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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환생한 거 같으니 편하게 살고 싶다
작가 : 이따금
작품등록일 : 2022.1.29

“보이면 안 되는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인간들이 소리칠 때 솔직히 미안했다.

환상종이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괜히 소원을 빌었나.

아무튼 나는 분명 죽었는데 다시 환생한 거 같다.

근데 세계는 왜 이 모양이 됐을까.

됐고, 이제 진짜 편하게 살고 싶다.

 
인어는 몸값이 비싸다 (3)
작성일 : 22-02-03 21:07     조회 : 180     추천 : 0     분량 : 5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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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히도 루가루는 더는 일어나지 않았다.

  도깨비불의 효과가 있는지, 곳곳에 익은 살에서 미미한 연기가 올라왔다.

  문제는 그 이상한 웃음소리였다.

 

  “아 폭주 막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말 많던 남자의 목소리였다.

  루가루의 이빨에 옷이 다 찢어졌고 사이에서 많은 피가 흘렀지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말 많던 남자는 죽었던 거 아니었어?”

 

  안나가 놀라서 소리쳤다.

  그냥 지나가던 행인 1 정도 되는 캐릭터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쌘 거 같았다.

  입에서도 피가 줄줄 새어 나오는데 그는 비틀비틀 루가루를 향해 걸었다.

  때마침 아까 불렀던 경찰의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음... 오늘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저는 사무직이라 몸 쓰는 일은 맞지 않네요.”

 

  그는 비틀비틀 걸으면서도 자기보다 키 두 뼘 정도 큰 루가루를 한 손으로 질질 끌고 갔다.

 

  “잠시만, 너 인간 아니었어?”

 

  안나가 소리쳤다.

 

  “인간마다 사정이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나중에 또 뵙겠습니다! 도깨비는 뭐랄까 미리 인사해둘게요! 생각보다 특이한 표본이네요!”

 

  “안돼, 여기서 잠깐 기절해줘야겠어.”

 

  말 많던 남자가 루가루를 끌고 걸어가자 안나가 달려들었다.

  그는 그런 안나를 바라보다가 주머니에서 총을 꺼냈다.

  작은 권총이었다. 안나가 달려가는 것을 멈췄다.

 

  “불행을 주는 종족이라면 요정에 가까운 거 같은데, 제가 알기로는 요정은 총 한 방이면 끝이더라고요! 거기 멈춰 계실까요?!”

 

  안나가 달리기를 멈췄다.

  그리고 나를 바라봤기에 빠르게 달려들려고 했다.

  고통이 갑자기 확 몰려와서 움직이기 어려웠다.

  말 많던 남자는 나를 경계했는지, 하늘에 총을 한 발 쐈다.

  순간적으로 반응을 멈췄다.

 

  “도깨비는 역시 튼튼하네요! 아 제 이름은 말 많던 남자가 아닙니다! 저는 모르디기안. 편하게 모르라고 불러주세요. 종족은 구울일 걸요?”

 

  말 많던 남자, 아니 모르는 하늘에 총을 두 번 더 쐈다.

  그러고는 몸을 흔들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저는 사무직이라고 듣고 경매장에 취업했어요! 이건 사기 아닌가요? 우리 자주 볼 거 같은데 나중에 또 봐요.”

 

  모르는 그렇게 말하며 총구를 그녀에게 겨누고 루가루를 끌면서 휘적휘적 걸어갔다.

  그가 사라질 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는 말 없이 모르가 떠난 길을 오래 바라봤다.

  먹잇감을 놓쳤다. 무기에 큰 미련을 두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방망이가 없던 점이 아쉬웠다.

 

  “일단 경찰부터 맞이할까?”

 

  가만히 있는 안나의 뒷모습에 대고 말했다.

 

  “그래.”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명민아가 미안해했지만, 우리 모두 괜찮다고 했다.

  살아 있으니까, 그리고 진주도 어차피 받을 거니까...

  이번엔 정말 죽을 뻔했다.

  뭔가 많이 이상해진 지금 세계에서 몸을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

 

  “근데 영산아 너 진짜 쌔긴 쌔다. 보통 루가루한테 맞으면 무조건 죽거든.”

 

  그 말에 그저 웃었다.

  이전 1년 동안 죽을 뻔한 기억들 속에서 사실 이 정도는 별것도 아니었다.

  그슨대부터 시작해서 모두 자신의 힘을 제어하지 못하는 거 같았다.

 

  아무튼 확실히 큰 피해가 없었다.

  몰려온 아픔은 몇 분 뒤에 사라졌다.

  칼이 꽂힌 상처는 아무래도 병원에 가야겠지.

  조금 늦게 경찰들이 우리를 찾았다.

