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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기현상 칼럼니스트
작가 : ILooK
작품등록일 : 2022.1.21

생방송 중 실종된 스트리머, 사랑에 온 몸과 마음을 불태우는 사람, 아름다운 형상과 함께 나타난 알 수 없는 전염병 그리고 갑작스레 아귀가 되어 나타난 조상까지. 이미 일어났으나 아직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단편 형식의 짧은 호러 소설과 이를 마무리 짓는 칼럼 방식의 이야기입니다.

#공포 #미스테리 #괴이 #한국 #전설

ilook.at.the.light@gmail.com

 
2-4. 지귀
작성일 : 22-02-01 20:13     조회 : 201     추천 : 0     분량 : 4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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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그게 말이 된답니까?"

 

 

 하늘색 와이셔츠에 남색 넥타이를 정갈하게 맨 30대 초반의 남성이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그의 앞에는 흰 와이셔츠, 검은색 넥타이를 맨 채 전자담배를 피우는 중년의 남성이 앉아 있었는데, 그 역시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사실이든 아니든 본인은 그렇게 믿고 있다니, 별수가 없지."

 

 

 젊은 남성이 기가 막힌 듯 헛웃음을 지었다.

 

 

 "죽은 사람만 셋에 다친 사람만 다섯이 넘어갑니다. 근데 가해자일지도 모르는 새끼를 그냥 정신병원에 수감시키다니......"

 

 

 "증거가 없잖아, 증거가."

 

 

 중년 남성이 혀를 쯧쯧 차며 분개하는 후배를 바라보았다.

 

 그도 분통을 터뜨리는 청년의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었다.

 

 데스크 형사라지만 반평생을 범죄와 씨름하며 보냈고, 수많은 범죄 피해자와 가해자를 만나며 형사의 촉을 갈고 닦았다.

 

 그런 남자의 촉이 이 사건은 분명 그 남자, 김태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사이렌을 울리고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 내뱉은 대로 증거가 없었다.

 

 고전 영화처럼 아무런 증거도 없이 형사의 촉이다 뭐다 하며 불나방처럼 수사에 뛰어드는 건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경찰 AI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요. 아니, 모든 사건 현장에 있었던 사람은 김태성. 그 사람밖에 없는데 어떻게 증거가 없을 수가 있답니까? 아니면 그 새끼 뒤에 엄청난 해커가 있다든가..."

 

 

 "헛소리 작작 하고 너 그 소리, 다른 사람한테 하지 마라. 윗분들이 경찰 AI 결함 이야기 칠색 팔색하는 거 모르냐? 잘못하다가 찍힌다."

 

 

 선배의 지적에 목소리를 낮춘 젊은 형사는 눈치를 보듯 주변을 흘끗거렸다.

 

 높아진 언성에 두 사람을 주시하고 있던 몇몇이 슬그머니 책상으로 시선을 돌렸다.

 

 

 경찰서 골칫덩이를 처박아 두는 사무실.

 

 이곳은 일명 ‘꼴통’들이 모인 사무실임을 아직 젊은 형사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상사의 부탁을 거절하거나 그럴 가능성이 모인 이들.

 

 능력이 있어도 융통성도 없고 뒤를 봐줄 사람이 없는 경우에도 이곳으로 좌천되기도 했다.

 

 

 심지어 젊은 형사는 이 사무실 토박이 같은 그에게 배치되었다.

 

 그게 이미 승진 라인은커녕 적당히 자리를 잡고 견딜 수 있는 안락한 공간에서도 유배된 것이나 마찬가지임 이 눈치 없는 후배는 당연히 몰랐고, 여전히 자신의 평가에 전전긍긍했다.

 

 조금 전까지도 윗분이 싫어할 만한 말을 그리 크게 떠들어 댔으면서.

 

 

 중년 형사는 혀를 쯧 찼다.

 

 이곳에서 저 어린 후배가 탈출할 수 있는 길은 윗분에게 아양을 부리고 스파이 짓을 하는 것밖에 없다는 걸 언제 즈음 깨달을지......

 

 그걸 제외하고 순직밖에 승진하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답답한 마음에 중년 형사가 자리에서 일으켜 전자담배를 뻑뻑 피워대며 사무실을 나섰다.

 

 입맛이 씁쓸해 커피 한잔할 생각이었다.

 

 자판기까지 가는 길목길목 들리는 이야기라고는 김태성에 관한 이야기였다.

 

 하긴. 한 때 톱스타 반열에 오를 뻔했던 배우가 한순간에 연쇄살인 및 방화범 피의자가 되었다.

