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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시나의 결혼기록 (완결)
작가 : 코리아구삼공일
작품등록일 : 2022.2.2

결혼이주 여성들의 삶을 소재로 한 로맨스소설입니다. 이 글 속에는 네 명의 결혼이주 여성이 등장하는데 넷 다 중요한 주인공입니다. 네 명의 여성이 한국에서 겪는 결혼생활과 시행착오를 나름 사실적으로 너무 무겁지 않게 담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폭풍같이 지나간 첫사랑
작성일 : 22-02-02 10:53     조회 : 183     추천 : 1     분량 : 3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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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폭풍같이 지나간 첫사랑

 

 시나는 이반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말없이 수건으로 닦아주었다.

  저녁에 시나가 콧노래를 부르면서 양파를 볶자 그녀의 남편은 뭔가 의심쩍은 눈길로 그녀의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요즘은 힘들다 안카네?”

 남편이 부품끼리 조합을 맞춰서 고정시키기위해 쇠망치로 탕탕 치는 소리를 내면서 시나의 뒤에서 물었다.

 “맨날 하는일인데 뭐가 힘들어요?”

 시나가 대답했다. 남편은 더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시나가 오늘 번 돈으로 동네 조그만 슈퍼마켓에서 사온 소시지와 밭에서 주워온 양파를 토마토케탑을 넣고 볶아서 밥상에 올리자 아들 종길이는 좋아서 소리를 질렀다.

 “우와!”

 시나는 그런 아들의 볼을 비벼댔다. 아들은 그녀의 유일한 혈육이면서 온 마음을 다해서 애정을 쏟을 수 있는 대상이었다. 온 마을 전체에서 그녀의 말을 온전하게 알아듣고 호응해주는 단 한사람. 아들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었다.

 다음날은 비가 와서 양파작업을 하지 못했다. 시나는 허리가 아프다고 우는 소리를 하는 남편을 위해서 파스를 사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약국이 있는 읍내로 향했다.

 마을을 벗어나서 도로 위를 달리는데 양파를 가득 실은 트럭이 지나가면서 빵빵 소리를 냈다.

 창문으로 고개를 내민 사람은 이반이었다. 이반은 시나에게 타라는 시늉을 했다.

 이반은 어제까지 캐어서 창고에 쌓아둔 양파를 읍내 어디론가 실어나르는 모양이었다.

 비가 오는 날씨에 오토바이보다는 차가 훨씬 안전하고 빨리 다녀올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 들었다. 시나는 근처 도로 옆 소나무 아래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이반의 옆자리 조수석에 앉았다. 차창을 열고 달리는데 바람이 시원했다.

 시나는 창문너머로 손을 내밀어서 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의 감촉을 느꼈다.

 ‘자유란 이런 시원한 빗방울의 느낌일까?’

 이반과 시나는 읍내 약국에 들렀다가 다시 일삼리로 향했다.

 하늘이 캄캄해지더니 주변이 어둑어둑해지고 비가 점점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요즘은 한국의 여름에는 비가 오면 짧은 시간에 퍼붓듯이 폭우가 쏟아진다. 이반은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앞으로 나가기가 위험해서 잠시 인적이 끊긴 야외운동장 근처 길가에 차를 세웠다.

 비가 좀 그치면 갈 작정으로. 이반은 휴대전화로 시나에게 러시아의 노래를 들려주었다.

 노래는 좀 생소하긴 했지만 시나에게는 무척 낭만적으로 들렸다.

 차 앞유리로 비가 쏟아질 듯 퍼부어서 앞이 안보였다. 차 바퀴옆으로는 높은 지대에서 흘러내린 물이 파도처럼 쏟아져내렸다. 두 사람은 뜻밖의 은밀하고 밀폐된 공간에서 단둘만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아름다운 음악의 힘 때문일까? 아니면 어둡고 은밀한 공간에서의 자유로움덕분이었을까? 시나와 이반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자석처럼 이끌려서 얼굴을 포개었다.

 시나의 귓가에 천둥벼락이 치는 소리가 아주 아련하게 멀리서 들렸다.

 두 젊은 영혼은 야외운동장 옆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아주 화창한 날 가끔 고등학교선수들이나 아마추어야구부들이 모여서 야구를 하는 운동장이었는데 주변에는 사람은커녕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시나는 수유실을 겸한 넓은 화장실 안으로 이반의 손을 잡아끌었다. 안에서 문을 잠근 시나는 자신의 몸을 감싸고있는 초라한 허물을 훌훌 벗어던졌다. 이반은 가녀린 시나의 영혼을 따뜻하게 안았다.

