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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환생한 거 같으니 편하게 살고 싶다
작가 : 이따금
작품등록일 : 2022.1.29

“보이면 안 되는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인간들이 소리칠 때 솔직히 미안했다.

환상종이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괜히 소원을 빌었나.

아무튼 나는 분명 죽었는데 다시 환생한 거 같다.

근데 세계는 왜 이 모양이 됐을까.

됐고, 이제 진짜 편하게 살고 싶다.

 
카페 첫날 뭔가 잘못된 거 같다
작성일 : 22-01-30 21:06     조회 : 201     추천 : 0     분량 : 5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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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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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 빵을 가져다준 여자는 이제 막 스무 살 정도로 보이는 환상종이었다. 귀가 뾰족하게 뻗어 있어 알 수 있었다. 노란 머리에 파란색 눈. 생각보다 체구가 작았고 카페 복장 같은 단정한 옷을 입고 있었다. 외국인인데 한국말을 잘했다. 점장이 씻던 컵을 내려놓고 내게 다가왔다. 조금 나이가 많아 보였다. 할아버지뻘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내가 더 나이가 많겠지만. 따로 특징으로 보이는 게 없기에 인간 같았다.

 

  “손님 돈이 없으신가요?”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실눈을 뜬 채로 인자하게 웃는 모습에 분명 무언가 있을 것이라고 각오했다. 내 눈이 불안하게 떨리고 있었는지, 점장은 이내 웃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원래는 환상종만 돕는 게 원칙이지만, 인간도 돕고 살아야죠. 저도 인간인 걸요.”

 

  “네?”

 

  나름 처음 느껴보는 호의에 가슴이 뛰었다. 인간 가게에선 돈이 없다고 쫓겨났고 환상종 가게에선 인간이라고 쫓겨났다. 물론 잠깐 있었던 일들이었지만,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근데 무언가 잘못된 지점이 있었다.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있었기에 말할 수밖에 없었다.

 

  “저 도깨비인데요?”

 

  “센서에는 반응이 없었는데?”

 

  여자의 말에 문을 살펴보니 그 위에 계속 일정하게 반짝이는 기계가 보였다. 저 센서가 옛날 자동문처럼 인간과 환상종을 구별하는 걸까? 아니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 거였나? 아무튼 다시 나는 주장했다.

 

  “맞아요, 저 도깨비...”

 

  “그러면 뭐 괜찮습니다. 도깨비는 원래 그 외형이 인간 같다고 하죠. 우리가 생각하는 뿔 있는 모습은 오니니까요. 안나, 수정구를 가져오세요.”

 

  여자가 답이라도 찾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이 안나인 거 같았다. 적어도 한국 환상종은 아닌 거 같았다.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길래 몰랐다.

 

  “수정구에 손을 대보세요.”

 

  곧 가져온 수정구에 손을 갖다 댔다. 수정구가 눈이 부시게 반짝여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인간이 만든 마법 도구 같은 걸까. 문득 신이 우리의 능력 일부를 인간에게 넘겨줬다는 말이 떠올랐다. 이런 저런 생각이 들 때쯤, 1분이 지나고 수정구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등록되지 않은 환상종이니 서둘러 등록해주세요.”

 

  점장은 그 말에 조금 신기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그 나이까지 등록을 안 하고 어떻게 살았습니까?”

 

  나는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걸까. 그리고 이 진보한 거 같은 과학 문명은 무엇일까. 등록이라면 등본 같은 걸 떼야 할까. 여러 생각이 또 휘몰아쳤다. 기억을 잃었다고 말할까 생각했지만, 그냥 솔직하게 밀고 나가기로 했다. 어쩌면 이 사람들이 알 수도 있으니까. 내가 얘기할 수 있는 답은 하나뿐이었다.

 

  “다시 태어났어요. 길가에서 갑자기.”

 

  “네?”

