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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시나의 결혼기록 (완결)
작가 : 코리아구삼공일
작품등록일 : 2022.2.2

결혼이주 여성들의 삶을 소재로 한 로맨스소설입니다. 이 글 속에는 네 명의 결혼이주 여성이 등장하는데 넷 다 중요한 주인공입니다. 네 명의 여성이 한국에서 겪는 결혼생활과 시행착오를 나름 사실적으로 너무 무겁지 않게 담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인도남자 램
작성일 : 22-02-04 22:00     조회 : 205     추천 : 1     분량 : 2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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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남자 램

 

 란은 장병철이 감옥에 가고 난 후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장병철은 란에게 잘 대해주거나 뭘 하나 챙겨주는 것도 없이 란을 필요할때마다 불러내곤 했다. 그리고 새로운 여자가 생기자 란을 걷어차버렸다. 그러다가 깨지면 다시 란에게 전화를 해서 불러내곤 했다. 란은 이제 다시는 다른 남자를 사귀고 싶지 않았다. 애미트처럼 그녀를 귀하게 대해주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남자는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란은 이제 일과 가정에만 충실하기로 마음을 먹은 상태였다. 그런데 남편의 원룸에 세들어사는 덩치 크고 뚱뚱한 램이 란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새벽부터 건너편 3층에서 보고 있었는지 란이 출근하려고 나서기만 하면 어느새 램이 차 옆으로 슬그머니 다가왔다.

 “란, 오랜만이야?”

 “응. 그래.”

 란이 그녀의 차에 올라타려고 하면 램은 차문을 붙잡고 늘어졌다.

 “요즘 더 예뻐졌는데, 우리 밖에서 한번 만날까?”

 “아니, 나 바빠. 좀 비켜줘.”

 그러면 램은 더 추적추적 붙들고 늘어졌다.

 “사람이 바빠도 할건 해야지. 전에 애미트랑은 밖에서 잘도 만나더니만. 인라인도 타러가고 드라이브도 가고. 나랑도 그렇게 하자구.”

 램은 란의 긴 머리카락을 손으로 당겨서 냄새를 맡았다.

 란은 기가 막혔다. 램이라는 놈은 자신이 하는 행동을 어디서 봤는지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말했다. 애미트가 가볍게 란과의 일을 퍼뜨렸을리는 없었다. 애미트는 지금도 가끔 인도에서 국제전화를 걸어서 안부를 묻곤 했다. 램이라는 놈은 나쁜 쪽으로는 머리가 잘 돌아가는 것 같았고 집요해보였다.

 란은 램이 붙잡고 있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홱 낚아채며 쏘아붙였다.

 “놔! 우리남편이 보면 어쩌려고 이래?”

 그러자 램은 유들유들하게 웃으면서 받아넘겼다.

 “천하의 란이 언제부터 이렇게 간이 작아지셨을까? 그리고 너의 남편 바보천치아니야? 새삼스럽게 이제와서 남편눈치를 보는 것처럼 그러실까? 이거 내 전화번호야. 잘 갖고 있다가 심심할 때 전화하라구.”

 램은 뻔뻔하게 란에게 윙크까지 하고는 건들건들 돌아섰다.

 란은 램의 태도에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저질스러운 놈!”

 란은 차를 몰아서 그 자리를 벗어났다.

 저녁에 퇴근을 할 때에도 란이 집과 원룸 사이의 주차공간에 차를 세울 때면 3층 베란다에서 램이 란을 내려다보고 웃으면서 휘파람을 불었다. 란은 고개를 홱 돌리고 몸서리를 치면서

 장바구니를 들고 요란하게 대문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재수없는 놈!”

 애미트가 인도로 돌아가고 난 뒤, 램은 노골적으로 란을 주시하고 있었다.

 사실 란이 공공연하게 바람을 피우고 다닌다는 것은 온 동네사람들이 다 알고 있었다.

 란은 연애관이 확실했다. 연애상대는 그녀가 선택한다. 누군가 그녀를 만만하게 보고 데리고 놀려고 접근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란은 그녀의 외모에 자신이 있었고, 남자들이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을 즐기기도 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런데 램은 자신의 힘만 믿고 란을 집적거려보려고 하는 게 눈에 보였다.

 란은 램이 속으로 무척 싫었다.

 

 램은 요즘 란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램은 회사 안에서 사귀던 유부녀와 헤어졌다.

 안그래도 싫증이 나던 참이었는데 여자쪽에서 먼저 결별을 통보했다. 뭐 남편이 의심을 한다던가. 램은 하나도 아쉽지 않았다. 램은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었고, 자신이 조금만 관심을 보이면 여자들이 쉽게 넘어왔다. 하지만 란은 만만치가 않았다. 란은 젊었고, 예뻤고, 몸매도 좋았다. 애미트가 있을때는 쉽게 넘겨다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애미트도 인도로 가버렸고,

 란의 남편은 바보천치였다. 장애가 될 건 하나도 없었다.

 남자들과 놀기를 좋아하는 란이 자기처럼 육체적 매력이 철철 넘치는 남자를 싫어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란이 튕길수록 램은 더 재미있었다.

 ‘고년이 남자가 아쉬울텐데~~ 언제까지 튕기나 보자.’

 램은 란을 꼬시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았다.

 

 란의 남편 이기범씨는 정해진 직업이 없었다. 그냥 근처 농장에서 일손이 필요하면 거기서 일을 하기도 하고, 여기저기서 정부에서 벌이는 공공근로에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매일매일 놀지 않고 어디든 부르는 곳이 있으면 일을 하러갔다. 자신은 못생겼지만 예쁜 아내를 닮은 두딸은 인형처럼 귀여웠다. 두 딸을 낳고 나서 이기범은 세상에서 부러울 것이 없었다.

 옛아내들은 하나같이 그의 집안에 돈을 보고 시집을 왔었다. 그리고 살다가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물론 돈이 될만한 것들을 챙겨서 말이다. 하지만 지금 아내 란은 달랐다.

 항상 자신을 보면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타박을 하면서도 달아나지는 않았다.

 아내가 못된 소리를 하고 타박을 해도 이기범씨는 아내가 정말 좋았다. 그리고 저렇게 예쁜 아내가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이기범씨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무렵, 저기 멀리서 아내가 어떤 남자와 이야기를 하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아내 란이 남자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이기범씨가 화가 나서 가까이 다가가자 남자는 후닥닥 사라졌고, 아내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었다.

 “누군데?”

 이기범씨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묻자 란은 웃으면서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모르는 사람이 지나가다가 길을 물어서 가리켜줬어요. 이것 좀 들어줘요.”

 아내가 장바구니를 이기범에게 내밀자 이기범은 머슴처럼 공손하게 받아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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