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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황금에 미친 이 세상을 뿌리째 들어내겠어!
작가 : 화블루
작품등록일 : 2022.2.1

가주의 빚을 갚기 위해 상인의 신부로 팔려갔던 아멜 그린, 가문의 낮은 작위 때문에 팔려가다시피 외국으로 끌려갔던 에릭 화이트는 황금에 미쳐있는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그들의 인생을 바친다. 그들이 당당한 군주가 되어 이 세상을 통째로 바꿀 수 있을 때까지!

 
2화. 사이좋은 자매들
작성일 : 22-02-04 20:04     조회 : 203     추천 : 1     분량 : 4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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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하! 그러도록 합시다!"

 

 

 피드와 펠트로는 호탕하게 웃으며 악수를 나누었다. 펠트로 옆에 서 있는 결혼 상대자로 저울질 되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은 하지 않고 말이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초록가문 영애들의 얼굴이 조용히 일그러졌다.

 

 협상이 끝나고 방으로 돌아온 세 자매들은 누구 하나도 표정이 좋은 사람이 없었다.

 

 

 "언니, 이게 말이 돼??"

 

 

 세 딸 중 가장 키가 작은 둘째 에밀리가 신경질적으로 소리 질렀다. 그녀 자신이 협상품으로 걸려있는 테이블에 있다 온 에밀리는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했는지 머리 끝까지 분노에 차있는 상태였다.

 

 

 "펠트로 개새끼가..!! 우리를 무슨 물건 취급 하고 있잖아!!!"

 

 "조용히 좀 해. 머리 아파."

 

 

 첫째인 아멜이 관자놀이를 짚으며 말했다.

 

 아멜의 목소리는 고요하고 차분했지만 한참 전부터 주름 잡혀서 펴질 생각을 하지 않는 그녀의 미간은 그녀의 속에 들어 차있는 분노를 비추어주고 있었다.

 

 그녀의 옅은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진녹색으로 차갑게 내려앉아 있었다.

 

 

 “아까 소리 지르면서 다 엎고 싶었는데 그 더러운 평민 장사꾼이 괜한 소문 퍼트릴까봐 얌전한 척한다고 죽는 줄 알았어!”

 

 

 언니의 말을 귓등으로 들은 에밀리는 조용히 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끊임없이 씩씩거리는 에밀리와 허공만 노려보고 있는 아멜을 잠자코 지켜만 보고 있던 에뮬은 언니들에게 뭔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눈치를 보며 찻잔을 들었다 놓았다 반복했다.

 

 숫기가 없고 약간 소심한 성격인 에뮬은 친자매인 언니들에게조차 하고 싶은 말을 바로 바로 꺼내지 못했다.

 

 아멜은 찻잔을 만지작 거리며 우물쭈물 하고 있는 에뮬을 보았다.

 

 

 "에뮬?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니?"

 

 

 아멜이 부드러운 어투로 다정하게 물었다. 아멜은 다섯 살 터울의 동생인 에뮬을 굉장히 귀여워했다.

 

 만일 에뮬이 아니라 에밀리가 찻잔을 매만지며 우물쭈물 거리고 있었더라면, 절대로 먼저 대화의 물꼬를 터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에밀리에게 조용히 하라고 하던 조금 전의 아멜과, 에뮬에게 질문하는 아멜은 그 태도가 사뭇 달랐다. 맏언니가 대화의 장을 열어주자, 한참 동안 눈을 굴리던 에뮬은 아주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언니들.. 우리.."

 

 

 언니들의 시선이 집중되자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떨구었다.

 

 

 "펠트로를 죽여버리면 안 될까..?"

 

 

 고개를 떨구고 말하는 수줍은 태도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에뮬의 발언에 깜짝 놀란 아멜이 동생을 나무랐다.

 

 

 "너 어디서 그런 못된 말을 배워왔어..!"

 

 

 동생을 걱정하는 아멜과 달리, 에밀리는 에뮬의 발언이 꽤나 마음에 드는 듯 낄낄대며 대답했다.

 

 

 "아, 그러게! 죽일 수만 있으면 내가 진작 가서 찢어 죽이고 왔을텐데! 내가 마법사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멜은 품위 없이 웃어 대는 에밀리를 차갑게 노려보다, 이내 자신도 조금 웃겼는지 고개를 돌리고 표정을 가다듬으려고 애썼다.

