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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저는 어느 로판에 빙의한 거죠?
작가 : 김김쓰
작품등록일 : 2022.1.16

이름부터 완벽한 평범의 길을 걷던 김지혜, 빙의조차 평범한 백작영애에게 했다?
특징조차 없는 주근깨투성이 이 영애는 도대체 누군데요?
남들은 빙의하면 악녀도 되고, 부자도 되고, 성녀도 된다는데 나는 여기서도 흔한 사람 1 역할을 맡고 있다.

빙의한 책을 찾기를 포기하고 돈 많은 난봉꾼의 삶을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그제야 풀리는 빙의의 실마리들.
난봉꾼은커녕 세상이 망하는 걸 막기 위해 철벽 미남 2명을 모두 꼬셔야 한다?!

썸의 여신, 베스의 훌륭한 조언은 어려워서 성질대로 했더니.

"사업에 관련된 계약만 해야하나요?
제 영혼이나 당신의 지능과 같은 것과는 계약을 맺을 생각이 없나요?"

나사가 풀린 마법사와,

"다, 다음에 한 번 가가같,이 한 번 가보는게 어떨지 네 생각이 궁금하다고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 있는 편이었어."

생각보다 더 쑥맥인 검사가 다가오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세상을 구해야하는 빙의녀의 삶을 제대로 살아보기로 했다.

"거사 좀 치뤄보자 우리?
응? 100년을 기다렸잖아?"

빌런이 100년간 계획한 세상의 멸망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엘리온의 이야기.


#동생바보 #딸바보 #평범 #빙의 #멸망 #먼치킨 #흔녀의_2회차_삶 #힐링

 
30
작성일 : 22-02-04 23:41     조회 : 204     추천 : 0     분량 : 8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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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 몸 전체를 마력 덩어리로 만들어서 자살 폭탄을 감행하려는 거였다.

 리베론도 이상한 점을 느끼고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터였다.

 내 말을 듣자마자 그는 쏜살같이 뛰쳐나갔다.

 

 '어쩌려고!'

 

 곁에 키셀이 있었다면 원거리에서도 처리가 수월했겠지만, 리베론은 아니었다.

 기사인 사람이 마력 폭탄을 어떻게 처리한단 말인가.

 지금 목숨을 거둔다고 해도 응집된 마력은 폭발할테니 다치는 건 매한가지였다.

 

 짜증이 치솟았다.

 이렇게까지 눈치를 보지 않고 총공격을 감행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제까진 꼬리가 안 잡히도록 섬세하게 계획하는 수고라도 했는데 이젠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다.

 재빨리 눈을 들어 이드릭의 국왕을 찾았다.

 VIP들을 보호하려는 호위대에 둘러싸인 그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눈이 마주친 그는 뻔뻔하게도 지옥의 아수라장 속에서 아까처럼 성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저 개새...'

 

 욕을 삼키고 머리를 맹렬히 굴렸다.

 리베론은 주위를 대피시키며 폭탄이 되어버린 근위병이 더 이상 어디로도 움직이지 못하게 바닥에 창을 꽂고 있었다.

 이미 마력에 삼켜져 이지를 잃어버린 인간 폭탄은 잘 고립되는 듯 했다.

 

 '역시 리베론!!'

 

 지성을 갖춘 검사의 능력에 찬탄하며 최대한 빨리 밖으로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겹겹이 둘러싼 호위대들과 화려한 드레스로 치장한 엄마의 움직임 때문에 속도가 현저히 느렸다.

 리베론이 잘 처리해줄 거란 믿음도 분명히 있었지만 초면인 호위대에게 엄마를 맡길 생각도 없었다.

 오히려 내가 타겟인 것 같으니 내가 빠르게 여기서 사라져 주는 것이 이 모든 사태가 해결되는 길일 수도 있었다.

 타겟임을 뻔연히 알면서도 정면에 나서서 화살받이를 자처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 때 VIP들쪽에서 이드릭 국왕의 마력이 요동치는게 느껴졌다.

