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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경성몽중록: 당신을 위하여
작가 : 이후
작품등록일 : 2022.1.24

1895년 조선 여인 희수, 1921년 일제강점기로 타임슬립하다. 왜 이곳에 왔을까? 왜 자꾸 이상한 꿈을 꾸는 걸까? 꿈과 현실 사이, 과거와 미래 사이, 끊임없이 고뇌하며 진정한 자신을 찾아나가는 청춘들의 기록.

 
8. 시험
작성일 : 22-02-04 00:43     조회 : 184     추천 : 0     분량 : 4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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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시험

 

 “잘 부탁한다, 제자.”

 재영이 긴장감에 움추러든 희수에 어깨동무를 하며 말하자 송연이 둘을 주시한다.

 “그럼 오늘부터 시작해도 되는 것입니까?”

 재영이 송연에게 묻는다.

 “자네가 원하면 그리하게. 오늘은 별일이 없으니 내가 춘몽에 있겠네.”

 “그럼 가세, 제자.”

 희수와 재영이 나가려하자 송연이 멈춰 세웠다.

 “잠시!”

 그리고는 잡화점 한구석에서 옷 한 벌을 가지고 나온다.

 “어찌 치마를 입고 훈련을 하겠나? 이걸로 갈아입고 가게.”

 “여인이 바지를 입는단 말입니까?!”

 희수가 소스라치게 놀라자 재영과 송연이 되려 더 놀란다.

 ‘이곳은 여인도 바지를 입는 건가 보구나!...’

 이에 희수가 멋쩍게 웃으며 송연에게서 옷을 가져온다.

 “아! 너무 좋아서 말입니다. 바지를 안 입은 지 꽤 되었는데... 얼른 갈아입고 나오겠습니다.”

 희수의 어색한 몸짓에 송연이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리고 재영은 맘에 안 든다는 듯 고개를 흔든다. 재영이 밖으로 나가려 하자 재영을 부르는 송연.

 “잠시 서 보게.”

 송연이 부르자 뒤돌아보는 재영.

 “예? 무슨 일이십니까?”

 “자네가 희수를 믿지 못하는 건 알고 있네. 허나 자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윤희수는 춘몽회의 단원이네.”

 송연이 단호하게 말한다.

 “그러니 같은 단원으로 대하게. 어떤 연유든 자네가 저 아이를 막 대할 자격은 없으니 말이네.”

 재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수장. 명심하겠습니다.”

 “고맙네. 희수를 잘 부탁하네.”

 재영이 잠시 고민하다가 말을 꺼낸다.

 “저 하나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말하게.”

 재영이 희수의 방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수장은 저 여인을 믿으시는 듯합니다. 원래 그리 사람 쉽게 믿지 않으시지 않습니까? 어찌 저 여인은...”

 재영의 질문에 송연이 미소짓는다.

 “처음 봤을 때부터 저 아이, 어딘가 나와 많이 닮아 보였네. 정이 가더군.”

 송연의 답에 재영이 되묻는다.

 “그 정 때문에 모든 것을 망칠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난 정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것들을 말이야.”

 재영은 의심스러운 표정이다. 그런 재영의 얼굴을 보고 송연은 재밌다는 듯 미소짓는다.

 “최소한 나는 그리 생각하네. 자네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때 희수가 방에서 나온다. 사내들이 입는 양장 차림이었다.

 “치수가 얼추 맞나 보군. 다행이네.”

 “수장님의 옷입니까? 제가 입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상관없네. 이이가 껄렁해 보여도 조선에서 손꼽히는 명사수이니 잘 배우고 오게. 그것이면 충분하네.”

 그러면서 희수에게 모자를 씌워주는 희수. 이제는 정말 누가 봐도 체구가 좀 작은 사내의 모습이었다.

 “다녀오겠습니다.”

 재영도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나란히 길을 걸어가는 재영과 희수.

 “어디로 가십니까?”

 “길바닥 아무 곳에서나 총을 쏠 수는 없지 않나? 적당한 곳으로 가는 중이니 잘 따라오기나 하게.”

 이때 재영을 부르는 누군가.

 “오라버니!”

 “어? 여긴 어쩐 일이야?”

