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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내 안의 그
작가 : 이작송
작품등록일 : 202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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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할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필름이 끊기도록 마신 다음 날, 깨질 듯한 두통과 함께 내 앞에 나타난 이 남자는……!

 
2화 이대로는 보내기 싫어
작성일 : 22-02-01 11:07     조회 : 205     추천 : 0     분량 : 4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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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받았다.

 

 간드러진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 대리님 이렇게 전화 받으셔도 돼요? 오늘 여자 친구분이랑 만나신다고 하셨잖아요.

 

 업무 전화인가 해서 ‘필담 씨 지금 잠시 자리를 비웠는데요.’라고 말을 하려고 입을 뗀 순간,

 

 -여자 친구한테 의심받으니까 가라고 제가 부추기긴 했는데, 막상 가니까 아쉬운 거 있죠.

 

 이게 다 무슨 소리야?

 황당한 내용에 신아가 잠시 휴대폰에 귀에서 잠시 떼었다가 다시 붙였다.

 

 -조 대리님. 그냥 급한 일 있다고 지금 저 만나러 오시면 안 돼요?

 

 돌았네, 이 여자.

 피가 차게 식는 느낌이 든 신아가 입을 떼려는 순간에 탁, 하고 미닫이문이 열렸다.

 

 “헉, 헉.”

 

 달려온 건지, 필담이 문 앞에서 무릎을 짚고 헐떡이는 숨을 골랐다.

 필담의 눈이 신아의 귀에 있는 휴대폰으로 향했다.

 금세 눈이 커지더니, 그가 신아의 쪽으로 다가왔다.

 

 “이신아, 내 휴, 휴대…….”

 “그쪽이 찾는 조 대리님, 지금 옆에 오셨네요. 바꿔드릴게요.”

 

 싸늘한 눈으로 필담을 바라보며 신아가 휴대폰을 건넸다.

 다급하게 휴대폰을 받아든 필담이 신아에게서 몸을 돌린 채 전화를 받았다.

 

 “으, 응. 내가 조, 조금 이따가, 조금 이따가 다시 전화할게.”

 

 신아가 하, 헛웃음을 지으며 거칠게 가방을 집고서 필담을 지나갔다.

 

 탁.

 필담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이, 이신아. 자, 잠깐만 내가 다, 다 설명할게.”

 

 설명은 무슨.

 더 들을 것도 없었다.

 이미 전화 속 그 여자가 모든 상황을 자기 입으로 말한 후였다.

 신아가 필담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 미닫이문을 열었다.

 

 “내 말 좀 들어보라니까?!”

 

 조용한 복도에 필담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렸다.

 때마침 복도를 지나가던 직원이 무슨 일인가 싶어 슬쩍 고개를 들어 신아가 있는 쪽을 쳐다봤다.

 

 “난 할 말 없어.”

 “시, 신아야. 잠깐 내 이야기 들어 봐.”

 

 필담이 은근슬쩍 신아의 손을 잡았다. 벌레라도 손에 붙은 것처럼 신아가 난색을 보였다.

 

 “아 어딜 만져?”

 “진짜, 진짜 내가 다 해명할게.”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란 마음으로 신아가 팔짱을 끼며 필담 쪽으로 몸을 돌렸다.

 금세 얼굴이 풀린 필담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그냥, 그냥 일하다가 몇 번 챙겨주다가 친해진 거야, 그 인턴이랑.”

 “오늘 나랑 만나는 거, 그 인턴인가 뭔가가 부추긴 거라며. 내 의심 산다고.”

 “아, 그건 내가 그 인턴한테 연애 상담을 몇 번 했었거든.”

 “연애 상담? 그걸 왜 걔한테 해, 네가?”

 

 신아가 헛웃음을 지었다. 기가 막히다 못해,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 나왔다.

 변명하려면 좀 정성 들여 잘 좀 하든가.

 점점 더 일그러지는 신아의 표정에 초조함을 느낀 필담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그, 그래. 잠시 방황한 거야. 4년이면 한 번쯤 권태기 올만도 하잖아! 사람이 어떻게 4년 내내 한 사람만 바라보겠어. 살면서 한 번쯤은 방황도 하고 실수도…….”

 

 더 들어줄 가치가 없어 신아가 등을 돌렸다.

 다급해진 필담이 황급히 신아의 어깨를 붙잡았다.

 

 “아, 놔!”

 “아, 신아야 미안해! 내가 다 잘못했어!”

 “나 너랑 여기서 끝낼 거야, 난 한눈판 새끼랑은 결혼 못 해”

 

 신아가 등을 홱 돌렸다.

 얼마 가지 못하고 필담에게 어깨를 붙잡혀 저절로 몸이 돌아갔다.