 키셀이 마법을 사용할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섬세하게 통제된 마력이 궤적을 그려가며 인간 폭탄쪽으로 날아갔다.

 뻔했다.

 내가 더 멀어지기 전에 폭탄을 터뜨려버릴 참이었다.

 

 인간 폭탄은 이지를 잃고, 거의 마력에 삼켜졌지만, 끊임없이 나를 향해 다가오려 시도하는 중이었다.

 리베론이 잘 통제하고 있었기에, 못 참고 이드릭이 마법을 쓰기로 결정한 것이리라.

 마력 줄기의 궤적을 따라 비도를 던졌다.

 

 "팡! 팡! 파팡!"

 

 마력의 줄기에서 폭죽처럼 충돌이 일어났다.

 일반 사람 눈에는 내가 허공에 칼을 던졌고, 그 후에 거기서 불꽃놀이가 일어난 것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드릭은 알았을 것이다.

 내가 정확히 그의 계획을 막아서고 있음을.

 

 "전하! 그 쪽에서 마력이 옵니다!"

 

 실은 이드릭이라고 말해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봤자 국왕도 바로 무언가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드릭은 저 선한 얼굴로 모든 걸 부정할 것이고.

 누군가는 나의 신뢰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그 쪽의 누군가' 정도면 안전을 핑계로 모두를 격리할 수도 있었다.

 정말 운이 좋으면 그 후에 이드릭을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명확한 증거가 없는 지금은 이드릭의 손발을 묶어 이 공격이 끝나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

 

 "한 명씩 호위하라!"

 

 역시 나의 국왕.

 차후 멸망에 날아가버리기 아쉬운 성군이었다.

 내 말을 명확히 이해하고 재빠르게 분리한 VIP들을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

 동시에 이드릭의 목적을 간파한 리베론이 인간 폭탄에게 다가갔다.

 연회장의 반은 날아갈 정도로 마력이 커지는게 눈에 보이고 있었다.

 

 "리베론!!"

 

 뭘 하려고!

 날 슬쩍 바라본 리베론은 웃어보였다.

 

 "콰과광!!!!!!"

 "꺄아아악!"

 "으윽! 학!"

 

 리베론은 인간 폭탄을 그대로 베고는 그 충격으로 멀찍이 튕겨져 나갔다.

 진정한 지옥도가 연회장에 펼쳐졌다.

 

 많은 사람들을 물리고 대피시킨 후였지만, 그 시간만큼 인간폭탄의 위력도 강해져있었다.

 아무도 치명적인 부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타박상과 자상을 입고 연회장은 핏빛으로 물들었다.

 또 생각지 못한 폭탄 공격과, 날아다닌 그 '폭탄'의 파편에 기겁해 정신적 충격을 입은 귀족들도 다수였다.

 

 그 순간, 나에겐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모든 장면이 내게는 슬로우 모션처럼 지나갔다.

 날아다니는 살점과 그것을 피하는 사람들, 상처입은 사람들의 괴성과 그들을 구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뛰어든 수많은 기사들.

 충격을 온 몸으로 받아내고도 비틀거리며 다시 일어서는 리베론과 실신하는 엄마.

 연기와 피냄새, 비명과 금속음 사이에서 나도 모르게 우두커니 서 있었다.

 현실감이 없었다.

 순간 멍청하게 서 있던 나의 팔을 잡는 느낌이 들었다.

 순식간에 현실로 돌아와 고개를 돌렸다.

 

 "엘리, 괜찮아.

 마차로 가자."

 

 키셀 쪽에서도 공격이 더 있었는지, 그의 얼굴과 머리카락에 점점이 피가 튀어있었다.

 나에게 어떤 마법은 건 것인지 더 이상의 고통에 젖은 소리들은 들리지 않고, 그와 나의 목소리만 공간에 남았다.

 

 "키... 키셀."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넌 어머니만 신경써."

 

 평소 그답지 않은 단호한 목소리를 듣자 조금 정신이 들었다.

 재빨리 엄마 쪽으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

 

 "이드릭이야."

