라도 해봐야 돼."

 

 "그래도..."

 

 그때 54번이 나서며 말했다.

 

 "형. 나 갈게. 할 수 있어."

 

 54번의 말에 20번은 고개를 돌렸다.

 

 "무슨 소리야!"

 

 "형. 화내지 말고 들어 봐봐. 나는 평생 여기서 지낼 바에는 도전하고 싶어. 그래서 미지의 방에 탈출하려고 한 거고. 나. 충분히 잘 할 수 있어. 너무 걱정하지마. 할아버지랑 약속한 것 처럼 여기서 나가야지."

 

 "위험해. 너처럼 작은 아이가 하기에..."

 

 "형. 나 아이 아니거든. 미지의방 같이 탈출했으니 어엿한 동료라고."

 

 54번이 웃으며 주먹을 쥐었다. 그 모습에 20번도 더 거절하지 않았다. 어차피 계속 말린다고 해도 54번은 올라갈 것 같았다. 20번은 54번에게 다가가 힘껏 안아줬다.

 

 "조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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