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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노트맨
작가 : happydwarf
작품등록일 : 2022.1.30

눈을 뜨니 이 넓은 서울에 아무도 없었다. 도대체 사람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내가 알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2
작성일 : 22-01-30 18:14     조회 : 186     추천 : 0     분량 : 3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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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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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는 아무도 없는 스벅에서 본인 스스로 에스프레소를 내려 마시는 중이었다. 내가 건너편 거리에서 다가가는 중에 눈이 마주쳤을 때 녀석은 살짝 눈을 크게 떴을 뿐 별로 놀라지도 않았다. 이윽고 문을 열고 그 녀석과 마주했을 때 처음 들은 말은 우습게도 "커피 한잔 할래?"였다. 정확히 혼자된 지 34일만에 만난 사람이었다.

 

 "고야. 너 여기 근처에 살았냐?"

 

 "아니. 강남에 계속 살지. 최근까지 집값이 엄청 올랐잖아. 어디 무서워서 이사를 갈 수가 있어야지. 크큭." 강남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비싼 아파트가 고등학교 때부터 자기 이름으로 되어 있던 놈이 허튼소리를 하고 있었다. 고야는 부모능력덕에 세상 잘난 맛으로 살았었다. 이런 이상한 곳에서도 상대방의 기분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말하는 꼴을 보니 고야에 대한 나의 기억이 왜 그렇게 부정적인지 새삼 이해가 되었다.

 

 "헛소리는 그만하고! 야, 너는 어쩌다 이렇게 됐어? 언제부터? 지금 이 상황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있냐?"

 

 나의 현실적인 물음들에도 놈은 뭐가 그리 재밌는지 연신 미소가 입에서 떠나가지 않았으며 여유롭게 다 식어빠진 에스프레소잔을 왼손으로 들고 홀짝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런 여유가 나오는 것을 보니 너도 충격이 컸나보구나. 하긴 멀쩡한 것이 이상할지도 모르지."

 

 나의 신랄한 비판에 고야도 마저 마시던 잔을 한입에 털어놓고 입을 열기 시작했다.

 

 "기남아. 너는 이 상황이 괴롭니? 나는 즐겁기만 한데?"

 

 "뭔 개소리야! 나는 사랑하는 아내와 쌍둥이를 잃었다고! 네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기분을 알기나 해?"

 

 "부모님이랑 다른 가족은 안보고 싶고? 나는 처자식이 없어서 네 기분은 모르겠다만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사랑했던 여자 친구가 없어서 조금 슬프긴 하다."

 

 고야는 계속해서 비아냥 거렸다. 물론 부모님을 못 보는 것도 나의 하나뿐인 누나를 못 본다는 사실도 마지막으로 장모님을 못 본다는 것도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부모님은 불효자를 낳으셨는지 지우와 아가들이 매일 눈앞에 아른 거려서 괴로웠다. 고야를 보자니 확실히 십년전보다 더 맛이 간 상태인 것 같았다. 나는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눌러 참았다. 어쩌면 이 넓은 대한민국에 미워도 대화할 상대가 이 녀석 밖에 없을지도 몰랐다.

 

 "최고야. 말장난 그만하고 너는 어떻게 생각해? 우리말고도 다른 곳에 사람이 더 있을까?"

 

 "글쎄. 나는 사실 이 세상에 나 혼자였어도 좋아서 딱히 생각은 못해봤는데... 뭐, 너도 있으니 다른 사람도 어디에선가 돌아다니고 있을지 모르지."

 

 나는 고야가 말하는 도중에 그의 허리춤에서 명품 바지의 상표가 삐져나온 것을 발견했다.

 

 "너.. 그거 백화점에서 훔쳐 입었지?"

 

 "응? 아.. 니? 내 옷인데?"

 

 나의 말에 고야는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었는지 조금 당황한 듯 보였다.

 

 "야... 멋쟁이 신사 고야가 지금 상표도 안 뜯은 옷을 입고 다녔던 것을 나보고 믿으라고?"

 

  내가 증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하자 고야는 갑자기 그 여유로운 미소 대신 처음 보는 씁쓸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기남아... 너 술 다 깼으면 나랑 한잔 더 할래?"

 

 갑자기 녀석은 무언가 사연이 있어 보였고 나는 속이 울렁거렸지만 녀석의 쓴웃음을 보니 그럭저럭 참을만해져서 가까운 술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술집에 도착하자마자 고야는 진지한 얼굴로 독한 양주부터 한 컵 가득히 따라서 벌컥벌컥 들이켰다. 나는 녀석을 뒤로하고 속을 달래기 위하여 주방에 들어갔다. 이윽고 솜씨는 없지만 냉장고에 남아있던 어묵을 냄비에 담아 대충 소금과 간장으로 간을 하여 어묵탕을 만들어 가져 갔다.

 

 "우웩! 야! 이것도 음식이니?"

