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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저는 어느 로판에 빙의한 거죠?
작가 : 김김쓰
작품등록일 : 2022.1.16

이름부터 완벽한 평범의 길을 걷던 김지혜, 빙의조차 평범한 백작영애에게 했다?
특징조차 없는 주근깨투성이 이 영애는 도대체 누군데요?
남들은 빙의하면 악녀도 되고, 부자도 되고, 성녀도 된다는데 나는 여기서도 흔한 사람 1 역할을 맡고 있다.

빙의한 책을 찾기를 포기하고 돈 많은 난봉꾼의 삶을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그제야 풀리는 빙의의 실마리들.
난봉꾼은커녕 세상이 망하는 걸 막기 위해 철벽 미남 2명을 모두 꼬셔야 한다?!

썸의 여신, 베스의 훌륭한 조언은 어려워서 성질대로 했더니.

"사업에 관련된 계약만 해야하나요?
제 영혼이나 당신의 지능과 같은 것과는 계약을 맺을 생각이 없나요?"

나사가 풀린 마법사와,

"다, 다음에 한 번 가가같,이 한 번 가보는게 어떨지 네 생각이 궁금하다고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 있는 편이었어."

생각보다 더 쑥맥인 검사가 다가오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세상을 구해야하는 빙의녀의 삶을 제대로 살아보기로 했다.

"거사 좀 치뤄보자 우리?
응? 100년을 기다렸잖아?"

빌런이 100년간 계획한 세상의 멸망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엘리온의 이야기.


#동생바보 #딸바보 #평범 #빙의 #멸망 #먼치킨 #흔녀의_2회차_삶 #힐링

 
26
작성일 : 22-01-31 00:25     조회 : 204     추천 : 0     분량 : 7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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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 오해와 불편했던 감정을 털어버리고 하는 대련은 간만에 속이 뻥 뚫릴 정도였다.

 오히려 손속에 자비가 없어졌고, 서로의 빈틈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요즘의 훈련은 신사적이긴 했다.

 적당한 거리감이 있었으니까.

 리베론과는 상대의 패턴에 익숙해진만큼 서로의 약점도 메꿔졌다.

 그렇게 격해진 대련은 정말 죽이겠다는 마음으로 덤벼도 둘 중 누구도 쉽게 이길 수 없을 정도였다.

 나의 신체적 능력도 만찬가지였지만, 리베론도 눈부시게 성장했다.

 홈크도 리베론과 호적수였지만, 기사단장인만큼 개인적으로 대련을 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자드밀로 온 후 제대로 이끌어줄 스승이 사라져 홀로 수련해야했던 그는 그간 정체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가 어느 정도 실력이 올라온 후로는 그와 충분한 대련과 토론을 통해 같이 발전할 수 있었다.

 서로 어색하고 불편해도 1주일에 2번은 꼭 함께 훈련을 했던 이유였다.

 나도 쌍둥이의 칼날까지 뽑으면 마땅히 나를 긴장시킬만한 인재가 없어진 상황이었다.

 리더의 경지 턱 끝까지 쫓아온 그를 보며 나도 더 발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게 내 훈련의 원동력이었다.

 

 결국은 또 무승부로 끝나버린 대련이었다.

 우리 둘 다 한 번 대련을 하면 서 있을 힘까지 다 써버리는게 일반적이었다.

 지독한 승부욕은 빙의를 해도 변함이 없었다.

 둘 다 연무장에 드러누워 헉헉대고 있었다.

 목에선 피맛이 올라왔고, 물을 마시러 일어날 힘도 없었다.

 안나가 물을 들고 오고 나서야 겨우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리베론, 곧 빛 보겠는데요?"

 "그러게.

 나도 네가 보는 그 세상을 보고 싶네."

 "별 거 없어요.

 싸울 때나 편하지."

 "가진 놈들이 더한다더니."

 "쿡쿡쿡."

 

 따라웃던 리베론은 뭔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오늘 내게 고백할 말이 많았나보다.

 

 "체리말인데......"

 "아, 왜요?"

 "판결이 났어.

 들었어?"

 "아뇨. 아무도 제게 체리 얘길 안하던데요."

 "응. 퇴학처리 됐고, 벌금형을 받았어.