 재영이 웃으며 누군가를 맞이한다. 화려한 양식의 복색을 한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오라버니야말로 이리 대낮에 웬일로 이곳을 돌아다니십니까? 전 백화점에 가느라 나왔는데... 근데 옆에 분은 누구십니까?”

 “내 동무야, 이 친구가 경성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구경을 시켜주려던 참이었어.”

 그러자 희수에게 손을 건네는 여인.

 “역시 오라버니의 동무라 그런지 상당히 미남이십니다. 다음에 제 동무들까지 같이 한번 만나시죠.”

 “아, 예...”

 희수가 최대한 목소리를 깔고 여인과 악수를 한다.

 “그럼 이만, 또 보자.”

 지난 저녁에도 여인들과 함께 있는 재영을 보긴 했었지만, 아무리 봐도 저런 재영의 표정은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또 한참을 걷는 두 사람. 적막함이 계속되자 희수가 말을 꺼낸다.

 “인기가 많으신가 봅니다.”

 “왜? 질투하나?”

 “..."

 뭐라고 답할 수가 없었다. 재영은 늘 희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저는 쓸데없는 감정 소비는 하지 않습니다.”

 “그건 나와 자네의 공통점 같군.”

 공통점이라는 말에 묘한 반발심이 드는 희수. 희수가 생각하기에 저는 재영과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그렇습니까? 저는 무엇이 선비님의 진짜 모습인지 알지 못하니 잘 모르겠습니다.”

 희수의 말에 입꼬리를 올리는 재영.

 “그러는 자네는?”

 희수가 당황한 표정으로 재영을 올려다본다. 희수가 아는 재영의 얼굴이었다. 시리도록 서늘한 그 얼굴이었다.

 “그러는 자네는? 자네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데?”

 재영의 질문에 희수는 걸음을 멈춰섰지만 재영은 계속 걸어간다.

 '내 진짜 모습? 그게 뭘까? 춘몽회의 단원? 일본인의 아내?’

 재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희수. 재영이 그런 희수를 부른다.

 “빨리 오게.”

 “예? 예...”

 재영의 말에 재영을 쫓아가는 희수.

 

 그 시각, 춘몽

 정현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어서 오세요.”

 “어? 어째서 수장이 계십니까?”

 “정현인가? 희수는 재영과 함께 보냈네. 저 때 보니, 총을 다루는데 재능이 있어 보여 재영에게 가르침을 좀 받으면 좋을 것이라 생각했네. 또 다른 기본적인 부분들도 가르칠 필요가 있고 말이야.”

 정현이 놀라 물었다.

 “재영과 말입니까?”

 송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이왕 배우는 것 우리 중 그래도 제일 가는 이에게 배우는 게 낫지 않겠나 싶어... 무슨 문제라도 있나?”

 송연이 묻자 정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단지 조금 이른 것이 아닌가 하여...”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 않나? 빠를수록 좋지.”

 송연의 말이 맞았다. 하지만, 정현은 자신이 점점 희수를 위험에 빠트리는 것은 아닐지 고민이 되었다. 이곳에 온 것부터 춘몽회의 단원이 되고, 재영에게 훈련을 받게 된 것까지.

 ‘잘한 일인지 모르겠군.’

 잠시 생각에 잠긴 정현을 송연이 툭 쳤다.

 “자네 괜찮은가?”

 “아... 예. 괜찮습니다. 혹 재영이 어디로 갔는지 아십니까?”

 “훈련할 때마다 가는 곳에 있지 않겠나? 나도 정확히는 잘 모르겠네.”

 정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 그리고 정보가 하나 있습니다.”

 송연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타츠오가 조선에 들어온 듯합니다.”

 “이케다 타츠오가 말인가?”

 정현이 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예, 사흘 전에 조용히 들어온 것 같습니다.”

 송연이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알겠네. 동향을 주시하게.”

 “예, 수장.”

 “아! 그리고...”

 송연의 목소리에 정현이 떠나려는 발걸음을 멈춘다.

 “재영에게는 아직 말하지 말게. 때가 되면 내가 말하겠네.”

 정현이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희수와 재영이 꽤 걸어 도착한 곳은 인적이 드문 산중이었다. 한양이 내려다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꽤 거리가 있어 사격 연습을 하기엔 제격인 듯했다.

 “여기면 되겠군.”

 재영이 멈춰서고 희수도 뒤따라 멈춰 선다.