 

 "이 상황에 불평은! 그럼, 너는 술이나 마셔라."

 

 내가 먹어봐도 밍숭 짭짤한 것이 별로였지만 어쨌든 나는 뜨끈한 국물이 필요했다. 나는 해장을 하면서 고야의 속사정을 들었다.

 

 고야는 서울에서 부동산 부자의 외동아들로 자랐다. 고야의 부모님은 고야가 가지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또 하고 싶은 것은 위법한 일만 아니라면 다 하도록 지원하셨다. 강남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자신의 명의로 된 아파트에서 부모와 따로 살면서 청소나 음식을 해주러 오는 사람을 고용해서 살 정도였다. 평생 승승장구할 것 같은 녀석이 삐뚤어진 것은 마지막 여자 친구를 만나면서부터였다. 그 여자는 남자친구인 고야가 있어도 어딜가나 다른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했다. 얼마나 멋진 남자들이 들이댔던지 항상 자신만만했던 고야도 점점 그녀가 자신을 계속 만나준다는 사실만으로도 감동하였다. 그래서 고야는 어떻게든 그녀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고야는 자신이 연애에 있어서 항상 갑이었는데 을이 되고 보니 정신을 못 차렸다. 그러던 어느 날 고야의 여자 친구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고 갑작스러운 이별을 통보했다고 한다.

 

 

 

 "자기야. 나는 자기의 자신감이 좋았고 자기의 여유로움이 좋았어. 하지만 그것이 부모의 능력에 기대어 뽐내는 허울뿐이었다는 사실이 요즘 들어 더욱 실감나는 듯해. 생각해봤는데 나는 본인의 능력으로 성공한 남자를 좋아하는 것 같아. 그리고 사실 자기가 저번에 내가 가지고 싶다는 자동차 대신 명품백을 사줬을 때 솔직히 별로 기쁘지 않았는데 기쁜척 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 나는 자기가 이 세상에 있는 무엇이든 나에게 가져다줄 수 있을 것 같은 환상 속에서 살고 있었나 봐. 자기가 작게 보이기 시작하자 걷잡을 수 없이 내 마음이 멀어지네. 미안해, 이런 속물은 잊고 좋은 여자 만나. 그동안 고마웠어."

 

 이 무슨 막장 드라마인지 듣다가 나도 모르게 입을 떠억하고 벌리고 말았다. 위의 이별통보를 듣고 고야는 난생처음 좌절이라는 감정을 느꼈다고 말하며 슬퍼했다. 그리고 고야는 그 일이 있은 후로 며칠 술에 의지하다가 갑자기 자신이 돈을 많이 벌면 떠나간 그녀를 잡을 수 있다는 망상에 빠진나머지 계좌에 있던 돈을 모두 빼서 도박을 했단다.

 

 "미쳤구나!"

 

 "그래, 미쳤지! 그것도 사랑에! 사실 그녀가 한 말이 사실이더라고... 막상 돈을 벌려니 정말 할 줄 아는 게 없었어. 무능력이 곧 나였지. 하지만 가진 것이라고는 고작 현금 5억밖에 없는데 그것으로 운만 좋으면 큰 돈을 벌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나는 항상 운이 좋았으니까."

 

 "운은 개뿔,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그래서? 뭐가 어떻게 돼. 그냥 하루 만에 날렸지."

 

 "뭐? 하루 만에 다 날려? 하! 미친놈!"

 

 하루만에 5억을 날렸다니 기가막혔다. 피 튀기는 지하경제를 보지 못했던 순진한 왕자님이 보나마나 꾼들의 작전에 휘말린 것이 안봐도 뻔했다.

 

 "거기서 끝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멍청한 놈은 5억을 시작으로 눈이 뒤집혀서 부모님 모르게 여기저기 본인 명의의 부동산으로 대출받고 끌어다가 말아먹었다고 했다. 그것만으로도 모자랐는지 그때부터 검은 돈에 손을 대기 시작했는데 한달전에 갚아야 할 원금만 100억이고 이자는 매일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었단다. 아버지께 말할 용기가 없었는데 한 달 전쯤 눈을 떠보니 이곳이어서 다행인지 불행인지 일단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리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최고야. 너 어쩌다 이렇게 됐니..."

 

 "이 좌시기. 뇌가... 지굼까지... 다 말했좌나! 사당! 사당 때문이라고! 으흐흑."

 

 "뭘 잘했다고 다 큰 남자 새끼가 쳐 울고 앉았어! 됐다, 그냥 술이나 마시자."

 

 "저얼대 안가! 나는 평생 여기 있으꺼야! 못가! 가면 마자 주글지도 모른다고... 으허헝."

 

 급하게 먹더니 술이 만땅으로 취해서 혀까지 꼬부라진 모양이었다. 나는 돌아가야 되는데 고야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하는 이 상황이 우습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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