 "저 더러운 목소리로 네 이름을 부르는 걸 잊을리가 없잖아.

 나만 믿어, 엘리."

 ".... 다치지마."

 

 순간 내 입에서는 많은 말들이 튀어 나오고 싶어했다.

 개중에는 어울리지 않는 사랑의 언어들도 있었다.

 그 무엇도 지금 내 심장을 뚫고 올라오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다.

 뭔가 다 촌스럽고, 유치하고, 그저 그랬다.

 내 진심과 강도가 같은 말은 다치지 말라는, 그 말 뿐이었다.

 

 

 엄마를 마차에 태우고 나는 마부석에 앉았다.

 사용인들은 터지는 소리와 사람들의 비명소리에 겁을 잔뜩 먹은 상태였다.

 다른 마차로 귀가를 명령한 후, 기감을 모두 오픈한 채 내가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지금 마음 같아서는 쭉 봐온 마부도 믿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큰 공격없이 저택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말때문에 저택 입구에서 한참을 더 달려서야 마차를 세울 수 있었다.

 다행히 아빠는 저택으로 먼저 돌아와 있었다.

 왕실에서의 일은 전혀 알지 못했는지, 도착한 우리를 보고 넋이 빠져버린 표정이었다.

 엄마를 침대에 눕히고 주치의의 진료를 받게 하느라 집안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진료를 받는 중에 아빠에게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했고, 내 드레스에 튄 피 때문에 심각성을 깨달은 아빠는 곧 어디론가 나갔다.

 심적 충격에 의한 단순 실신이라는 진단명과 함께 엄마의 의식이 돌아오고 나서야 한숨 돌렸다.

 내가 실려온 몇 번의 경험이 가족들을 얼마나 놀라게 했을지 실감할 수 있었다.

 

 "엘리, 카엘, 둘 다 내 집무실로 오너라."

 

 곧 돌아온 아빠가 우리 둘을 불렀다.

 

 "엄마 곁을 좀 더 지키면 안 될까요?"

 "의사에게 맡기고 일단 와.

 시급한 사안이다."

 "네."

 

 엄마에게 조금이라도 불편한 곳이 생기면 당장 날 부르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나서야 카엘의 손을 잡고 아빠의 집무실로 향했다.

 가끔은 투덜대고, 가끔은 부부싸움을 해도 엄마를 끔찍히 생각하는 아빠인데, 무엇이 엄마의 실신보다 급할지 궁금했다.

 

 "들어와라.

 차를 내어와."

 

 그 말은 일종의 신호인 건지 집무실에서 모든 사용인들이 나갔다.

 습관처럼 리딩을 했고, 주위에 다른 사람이나 새어나갈 구석은 없는지 확인했다.

 

 "엘리, 다른 점을 찾았니?"

 "네?"

 "방금 네 능력을 사용했잖니.

 뭔가 평소와 다른 점 못 느꼈어?"

 

 다시 한 번 기감을 열었다.

 조금 더 꼼꼼히 훑어봤지만 별 다른 점은 없어보였다.

 

 "모르겠는데요."

 "저택을 중심으로 더 넓은 지역을 살펴보겠니?"

 "....!!!!"

 

 그제야 느껴졌다.

 저택을 거대한 돔처럼 감싸고 있는 마력의 돔을.

 은은하지만 촘촘하게 얽혀있어 쉽게 파괴할 수 없을 것 같은 마력이었다.

 

 "아빠 이게 뭐죠?"

 "엘리, 카엘. 잘 듣거라.

 이 사실은 우리 가족들만 알고 있어야 해.

 너희 엄마는 이미 알고 있고, 이제 너희도 알아야만 한다.

 

 이 보호 마법을 이해하려면 아주 예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해."

 

 한참 말을 고르던 아빠는 곧 입을 열었다.

 

 "너희 할아버지가 백작이고, 내가 아직 어렸던 시절에 부모님이 강에서 한 소녀를 구해온 적이 있었단다."

 "시크 할머니요??"