 

  둘 다 벙찐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마 분명 미친 환상종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눈을 뜨니 골목에 서 있더라고요.”

 

  ‘이름을 등록해주세요.’

 

  갑자기 수정구에서 나온 말에 나는 잠시 대화를 멈췄다. 점장은 계속 나를 훑어봤고 안나는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눈치였다.

 

  “영산입니다.”

 

  언젠가 내가 맨 처음 태어났던 지역 이름을 말했다. 사실 생겨난 이후로 이름이 없었기에,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이름과 말은 늘 우리를 제약하거나 막아 세웠지만, 이제 그런 건 없어졌다. 우리가 살아 숨쉬기 때문에.

 

  그 말과 동시에 손가락 끝이 아팠다. 수정구에서 바늘이 나와 내 손가락을 찌른 탓이다. 붉은 피가 났다. 또 몇 초가 지나고 내 눈앞에도 거리 사람들이 보고 있던 창이 나왔다.

 

 ----------

 이름 : 영산

 신체 나이 : 27세

 종족 : 도깨비

 등급 : 0성

 ----------

 

  지금의 나는 27살인 걸까. 생각보다 발달한 문명은 편리했다. 등급은 내가 0성이라는 뜻일까. 지금 연도가 궁금했다. 나는 몇 년 뒤로 온 걸까. 그리고 누가 나를 불렀을까, 무엇을 위해서.

 

  “그래서 지금은 몇 년도 인가요?”

 

  “지금은 2050년입니다.”

 

  안나가 차분하게 대답해줬다. 점장은 조금 더 나를 들여다보더니 모르겠다며 다시 설거지 하러 갔다.

 

  “아마 누군가의 기원에 의해 소환된 거 같습니다. 평소에 자신을 소환할 만큼 간절히 당신을 바랬던 것이 있나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없었다. 그리고 나는 분명히 죽었다.

 

  “인간들은 이제 기적이 사라진 세상이라고 말하지만, 분명 아직 신은 존재합니다. 그 신이 누군가의 바람을 들어줘서 당신이 여기에 소환된 거겠죠.”

 

  “그렇지만, 저는 이미 죽었는걸요?”

 

  “설마 ‘이후’에도 있던 환상종인가요? 그건 좀 특이한데요.”

 

  안나는 한참 고민하더니 곧 점장과 비슷한 얼굴이 되어 웃었다.

 

  “모르겠네요. 그러면. ‘이전’엔 분명히 기원에 의한 소환이 있었는데 지금은 본 적도 없고, 보통 그 기원한 것 앞에 소환될텐데...”

 

  생각해보니 그랬다. 내가 소환됐을 때 내 앞엔 그 어떤 것도 있지 않았다.

 

  “아마 소환자가 신에게 뭔가 대가를 지불 했겠죠. 정부엔 보고 안 할게요. 실험체로 죽을 수도 있어요.”

 

  “네?”

 

  생각보다 이 세상이 녹록하진 않은 거 같았다.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을 들으려 했는데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일단 무엇을 위해 여기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살아남으려면 돈을 버는 게 우선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물어보면 되는 것이다. 일단 이 두 명은 내 편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혹시 일자리가 있을까요?”

 

  말을 하자, 남자와 여자가 고민하더니 남자가 먼저 말했다.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점장이고 인간입니다. 지금 이름은 라이언이라고 합니다.”

 

  이미 이름을 알고 있었지만, 안나 역시 옆에서 말했다.

 

  “저는 안나예요. 러시아 요정 도모비카 종류입니다.”

 

  소개는 이쯤이면 됐다. 내 편을 들어주며 일할 곳이 필요했다. 자연스럽게 내가 왜 왔는지도 찾아야 했고 여기선 뭔가 답을 찾을 수 있을 거 같았다. 점장은 이름을 밝히고 조금 고민하더니 말했다.

 

  “혹시 커피를 만들 줄 아나요?”

