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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코스모스
작가 : 천일
작품등록일 : 2022.1.26

'영혼'의 죽음 권속을 훔쳐간 망자들의 합체 영왕(靈王). 그 힘으로 '우주'와 별개인 '차원'을 만들고 독자적인 세계를 가꾸어 나간다. 그과정에서 죽음의 절대자로 창조된 이자벨이 도움을 주고, 우호적인 관계를 쌓았으나 점점 '차원'세계의 영혼들이 오류를 범하면서 '우주'의 균열을 만들어내고 혼란을 만들어낸다. 그 결과로 '우주'는 존재위기에 처한다. 이 위기들을 타파해나가는 절대자들의 이야기!

 
2화: 절대자(2)
작성일 : 22-01-28 17:35     조회 : 190     추천 : 0     분량 : 4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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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자벨은 아이린과 있던 건물에서 나와, 어딘지 모를 숲 한가운데에 서있었다. 짙은 녹음으로 깔려 햇빛조차도 드물게 일렁이는 곳이었다. 희미하게 곤충들이 우는 소리가 들려 적막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이자벨은 멍하니 그곳에서 몇 걸음 걸었다.

 ‘벨제뷔트…. 그에게 문제가 생겼나? 아니면 그 밑의 책임자가 장난친 건가? 그럼 아록 아레프트나 판시아 정도가 장난쳤겠군. 그 외엔 다 착한 아이들이었으니까. 그래 그럼 말이 돼. 그에게 문제가 생겼다면 분명히 나를 찾았을 거야. ’그‘를 못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괜찮아, 그 밑의 아이들을 잡아다 소식을 들으면 되니까. 괜찮아….’

 잠시 멈춘 후 걸치고 있던 보라색 망토를 낚아채 순식간에 긴 낫으로 바꾸었다. 이자벨은 긴 낫을 허공에 크게 몇 번 휘두르더니, 곧 휘두른 자리에 하얀색 공간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 너머로 얼핏 보이는 것은 눈이 아플 정도로의 흰색으로 가득찬 공간에, 이질적인 검은색 남자가 있는 모습이었다. 이자벨은 곧장 그 공간으로 뛰어가 검은색 남자에게 다가갔다. 가까이서 보니 검은색 직모에 회색눈을 가지고 정장을 입은, 한눈에 봐도 아름다운 남자였다. 그의 주변으로 연보랏빛이 은은하게 반짝이고 있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지만 이자벨은 아랑곳 않고 그 남자에게 말을 건넸다.

 “나, 인간 수준으로 힘을 좀 맞춰줘. 인간이 낼 수 있는 최대한으로.”

 남자는 그제서야 이자벨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고선 알 수 없는 미소로 대답했다.

 “음…. 좋아. 아이린이 시켰나보네. 너를 놀리고 싶은가보다.”

 “…. 아니거든? 순순히 내 의지로 하는 거거든? 날 그런 취급하지마, 게브리엘.”

 “푸흡.”

 게브리엘은 가볍게 실소를 내뱉었다. 이자벨은 표정이 험악하게 굳었으나, 게브리엘은 전혀 개의치 않은 듯, 말을 이어갔다.

 “그래, 나를 통해 너의 힘을 제약하면 어떻게 되는지 기억하고 있지?”

 “내가 그렇게 멍청한줄 알아? 그 기분 나쁜 감각, 정말 잊고싶어도 잊혀지지 않는 최악이었어. 너로 인해 힘을 제약 받고, 해제할 때는 힘을 제약 받은 맹세의 증표를 스스로 부숴야한다. 부술 때는 ‘인간’으로서 가진 마력을 맹세의 증표에 흐르게 하는 것. 그 과정에서 ‘인간’으로서 가진 마력은 다 소모되지만 맹세의 증표에 온전히 마력이 흐르게 되면 본래의 힘을 되찾을 수 있다. 뭐, 제일 간단한 너에게서 맹세를 해제하는 건 없는 경우니까 제외하자고.”

 게브리엘은 미소를 띄우며 대답했다.

