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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잊혀진 기억 속의 그대
작가 : 춘시기
작품등록일 : 2022.2.1

르미에르 클라크.
적국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가져다 준 전쟁영웅.
그런 르미에르에게 내려진 주군의 특명.
“클라크경. 적국 레어티스의 사라진 황제를 찾아와.”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있지 않나?"
"바빠 죽겠는데 어디서 뻔한 작업멘트야?"
조금씩 되살아나는 기억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적국의 황제.
그리고 르미를 휘감는 신경쓰이는 남자들

 
2. 마탑의 소년(2)
작성일 : 22-02-02 01:19     조회 : 199     추천 : 0     분량 : 4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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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보통 마탑에 의뢰를 하면 빨라도 이틀, 길면 몇 달을 기다려야 했다.

 

 그만큼 마법사들은 귀했으며 바빴고, 그들의 시간을 잘 내어주지 않았다.

 

 특히나 귀족에게는.

 

 사치스러움에 마법의 시간을 투자하기에는 아깝다는 게 마탑의 주장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일이 진행되다니.

 

 “정말 빠르다, 에던.

 

 이 정도의 속도면 네가 날 속이고 실험용 쥐로 쓰려는 견습생이라고 오해하겠어.”

 

 에던이 또 씩 웃으며 마법진 가까이 다가가자 르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르미는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에던의 손을 잡았다.

 

 전에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있었던 것만 같았다.

 

 에던의 손은 생각보다 더 따뜻했다.

 

 마법진 한가운데 가만히 선 르미는 장난스레 에던에게 농담을 던졌다.

 

 “정말 믿어도 되는 거지, 에던?

 

 정말 마탑의 주인이 맞는 거지?

 

 만약 날 갖고 실험을 한다면 황제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짙은 남색 눈이 반짝이며 불안감이 엿보이는 르미의 눈을 마주 보았다.

 

 “절 믿으세요, 누나.

 

 그런 의심 모두 사라지게 해드릴게요.”

 

 에던은 초조한 듯 가만히 두지 못하는 르미의 남은 손을 마져 가져가 부드럽게 잡았다.

 

 눈을 마주한 채 르미와 마주선 에던은 평소보다 낮은 목소리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맞잡은 에던의 손은 따뜻했다.

 

 “지평선으로 넘어가 별 사이를 떠돌고 있을 르미에르 클라크의 기억들이여, 나 에덴 아 벨이 바라노니 태양과 함께 솟아나 새벽을 밝게 비추어라.”

 

 에던의 눈동자가 찰나의 순간 금빛으로 번쩍 빛났다가 다시 짙은 남색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황혼으로 물들어 있던 서재는 어느새 사라지고 두 손을 마주 잡은 르미와 에덴은 아주 아름다운 곳에 서 있었다.

 

 머리 위로는 에덴의 눈을 닮은 짙은 남색 하늘을 푸른색의 별 무리가 하얗게 빛나며 눈부시게 반짝였다.

 

 눈부신 별 무리는 바닷속의 물고기와 고래처럼 짙은 하늘을 마음껏 활보했다.

 

 발밑으로는 거울처럼 하늘의 모든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호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호수에는 자신과 에덴의 모습도 비쳐 보였다.

 

 그 광활하고 황홀한 풍경에 르미는 숨이 막힐 듯했다.

 

 “에.. 에덴.”

 

 르미는 헐떡이며 에덴을 불렀다.

 

 왠지 모르게 저 별무리들이 움직일 때마다 머릿속도 함께 휘져어지는 듯 했다.

 

 그럴리 없지만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숨 쉬어요, 누나.

 

 괜찮아요, 제가 있잖아요.”

 

 ‘우리가 언제 봤다고 널 믿고 진정하라는 거야?’

 

 르미는 투덜거리려 했지만 순식간에 점멸하는 세상에 미쳐 입을 열지 못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어둠이 내려앉은 에덴의 서재 소파 위였다.

 

 

 

 르미는 꿈속에 있는 것처럼 붕 떠 있는 기분 때문에 소파에서 바로 일어나지 못했다.

 

 가만히 누워 눈을 천천히 끔뻑이고 있자 에덴이 다가와 이마를 부드럽게 쓸어주며 말했다.

 

 “아주 강력한 마법이었어요.

 

 누나의 기억을 막고 있었던 것 말이에요.