 

 

 

 ***

 

 

 

 초록덩굴 가문에는 선대남작과 십여년 전 이혼한 본처의 아들인 펠트로와, 선대 남작의 후처이자 현 왕의 정부인 에믹 남작부인이 낳은 세 딸이 있었다.

 

 초록덩굴가문의 가주이자 네 남매의 아버지였던 페트릭 그린은 신실한 교구의 성도이자 국왕의 충실한 부하였다.

 

 그는 100일 동안 이어지는 사막나라 순례길의 모래폭풍 속에서 실종 되었다.

 

 페트릭의 시체를 확인한 자는 아무도 없었지만, 모래 빼고는 아무것도 없는 광활한 사막에서 실종 되었다는 것은 사망선고와 다름 없었다.

 

 칵테일 왕국의 유명 일간지인 [웨힐즈]는 페트릭의 실종신고가 들어오고 난 후 일주일 뒤, 초록덩굴 가문의 가주 페트릭 그린 남작이 순례길에서 사망하였다- 라고 보도했다.

 

 만약 그가 살아서 돌아왔더라면 세 자매는 돈만 많은 평민 상인의 후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골라주는 참하고 번듯한 귀족 청년과 혼약을 맺을 수 있었을 것이다.

 

 20대의 어린 나이에 작위를 승계받은 펠트로는 안 좋은 행실의 표본집으로 만들어도 될 정도로 방탕한 생활을 일삼고 다녔다.

 그는 귀족 영애와 틀에 박힌 혼인을 하여 후계자를 만들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집안과 집안의 정략혼을 아주 끔찍하게 생각하는 그는, 남작 지위를 이용하여 예쁘장한 평민 여자들을 10명 정도 애첩으로 만들고, 그녀들에게 매일 밤시중을 들게 할 것이라며 세간에 떠들고 다녔다.

 

 전형적인 봉건 귀족들은 유서 깊은 초록덩굴가문이 망나니 한 놈 때문에 망하노라고 입방아들을 찧어 댔다.

 

 남아선호사상이 짙은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차라리 큰 딸인 아멜이 작위를 이어 받았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는 말도 나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똑똑

 

 

 

 누군가 사이 좋게 웃고 있는 그녀들의 방문을 두드렸다. 시끄럽게 떠들던 그녀들은 미리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일순 조용해졌다.

 

 

 "아멜님, 에밀리님. 남작님께서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으시다고 다과를 함께 들자고 합니다. 시간 괜찮으신지요?"

 

 

 펠트로의 직속 하녀인 유리였다. 왼쪽 눈 밑의 눈물점과 살짝 올라간 눈꼬리가 매력적인 그녀는 초록덩굴가문의 하녀복을 제대로 착복하고 있지 않았다.

 

 하나로 올려 묶은 뒤 흰색 카츄샤로 단정하게 마무리 되어있어야 할 머리카락은 풀어 헤쳐져 있었고, 실용성을 중점에 두고 디자인 된 어두운 색의 긴 원피스는 어디로 팔아먹었는지, 무릎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짧은 원피스를 입은 상태였다.

 

 깊이 패인 앞섬이 풍성한 가슴골을 훤히 들여다 보이게 해주는 것은 덤이었다.

 

 아멜은 마치 창부와 같은 그녀의 모양새를 지적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 했지만 굳이 지적하지는 않았다.

 

 펠트로가 유리를 데리고 있는 것이 부엌데기 하녀들의 일을 시키기 위해서가 아님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짜 하녀의 일을 하지 않는 아이에게 이래라 저래라 명하는 것은 시간 낭비였다.

 

 

 "남작님이 에뮬은 함께 부르시지 않더냐."

 

 

 아멜은 유리의 경박한 옷차림을 애써 외면하며 말했다.

 

 아무리 낮은 신분의 사용인이라도, 남의 속살을 빤히 들여다 보는 것은 예법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네. 아멜님과 에밀리님 두 분만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

 

 

 유리는 아멜에게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펠트로를 죽이고 싶다며 날뛰었던 에밀리는 어느새 얌전해져서 격식 있게 홍차를 홀짝이는 척을 하고 있었고, 에뮬은 쿠키를 집어먹은 손가락에 묻은 기름을 실크 손수건에 닦고 있었다.

 

 아멜은 빛보다 빠른 동생들의 태세전환에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그래, 채비가 되는 대로 가도록 하지. 15분 정도만 기다려 달라고 전해주겠느냐."

