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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노트맨
작가 : happydwarf
작품등록일 : 2022.1.30

눈을 뜨니 이 넓은 서울에 아무도 없었다. 도대체 사람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내가 알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9
작성일 : 22-01-30 18:19     조회 : 181     추천 : 0     분량 : 3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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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2051년 7월 12일, 수요일이다. 이곳에 온 지 73일째이며 최고가 떠난 그 다음 날로부터 38일째이고 다른 지구의 지우를 만난 지 정확히 7일째 되는 날이다. 지난 일주일간 내가 알던 지우는 아니지만 다른 지구에서 온 지우가 그냥 편하게 동생처럼 대해줘도 된다고 선심 쓰듯 말해서 그렇다면 그냥 비슷하게 생긴 지우의 쌍둥이 동생처럼 여기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우는 일주일 전 별다방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하던 중에 내가 원래 살던 집에서 그대로 산다고 하니 본인도 자신의 집으로 간다고 하였다. 우리가 그렇게 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서로 혹시나 싶어서 전화를 걸어보니 우습게도 통화가 잘만 연결되었기 때문이었다. 서로 집주소도 공유하였으니 혹시나 전화가 안되고 무슨 일이 생기면 서로 찾아가기로 약속을 했다. 하지만 서울대 근처의 시흥동에 살던 지우의 집이라는 곳에 가보니 지도상으로는 분명 서울내에 있는 영역이긴 하였지만 가장자리에 가까워서 그런지 바다로 넘실넘실 덮여있어서 동네 자체가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할 수 없이 차선책으로 자신의 엄마 집으로 가기로 하였는데 그 위치는 다른 지구에서도 바뀌지 않았던지 나도 다행히 알고 있던 곳이라 희망을 가지고 찾아가 보았다. 하지만 그곳은 재개발로 공사가 진행중인 것 같은 현장이었다. 그때 지우가 얼마나 당황해하던지, 자신이 몸을 의탁할만한 친숙한 곳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음을 인정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었다. 그리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의지할 데 없는 사람끼리 가까운데서 지내면서 이야기나 하자는 것으로 결론이 나서 나의 집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괜찮은 호텔을 알아봐주고 그곳에서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지우는 나에게 전화를 걸어 심심하면 밖에서 커피도 한잔하자고 할 때가 있었지만 온종일 아무런 연락 없이 조용히 지내는 날-이틀이나-도 있었다. 연락이 없는 날에는 무슨 일이 있는 것인지 궁금했지만 내가 알던 지우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후에는 이제 어떤 상황이 펼쳐져도 당황하지 않기로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분명 나의 아내는 아니지만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백배 나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러다 갑자기 고야처럼 또다시 그녀가 사라지고 나 혼자 남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전화를 걸어서 만약에 안 받으면 꼭 그런 일이 벌어질까 싶어서 궁금해도 번호를 누르지 못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지우는 지난 일주일 동안 혼자서 운전을 하여 이곳저곳을 많이 돌아다녔다고 했다. 자신은 원래 현실에서 자동차를 공유하여 이용하였는데 이곳에서는 그 어떤차도 탈 수 있다고하니 신이 난다고 했다. 그래서 첫날 내가 원하면 친구가 타던 주인없는 페라리가 있으니 가져도 된다고 했더니 그날로 자신의 애마가 되었다. 그래도 내가 알던 지우는 어두운 곳도 싫어하고 혼자있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조금 겁이 있는 여자였는데 알고보니 이곳에 있는 지우는 겁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처음 남산에서 만나서 내려왔을 때 저녁식사를 차리기 위해 부엌으로 따라 들어오는 것을 보고 조금 무서운가보다 했었다. 하지만 그 다음날부터 현실을 쿨하게 인정하더니 나 말고는 아무도 없는 것이 오히려 안전한 세상인 것 같다고하며 초긍정적 사고를 보여줬다. 그때서야 내가 알던 지우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어쨌든 오늘은 지우가 이곳에 온 지 일주일이 되어서 점심에 밖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기로 약속을 하였다. 물론 그 맛있는 음식은 내가 해야 했다.