 

 하지만 절 이길 수는 없었죠.

 

 그래도 모든 것들을 지금 한꺼번에 기억하긴 힘들 거예요.

 

 무엇보다 누나에게 무리가 가지 않도록 기억을 막고 있던 강력한 마법이 서서히 무너지도록 했기 때문에 조금씩 기억이 날 거예요.

 

 아마 빠르면 반년, 길어도 일 년이면 모든 기억을 되찾을 거예요.

 

 일 년 전 기억이라고는 믿지 못할 정도로 생생하게 말이죠.”

 

 여전히 르미의 이마를 쓸고 있는 에덴의 손이 따뜻해 르미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흐음… 네가 마탑의 주인이란 것 믿어 줄게.

 

 벌써 첫날의 기억이 떠올랐거든.”

 

 적국의 스파이로 잠입하기 위해 검은색으로 머리를 물들이고 떠돌이 용병으로 신분을 위장했던 르미는 황제의 곁을 떠난 지 한 달 후 레어티스 제국의 기사 시험을 보았다.

 

 높은 직책을 맡을수록 정보를 얻기에 좋았던 탓에 르미는 전력을 다해 시험을 보았고, 덕분에 가장 좋은 성적으로 레어티스 제국의 기사가 될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그날이 유일하게 레어티스 제국의 황제가 직접 시험 감독을 하는 날이었고, 황제의 눈에 들었던 르미는 레어티스 황제의 호위 기사 견습으로 발탁될 수 있었다.

 

 처음부터 정보의 중심에 다가가게 되었다며 좋아했던 날의 기억이 생생히 떠올랐다.

 

 오랜만에 텐까지 만났기에 그날은 동이 틀 때까지 텐과 함께 신나게 먹고 마시며 취해갔었다.

 

 아주 즐거운 기억이었다.

 

 르미가 기억을 되새기며 빙그레 웃자 이유를 모르는 에덴은 자신 때문이라 넘겨짚고 뿌듯한 듯 삐뚜름한 미소를 지었다.

 

 르미는 눈을 감고 있었기에 안타깝게도 에덴의 오해를 시정해 줄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 오해가 둘에게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 * *

 

 

 기름지고 따뜻한 음식들로 배를 가득 채우고 시원한 맥주로 마무리까지 한 다니는 아주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주머니에 돈이 하나도 없었던 탓이었다.

 

 다니 앞에는 덩치가 산만 한 주인장이 붉은 콧수염을 씰룩거리며 험악한 눈으로 다니를 노려보고 있었다.

 

 허리에는 여기저기 해진 털가죽을 두르고 있었는데, 내부는 후덥지근해서 정작 윗옷은 얇은 반팔 차림이었다.

 

 빠르게 머리를 굴리던 다니는 털가죽을 보고 아까 만났던 늑대들을 기억해 냈다.

 

 반팔을 입을 만큼 더운데도 불구하고 털가죽을 두르고 있다면 그것은 필시 값이 나가는 물건이리라.

 

 게다가 마침 뒤에서 시끄럽게 떠들던 용병들의 대화도 다니의 귓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이 마을은 험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커다란 산짐승들이 얼마나 많은지!

 

 내가 오늘은 집채 만큼 커다란 갈색 곰을 잡아서 한몫 단단히 챙겼잖아!”

 

 “자네 너무 부풀리는 거 아닌가?

 

 그 곰이 집채만 하지는 않았어.

 

 그래 봐야 저 주인장 덩치만 했다고.”

 

 “그 정도 크기면 아직 덜 큰 곰 아닌가?

 

 그정도면 누구든 잡겠구만.”

 

 “에잇! 이 사람들이!

 

 그 곰을 저 주인장과 비교하면 섭하지!

 

 도축업자가 가죽이 아주 쓸만하다며 금화를 두 개나 주었는걸?”

 

 “금화를 두 개나?

 

 그럼 오늘은 자네가 한턱 쏘겠구만!”

 

 “여보시오! 거품 맥주 다섯 잔 더 주시오!”

 

 그러나 주인장은 본 척도 하지 않고 다니 앞에 떡 버티고 서 있었다.

 

 다니 스스로도 자신의 힘이라면 돈 따위 내지 않더라도 손쉽게 주인장을 처리할 수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런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는 않았다.

