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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기현상 칼럼니스트
작가 : ILooK
작품등록일 : 2022.1.21

생방송 중 실종된 스트리머, 사랑에 온 몸과 마음을 불태우는 사람, 아름다운 형상과 함께 나타난 알 수 없는 전염병 그리고 갑작스레 아귀가 되어 나타난 조상까지. 이미 일어났으나 아직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단편 형식의 짧은 호러 소설과 이를 마무리 짓는 칼럼 방식의 이야기입니다.

#공포 #미스테리 #괴이 #한국 #전설

ilook.at.the.light@gmail.com

 
2. 지귀
작성일 : 22-02-03 20:00     조회 : 197     추천 : 0     분량 : 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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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6년 12월 24일, 모두가 들떠있던 크리스마스이브.

 

 밝은 미래정신과의원에서도 매해 그렇듯 크리스마스 준비로 분주했다.

 

 미리 설치해 두었던 크리스마스트리에는 은색과 금색의 크기 다양한 오너먼트 장식 볼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고, 곳곳에 5cm 정도 크기의 산타와 눈사람이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며칠 전부터 불을 밝혀둔 트리 아래에는 가짜 눈 더미 위로 모양만 그럴싸하게 포장지를 싸 둔 가짜 선물이 쌓여 있었다.

 

 카운터 옆에는 커다란 루돌프 사슴 인형이 둥글둥글한 갈색 뿔과 새빨간 코를 반짝거리고 서 있었고, 직원 모두가 뿔 달린 머리띠나 산타 모자를 쓰고 있었다.

 

 

 모두 즐거운 기색이 만연한 가운데 유독 행복해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병원에서 4년 차 간호사 김정애(가명) 씨였다.

 

 그는 그해에 막 사귀기 시작한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일기에 따르면 오래 짝사랑해 온 사람이라 그에게는 크리스마스가 더욱 특별한 날이라고 했다.

 

 모두가 행복한 그 날, 그는 자신이 그중에서도 가장 행복한 사람일 것이라 확신했다.

 

 

 병원에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연휴를 맞아 이미 환자의 반 이상이 자리를 비웠고, 직원도 3분의 2가량만 남은 그날.

 

 저녁 식사로는 매시 포테이토와 구운 아스파라거스가 곁들여진 스테이크와 리코타 치즈, 토마토가 곁들여진 샐러드 그리고 생크림이 올려진 초코케이크 한 조각과 무알코올 와인이 예정되어 있었다.

 

 

 외출한 환자들은 그들대로 그리고 환자와 병원 사람들은 병원 사람들끼리 행복한 저녁을 보낸 다음 날,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해가 뜨지 않은 어둠 속에서 흰 눈이 펑펑 쏟아졌다.

 

 그리고 새벽에 환자들을 살피던 간호사와 그의 비명을 듣고 헐레벌떡 달려 간 사람들은 행복 속에서 스러진 희생자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곳은 폐쇄병동에서 가장 좋은 독방이었다.

 

 유명 배우 김태성이 연쇄 방화 살인 사건의 유력한 가해자로 의심되었으나 수사 도중 중증 조현병 진단을 받아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하는 것을 조건으로 수사는 중단되었고, 그리하여 김태성은 그 독방의 주인이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곳에서 김정애 씨의 시신을 발견하였다.

 

 

 이후 경찰은 김태성을 방화 및 살해 혐의로 추적하였으나 그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몇 되지 않는 미제 사건 중 가장 끔찍하고도 괴상한 사건이라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몰랐다.

 

 설마 이 끔찍한 사건의 뿌리를 타고 부정부패라는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있을 줄.

 

 

 우연이었을까, 운명이었을까.

 

 김태성의 살인사건을 조사하던 언론사 중 월드 포스트 코리아가 끼어 있었던 것이.

