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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시나의 결혼기록 (완결)
작가 : 코리아구삼공일
작품등록일 : 2022.2.2

결혼이주 여성들의 삶을 소재로 한 로맨스소설입니다. 이 글 속에는 네 명의 결혼이주 여성이 등장하는데 넷 다 중요한 주인공입니다. 네 명의 여성이 한국에서 겪는 결혼생활과 시행착오를 나름 사실적으로 너무 무겁지 않게 담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운곡리의 제삿날
작성일 : 22-02-02 10:50     조회 : 198     추천 : 1     분량 : 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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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운곡리의 제삿날

 

 오늘은 시할아버지의 제삿날이다. 시나는 남편의 장애인용 오토바이 뒤에 타고 마을에서 10킬로미터 떨어진 읍내로 장을 보러 갔다. 그녀는 남편이 부업을 해서 준 돈으로 생선, 고기, 떡, 과일을 샀다. 서둘러서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서둘러서 탕국을 끓이고, 생선을 구웠다. 명태포에 밀가루와 계란물을 입혀서 명태전을 굽자, 팔십이 넘은 시어머니는 굽은 허리로 채소를 다듬고 그걸 데치고 텃밭에서 농사지은 참기름을 넣고 무쳤다. 오늘도 그녀는 시어머니와 단 둘이서 음식을 장만해야한다. 시동생이 셋이나 있지만 모두 먼 타지에 살고 있고, 동서들도 모두 미용실을 운영하거나 직장에 다니고 있어서 올 수가 없다. 사실 동서들이 와서 돕는다고 하더라도 시나는 불편했다. 동서들이 모두 그녀보다 열 살 가까이 나이가 많았고, 동서들끼리는 시집을 모두 비슷한 시기에 와서 그런지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시나는 동서들이 하는 이야기를 모두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시집 온지 10년이 다되었지만 사실 그녀가 사는 시골마을에는 대부분 시어머니의 또래들이 대부분이었고 젊은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젊은 사람이라고 해봐야 50~60정도가 이 마을에서 가장 젊은 축이었다. 그녀와 대화를 하면서 정신적 교류가 가능한 젊은이는 하나도 없었다.

 또한 시나는 아들이 갓난아기때부터 집안의 농사일을 도맡아했고, 아들이 동네근처 학교 병설 유치원에 다니기시작하자 곧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차근히 한국어를 배울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아직도 한국말이 어색했고 그녀가 못알아듣는 말은 남편이나 아들이 손짓발짓을 섞어서 설명을 다시 해주거나, 나중에 남편이 아주 천천히 다시 이야기를 해서 그녀를 이해시켰다. 그러니 동서들이 아파트값이며, 친정이야기, 아니면 몰래 시댁흉을 볼 때 그녀가 소외되는 것은 당연한지도 몰랐다.

 그녀의 지인 중 중 시타(정숙한 여자라는 뜻)라는 친구는 자매가 같이 바닷가 마을에 사는 같은 형제에게 시집을 갔다. 자매가 같은 집안에서 동서관계이다보니 여러모로 편리한 점이 많았다. 시타의 가장 큰 동서는 한국인이었는데, 오히려 둘이 베트남말로 쑥덕거리면 시타의 한국인 맏동서가 소외감을 느낄 지경이었다.

 그래서 하루는 화가 난 시타의 한국인 맏동서는 두 자매에게 외쳤다.

 “부엌에서는 베트남말로 얘기하지 마라!”

 그나마 시나의 집은 사정이 좀 나은 편이었다.

 이웃마을 운곡리에 시집을 왔던 시나 또래의 튀라는 베트남 여인이 있었는데 그 튀의 남편은 튀보다 마흔 살이 많았다. 튀가 스무살 때 이미 예순이 다 된 남편에게 시집을 왔던 것이다.

 그리고 사는 마을도 시나가 사는 곳보다 훨씬 더 깊숙한 산골짜기 마을 운곡리였다.

 말그대로 그 마을에서 보이는 것은 구름과 산골짜기뿐이었다. 거기는 운곡리보다 사람이 더 적었고 길에 한 두명 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아흔살쯤 된 할머니들이었다. 활발한 성격의 튀는 그곳에서 너무 말도 안통하고 외로웠다.

 튀는 아기를 하나 낳은 후에도 여기저기 읍내에 있는 같은 베트남친구들의 집으로 놀러를 다녔다. 튀가 집밖으로 돌자 나이가 예순살이었던 튀의 남편은 불만이 쌓이다 못해서 폭발을 했다.

  그 두 부부가 비닐하우스 안에서 몸싸움을 벌였는데 젊은 튀는 예순이 다 된 남편을 밭 위로 메다꽂았다. 튀는 베트남에서 학교를 다닐 때 유도를 배웠다고 했다.

 365일 싸움만 하던 튀부부는 드디어 이혼을 하게 되었고, 튀는 남편과 이혼을 하자마자 베트남으로 강제출국이 되었다. 화가 난 튀의 남편이 작정을 하고 한 일이었다.

 하지만 동네 사람들이 보기에 튀의 남편과 아들이 사는 꼴이 말이 아니었다.

 아들도 엄마사랑을 모르고 자라니 어딘가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못해 자신감도 없고 뭔가 부족해보였다. 그런 그들 부자를 동네 사람들은 안됐다는 듯이 혀를 끌끌 찼다.

 “여자가 잠시 바람이 나도 좀 눈감아주고 데리고 살 것이지.”

 “하긴 애초부터 둘이 나이차가 너무 심했어.”