 

 “야 이신아! 결혼이 우리 둘만의 일이야? 우리 부모님 지금 동네방네 장남 장가간다고 다 이야기해놓으셨는데! 나 여기서 파혼하면 고개 어떻게 들고 다니라고.”

 

 치가 떨릴 정도였다.

 이런 놈인지도 모르고 결혼한다고 마음먹은 과거의 내가 원망스러워질 정도였다.

 

 “야, 진짜 정떨어진다, 너.”

 

 때마침 맞은편 방문도 열렸다. 인상을 팍 쓴 신아의 시선이 열린 문으로 향했다. 곧 멀끔한 남자가 방문을 나왔다.

 190cm는 족히 넘는 큰 키에 정장에도 가려지지 않는 다부진 체격의 남자는 누가 봐도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다.

 

 “!”

 

 남자와 눈이 마주친 순간, 신아의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남자 역시 신아처럼 두 눈이 커졌다.

 그 순간, 신아의 등이 홱 하고 돌려졌다.

 

 “이신아, 내 말 좀 들어 봐.”

 “아!”

 

 탁.

 

 그때 낯선 손이 신아의 앞에 나타났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듣기 좋은 중저음의 목소리였다. 신아가 고개를 들어 남자의 얼굴을 바라봤다.

 

 “별일 아니니까 그냥 지나가……. 아아아아악!”

 

 남자가 신아의 어깨 위에 놓인 필담의 손목을 우악스럽게 붙잡았다. 자유로워진 신아가 필담에게서 한 걸음 물러났다.

 

 “이거, 이것 좀 놓고……. 아아악아파아파.”

 “이렇게 덥석 잡으면 누구나 아프지 않겠습니까.”

 “아, 놓으라니까? 아아아아악!”

 

 방금보다 더 세게 힘을 주자 필담이 몸을 비틀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 그만 놓아줘.”

 

 신아의 말에 수현이 손을 뗐다. 뒤로 밀려난 필담이 팔을 감싸며 수현에게 한 걸음 떨어졌다.

 

 “너, 너 이씨! 야, 이신아. 너 아는 놈이야?”

 “…….”

 

 필담이 눈을 부라리며 신아를 봤다.

 

 “야, 설마 너 이 자식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냐? 허, 그래놓고 나한테 그 지랄을 다 떤 거고?”

 “……후.”

 

 생각하는 수준하고는.

 신아가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허, 나 참. 기가 막히네. 야, 이신아. 이 상황 좀 설명해봐. 왜 이 남자가 우리 사이 일에 끼어드는데?”

 

 기고만장해진 필담이 양손을 허리에 낀 채, 고개를 들어 수현을 노려봤다.

 

 “지금 이 여자, 나랑 결혼할 사이인 건 알아?”

 “그래서.”

 “뭐? 그래서? 이 새끼가 지금 얻다 대고 반말이야?”

 

 필담이 홧김에 주먹을 휘둘렀지만, 너무 쉽게 그의 손을 잡은 수현이었다.

 

 “반말은 그쪽이 먼저 했고.”

 “뭐, 이!”

 “주먹도 그쪽이 먼저 휘둘렀고.”

 

 당황한 기색의 필담이 손을 비틀었지만, 수현의 손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때마침 걸려온 전화를 여유롭게 받으며 수현이 필담을 흘겨봤다.

 

 “이, 이 자식이? 야, 안 놔?”

 “어, 김 실장. 지금 여기로 좀 와줄 수 있어? 남의 영업장에 난동을 피우는 손놈 하나가 있어서 말이야.”

 “저, 저 자식이 지금 나한테 하는 말이야? 야 이신아, 너는 네 남자 친구가 이런 꼴을 당하고 있는데 가만히 있기만 할 거야?”

 

 필담이 고개를 돌려 신아를 바라봤다.

 신아가 그제야 무언가를 잊어버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수현의 쪽으로 다가왔다.

 

 “잠시 좀 비켜줄래?”

 

 수현의 눈썹이 움찔했다.

 필담이 ‘봤지?’라는 표정으로 수현을 바라봤다.

 

 “그래 신아야, 내가 너 이 새끼 만났든 뭐든 다 용서해줄게. 쌤쌤, 알지? 우리 쌤쌤으로 하자. 그니까.”

 “아, 이 인간 도망가지 못하게 꽉 잡아주고.”

 

 신아가 필담의 말을 잘라먹고 수현을 바라봤다.

 

 “야, 야. 이신아?”

 

 수현이 필담의 어깨를 단단히 붙잡았다.

 당황한 필담이 신아를 바라봤지만, 신아는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필담의 앞에 손을 내밀었다.

 

 “뭐야?”

 

 필담이 의아한 표정으로 신아의 손을 내려봤다.

