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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내 안의 그
작가 : 이작송
작품등록일 : 202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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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할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필름이 끊기도록 마신 다음 날, 깨질 듯한 두통과 함께 내 앞에 나타난 이 남자는……!

 
4화 네가 대신 풀어줘
작성일 : 22-02-03 08:25     조회 : 189     추천 : 0     분량 : 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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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현관문을 열자마자 수현이 신아의 입술을 집어삼켰다.

 

 탁. 수현의 힘에 밀려 신아가 벽에 등을 부딪쳤다.

 

 통증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신아가 살짝 미간을 찡그렸다.

 

 “아파?”

 

 수현이 입술을 떼고 손가락으로 살살 주름진 미간을 문질렀다.

 

 “조금.”

 “안 아프게 할게.”

 

 하얗고 가녀린 그녀의 목에 수현이 입술을 댔다. 갑작스레 느껴진 말캉한 감촉에 신아가 움찔했다.

 

 “……흡.”

 

 여린 살결이 입술에 의해 점차 예민해졌다. 이리저리 신아가 고개를 비틀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흐.”

 

 참을 수 없는 소리였다. 저도 모르게 계속 아랫배에 힘이 들어갔다.

 

 수현이 부드럽게 신아의 턱을 부여잡았다.

 

 “나 봐.”

 

 붉게 상기된 그녀의 얼굴이 그의 시야에 담겼다. 수현의 혀가 살짝 열린 그녀의 입안을 비집고 들어갔다.

 

 “하아.”

 

 혀끝을 세운 그가 입안의 점막을 부드럽게 훑었다. 몸을 비틀며 간신히 참은 소리였지만, 결국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그게 기폭제였다. 흥분을 이기지 못한 수현이 입 안 깊숙한 곳을 사정없이 찔렀다.

 

 “흡.”

 

 숨이 턱턱 막힌 신아였다. 키스 한 번에 금방 녹을 듯한 기분이라니. 거칠 땐 거칠었다가 이번에는 또 부드럽게 입술을 빨아당겼다.

 

 점차 그가 신아에게 몸을 밀착해왔다.

 단단한 무언가가 다리 사이로 느껴지자 신아가 손을 뻗어 수현의 넥타이를 풀었다.

 

 수현이 입을 맞춘 상태로 재킷을 거칠게 벗고 신아의 턱을 조심히 고쳐잡았다.

 

 입을 맞추며 수현이 신아의 원피스 뒤에 달린 지퍼를 내렸다.

 느슨해진 옷을 어깨 아래로 내리자 풍만한 가슴을 감싸고 있는 브래지어가 드러났다.

 

 본능에 이끌려 수현의 손이 신아의 가슴으로 향했다.

 

 “잠깐만.”

 

 신아가 수현의 손을 잡고 수현을 바라봤다. 그의 어깨에 고개를 댄 채 숨을 헐떡이는 신아였다. 그는 금방이라도 귀가 녹을 것 같았다.

 

 “술 좀 깼어?”

 “…….”

 

 수현이 풀린 눈으로 신아를 마주했다.

 술이 온전히 깨버린 신아의 눈이 반듯했다.

 

 “그래서 어떻게 할래?”

 

 수현이 선택권을 신아에게 넘겼다.

 

 “방으로 갈까?”

 

 살짝 미소 짓는 그녀를 보자마자 수현은 아래가 화끈거렸다.

 

 “흐름 끊기기 싫은데.”

 “그럼 업고 가.”

 

 수현이 장난스럽게 말하자 수현의 목을 감싸 안고 가슴을 가까이 밀착했다.

 

 “안아줘.”

 

 수현이 신아를 품에 안았다. 그의 발등 위에 올라간 그녀가 자연스레 수현의 허리에 단단히 다리를 옭아맸다.

 

 턱을 움직일 때마다 얇은 와이셔츠 위로 브래지어가 느껴지면서 안 그래도 아래에 더 피가 쏠렸다.

 

 한 손으론 신아의 등을 단단히 고정하고, 다른 한 손으로 방문을 여는 수현의 마음이 조급해졌다.

 

 발로 방문을 밀고, 빠르게 침대로 향했다.

 여전히 입술을 머금은 두 사람이 쓰러지듯 눕자, 침대가 들썩였다.

 

 수현이 손가락으로 신아의 눈, 코, 입을 쓸었다.

 차가운 그의 손에 신아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

 그의 손가락이 점점 더 아래로 내려왔다. 굴곡이 진 언덕을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신아가 살짝 몸을 기울였다. 수현이 그녀의 뒤에 밀착해 조금 더 높아진 언덕을 감쌌다

 

 “나 좀 봐.”

