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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시나의 결혼기록 (완결)
작가 : 코리아구삼공일
작품등록일 : 2022.2.2

결혼이주 여성들의 삶을 소재로 한 로맨스소설입니다. 이 글 속에는 네 명의 결혼이주 여성이 등장하는데 넷 다 중요한 주인공입니다. 네 명의 여성이 한국에서 겪는 결혼생활과 시행착오를 나름 사실적으로 너무 무겁지 않게 담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녀의 첫사랑
작성일 : 22-02-02 10:51     조회 : 199     추천 : 1     분량 : 3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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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그녀의 첫사랑

 

 이년 전 늦은 봄, 시나에게 첫사랑이 찾아왔다.

 시나가 동네 마을이장집 밭에 감자를 캐러갔었다. 거기에는 러시아에서 온 젊은 남자들이 인력업체의 소개로 일을 하기 위해서 와있었다. 흰 피부, 갈색 눈동자, 훤칠한 키, 곱슬머리의 이반을 그곳에서 만났다. 이반은 감자와 양파를 캐서 차에 싣고 나르는 일을 했었다.

 이반은 스물 두 살로 시나보다 세 살이 어렸다. 요즘은 감자도 비닐하우스 안에서 재배를 해서 일찍 출하를 한다. 그래야 비싼 값에 팔 수 있다. 봄이었지만 비닐하우스 안은 더웠다. 이반과 그의 친구들이 무척 더워보여서 시나는 물을 가져다주었다.

 “고맙습니다.”

 이반은 한국말을 할 줄 알았다. 그리고 아주 공손하게 시나에게 고맙다는 뜻으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 후 동네 모든 감자밭의 감자를 다 캘 때까지 이반과 그의 친구들은 일을 하러 왔었다.

 이반은 시나를 보면 아주 환하게 웃었다. 시나도 젊은 사람 하나 없는 동네에서 외국사람이지만 이반처럼 젊은 청년을 보는 것이 반가웠다.

 스물 둘을 갓 넘긴 청년 이반은 작업을 하는 중간중간 시나를 바라보았다.

 시나가 결혼했다는 말만 하지 않으면 그녀는 평범한 스물 다섯 처녀처럼 보였다. 사실상 처녀가 맞기도 했다. 그녀는 보통 키에 몸매가 호리호리했다. 전체적인 선이 가늘고 부드러워 여성스러웠다. 갈색 얼굴에 동그란 얼굴, 작은 눈, 코, 입이 그다지 미인은 아니었지만 잘 조화가 된 얼굴에 활짝 웃을 때는 보조개가 생겨서 귀엽고 매력있어보였다.

 이반은 점심시간에 시나에게 자신의 고향에서 가져온 초콜릿과 사탕을 나누어주었다.

 시나가 한국말을 그다지 잘 하지 못했으므로 두 사람은 대화가 안 통하면 손짓발짓을 하면서 나이가 몇 살이냐. 고향이 어디냐. 그런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이반은 휴대전화에 저장된 자신의 고향사진을 시나에게 보여주었다.

 ‘아! 러시아라는 나라가 이런 곳이구나!’

 시나는 캄보디아의 고향과 한국의 시골과 러시아의 시골마을 풍경을 머릿속으로 비교해보는 것이었다. 이반과 시나는 두 사람 모두 외로운 존재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외로운 두 젊은 영혼의 만남이었다.

 하지만 감자밭에는 동네 이장도 있었고, 감자를 캔 밭에서 이삭을 줍는 할머니들도 있었다.

 늙고 나이많은 그녀들은 남편이 있는 시나가 젊은 외국인청년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숙덕거렸다.

 “저거 저기 일삼리 사는 국골댁이 미느리(며느리)아이가?”

 늙은 아낙이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는 동네 이장집여자에게 시나를 가리키면서 물었다.

 이장집 여자는 예순이 넘었다.

 “와 아이라요? 맞심다.”

 “저 외국남자하고 죽이 맞구마이. 저카다가 눈맞아서 내빼는거 아이가?”

 늙은 여자들은 히히덕거렸다.

 “안 내빼는기이 이상하지? 바보도 아니겠고.”

 그들 중 친정이 구름이라서 구름댁으로 불리는 늙은 여인은 감자를 다 캐고 저녁 무렵 이삭까지 주워서 머리에 인 다음에 동네로 돌아갔다. 좁은 돌담길가 시나의 시집 옆에 있는 텃밭에서 시나의 시어머니가 텃밭에서 잡초를 뽑고 있었다.

 “형님, 밭매는교?”

 구름댁은 감자이삭을 머리에 인 채 물었다. 허리가 꼬부라진 시나의 시어머니는 이마의 땀을 닦으면서 고개를 들고 웃어보였다.

 “하, 이자 가나? 우리 미느리는 와 안내려오노?”

 “글씨, 곧 내려올낍니다. 근디 여자하고 사기그릇은 내돌리마 깨지는기라요.”

 귀가 어두운 그녀의 시어머니는 여자하고 사기그릇이 어쩌고 하는 부분까지만 들렸다.

 “우리 미느리가 내려오는데 사기를 깼다꼬?”