 "그래, 카엘.

 시크리샤 할머니 말이지."

 

 단단히 굳어있던 아버지의 얼굴이 카엘을 보며 부드럽게 풀어졌다.

 

 "그 소녀는 오랜 시간 떠내려 온건지 정신을 차리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결국은 깨어났다.

 이름은 플렝이었고, 사이한 단체에서 도망치다가 절벽에서 추락했다고 했다.

 따뜻하고 밝은 소녀였지.

 혼자 있을 땐 문득 문득 쓸쓸해 보였지만.

 부러진 곳도 붙고, 저체온증으로 고생한 몸이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지내며 많이 친해졌었어.

 나도 외동이라 외로웠었는지, 여동생이 생긴 것 같아 참 좋았단다.

 다 낫고 떠나겠다고 했지만, 참 아쉬웠더랬지.

 딱히 목적지가 없다면 조금 더 머물러라, 그게 1년이 되고 2년이 되었지.

 

 그렇게 지내다 보니 플렝도 자신의 비밀을 하나씩 말해주었어.

 플렝은 본인이 그 단체에서 키워지던 마법사였다고 하더구나.

 억지로 배우고, 시킨대로 행해야 했다고.

 그래서 마법이 너무 무섭고 싫다고.

 하지만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나자 다시 자신이 원하는 마법을 연구해보고 싶다고 했단다.

 참, 본인다운 마법을 연구했었지. 후후.

 작은 식물 하나, 동물 하나도 그냥 지나치질 못하던 따뜻한 아이였어.

 그 성격을 따른 건지......

 보호 마법에 제일 재능이 있어서, 별채에서 실험하곤 했다."

 

 나와 카엘 둘 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푹 빠져 아빠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저 플렝이, 키셀의 스승님인건가?'

 

 "몇 년이 흐르자 플렝도 제법 숙녀티가 났어.

 나도 결혼 이야기가 나올만큼 나이를 먹게 되었지.

 그런데 막상 결혼 이야기가 나오자 상대편 집안에서 플렝을 껄끄러워하더구나.

 비슷한 나이 또래의, 피가 안 섞인 숙녀와 함께 지낸다는게 불안했겠지.

 우리 가족 모두 이해했어.

 하지만 그렇다고 가족같은 플렝을 내보낼 생각은 전혀 없었다."

 "플렝은 어디에 있어요?"

 "하하. 곧 플렝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려주마.

 녀석, 성격도 급하지."

 

 어느 새 아빠 옆에 앉은 카엘의 머리를 다정하게 쓸어주고 아빠는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플렝도 이런 사정을 곧 알게 됐어.

 별채에 거의 따로 살면서 연구에 집중하면 몇 주씩 가져다주는 밥만 먹으며 지냈기 때문에 그 아이가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지.

 어느 날 플렝이 너희 할아버지, 할머니, 나까지 같이 식사를 하자더구나.

 그 자리에서 자신은 이제 여길 떠나겠다고 했지.

 모두에게 끔찍하게 힘든 저녁식사였다.

 너희 할아버지와 시크 할머니는 절대 안 된다고 하셨고, 플렝은 설득하고.

 나는...... 비밀인데......

 이 아빠는 그 자리에서 엉엉 울고만 있었단다.

 그 때 아빠는 너희 엄마를 너무 너무 사랑하고 있었거든.

 플렝 때문에 너희 외갓집에서 우리 사이를 반대하고 있었기에 아빠는 아무 말도 못 했지.

 가족이나 다름없는 플렝을 보내는 것도 슬픈데, 가지 말라고도 말하지 못하는 나 스스로에게도 화가 났단다."

 

 카엘은 아빠의 감정을 쉽사리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아빠의 죄책감을 옅게나마 읽을 수 있었다.

 갓 20살을 넘긴 청년이 수습하고 해결하기에는 너무 큰 사회적 장벽이었으리라.

 

 "몇 시간을 설득해도 플렝은 마음을 돌리지 않았어.

 그러더니 자신의 선물이 있다고 석상을 4개 가져왔지.