 

 

 아멜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유리에게 청유형으로 물었다. 귀부인의 표본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그녀의 기품있는 말투와 미소에 잠시 넋을 잃은 유리는 멍하니 아멜의 얼굴을 바라보다, 문득 정숙하지 못한 자신의 옷차림이 부끄러워졌는지 양 귀를 붉히며 가슴 앞섬을 끌어올렸다.

 

 

 "예, 그리 전하겠습니다."

 

 

 유리는 붉어진 얼굴로 한 손으로 가슴골을 가리며 인사한 뒤 재빠르게 방에서 빠져나갔다.

 

 

 '부끄러운 줄은 알아서 다행이네.'

 

 

 아멜은 유리가 부끄러운 것을 아는 치라 다행이라 생각하며, 방문이 확실히 닫혔는지 확인했다.

 

 

 "내 생각인데, 펠트로는 에밀리와 나를 피드 상인의 예비신붓감으로 점 찍은 것 같아."

 

 "아악! 진짜 싫어!!"

 

 

 아멜의 말에, 에밀리는 절규에 가까운 비명을 내지르며 머리카락을 자신의 쥐어뜯었다. 얌전한 척하며 홍차를 홀짝이던 에밀리는 온데간데 없었다.

 

 분에 못 이긴 에밀리는 씩씩거리며 주변을 둘러보다가 분풀이하기에 영 마땅한 게 없었는지, 손에 들고 있던 죄 없는 찻잔을 바닥으로 내던졌다.

 

 

 "에밀리 언니..!"

 

 

 쨍그랑 소리와 동시에 에뮬이 새된 비명을 질렀다.

 

 

 "그거 내가 아끼는 찻잔인데!!"

 

 

 바닥에 산산조각 나있는 찻잔을 바라보는 에뮬의 눈빛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어.. 순간 너무 화나서…"

 

 

 웬만해선 큰 소리를 내지 않는 에뮬의 비명에 정신이 확 돌아온 에밀리가 어색하게 말했다.

 

 아멜은 당혹감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에밀리를 바라보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에밀리, 펠트로 앞에서는 절대 이런 식으로 행동하지 말고 성질 죽이고 가만히 있어야 해. 나는 너네 싸우는 것만 보면 진짜 진절머리가 난단 말이야."

 

 "응.. 알고 있지.."

 

 

 기가 팍 죽은 에밀리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대답했다. 아멜은 의자에서 일어나 에밀리의 등을 부드러운 손길로 톡톡 가볍게 두 번 두드렸다.

 

 

 "일어나. 펠트로한테 가봐야지."

 

 "그래.."

 

 

 에밀리는 아멜의 손을 잡고 힘 없이 일어났다.

 

 아멜은 순식간에 축쳐진 에밀리의 모습이 가엾어 보이긴 했지만 그녀에게 위로의 말을 따로 건네지는 않았다.

 

 에밀리는 자기 분에 못 이겨 물건을 때려부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선천적으로 기분파인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물건을 부순 전적들이 화려했다. 특히, 다혈질인 펠트로와 말싸움이 붙기라도 하는 날에는 온 집안 물건들이 풍비박산이 났다.

 

 그런 그녀가 물건 하나를 부수고 당황스러워 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드문 경우였기에, 아멜은 에밀리에게 이번 기회를 반면교사로 삼아 줄 요량이었다.

 

 

 "에뮬, 언니들 갔다 올게.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갔다 와서 무슨 일 있었는지 다 이야기 해 줄게."

 

 

 에뮬은 대답 대신 고개를 주억거리기만 했다. 꽤나 상심이 큰 모양이었다.

 

 

 "찻잔 조각은 절대로 건들지 말고 사람 불러서 치워 달라고 해."

 

 

 깨진 찻잔 조각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에뮬이 찻잔 조각에 혹여나 다칠까 겁이 난 아멜은 방을 나서기 전 조심하라고 신신당부 했다.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방문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기는 아멜은 마음이 이래저래 불편했다.

 

 귀여운 막내동생 에뮬이 크게 상심해있는 것이 가장 마음에 걸렸고, 지금은 잠시 얌전해졌지만 또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 같은 에밀리가 굉장히 신경 쓰였다.

 

 아멜은 미간을 찌푸리고 볼이 빵빵하게 부어있는 그녀의 동생을 곁눈질로 훑어보았다.

 
작가의 말
 

 초록덩굴가문은 펠트로가 작위를 받기 전까지만 해도 평민들에게 평판이 가장 좋은 귀족가문이었습니다. 영지민들의 알현을 받아주고, 그 고충을 들어주는 유일한 가문이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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