 

 “왼손 줘봐.”

 

 손잡자는 의미로 해석한 필담이 고개를 돌려 수현을 바라봤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수현을 비웃은 필담이 곧 신아의 손바닥에 제 손을 올렸다.

 

 “신아야, 내가 앞으로 더 잘……. 야!”

 

 신아가 순식간에 필담의 약지에 있는 반지를 뺐다.

 

 “이신아 너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야 이 새끼야 이거 안 놔?”

 

 수현의 품에서 아등바등 몸을 움직였지만, 필담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헤어진 마당에 약혼반지를 끼고 있을 필욘 없잖아.”

 “누가 헤어진다고 그래?”

 “내가 너희 부모님한테 잘 말할게. 원래 나 별로 안 반기셨으니까 오히려 좋아하시려나.”

 

 신아가 약혼반지를 야무지게 가방 앞주머니에 넣었다.

 

 “이신아 너 미쳤어? 너 그거 다시 도로 가져와.”

 “아니, 하나도 안 미쳤어. 오히려 너무 멀쩡해서 짜증 날 정도야.”

 

 필담의 미간이 좁아졌다.

 

 “아 놔봐 좀!”

 

 필담이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수현에게서 벗어나려 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이신아 너 진짜 똑바로 생각해! 너 진짜 여기서 나 안 잡으면 진짜 끝이야! 너 후회한다고!”

 

 얼굴이 시뻘게지도록 소리치는 필담을 신아가 가만히 보다가 허, 하고 웃었다.

 

 “부사장님!”

 

 때마침 현규가 경호원들을 데리고 수현의 앞으로 다가왔다.

 

 “?”

 

 수현의 옆에 있는 신아를 보는 현규의 눈이 가늘어졌다.

 

 167cm 정도의 키에, 웨이브가 진 긴 머리의 그녀는 목선이 다 드러나는 미니 원피스를 입은 탓에 청순하면서도 섹시한 분위기가 났다.

 충분히 매력적인 여자이긴 했으나

 오늘 만나는 맞선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게다가 처음 봤다고 하기엔 어딘가 낯이 익었고.

 

 현규가 신아를 보고 있다는 걸 눈치챈 수현이 현규에게 필담을 떠밀었다.

 

 “가서 처리 좀 해줘.”

 

 그 덕에 얼떨결에 필담을 안고 있는 꼴이 된 현규였다

 현규가 신아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수현을 향해 고개를 꾸벅였다.

 

 “손님, 저희와 함께 가주셔야 하겠습니다.”

 

 경호원들이 필담의 팔에 각각 팔짱을 끼며 포박했다.

 

 “야, 야. 이신아! 네가 뭐라고 좀 해봐! 야 이 새끼들아! 내가 무슨 손놈이야, 손놈은!”

 

 이신아?

 현규의 고개가 옆으로 살짝 기울었다.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더라…….

 생각할 틈도 없이 입을 나불대는 필담에 현규가 경호원들에게 턱짓했다.

 빨리 처리해달라는 뜻이었다.

 필담과 경호원이 모두 사라지자 확인한 현규가 등을 돌려 수현을 바라봤다.

 

 “밑에서 차 대기시켜놓겠습니다.”

 “알아서 해.”

 

 알겠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인 현규가 힐긋 신아를 쳐다보고는 복도를 유유히 빠져나갔다.

 

 “……하.”

 

 주변의 소리가 완전히 사라지자 신아가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수현이 황급히 신아의 양팔을 붙잡아 일으켰다.

 

 “아……. 고마워.”

 

 신아가 고개를 들어 수현을 바라봤다.

 기력을 다 소진한 듯, 그녀의 얼굴은 지쳐있었다.

 

 “이런 곳에서 다 만날 줄은 몰랐네.”

 

 수현이 넌지시 말을 건넸다.

 

 “어, 어 그러게.”

 

 신아가 애꿎은 땅만 툭툭 발로 찼다. 하필이면 만나도 얘를 만날 게 뭐람.

 

 “…….”

 “오랜만에 봤는데, 못 볼 꼴 보였네.”

 

 고개를 들어 수현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이 지쳐 보였다.

 힘없이 올린 입꼬리가 오히려 그녀를 더 안쓰러워 보이게 했다.

 

 “나 먼저 갈게. 오늘 도와줘서 고마워.”

 

 가방을 고쳐맨 신아가 발을 뗐다.

 신아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응시하던 수현이 그녀를 불렀다.

 

 “이신아.”

 

 어차피 이대로는

 

 “응?”

 

 고개를 돌린 신아의 머리카락이 커튼처럼 펼쳐졌다.

 

 “오랜만에 봤는데, 한잔할래?”

 

 보내고 싶지도 않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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