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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경성몽중록: 당신을 위하여
작가 : 이후
작품등록일 : 2022.1.24

1895년 조선 여인 희수, 1921년 일제강점기로 타임슬립하다. 왜 이곳에 왔을까? 왜 자꾸 이상한 꿈을 꾸는 걸까? 꿈과 현실 사이, 과거와 미래 사이, 끊임없이 고뇌하며 진정한 자신을 찾아나가는 청춘들의 기록.

 
6. 시작
작성일 : 22-01-30 16:39     조회 : 195     추천 : 0     분량 : 5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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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시작

 

 “나는 저 여인이 춘몽에 머무는 것, 반대란 말이오.”

 사내가 희수를 본다. 흔들림 없이 차가운 눈빛이었다.

 "자네! 이게 얼마만인가? 언제 들어왔어?"

 진오가 반갑게 인사했지만 사내가 답이 없자 진오는 머쓱하게 자리에 앉고 분위기는 가라앉는다. 희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내의 서늘한 기운이 희수를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가장 근본적인 확인이 빠졌지 않습니까?”

 정현 역시 경계하는 눈빛으로 사내를 바라봤다.

 “저 여인... 이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고는 있는 거요?”

 “!”

 "이곳의 정체에 대해 말을 했냐는 말입니까?"

 사내의 물음에 답을 하지 못하는 정현이다. 사실 정현 역시 고민하고, 또 고민했던 터였다. 희수를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희수가 이곳의 정체를 아는 것이 희수에게 위협이 되진 않을지, 이곳의 사람들에게도 또 다른 불안감을 주는 것이 아닐지 판단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정현이 생각한 가장 좋은 결말은 희수가 이곳의 진정한 정체를 알지는 못한 채로, 안전하게 머물다 과거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내가 지적한 바와 같이 이곳에 머물기 위해서는 희수 역시 일정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한다는 걸 정현 역시도 알고 있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던 것이었다.

 ‘결국, 일이 이렇게 흘러가는군.’

 정현이 희수를 바라본다. 희수 역시 그저 불안한 표정으로 정현을 바라볼 뿐이었다. 정현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정현의 동무들이 무엇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었으나, 자신이 나설 자리는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알지 못합니다. 내가 말하지 않았습니다.”

 얼어붙은 분위기에 다른 이들 역시 잠자코 있다.

 이때, 전화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저 신호는?”

 “3번 울렸으니 이곳이 발각된 것은 아니네. 자네는 어서 올라가 위치와 상황을 파악하도록 하게.”

 당황도 잠시 여인의 말에 모두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현이 희수에게 다가왔다.

 “아가씨, 방에 올라가 움직이지 말고 계십시오. 별일이 아니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희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하십시오.”

 위로 올라가 상황을 확인하고 내려온 진오가 다급하게 말했다.

 “정률단 쪽입니다. 붉은 연기가 올라오는 것을 보니, 도움을 요청하는 듯합니다.”

 “경찰들이 정률단을 주시하고 있다는 얘기는 있었건만, 벌써 일이 이렇게 되다니...”

 그러자 여인이 침착하게 말했다.

 “진오 자네는 이곳에 남고, 나머지는 모두 나와 함께 간다. 지금 저곳의 상황이 어떠한지 전혀 모르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네. 섣부르게 발포를 하거나,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하네.”

 “예!”

 정현이 괜찮다는 듯 희수에게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 동지들과 뒷문으로 빠져나간다. 서둘러 앞문을 걸어 잠그고 가게의 불을 끄는 진오. 잠시의 소란이 무색하듯 춘몽은 다시 고요해진다.

 “희수라 했나? 정현의 말대로 방에 올라가 있게.”

 희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는다.

 “으레 있는 일인지요? 방금 일어난 일 말입니다. 다들 익숙해보입니다.”

 그러자 진오가 씁쓸하게 답한다.

 “으레까지는 아니어도 종종은 있는 일이네. 하지만 그 누구도 익숙하진 않을 걸세. 목숨을 건다는 건 늘 두려운 일이니 말이네.”

 진오의 말을 듣고 정현의 방으로 돌아온 희수. 걱정하지 않으려 했으나 뛰는 가슴은 가라앉지를 않았다.

 

 마음을 조리며 방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희수.

 “으악!”

 이때 남자의 짧은 비명이 들린다. 희수가 놀라 창문에 가까이 다가가자, 창문 너머로 남자 셋이 뒤엉켜 싸우는 모습이 보인다. 두 사람은 일본 경찰이고, 한 사람은 진오였다.

 이를 보자 곧바로 뛰쳐나가는 희수. 정현의 말은 이미 까맣게 잊었다.