 

 “늑대… 라면 어떻겠나.”

 

 “늑대? 갑자기 무슨 말이유?”

 

 주인장의 붉은 눈썹은 더 험악해졌다.

 

 “늑대 다섯 마리의 가죽이라면 내가 먹은 음식 값은 치르고도 남을 텐데.”

 

 사실 정확한 늑대의 값은 몰랐지만 눈 하나 깜밖하지 않고 차분하게 말을 마쳤다.

 

 다니의 말에 주인장의 왼쪽 눈썹이 조금 올라갔다.

 

 “늑대 가죽?

 

 늑대 털 색이 어떻게 되었수?”

 

 “회색 둘 갈색 둘 검은색 하나.”

 

 “옆 잡화점에서 돈으로 바꿔 오시유.

 

 늑대 사체를 내가 가져봤지 쓸모없으니까.”

 

 하지만 검은 녀석의 털가죽은 내 앞으로 달아놓으슈.

 

 헨리 주점이라 하면 알거유.”

 

 주인장의 힘줄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고 눈에는 생기마저 감돌았다.

 

 “그러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향해 돌아서려는 다니의 손목을 주인장이 돌연 붙잡았다.

 

 “담보.”

 

 담보?

 

 “그 손에 들려있는 지팡이, 담보로 놓고 가슈.

 

 그렇지 않으면 그쪽이 도망갈지 어떻게 알어?”

 

 이 지팡이…

 

 “지팡이는 안돼.”

 

 다니의 손목을 잡은 주인장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대신 이걸 맡기지.”

 

 마을로 오는 길에 품에서 발견한 단검을 꺼내 내밀었다.

 

 아무리 시골 마을의 작은 선술집 주인이라지만 그의 눈에도 검은 가죽과 검은 금속으로 이루어진 단검은 아주 비싸 보였다.

 

 고작 늑대 다섯 마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주인장은 인간의 도리를 지키는 사람이었다.

 

 헨리로 추정되는 주인장은 다니의 손목을 놓아주며 말했다.

 

 “다시 돌아와 돈을 낸다면 단검을 돌려주겠수이다.

 

 검은 녀석의 가죽도 잊지 말고.”

 

 다니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순식간에 문을 나왔다.

 

 배까지 든든하니 마을로 찾아올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빠른 속도로 자신이 일어났던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주 빠른 속도로 단 한 번도 길을 헤매지 않고 꽤 먼 거리를, 그것도 눈으로 뒤덮인 숲길을 정확히 되돌아온다는 것이 꽤 대단한 일이라는 것을 다니는 인지하지 못했다.

 

 그저 어느새 눈이 소복이 쌓인 늑대 사체 다섯 개를 번쩍 짊어지고 마을로 되돌아갈 뿐이었다.

 

 늑대 다섯 마리를 한 번에 옮기는 다니를 마을 사람들은 놀라운 눈으로 보았지만 다니는 신경 쓰지 않고 잡화점 데스크에 쿵 소리가 나도록 올려놓았다.

 

 다니가 잡화점에 들어선 순간부터 잡화점은 일순 조용해졌기에 데스크를 울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잡화점 사장은 깜짝 놀라며 잡화점이 떠나가라 소리쳤다.

 

 “다이…다이어 울프?”

 

 “네 마리는 현금으로, 검은 털가죽 하나는 헨리 주점으로.”

 

 평소라면 초면에 반말이나 찍찍해대냐며 가격을 후려쳤을 잡화접 사장이지만 다니에게서 풍겨오는 분위기에 압도되어 금화 여덟 개를 조용히 내밀 뿐이었다.

 

 “다이어 울프는 가격이 꽤 되는가 보군.”

 

 “네 그럽죠. 아무래도 무리생활을 하는 녀석들인 데다가 날쌔기는 얼마나 날쌘지 성채 회색곰 다음으로 값이 나가는 녀석이죠.

 

 게다가 이 녀석들 모피에 흠집 하나 없어서 아주 최상급입니다, 나으리.”

 

 주인장은 다이어 울프를 다섯 마리나 그것도 흠집 없이, 한꺼번에 번쩍 들고 온 이 사내가 분명 심상치 않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본인 때문에 잡화점 안에 긴장감이 감도는지도 모르고 다니는 호기심 어린 눈초리를 받으며 잡화점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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