 이때 재영이 숨을 한번 내쉬고는 희수를 밀쳐 넘어뜨리며 공격하기 시작한다.

 “앗!”

 희수와 재영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뒤엉켜 구른다.

 “갑자기 왜 이러십니까?”

 희수가 가까스로 재영에게서 벗어나 묻는다.

 “한번 제대로 해보게. 여기 있는 건 우리 둘뿐이니 맘껏 해보란 말이야.”

 재영이 희수에게 다시 달려든다.

 이때, 재영이 희수의 뒤에서 목을 조르려 하자 영문을 모른채 당하고만 있던 희수의 눈빛이 갑자기 변하고 재영의 명치를 팔꿈치로 세게 가격한다.

 “윽!”

 재영이 물러나자 희수가 재영을 발로 차 넘어뜨리고 위에 올라탄다.

 “!!!”

 그 후 재영의 품에서 빠르게 총을 꺼내 머리를 정확하게 겨냥하는 희수.

 “이것 봐.”

 그러자 재영이 거센 숨을 쉬며 웃는다.

 “너는 기억이 없는 것이 아니야. 기억을 숨기고 있는 거지.”

 재영의 말에 정신을 차린 희수.

 “내가 어떻게... 이런...”

 “왜? 어서 끝내지 않고? 밀정에게도 양심 같은 것이 있는 건가?”

 “저도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희수가 재영에게서 떨어지고, 재영도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총을 주워든다.

 “사주한 자가 누구야, 이름을 대. 그러면 목숨은 살려주지.”

 재영이 희수 쪽으로 총을 겨눈다. 희수도 재영을 바라본다.

 “이름을 댈 자가 없습니다. 저는 밀정이 아닙니다.”

 “그럼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지?”

 “...”

 “목숨값은 어떠한가? 그 정도면 나도 믿어주겠네.”

 지금 이 상황에서 희수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과거에서 왔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믿어줄 작자도 아니었고, 오히려 더 큰 의심을 받을 수도 있었다.

 희수가 허탈하게 웃었다.

 “어차피 제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믿을 생각조차 없지 않으십니까? 이전의 일로 선비님께 목숨을 빚진 것과 다름이 없으니 마음대로 하십시오.”

 재영이 미묘한 표정으로 희수를 보았다.

 “그래?”

 탕

 총소리에 희수가 눈을 감는다.

 스륵

 총소리에도 아무런 느낌이 없자 희수가 눈을 뜬다.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머리카락. 재영이 쏜 건 뒹어켜 싸우느라 풀어진 희수의 머리카락이었던 것이다.

 쏠 생각이었다. 쏘아 죽일 생각이었다. 하지만 재영은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저 앞에 서 있는 여인이 두려워하는 건 죽음이 아니었다. 만일 죽음을 두려워했다면 애걸복걸 빌었을 터이지만 희수는 그렇지 않았다. 그 점이 흥미로웠던 재영은 자신이 믿지 못할 거라는 희수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려 했다.

 ‘그 이후에 죽여도 늦지 않다.’

 재영이 총을 내렸다.

 “어디 한번 말 해봐. 믿을지 말지 판단은 내가 할 것이니.”

 “예?”

 “해보란 말이야. 자네의 얘기. 이대로 죽으면 억울하지 않겠어?”

 재영의 말이 맞았다. 이대로 아무 말도 못하고 죽는 건 그야말로 개죽음이었다. 희수가 숨을 가다듬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는 본래 이곳의 사람이 아닙니다.”

 “그럼 외국에서 온 밀정인가?”

 희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장소가 아니라 시간을 말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시대의 사람이 아닙니다. 제가 온 곳은 스무 해 전인 1895년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미래인 지금으로 오게 되었고, 돌아가려 해보았지만 돌아갈 수 없어 이곳에 남은 것입니다. 저를 구해주신 날이 이곳에 온 첫날이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너무 어이가 없어 웃음도 안 나올 지경이었다.

 “그럼 그날 전차에 뛰어든 게 과거로 돌아가려고 한 것이었다?”

 희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재영이 찡그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조금 더 머리를 써보지 그랬나?

 재영이 다시 총구를 희수에게 겨눴다.

 ”이건 너무 성의가 없어 속아주는 척도 하기 뭐하군.”

 이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다급한 정현의 목소리.

 “멈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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