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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원초적 욕망
작가 : 박소영
작품등록일 : 2016.10.9

“당신을 위해, 당신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세상이 여기 있습니다. 당신이 원하던 외모로 살아가며 당신이 원하던 일을 이루고, 당신의 이상형과 당신이 원하는 사랑에 빠질 수 있습니다. 당신의 모든 상상을 현실로 만드십시오. 유토피아는 당신이 창조하는 완벽한 현실입니다.”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 결국 유토피아를 가능케 했다. 만 30세를 넘긴 사람은 누구나 유토피아에 갈 수 있는 세상. 그러나 실제 유토피아를 조작하는 것은 인간이 아닌 ‘그들’의 욕망이다. 이를 깨달은 몇몇 사람들은 유토피아가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세상을 찾아 나선다.

 
망할 인생의 취미
작성일 : 16-10-31 15:13     조회 : 634     추천 : 1     분량 : 6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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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영지야!”

 

 들뜬 목소리로 시원하게 문을 열어젖히는 나를 보며 간이침대에 앉은 엄마가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했다.

 

 불이 꺼져있는 어두운 병실.

 

 집에서 가져온 작은 스탠드가 엄마를 비추고 있었고, 그녀의 손에는 눈에 익은 연두색 스프링노트가 들려 있었다.

 

 재작년 내 취업과 함께 생계 전선에서 은퇴한 엄마는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이제 자식들 다 키웠으니 나도 내 인생 좀 살아보자!”

 

 엄마는 웬만한 젊은이보다 열정적이었다. “내가 진작에 요리를 직업으로 삼았으면 참 잘했을 텐데, 그렇지 않니?”

 

 그런 그녀는 할머니가 되기 전 요리유학을 떠나겠다며 얼마 전부터 영어공부까지 시작한 참이었다. “이제와 요리사는 못 되겠지만, 그냥 재미있잖아.”

 

 ‘방금 잠들었어.’ 엄마는 소리 없이 입을 뻥긋거렸고, 나는 아주 천천히 병실 문을 닫았다.

 

 “언니 왔어?”

 

 그러나 이미 잠에서 깨버린 영지가 부스스 눈을 떴다.

 

 “너는 애 자는데…….”

 

 엄마는 쓰고 있던 돋보기안경을 벗으면서 내게 가볍게 눈을 흘겼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싱글벙글, 오히려 마음 놓고 쿵쾅대며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잘됐어. 이렇게 좋은 소식은 다 같이 들어야 돼!”

 

 나는 영지의 옆 빈 침대에 털썩 주저앉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오늘 누구 만났게?”

 

 나는 영지의 기운을 북돋아주기 위해 부러 더 가볍고 밝은 목소리를 냈다. 두 사람은 내 이야기에 집중하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엄마는 두 다리를 간이침대 위에 올린 뒤 왼쪽 무릎을 문질렀고, 영지는 침대에 달린 리모컨을 눌러 침대의 상체를 45도쯤 들어올렸다.

 

 스탠드 불빛은 대화의 집중도를 높였고, 나는 목을 꼿꼿이 세운 채 말을 이었다.

 

 “제가, 출판사의 소개로, 무려, 이원우 작가님을 만났습니다!”

 

 어느덧 나는 엄마와 영지를 속이는 일에 꽤 능숙해졌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들로부터 받는 도움을 설명할 길이 없기에.

 

 “와, 대박…….”

 

 이원우 작가를 향한 나의 견고한 팬심을 잘 알고 있는 영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엄지손을 척 세웠다.

 

 들떠 있는 내 기분을 맞춰주려 영지도 괜스레 밝은 표정을 짓는 듯했다.

 

 “어머, 우리 차영주 출세했네? 세계적인 유명 인사를 다 만나고!”

 

 엄마는 두 손을 모아 쥐며 활짝 웃었다.

 

 두 청중의 성원에 힘입은 내 두 눈에 힘이 들어갔다.

 

 “작가님을 만난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지!”

 

 나는 한 손을 뻗어 허공을 천천히 슥 훑었다. ‘내 눈을 바라봐. 내게는 여러분을 기쁘게 할 소식이 있으니.’ 완전한 약장수 모드.

 

 “뭐가 또 있어?”

 

 그런 나를 보며 엄마가 피식 웃었고 영지도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영지의 사고 이후, 우리 셋이 이렇게 밝은 얼굴로 서로를 마주하는 건 처음이었다. 참으로 감사한 순간.