 

 수현이 신아의 몸을 덮자, 신아가 그와 눈을 마주쳤다.

 침대를 지탱하고 있는 그의 허벅지가 단단해졌다.

 

 “풀어줘.”

 

 숨소리가 가득 섞인 야릇한 소리였다.

 

 “뭐, 뭘?”

 

 수현이 신아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가락에 울퉁불퉁한 단추가 만져졌다.

 

 흥분에 젖은 신아의 손길이 자꾸만 어긋났다.

 

 “아, 씨.”

 

 흥분을 이기지 못 하고 결국 와이셔츠 단추를 뜯어냈다.

 와이셔츠가 펄럭이며 그 안에 숨어 있던 근육질의 몸이 드러났다.

 

 “뭐가 그렇게 급해?”

 

 키스를 멈춘 수현이 상체를 일으켰다.

 신아가 아쉬운 마음으로 키스의 여운이 느껴지는 입술을 혀로 훑었다.

 

 “아직 시간 많아.”

 

 수현이 다 벗은 와이셔츠를 바닥에 던졌다.

 신아가 손을 올리자마자 아슬하게 몸을 가리고 있던 원피스를 수현이 순식간에 벗겨버렸다.

 

 수현이 신아의 속옷을 벗겼다.

 방심한 틈을 타 순식간에 수현의 차가운 손이 허벅지 사이를 파고들었다.

 차가운 감촉에 신아가 저절로 몸을 잘게 떨었다.

 

 “추워?”

 “손이 왜 이렇게 차가워?”

 “그럼 네가 녹여주면 되지.”

 

 허벅지를 지분거리는 손길에 몸에 서서히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신아의 숨이 거칠어졌다.

 

 “하아……. 너도 벗어.”

 

 신아가 수현의 허리 벨트를 잡아당겼다. 순순히 수현이 그녀의 손길에 이끌렸다.

 

 ***

 

 “나 씻고 나올 건데, 넌?”

 

 씻다니.

 이불을 망토처럼 몸에 감싼 신아의 두 눈이 커졌다.

 

 “원래대로 다시 돌아올 방법부터 찾아야 하는 거 아니야?”

 

 대충 와이셔츠를 걸친 채 팔짱을 낀 수현이 신아를 바라봤다.

 

 “찝찝한 상태로 계속 있을 순 없잖아.”

 

 수현의 말에 신아가 아차 싶었다.

 땀에 젖었던 머리카락이며, 몸이며.

 의식하고 나서야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그, 그럼.”

 

 그렇다고 선뜻 씻겠다고는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뒷말을 잇지 못한 신아를 수현의 의아한 듯 바라봤다.

 

 “왜.”

 “아, 아니.”

 

 쟤는 아무렇지 않은가.

 행여 벗겨질까 봐 이불을 꼭 말아쥔 신아가 수현과 눈을 맞췄다.

 

 “혼자서 못 씻겠어?”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그럼 내가 씻겨 주고.”

 “무, 무슨 소리야!”

 

 신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불을 놓친 건 한순간이었지만, 이미 신아는 드로즈만 입은 상태였다.

 

 “그러라고 지금 일어난 거 아니야?”

 “아니거든!”

 

 고개를 숙여 몸을 살핀 신아가 황급히 이불을 집어 둘러썼다.

 

 “그럼 네가 정해.”

 “뭘?”

 

 이해가 되지 않은 듯, 신아가 미간을 좁혔다.

 

 “서로를 씻겨 주든가.”

 “그건 싫어!”

 “아니면 같이 씻든가.”

 “아, 안 돼!”

 “그럼 각자 씻을 수밖에.”

 

 하필 주어진 선택지가 이것뿐이었다.

 절망감에 깃든 신아가 머리를 굴렸다.

 최악과 최악과 최악 중 선택해야만 한다면

 

 “따로, 따로 씻어.”

 

 차라리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게 백 배 천배는 나았다.

 

 “왜, 같이 안 씻고.”

 

 수현이 놀리듯, 말했다.

 

 “오, 옷이나 줘.”

 

 신아가 시선을 피해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수현의 입에서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들어가면 그 앞에 둘게”

 “욕실은 어딘데?”

 “여기.”

 

 수현이 고급 원목으로 된 문을 가리켰다.

 욕실로 향하던 신아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뒤를 돌았다.

 

 “그럼 넌 어디서 씻게?”

 

 수현이 턱짓으로 문밖을 가리켰다.

 수현의 방만해도 신아의 집 거실만 했다.

 이렇게 큰 집에 화장실이 하나만 있는 것도 이상했다.