 

 경찰도 사람인데 자극적인 이야깃거리에 솔깃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강 형사!"

 

 

 커피를 뽑아 들고 돌아가려는 그의 뒤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오기 전, 그의 후배가 헐뜯었던 경찰 AI를 담당하는 김 형사였다.

 

 이미 저 높은 곳에 밉보여 따돌림당하는 강 형사에게 말을 걸어주는 유일한 동기였다.

 

 워낙 능력 있는 사람이다 보니 강 형사와 어울려도 자리를 보존하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했고.

 

 그런 김 형사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두 사람은 커피 한 잔씩을 나란히 들고 옥상으로 향했다.

 

 

 "김태성, 그 자식 정신병원으로 호송됐다며?"

 

 

 김 형사가 찝찝한 얼굴로 커피를 한 모금 넘겼다.

 

 강 형사는 그가 자신과 다른 이유로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단박에 깨달았다.

 

 

 "왜 그래?"

 

 

 김 형사는 잠시 말을 아꼈다.

 

 

 "내 생각에는... 김태성, 그 사람 범인이 아니라 오히려 진짜 피해자가 아닐까 싶어. 즉, 제 3자가 개입해 있다는 거지."

 

 

 "증거는?"

 

 

 일말의 희망이 강 형사의 말투에 묻어났다.

 

 우기고 우겨 어렵사리 직접 김태성을 만났지만, 그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사실 이외에 그 어떤 증거도 찾아내지 못했다.

 

 혼란스러움과 공포에 떠는 표정, 횡설수설하며 내뱉은 몇 개의 단어 그리고 여성에 대한 과도할 정도의 적개심.

 

 

 그는 피해자일까 가해자일까.

 

 

 깊이 파고들고 싶지만, 수사 방법도 몰랐고 그 역할은 경찰 AI의 몫, 아니 적어도 윗선에서 만들 스타 경찰의 몫이었다.

 

 

 "우선 증거가 없어."

 

 

 강 형사는 맥이 탁 풀렸다.

 

 

 "그거야 다 아는 사실이잖아."

 

 

 "아니, 그게 중요한 거야. 증거가 없다는 거. 알지? 나 AI 전담 부서에서 일한 지 벌써 20년이 넘었어. AI가 오류를 일으킬 수는 있어. 증거를 누락하거나 혹은 데이터가 깨지는 일도 발생할 수 있지. 하지만 모든 데이터가 존재하는데도 증거가 없다는 건…."

 

 

 "그가 범인이 아니거나 혹은..."

 

 

 "완벽히 손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뒤에 있든가."

 

 

 강 형사는 신입 후배의 촉이 꽤 정확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헛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뭣 하러? 죽은 사람들, 엑스트라나 이제 막 뜨기 시작한 여배우 정도야. 그나마 노렸을 만한 인물이라고는 그 여배우뿐인데, 그 여배우는 죽여서 이득이 볼 사람이 없단 말이지. 사망하거나 다친 사람들도 다 김태성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연결고리도 없고."

 

 

 턱을 만지며 곰곰이 생각에 잠긴 강 형사는 순간 커진 눈으로 김 형사를 바라보았다.

 

 

 "설마...?"

 

 

 "그래. 김태성, 그 사람을 노린 범죄일 가능성. 우선 두 가지로 예상하고는 있는데..."

 

 

 강 형사의 입술이 씰룩씰룩 비틀렸다.

 

 

 "첫째는 그 사람 개인 문제."

 

 

 "스토킹 말이지?"

 

 

 수사를 진행하며 그가 대중에게 모습을 감추기 이전에도 스토킹 문제로 끊임없이 경찰에 신고를 넣은 기록이 발견되었다.

 

 그가 일부러 혹은 정신 분열로 인해 범죄를 일으켰다고 생각하는 형사들이야 다 자작극 아니겠냐고 떠들어 대었으나 이 가설에 의문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치밀할 정도로 증거가 없어. AI는 김태성이 촬영 관련자이니만큼 해당 장소를 잘 파악해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분석했지만... 범죄 현장에서 CCTV에 가려지는 사각지대를 그리 잘 찾아내고 불을 낸 것도 합선으로 위장했어. 제일 이상한 점이라면 화재를 진압해야 했을 모든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인데... 김태성은 너도 알다시피"

 

 

 "스마트워치도 겨우겨우 사용하지."

 

 

 살인사건 수사가 시작되면 관련 피의자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모든 디바이스 기록이 검토된다.