 

 “막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내가 동생 무릎 때문에 걱정이라고 했더니, 글쎄 작가님이 자기가 아는 의사를 소개시켜주겠다는 거야. 미국에서 이쪽 분야로 최고인 의사랑 친하다면서.”

 

 내가 목소리 톤의 높낮이까지 자유자재로 조종해가며 꽤나 드라마틱하게 말했지만, 두 사람은 눈만 크게 뜬 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렇게 2초쯤 지났을까.

 

 “뭐? 진짜? 정말?”

 

 흥분으로 가득한 엄마의 목소리가 멍한 정적을 깨웠다.

 

 “진짜지. 반드시 수술 받게 해줄 테니까, 꼭 힘내라고 응원까지 해줬는데?”

 

 나는 이원우 작가님의 말을 전하는 척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힘주어 말했다.

 

 미국 의사는 당연히 지어낸 얘기로, 이번에도 닥터버그인가 하는 기계가 영지의 수술을 책임질 예정이었다.

 

 “아니, 그 분은 어떻게 처음 본 사람한테 그런 큰 도움을 주시니?”

 

 엄마는 좋아 죽겠다는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작가님이 내 글을 보고 나를 좋게 봤었대.”

 

 나는 새로운 거짓말을 추가하며 자연스럽게 거드름까지 피웠다.

 

 “어머머. 웬일이야.”

 

 기도하는 자세로 감탄을 내뱉는 엄마. 그녀는 신데렐라 스토리와 다를 바 없는 내 얘기를 곧이곧대로 믿어주었다. 미안할 만큼 다행히도.

 

 (일말의 현실성이라도 확보하고자, 내가 이원우 작가의 문하생이 됐다는 소식은 차차 말하기로 했다.)

 

 어안이 벙벙해진 영지는 입만 벌린 채 말이 없었다.

 

 “영지 너 무대에 꼭 다시 설 수 있어. 그러니까 힘내자 우리!”

 

 나는 영지를 향해 환하게 웃어보였지만, 영지는 말없이 눈만 세차게 깜빡거렸다.

 

 “우리 영지는 정말 하늘이 돕나보다. 능력 있는 언니 덕분에, 이제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네!”

 

 입이 귀에 걸린 엄마가 평소보다 부산스럽게 말했다. 정말 기분이 좋아서, 또 막내딸을 위로해주고 싶어서.

 

 

 ***

 

 

 병실 앞 복도.

 

 “하루만이라도 집에서 두 발 뻗고 편히 자.”

 

 나는 어서 가라는 뜻으로 손을 휘휘 저었다.

 

 내 등쌀에 못 이긴 엄마가 드디어 오늘은 집에서 자기로 했다. 영지가 입원한 이후로 그녀는 매일 그 조그만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잤다.

 

 “그래, 혹시라도 영지한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고.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지만.”

 

 엄마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지 재차 당부의 말을 건넸다. 빨갛게 충혈된 눈이 정말 피곤해 보였다.

 

 “응응.”

 

 나는 엄마를 돌려세우기 위해 그녀의 어깨를 살짝 붙잡았다.

 

 “근데 너 너무 깊게 잠들어서, 영지가 불러도 못 듣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그러나 엄마는 내 손길에서 벗어나며 또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아, 엄마는!”

 

 내가 입술을 쭉 내밀자, 그녀가 희끗 웃는다.

 

 잠 많은 나를 놀리는 걸 보니 엄마도 마음이 많이 편해진 것 같다.

 

 나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가 훅 내쉬면서 어깨를 한 번 털었다. 조그마한 안도감이 온 몸으로 퍼져나간다.

 

 “안에서는 영지 때문에 말 안했는데, 엄마가 요즘 너한테 너무 고마워.”

 

 이윽고 엄마는 나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사실 널 믿으면서도 엄마는 좀 불안했거든. 한창 일할 나이에, 글 쓴답시고 너무 시간만 죽이고 있는 거 아닌가 해서.”

 

 “적성에 안 맞는 일하면서 하루하루 버티는 게 더 시간 죽이는 일이지.”

 

 엄마의 익숙한 레퍼토리에 나도 모르게 익숙한 변명이 튀어나왔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사는 사람이 어디 있니. 다들 참으면서 사는 거지. 엄마는 뭐 좋아서 가구점 했니? 엄마도…….”

 

 그리고 내 변명은 마치 돌림노래처럼 엄마의 또 다른 레퍼토리를 불러냈다.