 이제 마주칠 일 없을 거야."

 "반가운 소식이네요.

  벌금형이라니.

 벌써 귀국했겠네요?

 그건 아쉽네."

 

 아쉽다고는 했지만, 이 세계의 감옥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환경인지 잘 알기에 판결 전까지 갇혀있었을 체리가 약간, 아주 조오오오금 불쌍하게 느껴졌다.

 

 "아니야.

 알고보니 체리가 벌금을 낼 돈도 없을 정도로 사정이 어렵다더군."

 "엥? 그런데 그렇게 잘하고 다녔어요?"

 "아, 그게 전부 남자들에게 받은 선물이었다나봐.

 그것들도 파티에서 그 사단이 난 후로 다들 도로 가져가서......

 자드밀로 유학온 것도 장학금을 받을 수 있고, 자기 사정을 모르는 타국이어서였다고 해."

 "와, 생각보다 바빴겠네요?

 훈련도 하고 선물도 여기저기 받고.

 그런데 본인이 좋아서 준거면 똥맞았다 생각하고 그냥 놔두지.

 입지도 못할 거 뭐하러 다시 가져갔대요?"

 "영애들에게 인기가 없지만 집안은 유복한 영식들이 주 타겟이었어서, 다들 상심이 컸다는군.

 대부분 첫마음을 준 상대라고.......

 울면서 태웠다는 말을 들었는데......

 확실하진 않네.

 체리는 이드릭에서도 남성편력으로 소문이 안 좋게 나서 아카데미에 입학할 수 없었다고 해.

 수도가 한동안 체리 얘기로 떠들썩 했어."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소중한 법인데, 바람둥이에게 이용당했다니.

 울면서 화형식을 할 만 한 것 같다.

 

 "생각보다 재미있는 반전이 많아서 아주 신났겠어요.

 제가 그런 스토리에 같이 휘말렸을 생각을 하니 속은 좀 쓰리네요."

 "아니야!

 엘리, 그렇지 않다!

 네겐 동정여론이 대부분이었어.

 체리가 진술서에 집안도 빵빵하면서, 무술에도 재능이 있고, 아카데미... 알...짜배기....들이랑만 친한 게 너무 싫었다고 썼거든.

 얼굴도 안 예쁘면서 삶이 술술 풀리는게 죽이고 싶을 정도로 짜증났다고.

 아, 물론 나는 절대 동의하지 않는 바야.

 그렇게 진술했다는군.

 그 진술서가 사교계에 쫙 퍼진데다, 그 때 네가 경지에 올랐다는 기사까지 나와서 지금 널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챔버 백작가면 유서 깊고 빠질 것 없는 가문인데, 훌륭한 딸이 나왔다면서.

 이번 왕실 파티도 암암리에 초대장을 구하느라 다들 바쁘다더군.

 여튼, 엘리, 조심해.

 하이에나 같은 작자들이 줄을 설 거야.

 너의 덕을 보거나, 너를 깎아내리거나.

 어느 쪽이든 위험한 사람들이 한가득일 거라고."

 

 본인을 알짜배기로 지칭하는 쯤에서는 몸둘 바를 모르고 엄한 손톱을 쓸어내리던 리베론의 귀여운 구석이 다시 나왔다.

 

 "푸흐흐. 안 예쁜 건 사실이죠 뭐.

 체리한테 고마워 해야하나요?"

 "아니야!

 엘리, 네가 얼마나 아름다운데!"

 

 지나치게 크게 소리를 질러서 약간 부끄러워졌다.

 제발 그런 얘기는 작게 해달라고!

 

 "고마워요, 리베론.

 덕분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갈 수 있겠네요."

 "그래. 그 중심가에 스타일이라는 멋진 곳이 열었다는군.

 다, 다음에 한 번 가가같,이 한 번 가보는게 어떨지 네 생각이 궁금하다고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 있는 편이었어."

 

 스타일에 한 번 같이 가보자는 말을 저렇게 힘들게 할 일인가?

 리베론은 세상 능숙하게 생겨서, 인간 관계에만 저렇게 어리버리한 게 제일 큰 매력이었다.