  밖에는 어둠과 천둥소리뿐이었고, 두 젊은 남녀의 몸짓이 내는 소리도 빗소리에 밀려서 떠내려갔다.

 풀잎 위에서 다음 세대를 이어가기 위해 목숨을 걸고 교미를 하는 곤충들처럼 그들에게는 어떤 죄의식이나 거부감도, 경박함도 없었다. 향기로운 꽃송이 속에서 힘찬 꿀벌이 꿀을 빨다가 잠들듯 그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마을에서 멀어진 도로가 어딘가에 세워놓은 오토바이 앞에서 이반과 헤어진 시나는 오토바이를 타고 산들바람처럼 가볍게 집으로 돌아왔다. 목발없이는 걸을 수 없는 남편이 부업을 하기위해서 하루종일 앉아있느라 아픈 허리에 붙여줄 파스를 가지고서.

 “왜 이리 늦게 왔노?”

 그녀의 남편은 방바닥에 누운채 볼멘소리로 물었다. 시나는 최대한 담담한 척하면서 아무렇지도않은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했다.

 “늦긴 뭘 늦어? 비가 와서 오도가도 못해서 버스정류장에서 한참 서있다가 갔다왔구마는.”

 “빨리 좀 붙여봐라. 아파죽겠다.”

 나이 많은 남편은 뼈만 앙상한 등짝을 드러내놓은 채 엎드려서 시나를 재촉했다.

 시나는 최대한 남편이 원하는 부위에 파스를 붙이려고 애를 썼다.

  다음날 양파밭에서 이반과 시나는 다시 만났다. 두 사람의 눈빛은 더 깊어졌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되었을 때 이반과 시나는 단둘이서 작업장을 빠져나와 양파밭 근처 빈집에서 단둘이 도시락을 먹었다. 그리고 피곤한 몸을 빈집에 눕히고 서로를 따뜻한 손길로 쓰다듬었다. 다음 날도, 그 다음날도 두 사람은 점심시간이 되면 단둘이서 빈집으로 들어갔다.

 초여름이 다되어가자 작업이 힘들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두세 명씩 나무그늘 아래에 쉬다 오거나 낮잠을 자다가 오곤 했다. 너무 더운 점심시간에는 두어 시간씩 쉬었다가 일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양파작업을 하는 밭은 시나의 마을과는 상당히 멀었고, 이곳은 대부분 서로 서로가 잘 모르는 인력업체를 통해서 온 사람들이라서 두 사람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반의 친구들은 그녀와 이반의 사이를 방해하지 않기위해서 오히려 멀찍이서 점심을 먹었다.

 시나는 단 몇 주동안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태어나 처음으로 자유를 만끽했다.

 마늘작업이 끝나갈 무렵 이반은 시나에게 휴대전화 속에 캘린더 속의 날짜를 보여주면서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면서 휙 날아간다는 시늉을 했다. 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가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이미 짐작하고 있는 일이었다. 이반은 한국에 들어와서 비교적 오래 머물렀고 비자가 만료되었기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이반은 다시 꼭 돌아오겠다고 시나의 손을 잡고 맹세했다.

 시나는 어쩌면 이반을 다시 만나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이반을 만나지 못한 것보다는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지낼 수 있었던 것이 행운이었다.

 이반이 떠나는 날 시나는 남편 몰래 공항으로 그를 배웅하러 갔다. 이반은 러시아에 도착하는대로 그녀에게 전화를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반의 전화는 영원히 올 수 없었다.

 시나는 그날 저녁 뉴스에서 이반의 소식을 들었다. 한국을 떠난 러시아행 비행기가 기상이변으로 비상착륙을 시도하다가 침엽수림지대로 그대로 떨어져서 폭발해서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는 내용을 아나운서가 하는 말을 똑똑히 들었다. 뉴스자막에 비행기 탑승자명단이 떴다.

 이반 데니소비치. 이반의 이름이 똑똑히 나와있었다.

 그날 시나는 앓아누운채 며칠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그녀는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는 날이 늘었다. 차라리 이반이 러시아로 가서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그녀를 새까맣게 잊어버렸더라도 어딘가 살아있기만 하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그를 원망하더라도 이렇게 고통스럽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그렇게 짧은 그녀의 첫사랑은 끝이 났다. 이반이 떠난지 벌써 일 년이 지났다.

 인공수정으로 아이를 낳고 난 후 구 년이 지나서야 시나는 첫사랑을 경험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첫사랑은 처참하게 끝이 났다. 너무 짧은 행복 뒤에 몇 년동안 정신적인 고통이 찾아왔다.

 차라리 이반을 안만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와의 추억마저 없었더라면 시나는 그녀의 삶이 너무 삭막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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