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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경성몽중록: 당신을 위하여
작가 : 이후
작품등록일 : 2022.1.24

1895년 조선 여인 희수, 1921년 일제강점기로 타임슬립하다. 왜 이곳에 왔을까? 왜 자꾸 이상한 꿈을 꾸는 걸까? 꿈과 현실 사이, 과거와 미래 사이, 끊임없이 고뇌하며 진정한 자신을 찾아나가는 청춘들의 기록.

 
4. 조우
작성일 : 22-01-29 15:54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3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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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조우

 

 "누... 누구십니까?"

 이 세계에서 자신을 아는 이가 없을텐데, 알 수 없는 부름에 희수는 반가움보다도 두려움이 앞섰다.

 "저 정현입니다, 아가씨!"

 "정...현...?"

 정현이 희수에게 다가왔다. 희수는 경계심이 가득한 눈이다.

 '정현이 누구지? 정현이란 이름을 알지 못하는데 어찌 나를 저리 부르는 것인가?'

 떨고 있는 희수를 본 정현이 쪼그려 앉아 희수와 눈높이를 맞췄다.

 "아가씨, 일본 군인에게 고초를 겪던 여인과 아이를 구해준 일이 기억나지 않으십니까?"

 희수도 그 일이라면 기억하고 있었다. 희수의 입장에서 열흘도 채 지나지 않은 일이었으니 말이다.

 희수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그때 그 아이입니다."

 화들짝 놀라는 희수다. 스무해가 지났다는 걸 받아들이는 중이었으나 아직도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이 장성한 사내가 그때 그 어린 아이라니.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당신이... 정말 그때 그 아이란 말입니까?"

 희수가 기억하는 듯 하자 정현의 표정이 한층은 밝아졌다.

 "예, 아가씨! 제가 맞습니다. 근데 어찌 아가씨는 하나도 나이를 먹지 않으셨습니까? 저는 제가 잘못 본 줄..."

 자신을 구해준 그 여인을 정현은 한번도 잊지 않고 있었다. 모두들 남의 일이라며 외면할 때 어머니와 자신을 구해준 유일한 이였기에.

 근데 뭔가 이상했다. 아무리 나이를 먹지 않는 얼굴이라고 해도 희수는 너무나도 젊었다. 아니 어렸다. 정현의 기억 속 모습 그대로였던 것이다. 정현의 얼굴도 서서히 심각해졌다.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입니까?"

 도통 대답이 없는 희수다.

 '내가 이 일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을 말해봤자 누가 나를 믿어주겠어.'

 희수가 자포자기한 얼굴로 고개를 떨궜다.

 "믿기 어려울 것입니다. 저도 믿지 못하겠는데 어찌 믿어달라하겠습니까?"

 희수의 말을 듣고 잠시 고민하던 정현은 오히려 더 밝은 목소리로 답했다.

 "아가씨, 지금 우리가 믿지 못할 일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이리 말도 안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말입니다."

 희수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정현을 바라보자 정현이 멋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저는 꽤나 상상력이 풍부한 이라 제가 놀랄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잠시 주저하던 희수가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혼례를 올리는 날 갑자기 이곳, 1921년으로 오게 되었다는, 아주 단순하고도 복잡한 이야기였다.

 희수의 말을 듣고 정현 역시 꽤 큰 충격을 받았다. 아무리 심한 이야기라도 다 들어줄 자신이 있었건만 이건 정현의 예상을 뛰어 넘는 이야기였다.

 "..."

 정현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눈 앞에 있는 희수가 이 모든 것을 설명해줄 증좌였다. 스무해 전과 단 하나도 변한 것이 없는 희수. 과거에서 이곳으로 급작스럽게 넘어온 것이 아니라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저... 아가씨, 그럼 이곳에 남아있는 가족을 찾아보심이 어떠하신지요? 그들이 아가씨를 보면..."

 "모두 죽었다합니다."

 "예?"

 "낮에 집터을 찾아가 보았는데 불난리로 인해 모두가 죽었다합니다. 저를 포함해서 아버지, 동생까지 모두가요."