 그러나 구름댁은 무심한 듯한 표정으로 감자이삭자루도 무겁고 해서 이미 돌아서서 가고 있었다. 감자이삭을 주워서 자루 가득 담고 온 시나는 햇볕에 그을려 건강하게 검은 얼굴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콧노래를 부르면서 감자를 깎아서 시아버지를 위해서 감자국을 끓이고, 어린 아들을 위해서 감자를 기름에 볶아서 감자볶음을 만드는 것이었다.

 감자를 다 캐고 나서는 곧 양파작업을 한다. 운곡리뿐만 아니라 근처의 가시혜 마을도, 더 먼 마을도 온천지가 감자 아니면 양파 그것도 아니면 마늘밭이었다. 시나는 연달아서 양파작업을 하는 곳으로 불려다녔다. 일할 젊은 사람이 귀했기 때문이다.

  며칠 후 양파작업을 하러 좀 먼 동네인 모래내로 갔을 때 거기도 이반과 그의 친구들이 와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대규모의 밭에는 작업을 위해서 인력알선업체를 통해서 보통 열 대여섯명의 작업자들이 함께 오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이반은 시나를 발견하고는 휘파람을 불어서 반가움을 드러냈다.

 시나는 이반에게 배시시 웃어보였다. 시나가 양파를 커다란 망에 담아놓으면 이반이 들고 트럭에 실었다. 몸이 불편한 남편을 대신해서, 아흔을 바라보는 늙은 시아버지를 대신해서 온갖 일을 다해야하는 시나는 남자들 몫의 일을 해내었지만, 가끔은 힘에 부치고 힘들었다.

  ‘아! 나도 몸이 건강한 남편을 만났었더라면 참 좋았겠다.’

 시나의 마음 속에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갈색머리카락이 목덜미까지 내려온 이반의 어깨나 넓은 등을 바라보면 왠지 기대보고 싶은 생각이 들곤 했다.

 양파작업을 하면 이반은 양파망들을 트럭에 차곡차곡 재어서 어디론가 부지런히 실어서 날랐다. 양파가 가득 실린 트럭을 몰고 갔던 이반과 그의 친구는 면지역에 단 하나뿐인 시골 마트에 들러서 아이스크림을 사왔다. 이반은 햇볕 아래에서 땀을 흘리는 시나에게 아이스크림을 내밀었다. 시나는 이반과 나란히 밭고랑 위에 앉아서 시끄러운 매미소리를 들으면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밭둑 너머 강물 위에 구름이 무심하게 흘러갔다. 시나의 청춘도 그렇게 무심하게 흘러갔었다. 그런데 요즘은 시나는 마음에 뭔가 활기찬 기운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시나는 일찍 결혼했기 때문에 동년배의 젊은이와 일상생활에서 함께한 이런 경험이 없었다. 어린 소녀에서 벗어나자마자 곧 이내 지금의 남편에게 시집을 왔던 것이다.

 ‘난 왜 이런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었을까?’

 시나의 남편은 시나의 부모에게 꽤 많은 돈을 더 얹어주고 시나를 아내로 데려왔었다. 시나의 부모는 그보다 두 해 일찍 그녀의 언니를 타이완으로 시집을 보냈다.

 내전이 심하고 정치적으로 매우 불안정했던 캄보디아에서는 어쨌든 국제결혼이라도 해서 외국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을 희망하는 젊은 여자들이 많았다.

 시나 역시 당연히 그렇게 결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난한 집을 떠나서 새로운 나라에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긴 했다. 그러나 몸이 불편한 남편을 대신해서 시나는 집안의 모든 일을 도맡아해야했다. 꽃이 피는지, 새가 우는지도 모르고 한 해, 두 해가 지나갔다.

 양파작업을 하다가 점심식사시간이 되었다. 밭주인은 일하는 사람들에게 도시락가게에서 맞춰온 도시락을 나누어주었다. 두 젊은이는 밭 근처의 시원한 나무그늘에 앉아서 함께 도시락을 먹었다. 시나는 자신보다 더 어리고 한창 먹을 때인 이반에게 떡갈비를 양보해주었다.

 이반은 청소년과 어른의 중간쯤 어딘가에 머무는 청년이었다. 아직 완전히 성숙한 남자는 아니라고 할까? 시나는 그런 이반과 같이 일을 하는 것이 좋았다.

 당연한 자연의 섭리라고 할까? 남편은 그녀의 아버지만큼이나 나이가 많았고 무기력했다.

 시나가 완전한 나무와 수풀만 가득한 곳에서 나이가 비슷하고 잘 생긴 청년에게 호감을 품는 것은 물이 아래로 흐르고 밤하늘에 별빛이 빛나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것이었다.

 앞으로 한 달쯤은 이반을 만날 수 있을 것이었다. 넓은 양파밭들이 끝없이 널려있는 시골에서 양파캐는 작업은 중간정도 마친 상태였다. 양파가 끝나면 마늘수확이 시작된다. 이반은 시나에게 그의 전화번호를 가르쳐주었다.

 시나는 작업을 마치고 나서 수확이 끝난 양파밭에서 너무 작거나 흠집이 생겨서 버려진 양파를 종이상자에 주워담았다. 이렇게 주운 이삭은 오늘 저녁 맛있는 반찬으로 바뀔 것이었다. 시나가 밭에 떨어진 양파 이삭을 줍자 이반이 다가와서 함께 주워서 상자에 담아주었다.

 두 사람은 서로 눈만 마주쳐도 웃음이 났다. 봄이 되면 꽃이 피고 나비가 날 듯이 그것은 자연의 섭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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