 “좋아. 잘 기억하고 있네. 그럼, 어디다 새겨줄까?”

 “등이 제일 무난하긴 한데, 너에게 등을 보이기 싫으니까 팔에 새겨줘.”

 “흠…. 그래. 그럼 팔 좀 걷어줄래?”

 이자벨이 오른쪽 어깨를 가볍게 툭툭, 치더니 와이셔츠의 오른팔 부분이 통째로 없어졌다. 게브리엘은 이자벨의 오른팔에 손을 대고선 조용히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અऔઁኃና….”

 이자벨은 알아듣기 힘든 낮은 중얼거림에 불편했지만, 곧 자기 몸에 흐르는 마력의 흐름을 소름끼칠 정도로 느끼게 되었다. 그 느낌이 더해지자 이자벨의 표정은 굳어졌고 게브리엘의 회색눈에는 점차 보랏빛과 적색이 감돌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벨의 마력이 팔에 응축되기 시작했고, 이자벨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렇게 몇분이 지난 후, 게브리엘은 이자벨의 팔에 손을 뗐다. 그러자 이자벨의 팔에는 은색으로 그려진 화려한 꽃모양이 새겨져 있었다. 이자벨 역시 마력의 흐름이 점점 약해진 탓에 감았던 눈을 서서히 뜨기 시작했다.이자벨의 눈동자가 원래의 타는 듯한 붉은 눈동자와 세로로 찢어진 동공이 아닌, 적색빛의 둥근 동공으로 바뀌어졌다. 이자벨은 넓게 보여지는 시야를 통해 ‘인간’으로 낮춰진 것을 실감케 했다.

 “다 됐어. 그렇게 많이 억제한 건 아니고, ‘인간’이라면 천재적으로 발할 수 있는 정도?”

 “그게 많이 억제한 거지. 뭐, 그래도 옛날보단 낫네. 조금 숨쉴 수 있겠어.”

 이자벨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게브리엘은 나를 인간 세상에서 조용히 묻어가게할 생각이 없다는 의도였다. 그는 이 우주의 유흥거리면 뭐든 마다하지 않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불편하고 마주하기도 싫었다. 그는 이자벨을 포함한 3명의 절대자들의 권속을 다 쓸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문제든 그에게 내밀어 해결해달라고 하면 대부분은 해결될테지만 그는 절대로 개입하지 않는다. 3명의 절대자와 남은 피조물들의 이야기로 이 세계의 유흥을 만들어야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안 지 이자벨은 꽤 됐으나, 처음에는 능력이 뛰어난 나머지 세상에 무료함을 느껴 그런 줄로만 알았다. 이자벨 역시 같은 이유로 아이린이나 다른 인간들에게 섞여사니까. 하지만 시간이 점차 지나고 그가 단순한 유흥이 아닌 쾌락성 유흥을 추구한단 걸 깨달았을 땐, 그를 꺼리기 시작했다. 무얼 위해서 그가 쾌락성 유흥을 추구하는지는 모르겠으나, 한 가지 분명한 건 절대로 그를 찾아가선 안 된다는 점이었다. 성공할 수 있는 일을 실패로 바꾸어 버리거나,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을 꼬아서 돌아가야하기 때문이다. 이자벨은 이 사실을 아이린이나 블란치에게 알릴까 고민했으나, 끝내 말하진 않았다. 피치 못할 상황이면 말할테지만 블란치는 워낙 게브리엘과 부딪힐 일이 적어서 가능성이 적은 반면에 아이린은 인간사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다보니 게브리엘과 마주할 일은 많으니, 아이린의 성격에 이 사실을 알면 피곤해질 것 같았다. 어찌됐든 이 우주의 존망을 위해 게브리엘을 포함한 절대자들이 협력해야하기 때문에 괜한 사실을 알려 영영 틀어지는 것만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찔해졌다. 그와 동시에 이자벨의 인상이 살짝 구겨졌지만, 금방 풀어졌다. 이자벨은 게브리엘을 바라보며 가볍게 인사말을 말하고 한 손으로 잡고 있던 낫을 허공에 아까와 같이 몇 번 휘두르더니, 이번엔 어딘지 모를 시장 골목이 보이는 틈이 만들어졌다. 이자벨은 그 틈으로 망설임 없이 달려갔다.