 

 지우를 만나기로 한 장소는 북촌 한옥마을 근처에 있는 분위기 좋은 한식 레스토랑이었다. 차도 따로 움직이는 것을 좋아해서 각자 출발해 약속한 시간인 열두 시에 정확히 그곳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나는 지우가 좋아할 만한 요리 리스트를 어젯밤에 충분히 연구해서 몇 가지 추린 후에 이른 아침부터 집을 나섰다. 손이 느린 편이라 걱정이 되어 장을 볼겸 일찍 나서긴 하였는데 도착하고 보니 오전 9시다. 세 시간이나 일찍 도착했다. 바지락을 깨끗하게 씻어서 국을 끓이고 그 국물에 칼국수도 해 먹기 위하여 면을 따로 준비해 두었다. 요즘은 밀키트로도 맛나게 잘 나온다지만 그래도 직접 요리를 해서 먹는 것이 시간도 잘 가고 무엇보다 무언가에 집중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일 중에 하나였다. 나는 안동식 찜닭도 하고 불고기를 한우로 정성껏 구운후에 시금치나물과 콩나물도 조금 무쳤다. 또 갈치구이와 소갈비찜, 그리고 잡채도 조금이나마 준비해보았다. 나로서는 처음으로 여러 가지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라 평소에 엄마의 솜씨가 참 위대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요리가 끝나가니 벌써 11시 50분이 다 되었다. 마지막으로 잡채를 예쁘게 접시에 담고 그 위에 깨를 뿌리고 있는데 약속시간보다 항상 10분 일찍 도착하던 지우는 오늘도 어김없이 정확했다.

 

 "아저씨! 나 왔어요~"

 "어, 왔어? 조금만 기다려 거의 다 됐어!"

 "우와~ 이게 다 무슨 냄새야? 어머, 세상에! 이거 다 아저씨가 했어요?"

 지우는 부엌에 들어와 이제 나가려던 접시들을 보고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홀에서 기다리지 뭐하러 들어와? 이왕 왔으니까 같이 들고나가자."

 "오키오키! 와~ 대박! 진짜 맛있겠다!"

 지우는 기분이 좋은지 접시를 양손에 들고 콧노래를 부르며 걸어갔다.

 

 지우는 먹는 도중에 연신 쌍엄지를 내보이며 자신이 맛있게 먹고 있음을 계속해서 확인시켜 주었다. 그렇게 맛있게 먹이고 싶었던 사람이 지우였는데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은 그 지우가 아니라는 것이 조금 씁쓸했다. 그래도 맛있게 먹어주니 고마웠다. 우리는 그렇게 식사에 열중을 한 후 습관적으로 별다방으로 다시 움직이기로 했다. 오늘은 어디에 있는 별다방으로 갈지 의논하다가 갑자기 지우가 의견을 내었다.

 "그 저번에 친구를 만났다는 곳, 거기 가볼까요?"

 "응? 거기는 왜?"

 "그냥, 나랑 아저씨 외에 사람이 있었던 유일한 곳이었으니까 좋은 기운 좀 받아보려고요."

 "별로 좋은 생각 같지 않은데..."

 고야 녀석이 있었던 커피숍이 좋은 기운을 뿜어낼리 없었지만 지우는 궁금했던 모양이다. 그곳에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우리는 각자 차를 끌고 그곳을 향하여 출발했다. 나는 신호를 무시하고 앞서가는 페라리를 가만히 보면서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운전을 했다. 배가 부르기도 했고 고야가 생각나기도 했다. 고야 대신 또 내가 알던 지우 대신 이상한 지우가 나타났지만 그래도 아무도 없을 때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곳이 평행우주라는 가정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한편으로는 더 우울해졌다. 실제로 내가 평행우주의 세계에서 미아가 된 것이라면 어떻게 돌아갈 수 있을지 너무나 막막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곳저곳 떠돌다가 영원히 우주먼지 같은 존재로 전락할 것 같아 무서웠다. 그래도 이제 막 이곳에 온 지우에게 그러한 마음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어쩌면 그녀도 지금 매우 힘들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곳에 온 지 한 달 동안은 거의 술독에 빠진 사람처럼 지냈기 때문에 그 복잡하면서 미칠듯한 심정을 잘 안다. 물론 지우는 자기자신 외에도 '나'라는 존재가 있었지만 어쨌든 이러한 상황을 쉽사리 받아들일 사람은 없을테니 지금 얼마나 힘들겠는가. 애써 밝은척하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신호조차 지키면서 가다 보니 너무 늦게 도착할 것 같았다.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윽고 도착한 미아동의 별다방 앞 거리에서 나는 믿을 수 없는 황당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바로 별다방 안에서 지우가 어떤 남자와 마주보고 앉아 대화를 하고 있었다.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심장이 미친 듯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누굴까? 나는 얼른 차에서 내려서 가까이 다가가 지우와 대화를 하고 있는 상대의 얼굴을 보기 위하여 그 남자의 뒷모습을 보면서 빠르게 걸어갔다. 그리고 드디어 그 남자의 옆모습이 보이는데... 오, 맙소사! 그 남자는 다름아닌 지난번에 사라졌던 내 친구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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