 여기 한 개, 거실에 한 개 있으면 적어도 두 사람이 함께 지내는 데 부족함은 없었다.

 

 “근데 너 갈아입을 옷은?”

 

 신아가 고개를 돌려 수현이 침대맡에 벗어놓은 옷을 쳐다봤다.

 이곳에는 여자 옷 따위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허물처럼 벗겨진 옷들은 모두 190cm의 건장한 남성의 것이었다.

 

 “걱정하지 마. 김 실장한테 연락한 거니까.”

 

 검은 화면에 불빛이 들어왔다. 자판을 친 수현이 금세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연락?”

 “여자 옷 몇 벌 좀 준비해달라고.”

 

 흘깃 수현을 바라보던 신아가 상체까지 끌어올린 이불을 질질 끌고 욕실로 향했다.

 

 “어차피 바뀌면 상관없는 거 아니야?”

 

 집에 가서 옷 갈아입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새 옷 준비해둘게. 몸 바뀌면 그거 입어.”

 “굳이 필요가 있나?”

 

 신아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바뀌지 않을 상태를 대비해서라도 준비해두는 게 좋지.”

 

 단호한 그의 말에 신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욕실 문고리를 잡았다.

 

 “알겠어.”

 “…….”

 “아.”

 

 욕실로 들어가던 그녀가 중요한 말을 ㅡ까먹은 듯, 뒤돌았다.

 

 “너, 너 내 몸에 이상한 짓 하지 마!”

 

 탁, 말을 마친 신아가 황급히 욕실 문을 닫았다.

 

 ***

 

 자신의 방보다 훨씬 큰 욕실이었다.

 나쁜 짓을 한 건 아니지만,

 탈의와 동시에 수현의 몸을 봐야 하는 사실에 심장이 벌렁벌렁거렸다.

 

 “……와.”

 

 검은색으로 도배된 욕실 한쪽 벽면에는 유리로 되어 있고, 그 앞에는 호텔식 욕조가 있었다.

 신아가 손을 놓자 이불이 촤르륵 바닥으로 떨어졌다.

 욕실 안을 둘러본 신아가 거울 속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잘 컸네.”

 

 9년 전과 그대로인 잘생긴 이목구비였지만,

 한층 더 발달한 눈썹뼈와 콧대는 남성미를 자랑했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단단한 팔근육을 손가락으로 눌러보기도 했다.

 기억하고 있던 소년의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성인이 된 수현의 모습을 보는 건 또 색다른 기분이었다.

 

 “…….”

 

 반가운 기분이 드는 건 맞는데, 지금 이 기분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다시 만나면 편하게 인사하는 사이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남자가 다 된 수현을 보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신아가 부스 안으로 들어가 샤워기를 틀었다.

 쏴아아.

 신아의 머리카락이 순식간에 젖었다.

 

 ***

 

 신아가 욕실 문고리를 잡은 채 서 있었다.

 고개를 숙여 몸을 확인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남자 옷까지 입으니 지금 이 상황이 새삼 실감이 났다.

 

 “아직 멀었어?”

 

 하지만 수현은 그런 신아를 기다려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미 그녀가 있는 옷장 문 앞까지 그는 와있었다.

 

 “지금 나가!”

 

 어차피 피할 수도 없고.

 신아가 눈을 꽉 감으며 문을 확 열어젖혔다.

 

 “왁!”

 

 문고리를 잡고 있던 손이 허공으로 향하더니, 신아가 넘어지면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괜찮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수현이 신아의 앞으로 손을 뻗었다.

 얼굴이 빨개진 신아가 수현의 손을 잡고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왜 문 앞에 서 있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수현만 지금 억울한 상황이었다.

 

 “하도 안 나오길래.”

 “왜 나 기다렸는데?”

 

 신아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수현이 등을 돌렸다.

 

 “잘 안 풀려서.”

 

 수현의 손이 브래지어를 가리켰다.

 순간 이것 하나도 못 푸냐고 물으려던 신아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여자인 나도 혼자서 풀려면 가끔 손이 엇갈리는데,

 남자인 수현이 혼자서는 잘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가까이 와봐.”

 

 신아의 앞으로 수현이 다가오자 신아가 손을 뻗었다.

 차가운 손이 등에 살짝 닿자 수현이 움찔했다.

 

 “다됐어.”

 “…….”

 

 답답한 느낌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설마 지금까지 안 씻은 거야?”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더니

 

 “응. 너 나올 때까지 기다렸는데.”

 

 역시나였다.

 신아가 후, 한숨을 쉬었다.

 이런 반응이 별로 대수롭지 않은지 수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갑갑한데 굳이 입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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