 덩치 큰 무섭게 생긴 개가 몸은 얌전히 있는데 꼬리는 맹렬히 흔들고 있는 그런 귀여움이랄까.

 그 큰 비밀을 혼자 꽁꽁 싸매고 경계하며 살다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상대가 생겼으니 얼마나 의지가 될까 싶어 측은한 마음도 들었다.

 그런데, 리베론은 날 너무 믿는 것 아닌가?

 

 

 

 파티 날.

 온 집안이 수선스러웠다.

 당연히 온 가족이 초대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미처 못했다.

 우리 아빠 생각보다 높은 사람이라는 걸 기억해야 하는데.

 이런 좋은 정보를 항상 잊고 지낸다.

 

 나는 미리 준비해둔 아이보리빛 드레스를 꺼내 입었다.

 아직 데뷔탕트를 치르지 않은 영애들은 왕실 파티에서 아이와 비슷한 취급을 받는게 현실이었다.

 그래서 다양한 디자인이 허용되지 않았고, 나도 큰 의미를 두지않고 대충 골랐다.

 그나마도 안나가 주인공인데 너무 밋밋하면 안 된다고 거듭 잔소리를 해대서 조금 독특한 드레스를 고르긴 했다.

 처음에 아이보리빛 실크 드레스를 골랐다가 결혼식이냐, 화동이냐 소리를 듣고 내려놓기도 했다.

 

 베스와 고른 드레스는 목까지 올라와 살갗은 얼굴과 손밖에 안보이는 드레스였다.

 팔꿈치에서부터는 통이 넓어져 촤르르 떨어지는 느낌을 주는 것까지는 트렌드와 비슷했으나 시스루처럼 보이게 디자인 한 점이 독특했다.

 드레스 전체적으로 안쪽은 살색의 천으로 덧대놓고, 위는 아이보리색 천으로 그물처럼 짜서 촥 떨어지는 느낌을 주도록 만든 디자인이었다.

 상체는 굵은 가로와 세로로 포인트를 줘서 몸에 붙는 시스루 같긴 하지만 이상하게 경건해 보이는 드레스였다.

 디자인 특성상 치마는 덜 풍성해 초라해 보일수도 있었지만, 소매와 같은 소재의 천으로 뒤쪽을 한번 더 둘러 걸을때는 살랑거리는 느낌도 추가했다.

 안나는 특징점마다 작은 다이아를 박아넣고 싶어했지만, 내가 그럴 짬이 안 되서 슬퍼했다.

 처음에는 이게 도대체 뭐냐, 할 정도로 경건해보이고 읭스러웠지만 자꾸만 눈길이 가는 것에 동의해 골랐다.

 살짝 마른 체형인 내가 입자 고상하고 도도해보여 그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간 항상 발랄함을 주로 뽐내왔단 말이다.

 드레스를 다시 한번 시착하고 있는데 엄마가 들어왔다.

 

 "엄마! 준비 바쁘지 않으세요?"

 "나는 우리 딸 들러리지.

 그게 오늘 입고 갈 드레스니?"

 

 순간 긴장했다.

 엄마의 보수적 취향이 어떻게 반응할지 몰랐다.

 

 "네. 다 덮지만 심심해보이는 느낌은 줄이고, 시스루긴 하지만 패턴과 색 때문에 절대 야해보이지는 않는......"

 "안나, 저기에 헤어와 메이크업은 어떻게 할 생각이지?"

 "귀엽게 말아올리고 평소처럼 네추럴로 할 생각이었습니다."

 "아니야. 그러면 안 돼.

 아이가 엄마 옷을 입고 온 느낌이야.

 과감하게 나가지."

 

 그렇다.

 나의 눈물어린 어필은 둘의 대화에 자연스럽게 증발해버렸다.

 그래도 엄마가 내 드레스를 반대하는 건 아닌 것 같아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럼 어떤 스타일링을 생각하시나요?"

 "머리는 올리지만 귀옆 머리를 과감하게 빼보자. 대충 묶은 느낌으로.

 뒷머리도 너무 정돈되게 올리지 말고. 반 가르마는 어울리는 편이니까 그렇게 하고.

 정수리쪽 뽕은 튼튼하게 넣는 거 알지?"

 "아, 어떤 느낌인지 바로 알겠네요.