 

 “아냐, 이제 이런 말 하지 말아야지. 너는 이제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으니까. 엄마가 생각을 바꿔야지, 그치?”

 

 그러나 웬일인지 엄마는 곧바로 돌림노래의 마침표를 찍었다.

 

 아직 책이 나온 것도 아닌데, 엄마는 벌써부터 성공한 작가를 딸로 둔 것처럼 만족스러워 보였다.

 

 거짓말 밖에는 한 일이 없는 딸은 그 앞에서 양심의 가책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이 엄마의 불안이 헛된 일이었다고 증명해줘서 고맙고……. 능력 있는 언니까지 되어줘서 더 고마워.”

 

 절대 내 몫일 수 없는 칭찬을 거절하지도 삼켜내지도 못한 채 나는 어색한 미소만 지었다. ‘하하….’

 

 “…그러니까, 마음 놓고 집에서 좀 쉬어.”

 

 “그럴게. 고마워.”

 

 드디어 집으로 향하는 엄마의 뒷모습에 괜히 눈시울이 시큰해졌다.

 

 딸들에 대한 무한한 믿음을 단 한 순간도 내려놓지 않는 그녀.

 

 너무 애달프다.

 

 다시 병실로 들어가기 전 나는 눈가에 살짝 맺힌 눈물을 날려 보냈다.

 

 

 ***

 

 

 “언니, 자?”

 

 어둠 속에서 영지가 조용히 나를 불렀다.

 

 환하게 웃던 엄마의 모습이 생각나 쉽게 잠들지 못하던 참이었다.

 

 “아니, 뭐 필요한 거 있어? 어디 불편해?”

 

 “아니, 아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나를 의식하며 영지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복도에서 새어 들어오는 빛을 통해 천천히 깜빡이는 영지의 눈이 보였다. 그녀는 똑바로 누워 천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언니는, 만약에 언니가 쓴 책이 잘 안 되면 어떨 거 같아?”

 

 “응?”

 

 한밤중의 엉뚱한 질문. 내가 미처 생각해보지 않은 부분이기도 했다.

 

 내가 책을 내는 것도 그들의 계획 중 일부라고 했으니 책은 아마도 만들어지겠지만, 그 책의 내용이나 향후 판매 같은 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물론, 언니 책은 당연히 잘 될 거야. 내가 읽어보지는 않았어도.”

 

 영지가 목소리에서 연약한 웃음기가 묻어났다.

 

 나는 오랜만에 찾아온 자매간의 대화를 위해 다시 편하게 몸을 뉘였다.

 

 “그런데 그냥 만약에, 아주 만약에… 언니가 쓰는 책이 절대 인기를 얻지 못할 거라고 해도, 언니는 계속 글을 쓸 거야?”

 

 “뭐?”

 

 헛웃음이 절로 나올 만큼 비관적인 질문에 나는 영지 쪽으로 몸을 홱 돌렸다. 영지의 시선은 여전히 천장을 향해 있었다.

 

 “너 언니한테 너무 잔인한 거 아니니?”

 

 내 장난스러운 되물음에 영지가 웃음소리를 났다. 사실 웃음이라기보다는 짧게 내뱉은 숨소리에 가까웠다.

 

 “맞아, 생각만 해도 잔인하지?”

 

 나는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영지가 하려는 말이 뭔지 궁금할 뿐이었다.

 

 “아무리 해도 결국 안 될 일을 위해서 끝까지 노력하는 사람은 바보거나… 아니면 그 일을 정말 순수하게 사랑하는 사람이거나… 둘 중 하나겠지.”

 

 사고 이후 영지가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고.

 

 “언니.”

 

 이윽고 내 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렸다.

 

 “나는 바보도 아니고, 순수하게 발레를 사랑하지도 않아.”

 

 모든 것이 흐릿한 실루엣으로 존재하는 어두운 병실이었지만 영지의 눈빛만은 또렷하게 나를 찔렀다.

 

 “뭐……?”

 

 “나는 그냥 어디서든 빛나고 주목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거지, 반드시 발레여야만 하는 이유는 없었어. 발레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면 그걸 했을 거야.”

 

 영지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나는 뒤통수가 얼얼했다.

 

 아픈 남편과 두 딸을 책임지는 엄마에게뿐만 아니라 내게도 유일한 위안은 영지였다.

 

 나는 어디에 내놓을만한 구석이 없는 애였고, 그렇다 보니 엄마가 기뻐할 만한 얘깃거리를 만들지도 못했다.