 희수가 1층으로 내려와 허겁지겁 뒷문을 열고 나가자 보이는 두 사람. 일경이 쓰러져 있는 진오를 마구 걷어차고 있다. 일경 중 하나는 이미 죽어 땅바닥에 널부러져 있다.

 “으윽, 윽.”

 “앗!”

 피투성이가 된 진오의 얼굴을 보고 놀란 희수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낸 것이었다.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일경. 그의 얼굴에도 피가 묻어 있었지만 그의 것인지, 진오의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희수가 뒷걸음치자 일경이 간악하게 입꼬리를 올린다. 그때 희수의 발에 툭하고 무언가가 걸린다. 희수가 뒤를 돌아보니 작은 총 한 자루가 땅에 떨어져 있다.

 “!!!”

 희수가 땅에 떨어진 총을 발견하자 일경이 희수에게 빠르게 달려오기 시작한다. 그러자 자신도 모르게 빠르게 총을 주워들고 그를 향해 정확히 겨냥하는 희수.

 탕

 “으아악!”

 큰 비명을 지르는 일경. 일본군이 피가 철철 흐르는 자신의 귀를 감싸 안고 고통에 몸부림친다.

 ‘이게 뭐지? 내가 어떻게 이걸 쓸 수 있는 거지?’

 정신을 차린 희수가 놀라 총을 땅에 떨어트리고, 급히 쓰러져 있는 진오에게 다가간다.

 “괜, 괜찮으십니까?”

 많이 다친 듯했지만, 다행히도 거친 숨을 몰아쉬는 진오다. 이때, 희수가 쏜 일경이 비틀거리며 희수의 머리를 향해 총을 겨눴다.

 “버러지 같은 조선놈들!”

 탕!

 어디선가 총소리가 들리고 희수 앞에 서 있던 일경이 맥없이 쓰러진다. 복면을 쓰고 있었지만 그 날카로운 눈매를 보았을 때 분명 재영이었다. 재영이 귀가 없는 일본군과 희수를 번갈아 보며 흥미로운 듯 고개를 기울인다.

 ‘총을 쏠 줄 아는 이군.’

 이때 정현과 다른 이들도 희수와 진오를 향해 달려온다.

 “이게 무슨 일이야?”

 “괜찮으십니까, 아가씨?”

 희수가 정현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다.

 “예, 저는 괜찮습니다. 근데 이분께서 크게 다치셨습니다.”

 정현 역시 귀가 없는 일본군의 시체를 본다.

 '설마 아가씨가?..."

 잇따라 도착한 여인이 다급하게 말했다.

 “재영, 경하 자네 둘은 시체를 처리하고 혹 주변에 다른 일경들이 있는지 살피고 오게. 그리고 여기 뒤처리도 좀 부탁하고.”

 재영과 다른 사내 하나가 고개를 끄덕이고 다급하게 움직인다.

 “자네들은 얼른 진오를 안으로 옮기고 상태를 살펴 의원을 불러야 한다면 말하게.”

 “예, 수장님.”

 정현이 진오를 부축해 안으로 들어가자 여인이 그대로 주저앉아있는 희수에게도 손을 내민다.

 “우리도 얼른 들어가세. 한동안 조심해야 할 듯싶네.”

 희수가 여인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그날 밤

 "꼭 그렇게 바른 말을 해야 성에 차는가?"

 정현이 손에 묻은 피를 닦고 있는 재영에게 말한다.

 "자네도 알지 않는가? 내가 원체 이런 것을 어찌 하겠어?"

 정현이 심각한 표정으로 재영에게 가까이 간다. 흠칫하는 재영.

 "한 대 때리려고 그러는 건가? 그럼..."

 이때 정현이 재영을 세게 안는다.

 "아이, 이 친구가..."

 하지만 재영도 싫지 않은 듯 정현을 안는다.

 "이게 얼마 만이야? 도대체 어디를 그렇게 싸돌아 다니는 건가?"

 "내가 좀 방랑벽이 있지 않나? 한 곳에서는 도저히 오래 있을 수가 없네."

 정현도 그런 재영을 잘 알았다. 재영이 누군가, 그리고 어딘가에 정을 붙이고 싶지 않아 일부로 멀리 떠나는 임무를 자청하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이번엔 얼마나 있을 거야? 떠나는 건 좋으니 제발 인사는 하고 가게. 사람 서운하게..."

 재영도 미소지으며 답했다.

 "알겠네, 내 자네한테만은 아무리 기밀이라도 말하고 떠나지. 그리고 저 여인에 대한 건..."

 "마음 쓰지 말게. 자네는 자네 일을 하게. 나는 나대로 내 일을 할 것이니."