 어른스럽게 보이겠는데요?"

 "그래. 그리고 메이크업은 더 강렬하게 나가자.

 저 드레스에 얼굴까지 순하면 성직자야."

 "네. 역시 마님의 안목은 다르시네요."

 

 엄마의 센스는 익히 알고 있어서 일단 그렇게 하기로 했지만, 그렇게 꾸민 내 모습이 전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안나는 사회생활을 잘하는 건지, 정말 그게 어떤 느낌인지 아는건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사를 덧붙였다.

 

 나는 곧 안나의 손에 재탄생을 시작했다.

 눈가를 따라 짙은 화장이 덧붙여졌고 입술에도 바른 적 없던 톤다운된 붉은 색이 발라졌다.

 대신 장신구는 모두 뺐다.

 마무리 후, 거울 속의 나는 성숙함과 당돌함이 물씬 묻어났다.

 한 번도 보인 적 없는 나의 변신에 키셀이 얼마나 놀랄지 기대가 됐다.

 파티에서 갖출 예절과 조심성에 대해 20분 정도 잔소리를 듣고 정신이 혼미해질 쯤, 키셀의 소식이 들려왔다.

 

 "아가씨, 키셀 님이 오셨습니다."

 "나 어때?"

 "진주 구두만 신으시면 완벽할 것 같아요.

 첫 왕실 파티에 이런 파격적인 컨셉으로 등장할 영애는 이전에도, 앞으로도, 아가씨 밖에......"

 

 한 귀로 안나의 사회생활을 흘리면 떨리는 마음만큼 천천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한 걸음씩 모습을 드러내는 키셀의 모습은 숨도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머리는 단정하게 다듬었고, 숱이 많은 쪽만 내리고 반대쪽은 포마드로 넘겨 고정시켰다.

 더 이상 수식어가 필요없이 그냥 멋졌다.

 긴장한 티를 내지 않기위해 더욱 도도하게 목을 세우고 한발씩 내려갔다.

 

 내리깐 눈에 한 줌씩 들어오는 키셀은 반할 수 밖에 없는 남자였다.

 검은색으로 보일만큼 어두운 차콜 색에 얇은 은사를 1/20 땀씩 섞은 고급 정장이었다.

 은사가 반사하는 조명은 키셀의 은발을 더욱 반짝이게 했다.

 이 남자는 도대체 어느 시간에 운동을 하는 건지 점점 어깨가 남자답게 벌어지고 있었다.

 

 발끝이 보이던 순간부터 다가가는 긴 시간동안 단 한 순간도 내게서 눈을 떼지 않던 키셀의 눈동자는 애정을 담고 있었다.

 자꾸 불안하고 자꾸 의심스러웠지만, 막상 마주보면 한 마디의 확인도 필요없을 정도로 모든 걸 보여주는 키셀이었다.

 그의 손을 마주 잡으며 환히 웃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

 

 미치게 긴장한 하루였다.

 못 만나는 며칠은 그녀를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몇 번이나 그녀를 보러 이동 마법을 쓰고 싶었지만, 백작과의 약속을 어길 수는 없었다.

 나같은 녀석에게 기회를 준 백작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갈수록 균형 잡힌 무술가가 되어가는 그녀 옆에서 구부정한 마법사로 남고싶지 않아 시작한 운동도 벌써 익숙해지고 있었다.

 다행히 저주받은 몸치는 아니라 얼추 수트에 몸이 맞을 정도는 되었다.

 그녀는 잘 모르겠지만 하루 2~3시간만 잔지 꽤 되었다.

 사업 진행부터, 마법 수련, 운동, 진상규명회 활동, 그리고 마탑과의 교류까지 몸이 10개여도 모자라는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쓸모 없는 마탑 늙은이들이 그나마 만들 수 있는 활력 드링크가 아니었다면 애저녁에 병원신세를 져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얼굴에 바르면 피부에 광이 나는 화장수도 쓸모가 상당했다.

 

 사업 외에 부수적인 수입을 모두 털어넣어 마련한 수트가 어깨에 무겁게 걸쳐있었다.

 

 

 "키셀 군은 엘리에게 정혼자가 있다는 것을 아는가?"

 "네."