 

 당시에도 월드 포스트는 SHC에 인수되었으나 인수된 이후에도 부정부패와 타협하지 않기로 유명했으며, 심지어 SHC의 비판 기사를 끊임없이 출간하며 사람들에게 언론사의 모범이라 불릴 정도로 영향력 있는 곳이었다.

 

 월드 포스트 코리아는 그런 본사의 영향을 받아 ‘타협하지 않는다.’를 모토로 삼고 있으며, 그 모토대로 기업, 정부 그리고 재계까지 가리지 않고 비리와 관련된 기사를 싣기로 유명했다.

 

 

 살인사건을 조사하던 월드 포스트 코리아의 이용준 기자는 밝은 미래 정신과 의원의 상황에 의아함을 느꼈다고 비리 폭로 후 인터뷰에서 밝혔다.

 

 

 살인사건이 일어난 당일과 시체 발견 당시 병원에 외출을 나갔던 사람의 수가 일반 정신과 병원보다 훨씬 많았으며, 당시 사건을 증언하던 환자 다수가 다른 정신과의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와 달리 또렷한 모습을 보였다는 게 그 설명이다.

 

 게다가 몇몇 환자는 유독 낯이 익었는데, 이용준 기자는 과거 자신이 맡았던 사건의 피고인이었다는 걸 떠올렸다고 한다.

 

 

 그는 곧바로 자신의 과거 취재 자료와 동료가 취재한 자료를 모아 병원에 입원해 있는 이들 중 추적 가능한 이들을 새로 취재했다.

 

 결과는 놀랍게도 그곳에 입원한 환자 3분의 1은 재판에서 심신장애로 인정을 받아 치료감호 처분되었고, 3분의 1은 사건의 용의자 상태에서 정신병 판정을 받았으며 나머지 3분의 1만이 자의로 혹은 정말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입원 환자 면면을 조사하자 놀라운 면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알아주는 정계, 재계는 물론이고 검찰부터 경찰의 자식까지 화려한 집안의 사람이 그곳에 몽땅 다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월드 포스트 코리아 내부에서는 이 취재 기사를 비밀리에 다루었고 충분히 뜸이 들었다 싶은 순간에 터뜨렸다.

 

 장대영 국회의원이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그 순간, 검색 포털 사이트 순위에 그의 아들과 밝은 미래 정신과 의원이 나란히 상위권을 차지했다.

 

 

 장대영 국회의원의 아들 장동영 씨는 2035년 9월 7일 서울 영등포를 음주운전을 하다 뺑소니를 쳤고, 체포되었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로 면허 취소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더욱 문제가 되었던 것은 장동영 씨가 차량을 불법으로 개조하여 운전자의 음주 시 자동 자율주행 모드로 전환되는 기능을 수동 조작할 수 있게 했다는 사실이다.

 

 이 사건으로 인하여 2039년 11월 고의로 자율운전 주행 시스템을 불법 개조하여 사고를 낼 경우 양형 기준이 강화되었다.

 

 

 당시 장동영 씨는 불법 차량 개조, 음주운전 그리고 뺑소니 혐의로 입건되었으나 최종적으로는 치료 명령 제도를 적용하여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2년간 치료와 보호관찰을 명령받았다.

 

 재판 당시 그는 조울증과 분노조절장애로 인한 심신미약을 주장했고, 그 감정을 맡은 것이 밝은 미래 정신과 의원 원장 이용훈이었다.

 

 

 심신미약 감정서를 제출하고 피해자와의 합의가 원만히 이루어졌다는 점, 본인이 반성을 많이 한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였다.

 

 

 기사가 나간 후 사람들은 발칵 뒤집어졌다.

 

 기사 내에서 나열되었던 수많은 정·재계 인사부터 시작해 검찰에서 경찰까지 힘 좀 쓴다는 사람들과 관련된 이들의 이름이 줄줄이 나열되자 한때 조세 회피의 피난처라 불리던 스위스 은행처럼 밝은 미래정신과의원도 동일한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 사건으로 유력했던 대선 후보와 여야를 막론하고 밝은 미래 병원과 관련이 있던 국회의원 몇이 사퇴했다.