 

 김태성의 경우 어린 시절부터 홈 AI라든가 스마트워치, 홀로그램 플레이어 등 기본적인 기기 사용 이외에 다른 디바이스는 다룬 흔적이 없었다.

 

 주변인들도 그가 기계를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임을 증언했다.

 

 

 "그렇다면 해커가 스토커라는 소리야?"

 

 

 "가능성이 없지 않아. 그가 스토킹 당했다는 사실에 대한 증거품이고 증언은 넘쳐나니까."

 

 

 "그 모든 증거품에서 타인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기는 하지만 말이지. 근데 마지막 사건은 김태성이 스스로 불을 질렀다는 게 확인됐잖아?"

 

 

 김 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 형사 역시 그가 이야기한 가능성을 떠올렸다.

 

 스토킹을 당하다 중간에 정신적인 문제가 생긴 김태성이 친구인 정일한과 술을 먹었는데, 마침 찾아온 정일한의 여자 친구가 두들긴 노크 소리와 함께 술이 기폭제가 되어 스스로 불을 질렀을 가능성.

 

 

 오히려 이쪽이 더 그럴 듯했다.

 

 다만 이게 사실이라면, 경찰 AI가 찾지 못한 제3의 인물을 찾아야 한다.

 

 또다시 경찰 AI의 문제점이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높은 분들이 칠색 팔색하는 일 말이다.

 

 

 "둘째는 집안 문제. 알고 있어? 김태성, 그 사람 부모가 꽤 비밀이 많은가 보더라고. 윗선에서도 그 눈치를 봐서 김태성을 스토커 피해자로 만들거나 아니면 정신병자로 만들어 정신병동으로 최대한 빼려 한 건데, 진짜 정신감정에서 덜커덕 조현병이 나온 거야."

 

 

 "허. 대체 누군데?"

 

 

 "이건 다른 사람한테 이야기하지 마. SHC 주주라는 소문이 있어."

 

 

 "뭐?"

 

 

 강 형사는 헛웃음만 터뜨렸다.

 

 SHC라면 한국뿐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 사용하는 전문가용 AI를 제공하는 회사였다.

 

 그렇다면 윗분들이 이 사건을 왜 최대한 조용히 넘어가려 노력하는지 알만했다.

 

 

 "아무리 부모가 SHC 주주라고 하더라도 김태성 자체는 SHC와 관련이 없지 않아?"

 

 

 조사 결과 김태성은 SHC는커녕 주식의 ㅈ자도 모르고 있는 투자 비전문가였다.

 

 김 형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설명했다.

 

 어느 쪽에서 먼저 꺼낸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김태성은 SHC의 주식을 물려받지 않기로 한 것이 확실하다고.

 

 그가 배우 일을 시작한 직후 김태성의 부모는 변호사 공증을 받은 유언장을 작성했는데, 그들이 사망 시 현금과 현물 재산을 제외하고 주식은 여러 기부단체 및 인권단체에 나누어서 기부되도록 조처를 해 놓은 것이다.

 

 

 "그게 의문이라는 말이지. 만약 내가 SHC 주식을 노리는 사람이고 김태성이나 그의 부모와 친분이 있다면 부모를 죽이고 난 뒤 김태성을 미치게 만들어 후견인을 자처할 텐데 말이야. 문제는 부모는 멀쩡히 살아있는 데다가 김태성을 미치게 만들어도 현재 그 누구도 이익을 얻는 사람이 없어."

 

 

 두 사람은 동시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진짜 스토커가 존재해서 스토킹 당하던 중 김태성이 미쳤고, 마지막에는 스스로 불을 질렀다는 게 가장 합당해 보이는군."

 

 

 김 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으로서는 착잡하기 그지없었다.

 

 사람이 죽어 나가고 수많은 이가 피해를 보았는데 정작 가해자가 없었으니.

 

 경찰 AI의 공식 입장은 '스토커는 존재하지 않는다.'.

 

 

 즉, 이 모든 것이 김태성이 미쳐서 벌인 일이라는 뜻이었다.

 

 심지어 그 결론을 내어놓은 기승전결이 너무 완벽해서 의심을 하려야 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이런 경찰 AI를 의심하고 사건의 재조사를 요청한다? 형사 복을 벗고 싶다고 시위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이후로 말없이 남은 커피를 마신 뒤 옥상을 떠났다.

 

 입안을 맴도는 싸구려 커피의 찝찝한 만큼 두 사람의 대화는 마음의 찝찝함을 남겼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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