 희수가 간신히 울음을 참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정현이 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그저 희수가 안정을 찾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정현에게 역시 충격의 연속이었다. 그 일이 있고나서 한양을 떠났기에 정현 역시 희수 가족의 일은 전혀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럼 지금 아가씨께서는 갈 곳이 아무 데도 없는 것이구나.'

 설상가상 밤은 계속해서 깊어가 이대로라면 위험할 참이었다. 정현이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결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가씨,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놀란 표정의 희수다.

 "어찌 저를?..."

 정현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잊으셨습니까? 아가씨께서 절 구해주시지 않았습니까? 그때 아가씨가 저희 어머니를 도와주시지 않았더라면 저는 이곳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힘이 닿는 데까지 도와드리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언제부터인지 희수 옆에 나란히 앉아있던 정현이 벌떡 일어나 희수에게 손을 뻗었다.

 "일어나시지요."

 

 잠시 뒤

 정현이 희수를 데려간 곳은 오래되어 보이는 복층의 잡화점이었다.

 春夢

 '춘몽?'

 여관 앞에 서자 희수의 눈에 반듯한 글씨로 적어 넣은 현판이 보인다.

 정현이 약간은 긴장한 표정으로 문을 열자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보인다. 희수가 본 데 없던 온갖 잡화들이 빼곡히 차 있고 잡화점에는 어울리지 않는 기다란 상과 의자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정현을 상점에 들어가자 정현을 따라 희수도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다.

 "어서오시오!"

 저 안쪽에서 밝게 인사하는 여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잠시만 기다리시지요!"

 무언가를 정리 중인지 아주 바빠보였다. 바깥으로 나온 여인이 정현의 옆에 선 희수를 보자 화들짝 놀란다.

 "어?"

 '아!'

 희수는 자신의 옷차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잊고 있었지만 희수는 하루종일 혼례복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한동안의 침묵이 계속되자 정현이 나선다.

 "내 동무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걱정할 것 없다니, 이게 무슨 얘기인가 했지만 그래도 경계심을 푸는 듯한 여인을 보고 희수도 안심했다.

 "사장님이 오시면 다시 얘기합시다."

 희수보다 조금 더 나이를 먹은 듯한 젊은 여인의 목소리는 밝으면서도 그 속에 무게감이 있었다.

 "먼저 올라가보겠습니다. 아가씨, 이쪽으로."

 "아, 예!..."

 정현이 여인을 지나치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

 여인도 이에 호응하듯 가볍게 고개를 숙인다.

 

 계단을 오르자 정현이 비좁은 복도에 쌓인 짐들을 능숙하게 피하며 걸어간다. 복도를 따라 몇 개의 방들이 줄지어 있는 듯 했다. 정현은 희수를 끝방으로 안내했다.

 “이곳이 제 방입니다. 많이 좁지만... 그래도 머무시기엔 충분하실 것입니다.”

 모든 것이 가지런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주 멀끔한 방이었다. 그럼에도 정현은 분주하게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잡동사니를 정리하고 요를 폈다.

 “앗! 제가 이곳에서 머물면 어디서 주무십니까? 제가 선비님의 자리를 빼앗았습니다.”

 “저는 아무 곳에서나 자면 됩니다. 이곳에 널린 것이 방이니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정현이 나가려 하자 희수가 급히 정현을 불렀다.

 “선비님. 정말 감사합니다. 도와주셔서...”

 정현이 빙그레 웃었다.

 “아닙니다. 어서 쉬시지요. 오늘은 아무 생각하지 마시고 푹 주무십시오.”

 희수가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정현이 문을 닫고 나간다. 희수가 그대로 쓰러지듯 눕는다.

 '도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일까? 나는 도대체 이곳에 왜 온 것이며, 돌아갈 수는 있는 걸까? 어쩌면 지금 이건 꿈이 아닐까?'

 “제발 꿈이어라. 지금 잠에 들면 깨어날 꿈...”

 그리 기도하며 희수는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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