 자신이 이제까지 열심히 연구한 보호마법 조각상이라고 했어.

 저택 동서남북 4군데 구석에 숨겨둘테니 필요한 때가 오면 발동하라고 했다.

 발동시킬 때 필요한 작고 투박한 돌멩이 4개와 함께.

 

 천상 마법사였는지...

 이 마법이 얼마나 효율적인지, 얼마나 많은 연구와 실패를 거친 것인지 한참을 설명하더구나.

 평소 조용한 플렝이 그렇게 많은 말을 하는 건 처음 봤었어.

 아마 부모님도 마찬가지였을거야.

 

 얼굴이 붉어질 때까지 한참을 마법에 대해 설명하던 플렝은......

 자신은 다른 세계를 보고, 더 많은 마법을 연구하고, 마법사들과 교류하고 싶다고 했어.

 나를 위해 떠난다고 할 때는 말리던 부모님도 더 이상은 말릴수가 없었다.

 그렇게 상기된 그 녀석은 처음이었거든.

 우리 모두 플렝을 안아줬어.

 

 난 아직도 그 때 플렝의 말이 기억이 나.

 '시동어는 플렝이에요. 이 곳에서 행복했던 저를 영원히 기억해주셨으면 해요.'라고.

 그런 이야길 그렇게 웃으면서 하다니...

 매정하기 짝이 없는 녀석."

 

 어느 순간 아빠의 이야기는 독백처럼 이어졌다.

 

 "오늘 황실연회에서 있었던 얘기를 듣고, 방금 아티팩트를 실행시켰다.

 최근 너에 대한 공격이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잖니?

 이미 마력석은 다 채워두었던 상황이고, 플렝이 말했던 비상 상황은 아마 이럴 때를 대비해서였겠지.

 엘리, 너는 마력을 읽을 수 있으니 이 보호마법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알 수 있지?

 나는 검밖에 몰라서..."

 "아빠, 대단한 아티팩트가 확실해요.

 너무 강하게 감싸기만 하면 오히려 깨져버릴지도 모르지만, 이건 본래 형상으로 돌아가려는 탄성이 강하도록 촘촘히 짠 그물같네요.

 아무리 강한 충격이 와도 오히려 부드럽게 튕겨내버릴거에요.

 플렝이라는 분은.... 키셀의.... 맞죠?"

 

 카엘이 어디까지 알아도 될지 확실치 않아 말을 얼버무렸다.

 

 "키셀에게 들어보니 그런 것 같더구나.

 사람의 인연이라는 게 참 신기하지. 후후.

 너희가 플렝을 만났다면 정말 좋을텐데.

 너희를 참 예뻐했을거야."

 "찾아봐요, 우리.

 저도 꼭 만나뵙고 싶네요."

 

 키셀이 그토록 찾아 헤매도 못 찾았던 스승을 어찌 찾을까.

 살아만 있다면 어떻게든 찾아보겠지만, 생사도 모르게 증발해버린 마법사를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그래도 저렇게 눈가가 촉촉히 젖어든 아빠에게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작은 희망도 반복해서 말하다보면 어느 새 확신이 되어, 가끔 기적으로 찾아오기도 하니까.

 

 "이런 아티팩트를 가지고 있다는 건 왕실에도 말한 적 없단다.

 아마 먼 훗날, 내 손자의 손자의 손자의 손자 정도에나 쓸 거라고 생각했거든.

 어쩌다보니 시급하게 쓰게 됐지만."

 "저 마력석은 얼마 동안이나 유지되나요?"

 "플렝의 말에 의하면 한 번 시동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어.

 하지만 한 번 시동할 때와 마법을 거둘 때 마력이 많이 소모되는 거라서, 한 번 거두고 나면 새로운 마력석으로 교체를 해야만 재시동이 가능할거라고 했지."

 "생각보다 대단한 마법사네요.

 어린 나이에 이 정도 보호마법이라니.

 그렇다면 안심이에요.

 아빠, 저를 믿고...