 

  “모릅니다...”

 

  “그러면 칵테일은 만들 줄 아나요?”

 

  “모릅니다...”

 

  빵을 팔지만, 모토는 카페 겸 바인 거 같았다. 확실히 여러 종류의 양주와 커피머신이 줄줄이 있었다. 생각해보니 할 수 있는 게 너무 없었다.

 

  “서빙만 하기엔 조금 곤란한데... 혹시 싸움은 잘 하시나요?”

 

  “조금 할 줄 압니다.”

 

  인간이 간절한 기도로 나를 불렀을 때 내게 요구하는 소원은 방망이로 금은보화를 주거나 누군가와 싸우는 일뿐이었다. 그렇기에 몇백 년을 살았기에 할 수 있는 건 지극히 적었다. 옆에서 안나가 웃음을 참고 있었다. 사실 정말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아, 제가 도깨비니까 이곳이 도깨비터가 될 수 있습니다.”

 

  할 수 있는 어필은 이 정도뿐이었다.

 

  “도깨비 터가 뭐죠?”

 

  “점장의 능력에 따라 여기가 완전히 흥하거나 완전히 망하곤 합니다.”

 

  내 능력에 대해 할 말이 이 정도 밖에 없나 생각할 때 점장이 웃었다.

 

  “좋네요, 저에 대한 도전인가요? 받아들이죠.”

 

  점장은 그렇게 말하며 창을 띄워 무언가를 계속 클릭했다. 이내 내게 메시지가 보였다.

 

 -----

 카페 ‘꼬꼬지’에서 당신에게 직원을 제안합니다.

 주 업무 : 홀 서빙 및 가게 보호

 업무시간 : 목~일 오전 10:00 ~ 오후 09:00

 월급 : 월 250만 원(1년 근속 시 월급 협상 가능)

 -----

 

  바로 수락했다. 수락과 동시에 알림이 떴다.

 

  ‘도깨비 터 능력으로 카페 꼬꼬지의 손님이 더 늘어나게 됩니다.’

 

  이런 거 때문에 빠른 채용이 된 걸까. 인간세계에서 힘은 어떤 자격증 같은 것이다. 환생 전 도깨비 터는 내 구역을 지정해 그곳에서 내 힘이 더 강해진다거나 장사하는 사람에게 작은 힘을 줘 손님이 더 많게, 혹은 가게를 망하게 하는 능력이었다. 다행히 아직 잘 작동했다. 그리고 점장이 내 미약한 기를 이겼다. 분명 강하다는 소리다.

 

  “이제 다른 인간이나 환상종한테 함부로 너에 관해 얘기하면 안 돼. 알겠지?”

 

  갑자기 안나가 내게 말을 놓았다. 옆에서 점장도 거들었다.

 

  “지금 정부에선 정말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그렇게 살벌한 세상일까, 내가 느낀 도시는 경직된 생기였다. 활기가 있지만, 제한적인 곳. 그건 보호막 밖에 있는 것들 때문인 줄 알았는데 내부에도 문제가 있는 모양이었다.

 

  “근데 가게 보호는 왜...?”

 

  “나중에 보면 알 거야.”

 

  “근데 말은 왜 놔요?”

 

  “나는 너 선배니까.”

 

  바로 태도가 변하는 안나를 보며 기가 찼다. 어이가 없었지만, 일자리를 찾았다. 내가 뭘 해야 하는지는 천천히 찾으면 될 것이다. 그때 안나가 말했다.

 

  “곧 레이드 갔던 환상종이 몰려오니까 정신 바짝 차려.”

 

  레이드는 또 뭘까. 예전에 게임에서 레이드 아이템 좋은 거 나오게 해달라고 빌던 인간이 생각났다. 그 간절한 목소리가 떠올랐다.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일하면서 찾을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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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곧 해가 질 시간이었다. 나는 지난 약 30년간 이 세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했다.