 

 검찰 또한 적지 않은 이들이 관련되어 있음이 밝혀진 탓에 검찰총장이 결국 책임지고 옷을 벗었다.

 

 경찰청장 역시 처지는 같았다.

 

 

 줄줄이 이어지는 비리와 끝없이 시도되는 꼬리 자르기가 한 차례 마무리되자 피의자의 심신미약 주장과 그에 따른 감정이 조금 더 체계적이어야 하며 동시에 치료 명령제도 역시 보완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다행히 이후 주취 감경 및 심신미약 인정 그리고 치료 명령제도 모두 약간씩이나마 나은 방향으로 개정이 된 상태이다.

 

 

 하지만 여전히 힘 있는 자들이 법망을 피해가기는 식은 죽 먹기로 보인다.

 

 김태성의 도주와 밝은 미래정신과의원 사건이 발생한 지 채 10년이 지나지도 않은 현시점, 우리 사회는 또다시 일명 ‘갑질하는 재벌’과 맞닥뜨렸다.

 

 

 그 주인공은 대한민국 준재벌가로 30대 재벌 안에 손꼽히는 조대 일가의 총수 조세정이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아무런 이유 없이 부하 직원을 향해 폭언과 폭행을 일삼고 심지어 자신보다 30살이나 어린 하청업체 직원에게는 성희롱을 스스럼없이 행한 장본이기도 하다.

 

 

 그에 대한 특수폭행 등 6가지 범죄사실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진행되는 최근, 어제 조세정 씨가 분노조절장애 소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전문가들은 조세정 씨는 분노조절장애보다는 자신의 지위를 각인시키기 위한 도구적 분노, 성격장애에 가깝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그런데도 그가 분노조절장애 진단서를 받을 수 있었다는 것, 또한 그 소견서에서 최근 논란이 되는 정신과 전문의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사실을 시사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했던가.

 

 

 과거와 달리 주어지는 자료를 통해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AI가 사회 곳곳에 배치되었음에도 여전히 범죄자들은 법망을 피해 구멍을 찾아 빠져나간다.

 

 돈이 있다면 중범죄라 하더라도 과태료 혹은 고급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황제 생활을 즐기고 돈이 없으면 감옥에 가야 하는 중범죄보다 과태료를 내야 하는 경범죄 처벌을 더 두려워한다.

 

 

 입력된 프로그래밍에 의해 출력값을 내놓는 AI처럼 돈에 의해 재판은 짜인 판대로 흘러간다.

 

 객관성을 담당한 재판장 AI도, 인간성을 담당한 인간 재판장도 돈에 고용된 유능한 변호사에 의해 잘 짜인 하나의 말로 전락한다.

 

 

 하지만 그들이 착각하는 한 가지가 있다.

 

 자신들의 방식이 정말 자신을 위한다는 착각이다.

 

 타인을 무시하고 짓밟으며 양들 사이에서 자신을 늑대로 여기는 이들은 너무도 확고한 확신 탓에 자신의 시야를 좁혀 소중한 사람이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지 못한다.

 

 결국 소중한 이들을 절벽 끝으로 몰아넣어 잡고 있는 손을 놓는 것도 그들 자신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김태성이 저지른 사건이다.

 

 그는 자신과 타인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차라리 살인자라고 한들 아들이 정신적으로 아플 리 없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진 부모의 아집 때문에 결국 또 다른 희생자가 생겼고, 아들은 영영 희대의 살인마가 되어 평생 한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우리는 늑대도, 양도 아닌 사람이다.

 

 사람에게는 양심과 도덕이 있고 이 두 가지가 우리를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사는 동물과 다르게 만든다.

 

 나는 사람이고 싶다.

 

 사람이 사람을 보는 세계에서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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