 

  “안녕하세요, 신고받고 출동했습니다. 어디보자, 도모비카 종인 안나 씨 맞으시죠?”

 

  경찰이 눈앞에서 어떤 창을 띄우며 말했다.

  확실히 세상이 편리해졌다. 저런 창도 있고.

 

  “네, 근데 혹시 오다가 늑대인간 질질 끌고 다니는 거 못 보셨나요?”

 

  안나가 말하자 경찰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확인해보니 두 분 다 환상종이고 서로 다투다가 그렇게 됐다고 해서 그냥 냅뒀습니다.”

 

  “저희랑 싸워서 그런 건데요?”

 

  그 말에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상식적으로 피칠갑이 된 채로 거리를 활보하는데 신경 쓰지 않는다니 납득되지 않았다.

 

  “아, 그러셨군요. 신변 확보도 해뒀습니다. 우선 여러분 잠깐 체크 좀 할게요.”

 

  경찰은 그렇게 말하며 스캐너를 가져와 우리의 손바닥에 갖다 댔다.

  이후 자신 앞에 뜬 창을 확인하며 말했다.

 

  “음... 세 분 모두 환상종이네요.”

 

  “그렇죠.”

 

  명민아도 이런 처사에 발끈했는지, 퉁명스럽게 답했다.

 

  “그러면 저흰 가보겠습니다. 아까 저분들이랑 싸웠다고 했죠? 환상종간 다툼엔 인간 피해가 없을 때 개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서요.”

 

  그렇게 말하며 경찰은 어색하게 웃었다.

  안나를 바라보니 기대도 하지 않았다는 듯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앞으로 허위신고는 없기를 바랍니다. 안나 씨는 환상종 업소에도 등록된 분인데, 괜히 경찰하고 마찰 빚으면 안 되잖아요?”

 

  내가 뭐라고 한마디 하려고 할 때 안나가 내 팔을 잡았다.

  하지 말라는 의미인 거 같았다.

 

  “그러면 부상이 있어서 그런데 경찰차만 조금 태워줄 수 있을까요?”

 

  “네, 기왕 왔으니까 가까운 환상종 병원에 모셔다드릴게요.”

 

  환상종 병원도 따로 있었나.

  그렇게 경찰이 가져온 구급상자로 대충 다리를 지혈하고 그곳으로 갔다.

  조금 북적이는 응급실에서 명민아는 계속 내게 사과했다.

 

  “죄송해요, 정말. 저 때문에.”

 

  너무 많이 들었다.

  그것보단 명민아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어쩌다가 그 사랑을 만났을까.

 

  “나중에 김근태 씨 썰이나 좀 풀어줘요.”

 

  “네.”

 

  다가오는 응급실 의사를 맞이하며 말했다.

  명민아가 수줍어했다.

  다양한 환상종이 보였지만, 의사 역시 환상종이었다.

  염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음, 칼이 박히긴 했는데 깊게 박히지는 않았고, 여기서 찢어진 부분 봉합하고 원무과에서 약 받아가겠습니다.”

 

  그렇게 의사에게 얘기를 듣고 처치 받은 후 병원을 나왔다.

  벌써 시각은 저녁 11시 경이었다.

 

  “명민아 씨는 어떻게 하게요?”

 

  “저는 이제 모르겠네요...”

 

  “일단 우리 집에서 재울게.”

 

  그렇게 말하며 안나가 웃어 보였다.

  그게 나을 거 같았다.

  문제는 내 집에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배가 고팠다.

 

  “일단 뭐라도 야식 챙겨 먹고 헤어질까?”

 

  그 둘 역시 동의했다.

  명민아가 휘청이는 나를 부축했다.

  안나가 택시를 잡았고, 강남 거리로 좌표를 찍었다.

 

  “근데 뭐 먹게?”

 

  “햄버거 어때?”

 

  내가 묻자 안나가 심플하게 대답했다.

  그래 그게 좋을 거 같다.

  먹으면서도 이제 명민아의 앞길을 찾아야 하니까.

 

  수십 년이 지난 세계였지만, 아직 롯데리아는 있었다.

  키오스크로 세트 몇 개를 시키고 마주 앉았다.

  우선 명민아에게 궁금한 점을 물었다.

 

  “김근태 씨는 어떻게 만난 거예요?”

 

  “예전에 그 사람이 바다에 빠졌을 때 구한 적 있었어요. 20년 전이었나?”

 

  “근데 왜 만나러 온 건데요? 마녀한테서 벗어나면서까지.”

 

  안나가 되물었다.

  근데 아까부터 마녀는 무엇일까?

 

  “마녀가 뭔데?”