  제가 말씀드리기 전까진 절대 제거하지 말아주세요."

 "그래, 그러마.

 그런데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이니?"

 "제가 의심하고 있는 바가 있어서 그래요.

 적은 확률이지만 혹시나 해서요."

 

 물론 거짓말이었지만, 아빠한테 구구절절히 말할 수도 없었다.

 

 "그래. 알았다."

 "카엘, 너도 절대로 아무에게도 이 마법 얘기를 해서는 안 돼.

 알았지?"

 "왜? 누나?

 나 자랑하고 싶은데."

 "집사아저씨한테도 하면 안 돼.

 아무도 안 돼. 약속해."

 "힝......"

 

 아무래도 카엘은 비밀을 지키려는 의지가 현저히 낮은 것 같았다.

 이럴 땐 어쩔 수 없었다.

 어린 카엘의 멘탈에 상처가 나더라도, 진실을 알아야만 사안의 심각성을 깨달을 것이다.

 

 "카엘. 선생님한테 역사를 배웠지?"

 "응!"

 "거기에서 수많은 시간동안 반역을 저질러서 멸문한 가문들의 이야기를 읽었니?"

 "응! 당연하지!

 선생님이 나 잘한다고 했어!"

 "이 마법이 알려지면 우리 가문이 그렇게 될거야.

 우리가 아니라고 얘기해도 왕실 몰래 이렇게 큰 보호 마법을 실행한 데다가, 누나도 검을 잘 써서 모두가 의심할 거야.

 우리 모두 사형을 당하게 될 거란다.

 그만큼 꼭 비밀을 지켜야하는 일이야."

 "...... 흐잉."

 "엘리, 꼭 그렇게까지......"

 

 다정하지만 심약한 아버지는 카엘의 눈치를 보며 나를 제지했다.

 우리한테 유난히 물렁한 아빠가 있으니, 우리가 사랑받는 떼쟁이로 자랄 수 밖에!

 

 "아버지, 카엘도 이제 알아야해요.

 카엘, 너도 이제 우리 챔버가의 일원으로써 든든한 역할을 해주어야만 한단다."

 "내 친구 로스는 착한 앤데, 걔도 안 돼?"

 "응. 안 돼.

 이 일은 너무 신기하고 재미난 일이라, 로스는 비밀을 지키느라 너무 너무 힘이 들거야.

 카엘 너도 비밀을 벌써 자랑하고 싶잖아.

 그런데 너는 로스에게 자랑하면서 로스에겐 하지 말라고 하면.

 로스는 너무 힘들지 않을까?"

 "응......"

 "왕실의 오해를 사지는 않더라도, 우리 가문만 이런 보호마법 속에 사는 걸 알면 모두가 빼앗으려고 할거야.

 매번 누나를 해치려고 많은 사건이 일어나는 거 알지?

 오늘은 엄마까지 실려오셨어.

 지금 이 보호마법이 있어야 우리 가족이 안전해."

 "누나, 미안해.

 말 안 할게."

 

 사랑만 받고 자라 철이 없는 카엘이었지만, 착하고 똑똑했다.

 이게 얼마나 심각한 사안인지 깨달았으리라.

 

 "고마워, 카엘.

 누나는 항상 네가 자랑스럽단다."

 

 결연하게 입을 앙다물고, 반짝반짝한 눈으로 나를 올려보는 카엘을 대견하게 바라봤다.

 

 '진짜 많이 컸네. 이제 대화가 통하고.'

 

 상으로 코코아를 카엘에게 타주고, 나는 곧장 방으로 갔다.

 너무 피곤했다.

 리딩 능력을 풀로 전개한 시간이 이렇게 긴 것도 오랜만이었고, 방금 아빠와 대화하면서 저택 수준으로 기감을 넓혀본 것도 처음이었다.

 리딩을 다시 하려면 내게는 충전이 필요했다.

 섬세한 리딩을 해야하는 상황이 온다면 정신력을 쥐어 짜내야하는 이 현실을 업그레이드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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