 "이미 정혼자가 있는데, 이 이상 가까워 지는 건 위험하지 않은가?"

 "...... 죄송합니다.

 하지만...!"

 "만약 그 자리가 탐난다면 어떻게든 합당한 지위에 오른 뒤 허락을 받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나?"

 "네?"

 "엘리가 뭐라하든 엘리를 고생시키는 건 내가 못 보네.

 정당한 지위와 재력을 확보하고 그 후에 구애하게.

 엘리는 마음이 약해서 다 좋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의 말, 꼭 기억하게.

 그리고 오늘 대화는... 알게 되면 엘리는 철모르는 소릴 하겠지.

 하지만 자네는 내가 말하는게 뭔지 알겠지?"

 "네. 당연합니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네. 엘리 모르게 노력해주게.

 엘리를 위해."

 "네.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됩니까?"

 "뭔가?"

 "플렝의 보호마법 아티팩트를 발견했습니다.

 그게 왜 이 저택에 있습니까.

 말해주십쇼."

 

 과거의 장면이 흘러갔다.

 챔버 백작은 매우 현실적이고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였다.

 가장 어렵지만, 실현 가능성이 아주 조금 있으며, 동시에 엘리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거침없이 제안하는 남자였다.

 덮어놓고 반대할 것이라 생각했던 나는 오히려 빠르게 백작의 말에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에게 어울리는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지난 한 세기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마탑주, 그 외에는 방법이 없어보였다.

 그 때부터 홀대했던 마탑과 교류를 하고, 아티팩트를 이용한 부의 창출을 위해 달려왔다.

 나의 스승인 플렝의 보호마법도 백작의 도움아래 당장 실행 가능하도록 해야했다.

 엘리의 안전을 위해서는 필수적이었다.

 

 다행히 내 스승은 꽤나 대단한 마법사였다.

 플렝이 백작가에 남겨뒀다는 아티팩트는 마력석이 주 파워소스 같아 보였지만, 아니었다.

 어딘가 다른 곳에서 마력을 끌어올 수 있도록 디자인 되어 있었는데, 시동시키기 전까지는 알 수 없을 듯 했다.

 코피도 몇 번 흘렸지만 대수롭지 않았다.

 그녀가 내 외모에 흔들릴 때가 있다는 것 정도는 파악하고 있기에, 미모를 잃지 않는 선에서 나의 모든 시간은 그녀를 위해 쓰이고 있었다.

 

 엘리의 짐이 되지 않기위해 심혈을 기울여 맞춘 스타일링을 수없이 점검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현관에 섰다.

 정식으로 그녀의 파트너로 선 이 자리를 믿을 수 없었다.

 내게 주어진 이 작고 좁은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다는 마음으로 왔지만, 혹시나 실수가 있을까 두려운 마음도 한가득이었다.

 매일이 같았다.

 그녀를 위해 살았고, 혹시 그녀와 함께 할 수 없을까 두려웠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예민한 날들이었지만, 엘리를 위해서라면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계단을 내려오는 엘리를 보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처음 본 그녀의 모습이었다.

 천사같은 드레스를 입고 매혹적인 메이크업을 한 그녀는, 모순된 개념을 하나에 싣는게 어떤 건지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요염한 천사같은 그녀는 나를 보며 활짝 웃었다.

 오밀조밀한 저 얼굴에서 다양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볼 때마다 내 속에선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울컥울컥 샘솟았다.

 어디 하나 고장이 난 것처럼 새어나왔다.

 

 저런 엘리를 얻겠다고 마음 먹었다니.

 참으로 건방진 생각이었고, 세상 다시 없을 큰 꿈이 틀림없었다.

 '그녀에게 어울리는 남자' 따윈 절대 없을 것임을 직관적으로 알았다.

 어울리기 위해 가장 열심히, 가장 끈질기게 노력하는 남자가 되어야했다.

 경외심, 불안감, 뿌듯함과 애정.

 그 모든 감정들 사이에서 사랑하는 마음이 제일 먼저 새어나와 내 얼굴에 미소를 그렸다.

 그 모든 감정들 사이에서 사랑이 제일 먼저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열등감 투성이인 나는 모든 게 완벽한 엘리온 챔버를 미치게 사랑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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