 

  “혹시 요즘 가장 많이 바뀐 건 뭔가요?”

 

  “글쎄 인간한테 환상종이 보이게 된 점?”

 

  안나는 거만하게 말했다. 나이도 내가 더 많을 텐데 왜 그럴까. 아무튼 그건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 이후로요. 세상은 어떻게 변했나요?”

 

  “너 정말 기억이 없구나?”

 

  안나는 기지개를 쭉 편 다음에 말했다.

 

  “인간은 신앙이나 미신을 믿지 않게 됐고, 환상종-인간 협약이 체결되고 지성 있는 환상종은 인간사회에 녹아들 수 있었지.”

 

  그게 끝인 걸까. 환상종 업소라는 데가 있는 것과 바깥 상황이 마음에 걸렸다.

 

  “환상종 업소는 왜 있는 거고, 바깥 상황은 어떤가요?”

 

  “그때 협약이 이거거든, 분리평등정책. 환상종은 환상종 가게를 쓰고 인간은 인간 가게를 쓴다. 환상종은 네가 아까 만들었던 호적이 의무화됐고 그건 위치추적기능도 부여해. 그냥 간단히 우리는 2등 시민이 됐고, 인간은 1등 시민이 됐어. 바깥은 늘 똑같지. 문은 부서지지 않고 수시로 나오는 미물들을 정리해야 해. 아니면 새장 창살이 부서지거든.”

 

  너무 많은 말을 들었다. 결국 이무기 떼가 몰려와 나를 죽인 건 단지 2등 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 그랬던 걸까.

 

  “2등 시민은 정확히 뭔가요?”

 

  “그건 그냥 우리끼리 하는 은어야. 정부는 절대 인정 안 하지. 근데 보통 레이드 갈 때 환상종을 앞세우고, 인간들은 뒤에 있고. 우리가 먼저 인간을 공격하면 불법, 인간이 먼저 우리를 공격하면 조금씩 눈감아줘.”

 

  “어떻게 그러죠?”

 

  “윗대가리가 대부분 다 인간이니까?”

 

  순간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빌었던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신은 그걸 알고 있던 걸까. 잠시 생각하고 있을 때 카페의 문이 열렸다. 레이드를 하고 온 환상종들이 몰려왔다.

 

  “안나, 보고 싶었어~”

 

  땀 냄새와 그들의 목소리. 왜 이제야 레이드라는 지 알 수 있었다. 흙먼지를 뒤집어쓴 모습과 곳곳에 긁힌 자국, 리저드맨 한 명은 다리에 붕대를 한 채 부축받으며 걸어왔다.

 

  “뭐야 너 다리는 왜 그래?”

 

  “레이스 하고 싸우다가 자빠졌어...”

 

  누군가 큰 소리로 말하자 다른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 그들은 테이블에 앉아 각자 원하는 걸 시켰다. 주문을 받는 건 내 역할이었다.

 

  “새로 온 아르바이트생이야?”

 

  “네, 네.”

 

  “잘해봐.”

 

  나이가 있어 보이는 리저드맨과 하피가 내 등을 두들겼다.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그래, 이게 내가 원했던 세상이지.

 

  “영산아 저쪽 테이블에 롱티.”

 

  처음엔 못 알아들었지만, 점장에게 그런 말들을 들으며 부지런히 서빙했다. 안나가 나를 붙잡은 건 조금 시간이 지난 후였다.

 

  “이제 네가 진짜 할 일이 나왔어.”

 

  바깥에선 서성이다가 들어오는 남자 한 명이 있었다. 꽃과 여러 보석함을 들고.

 

  “저게 왜?”

 

  “그슨대 입니다.”

 

  안나에게 물었던 질문을 점장이 대신했다.

 

  “자꾸 안나에게 선물을 보내죠.”

 

  단순한 썸 같은 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안나의 표정을 보니 그건 아닌 거 같았다.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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