 

 우리 집의 자랑이자 엄마의 기쁨조. 자연스럽게 모두 영지의 몫이었다.

 

 다행히도 영지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부담스러워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원해서 발레를 했기 때문에.

 

 그 덕에 나는 영지에게 덜 미안할 수 있었다. ‘너는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가족들까지 자랑스럽고 기쁘게 하니까, 얼마나 좋아. 그치?’

 

 “발레가 최선의 선택인 줄 알았는데……. 난 실패야.”

 

 영지의 말끝이 힘없이 꺾였다.

 

 “뭔 소리야 지금? 네가 무대에서 얼마나 멋있고 빛나는데!”

 

 나는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불안을 참지 못하고 다시 몸을 일으켰다.

 

 “공연 끝나고 커튼콜 할 때, 그런 생각을 해. 저 사람들은 지금 누구에게 박수치고 있을까? 당연히 주인공들이겠지. 주연이 아닌 일개 무용수의 이름까지 기억하면서 돌아가는 관객은 없으니까.”

 

 어둠 때문일까, 영지의 얼굴은 섬뜩하도록 차가웠다.

 

 “너 그 생각은 진짜 아니다!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고 해도, 그 무용수들이 없으면 전체 공연이 완성되지 않는 거잖아.”

 

 도덕교과서적인 내 반박에 영지는 예의상의 미소도 짓지 않았다.

 

 “언젠가 나도 저 환호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있을 땐,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좋았지.”

 

 “근데 왜 갑자기 그 희망을 잃었어?”

 

 “26살의 발레리나는 자라나는 새싹이 아니잖아. 이제까지 안 됐으면 앞으로도 안 되는 거야.”

 

 영지는 모든 걸 체념한 듯한 미소를 보였다. 너무도 단호한 말투에 나는 쉽사리 입을 뗄 수 없었다.

 

 “아무리 해도, 난 이제 최고는 못 돼. 절대.”

 

 함부로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없었다.

 

 사랑하는 동생을 기만하고 싶지 않았다. 발레리나의 수명이 짧다는 것, 그들의 절정은 젊음과 비례한다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다.

 

 “…언제부터 이렇게 생각해온 거야?”

 

 나는 겨우 목소리를 짜내 물었다.

 

 “한 일 년 정도.”

 

 영지는 감정의 변화가 없었다. 마치 남의 얘기를 전하듯이.

 

 “그럼 내가 회사 때려칠 때쯤이네.”

 

 “응. 그래서 나 그때 언니 좀 부러웠다? 더는 이 길이 아니라고 판단을 내리자마자, 미련 없이 때려치는 게 멋있었어.”

 

 영지의 말도 안 되는 칭찬에 난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발레가 아니면 내가 뭘 하면서 살 수 있을까 싶어서……. 나는 언니 같은 용기가 안 나더라고.”

 

 엄마의 말이 맞다. 인생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모두들 꾸역꾸역 살아간다. 이놈을 걷어찬다고 해서 더 나은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기에.

 

 “근데 이렇게 사고가 나면서, 아 역시 내가 발레를 계속 할 운명은 아니었구나 싶었어. 안 되는 일에 그만 매달리라는 하늘의 계신인가 싶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할래? 너 죽다 겨우 살아났어, 알아?”

 

 가만히 영지의 말을 듣고 있던 내가 발끈하고 나섰다. 이 아이는 자신의 상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모르고 이런 소리를 하는 건가.

 

 “어쨌든 미국 가서 수술 받는 건 안 할래. 어차피 발레리나로서 나 이제 끝났어.”

 

 “차영지.”

 

 애원하듯 이름을 불렀지만, 영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미국은 병원비 장난 아니라며. 엄마 아빠가 그동안 나한테 투자한 돈도 아까운 판에.”

 

 “돈은 걱정 안 해도…….”

 

 “아무튼 이원우 작가님한테 너무 감사하지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된다고 언니가 말 좀 잘 전해줘.”

 

 영지는 내 말을 가차 없이 끊어냈다.

 

 “영지야!”

 

 나는 한 번 더 영지의 이름을 불렀지만.

 

 “잘 자, 언니.”

 

 그녀는 고개를 천장으로 되돌리며 아예 두 눈을 감아버렸다.

 

 “차영지!”

 

 내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크게 이름을 불러도, 영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

 

 나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우리는 분명 전보다도 더 행복해질 수 있는데…….

 

 열심히 걸어가는 사람 앞에 구덩이를 파놓고 기다리는 게 망할 인생의 취미인 걸까.

 

 그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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