 

  “심해의 마녀라고, 모든 세계에 있는 인어를 모아서 심해동굴에 국가를 만들었어. 지금은 이제 몇 마리 찾기도 힘든 게 인어니까.”

 

  “인어가 그렇게 사냥당했나?”

 

  “말도 마, 사실 한국에서도 인어는 멸종됐었으니까. 명민아 씨가 여기 돌아오기 전까지.”

 

  안나의 말을 들으며 그 정도일까, 생각했다.

  새삼 명민아가 대단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죠, 저도 거제도에 사는 인어며, 곳곳에서 인어가 다 사냥당한다는 말을 듣고, 생각했어요. 이제 한국을 떠서 마녀에게 가야 한다고.”

 

  “네, 네.”

 

  우리는 흥미롭게 명민아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냥 간단하게 김근태, 그 사람이 9살일 때 바다에 빠진 그 사람을 제가 구했어요. 그리고 몇 년 뒤에 제가 사냥꾼들 그물에 걸렸을 때 그 사람이 저를 구했어요. 제 목숨이 소중해서 정신없이 도망가다가 문득 그 사람은 인간들 손에서 죽임을 당하지 않았을까 생각했죠. 걱정돼서 그 해역에 갔을 때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나온 햄버거를 먹으면서 들었다.

  정말, 엄청 맛있었다.

  쫓기고 다녔을 때는 이런 건 상상조차 못 했다.

  햄버거에서 치즈가 쭉 늘어나다니,

  명민아의 이야기를 자세히 못 듣는 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무튼 결국 죽었나보다, 포기하고 마녀와 다른 인어들과 함께 살았어요. 그렇게 몇 년을 살았는데 파도가 유리병 안에 담긴 편지를 갖다 주더라고요.”

 

  “바다가요?”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싶을 때 명민아가 말했다.

 

  “인어는 바다의 말을 듣고 소통할 수 있거든요. 제 몸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은 없으면서 이상한 것들만 많죠?”

 

  “아뇨, 멋있는데요...”

 

  이 정도면 만능 엔터테이너였다.

  아무튼 명민아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10년 정도? 조금 늦은 편지를 받고, 여기로 와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김근태 씨가 말했어요. 자기는 살아 있고 환상종을 위해서 살아간다고, 나중에 꼭 한번 만나고 싶다고.”

 

  “그거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고요?”

 

  안나가 놀라서 소리쳤다.

 

  “네, 마녀와 인어들 반대도 심했는데 일단 왔어요. 인어는 오래 살 수 있지만, 그만큼 삶의 의미가 무디니까.”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표정이 어딘가 쓸쓸해 보였다.

 

  “그러면 일단 만나러 가죠. 대가는 진주를 조금 더 받고, 그 지느러미에 있는 기름까지.”

 

  명민아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주시면 정말 감사하죠.”

 

  “잠깐만, 근데 그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아. 서울숲을 가려면 한강을 건너야 해요.”

 

  안나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안나가 휴대전화로 지도를 보여주며 설명했다.

  각 도시와 자치구별 새장 정보가 모두 정리돼 있었다.

  그러면서 넌지시 명민아에게 말했다.

 

  “이쪽 바다 사정은 잘 모르겠군요. 지금이 11월인데 아직 12월이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어느 정도 빙판이 생기면 강을 건너시죠.”

 

  강 하나 건너는 게 어려웠나?

  왜냐하면 다리가 있으니까...

  그러나 안나의 표정은 심각했다.

 

  “아직 한국 소식을 정확히 못 들으신 거 같은데, 한강엔 7성으로 취급받는 재앙급 괴물 크라켄이 서식합니다. 갈 수 있는 모든 다리가 그로 인해 끊겼고, 한강을 건너려면 목숨을 거셔야 합니다.”

 

  크라켄이라... 그 문어가 왜 여기에 나타났을까.

  서양의 민담으로 다가오는 물고기가 왜 여기에 있는 걸까.

 

  “그게 왜 여깄어?”

 

  “정확히는 모르겠어, 근데 겨울이 한창일 때 그 움직임이 둔해진다는 보고가 있어.”

 

  안나가 그렇게 말해서 그런가 싶었다.

 

  “그러면, 일단 명민아 씨는 어떻게 하지?”

 

  “그냥 우리 집에서 지내세요.”

 

  안나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도 될까요?”

 

  “뭐 어때요. 환상종은 서로 도우면서 사는 거니까.”

 

  그렇게 한 달 정도 도모비카와 인어의 동거가 시작됐다.

  근데 나는 이불은 어떡하지.

  모르겠고, 휴무도 하루 남았으니까, 쇼핑은 내일 하고 편하게 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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