 

 시나는 친구였던 튀의 입장을 이해했다. 사실 그녀도 튀만큼 외로웠다.

 그러나 시나는 아들 종길이를 버리고 다시 캄보디아 친정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아들을 엄마없는 불쌍한 아이로 만드는 것도 싫었지만, 캄보디아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별 뾰족한 수도 없었다. 캄보디아는 내전도 심했고 사회적인 인프라가 전혀 갖추어져있지 않아서 제대로 된 직장에 다니기도 어려웠다. 평생 돈을 벌어도 자신의 승용차 한 대를 산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였다. 한국에서는 그래도 캄보디아보다 훨씬 돈벌이가 좋았다.

 캄보디아에서는 공공기관에서도 대낮에 수시로 전기가 끊겼다. 캄보디아의 노동자들이 한평생을 버는 것보다 한국같은 나라에서 일년을 버는 수입이 더 나았다.

 결혼생활에 불만은 있었지만 아이를 위해서는 묵묵히 참아야한다고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달랬다. 하지만 시나는 이제 스물 일곱 살이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하나 하는 생각을 하면 자꾸만 짜증이 나는 것이었다.

 시나가 사는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다른 면에 살고 있는 쩐티우엉은 베트남에서 시집을 왔다. 시집을 온 초창기에 군청에서 열리는 다문화모임에 다니면서 알게 된 몇 살 많은 언니였다.

 쩐티우엉의 한국이름은 김미소씨였다. 시나는 쩐티우엉을 미소언니라고 불렀다. 미소언니는 남편과 나이가 열 두 살 정도 차이가 나고 아이가 셋이었다.

 미소언니는 남편과 특수작물을 재배해서 생활이 아주 여유가 있었고 미소언니의 집에는 남편이 쓰는 트럭이외에도 미소언니가 주로 쓰는 승용차까지 있었다. 미소언니는 경제권도 자기가 쥐고 있다면서 시나에게 통장을 하나 보여주었다.

 “너도 남편에게 말해서 이렇게 해달라고 해.”

 그 통장에는 전기세, 전화세를 비롯한 학원비까지 이체되어있었는데 통장의 명의는 김미소라고 되어있었다. 미소언니의 이름으로 적금이나 보험도 다 따로 가입이 되어있었다.

 미소언니의 이름도 미소언니가 웃는 모습이 예쁘다고 언니의 남편이 지어준 것이었다.

 그리고 가끔 시나가 오토바이를 타고 미소언니가 일하는 비닐하우스로 방문하면 미소는 비닐하우스 옆에 있는 컨테이너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곳은 집과 멀리 떨어진 하우스 옆에서 잠을 자고 식사를 하기위해 마련한 컨테이너로 시나를 데리고 가서 친정 베트남에서 보내준 커피를 끓여주었다.

 미소언니는 시나에게 집안의 일을 많이 들려주었는데, 미소언니는 남편에게 땅도 받았다는 것이었다. 미소가 위로 딸 둘을 낳고 셋째로 막내아들을 낳은 후에는 남편이 논 한 단지를 미소의 명의로 해주었다는 것이었다. 논 한단지란 세 마지기. 600평 정도의 땅이다.

 그런 말을 들으면 시나의 가슴 속에서는 열불이 올라왔다.

 ‘똑같은 한국인데 나는 왜 이런거야? 미소언니는 남편이 젊어서 그런가?’

 미소의 남편은 시나의 남편보다 여덟 살이나 적었다. 그리고 미소의 남편은 몸이 매우 건강했고, 미소는 매우 행복해보였다. 여자로서 매우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다.

 시나의 시댁은 그녀의 남편에게 말로는 우리 장남, 우리 장남했지만 정작 모든 땅은 시아버지의 명의로 되어있었고, 생활에 필요한 돈은 시나가 마을 인근의 육묘장이나 농번기때 남의 밭에서 알바를 해서 벌어서 썼다.

 무심한 시나의 남편은 그녀에게 돈이 안드는 한국이름도 하나 지어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나는 자신의 소유로는 차는커녕 자전거 한 대도 없었다. 거기다 명절이나 제삿날이 되면 명목상 맏며느리인 그녀가 모든 것을 하다시피했다.

  가을이 되면 팔순이 넘은 시어머니는 텃밭에 심어놓은 배추, 무를 모두 뽑아서 소금을 치고, 젓갈과 고춧가루를 섞어 버무리는데 200포기도 넘는 김장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세 명의 시동생들 집으로 갈 것들을 모두 시어머니 손으로 김장을 담그는 것이다.

 허리가 꼬부라진 시어머니가 일을 시작하면 육묘장에 갔다가 몸이 피곤한 그녀도 옆에서 보고는 거들지 않을 수가 없다. 시어머니가 마당에서 배추를 소금에 절여놓고 허리가 아파서 건지지도 못하고 있으면 시나는 추운 초겨울 맨손으로 소금에 절인 배추를 건지고 수돗물을 틀어서 헹궜다.

 “야야. 내가 할란다. 놔둬라.”

 허리가 꼬부라진 시어머니가 손을 휘저으면서 만류했지만 결국은 시나의 몫이다.

 그런 걸 보고도 시나의 남편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왜 나랑 결혼했어?”

 한밤중에 시나가 남편이 원망스러워서 따졌다. 하지만 시나의 남편은 못 들은 척 이불을 뒤집어쓰고 아무말도 없었다. 결국 시나는 포기하고 자신의 방으로 가서 잠을 잤다.

 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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