 

 *

 

 햇빛이 높게 내리쬐고 있지만, 건물 높이가 너무 높은 터라 골목은 외려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 이자벨은 들고 있던 낫을 몸을 완전히 뒤덮을 수 있는 로브로 만들었다. 이자벨은 로브를 입고 허공에 손가락을 몇 번 튕겼다. 그러자 초록색과 황금빛이 적절히 둘러싸여 편안함을 가져다 주는 안개가 살며시 나왔다. 이자벨이 떠돌아다니는 안개를 손으로 잡으니 이자벨 한 손에 들어오는 딱딱한 카드가 만들어졌다. 손을 펴서 보니 카드는 이자벨이 ‘인간’으로서 활동할 신분증이었다. ‘인간’으로서의 이름은 ‘다리아’였다. 그 밑으로 주소지와 나머지 중앙조합 가입서에 쓸 내용들이 담겨져 있었다. 이자벨은 신분증에 적힌 내용을 한번 훑고선 어두운 골목을 나와 햇빛이 밝게 비추는 거리로 나왔다. 길거리엔 상인들과 홍보객들로 북적여 어지간히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고서는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이자벨은 시끄러운 소음들에 로브의 모자를 꾹 뒤집어 씌웠다. 그러고서 중앙조합의 위치를 알기 위해 하늘에 시선을 두고 주변의 마력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중앙조합은 이자벨의 가호를 받는 이들이 대부분 가는 곳이기 때문에 평소의 이자벨은 느끼고 싶지 않아도 그들의 기운을 생생하게 읽어낼 수 있어 지금도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자벨의 예상과 달리 ‘인간’수준으로는 중앙조합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낼 수 없고 기운만 느낄 수 있는 걸 깨닫자, 주변의 마력 흐름을 빌어 길을 찾으려 했다. 주변의 마력 흐름들이 어느정도 정돈되자, 중앙조합의 기운이 느껴지는 쪽으로 확장하려 했지만 예상치 못한 몸의 흔들림에 느끼고 있던 마력 흐름들이 끊기고 말았다. 이자벨은 충격을 준 게 무엇이든 죽일 거란 살얼음 눈빛을 하고 충돌이 일어났던 방향으로 시선을 내렸다. 그러자 연분홍빛 짧은 머리칼을 가진 어린 여자아이가 이자벨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자벨이 내뿜는 살의에 아이의 심해를 떠올리게 하는 푸른 눈동자가 공포로 물들여 진동하고 있었다. 공포로 몸이 굳었는지, 꼼짝도 하질 못했다. 이자벨은 아이의 모습에 희미하게 살의가 흔들렸다. 그저 아이라서 오는 도의적인 이유로 살의가 무뎌진 것이 아니라, 기시감이 있는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분명 어디선가 봤는데. 하지만 이 꼬맹이의 외모나이 전후로 내가 직접 나서서 활동한 적은 없었을 텐데?’

 이자벨은 의아함에 아이의 얼굴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는 두려움에 몸이 굳다못해 점점 떨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시장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이자벨과 아이가 있는 쪽으로 힐긋 보았다. 여러 사람들의 시선이 그곳에 집중되자 그제서야 이자벨은 상황을 알아차린 후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괜찮다, 아이야. 부딪힐 수 있지. 혹시 사과 대신 내게 중앙조합으로 안내해줄 수 있겠니?”

 아이의 시선에서 이자벨은 검은 로브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미소를 짓는다는 것이 오히려 음흉하게 느껴졌다. 목소리를 살가웠지만 아이는 그에 현혹되지 않았다. 다른 곳의 위치를 물었으면 친절하게 알려주었겠지만 중앙조합이라는 말에 경계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아이도 굳은 표정을 풀고 대답했다.

 “그럼요. 안내해드릴게요. 걱정마세요! 저희 언니가 운영하고 있어 길은 잘 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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