 

 다음날 아침

 진오와 희수를 비롯한 모든 이들이 모여 앉았다.

 “제가 방심했습니다. 뒷문 쪽을 살피러 나갔다가 일경들에게 잡혀 그만...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할 것입니다.”

 얼굴에 상처가 가득한 진오가 말했다.

 "괜찮네, 이만 하기를 얼마나 다행인가?"

 다른 사내의 말이 끝나자 여인이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알고 있겠지만, 어제 정률단 주요 인사가 모두 체포가 된 듯하네. 우리가 그곳에 갔을 때는 이미 손 쓸 방법이 없었네. 총독부가 겉으로는 우리를 풀어주는 듯 보이지만 일경과 순사를 늘리며 포위망을 좁히고 있어. 다들 더욱 경계해야 해.”

 “예, 알겠습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여인이 희수 쪽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수장의 권한으로 윤희수를 춘몽회의 단원으로 받아들일까 하네.”

 “그건!”

 단원 중 하나가 크게 반발했다.

 “잠깐, 내 말이 아직 안 끝났네.”

 여인이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사내도 말을 멈췄다.

 “물론 희수의 정체와 신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거야. 하지만 우리의 동지인 정현이 보장한 자이고 어제는 진오를 구해주기까지 했네. 그러니 이제는 희수도 우리가 보호해야 할 일원이네.”

 여인의 말이 끝나자 정현이 희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희수가 일몽회의 일원이 된 것이 다행인지, 불운인지 미래를 알지 못하는 이상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여인이 표정이 굳은 사내를 보며 말을 이었다.

 “결국 우리 춘몽회가 하는 일은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을 살리는 일이네. 내쫓는 일이 아니라. 그걸 명심하게.”

 “맞습니까? 같은 뜻을 가진 것이?”

 이때 재영이 반문했다. 그러자 여인이 희수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이건 자네가 대답해보게. 우리와 같은 뜻을 가진 것이 맞는가?”

 여인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자 희수는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내가 이들과 같은 뜻을 가진 것이 맞는가? 이들은 조선의 미래를 위해, 나는 과거를 위해... 너무나 다르지 않는가?

 하지만 희수는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었다. 이곳이 아니면 갈 곳도 없었고, 자신이 살아남아 과거로 돌아간다면 이 모든 일이 일어나지 않게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곳에 남는 것이 지금 내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예, 같습니다.”

 희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답하자 재영은 미묘한 표정으로 미소짓는다.

 “그럼 윤희수는 오늘부터 춘몽회의 단원이다.”

 여인이 선포하자 다들 박수를 치며 희수를 반겼다.

 "폐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배울 것입니다. 받아주시어 감사합니다."

 희수의 말이 끝나자 춘몽회의 단원들이 하나둘 희수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알고 있겠지만 나는 최진오일세, 어제는 정말 고마웠네. 아주 명사수더이만?”

 희수가 고개를 저었다.

 "앗, 아닙니다."

 줄곧 희수를 반대했던 사내도 희수에게 다가왔다.

 “나는 한승원이네. 모진 말을 해서 미안하네. 허나 내 입장도 이해해주게.”

 희수 또래의 어려 보이는 사내도 희수에게 인사를 건냈다.

 “민경하라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그리고는 희수만 들릴 듯한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정현 형님의 동무라고 하기에 저는 처음부터 꼭 들어오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환영합니다.”

 그리고 희수에게 익숙한 얼굴이 다가왔다.

 “저는 김정현이라 합니다.”

 긴장하던 희수가 정현의 천연덕스러움에 웃음을 터트렸다.

 “어찌 그리 인사를 하십니까?”

 “참으로 잘 되었습니다.”

 “덕분입니다."

 정현이 고개를 흔들며 답했다.

 “아닙니다. 아가씨가 하신 것입니다.”

 정현이 물러가자 여인이 다가왔다.

 “처음 봤을 때부터 범상치는 않다 했는데 이렇게 사람의 인연이 참으로 묘하지? 나는 춘몽회의 수장 채송연이라고 하네. 앞으로 잘 부탁하네.”

 희수보다는 몇 살 위인 듯한, 단단하고 따뜻한 눈빛을 가진 여인이었다.

 “예, 감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한 사람, 재영이 희수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현재영이라 하오.”

 희수도 조심스럽게 재영의 손을 잡는다. 악수를 하는 두 사람.

 “윤희수라 합니다.”

 어쩐지 재영의 눈은 희수의 미안함과 불안함을 읽는 것 같아 희수가 얼굴을 돌려 피한다. 그런 희수를 똑바로 바라보는 재영.

 이곳에서 희수의 삶이 비로소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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