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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달아난 왕비
작가 : 분홍솜사탕
작품등록일 : 2021.12.31

"무영이 낳은 아이가 아들이면 바로 죽이고 딸이면 살려두거라"

정실부인 주씨가 산파에게 이러한 지시를 내린 걸 알지 못하는 무영, 힘겹게 배에 힘을 주고 있었다.

"응애응애응애~~"

아기울음소리와 함께 소낙비가 내렸다.

두 지존이 같은 날 같은 시에 한배에 태어났으니...

 
제12화 <무영의 눈물>
작성일 : 22-01-28 16:37     조회 : 198     추천 : 0     분량 : 4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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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조선 경복궁

 

 ‘아~ 형수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헉~ 홍위(단종의 이름)는 제가 그런 것이 아닙니다.

 헉헉 홍위는 제가 그런 것이 아닙니다. 형수님,형수님, 제발~~’

 

 세조는 목이 조여오는 듯한 숨막힘에 숨을 헐떡이며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깼다.

 

 “홍위는 제가 그런 것이 아닙니다.”

 

 깨어나면서도 꿈속에서의 말을 되뇌였다.

 

 온갖 화려한 무늬로 수놓아진 황금색 비단이불이 수양대군 , 세조의 식은 땀으로 흥건히 젖어있었다.

 

 단종이 억울하게 죽은 지 10여년이 흘렀건만 형수였던 현덕왕후는 잊을 만하면 세조의 꿈속에 나타나 섬뜩하고 노여운 얼굴로 ‘천하의 나쁜 놈, 내 아들을 살려내라. 살려내라고 ’ 소리지르며 침을 뱉는 것이었다.

 사실 노산군으로 강등된 단종을 죽일 맘은 없었지만 신하들의 어긋난 충성으로 한명회의 명을 받든 자객이 노산군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었다. 그 이후로 현덕왕후는 밤에 나타나 그의 정신을 지배하였다. 그래서 그는 밤이 두려웠고 해가 저물어가는 것을 싫어했다. 어둠의 세계에서 갇혀서 헤어나올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밤에도 낮처럼 그의 시야가 미치는 곳은 횃불을 놓아 어둠을 물리치고자 했다.

  아침이 밝아오자 세조는 한명회를 비롯한 권신들을 불러모았다.

 

  “전하, 노산군이 서인으로 강등되었는데 그 어미인 권씨가 현덕왕후로 추존되는 것은 법도에 어긋나는 경우라 보여집니다. 이에 현덕왕후도 폐서인시켜야 됨이 마땅한 일이라 사료되어집니다. 이를 바로 잡아 나라의 기강을 세우십시오.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전하”

 

 사정전에 들기 전 한명회와 밀담을 나눈 세조는 망설임없이 현덕왕후의 폐서인을 명했다.

 이어 문종과 현덕왕후의 합장묘를 파헤쳐 관을 쇠사슬로 다시 한번 봉하게 하였다. 혼백이 빠져나가게 하는 것을 막게 해야 한다는 신녀의 뜻에 따른 것이었다.

 할아버지 태종과 문종은 몸에 난 종기로 인해 사망하였는데 유전인지 세조도 지독한 피부병을 앓았다. 세조는 이게 현덕왕후가 밤마다 꿈에 나타나 침을 뱉으며 저주했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는 단종 노산군과 얽힌 것들은 모조리 싫었다. 진절머리나게 싫었다. 제 살을 갉아먹는 느낌이었다. 형인 문종의 황후이자 단종의 어머니인 현덕황후는 죽어서도 아들을 지키고자 하였고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슬퍼하였고 아들의 복수를 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

 “자네 안에 있는가?”

 

 주씨 부인이 급하게 무영을 찾았다.

 

 “네, 마님 찾아계시옵니까?”

 

 “긴히 할 말이 있어 자네를 보러 이리 왔다네”

 

 “들어가시지요. 쇤네가 요즘에 영 몸이 좋아 않아 누워 있었습니다.”

 

 “......”

 

 주씨부인은 방안을 힐끔 훑어보고는 조용히 바닥에 앉았다.

 

 “어인 일이신지요?”

 

 “나라에서 붙인 방을 보았는가?”

 

 “네. 저잣거리에 붙어 있길래 보았습니다”

 

 “그럼 거기에 대해 어찌 생각하는가?”

 

 “무얼 말씀입니까?”

 

 “중하급관리 한 집에 딸 한명을 수밀궁녀로 보내라 하지 않는가? 수밀궁녀라 함은 자원해서 들어가서 한평생 궁에서 사는 궁녀가 아니라 5년간 궁녀로 일하는 것을 말하네. 해당되는 나이는 12세에서 17세라네. 우리 장군부 여식들 모두가 해당된다네. 헌데 5년 뒤에 궁밖으로 나온다 한들 우리 여영이 같은 경우에는 올해 16세이니 나오면 21세가 된다네. 그리고 지금은 봄이지만 여름쯤 입궁을 하게 되는데 그러면 벌써 반년이 지나가 버리는 게지. 여경이도 15세이고 그나마 여명과 여원은 그나마 14세, 12세가 아닌가? 우리 여영이는 혼사도 잡혔고 여경이가 가고나면 곧이어 여경이도 혼례를 치를 것이고 ... ”

 

 주씨는 무영의 눈치를 살피며 말끝을 흐렸다.

 

 “마님, 그러니까 우리 여원이를 궁으로 보내자는 말씀이신가요?”

 

 “자네가 맘을 크게 쓰게나. 우리 장군부를 위해서 말일세. 5년간일세”

 

 “저는 이 장군부을 발을 들이면서부터 마님과 나리의 따뜻한 보살핌에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집안의 가풍에 맞게 생활하려 하였고 장군부에 누가 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고 또 조심하였습니다.

 그 어떤 바램도 소원도 없습니다. 다만 우리 여원이가 행복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그래서 이번 마님의 말씀을 따르지는 못하겠습니다. 지금 여원이는 너무 어립니다.

 아직은 제 손길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 어린 것을 떨어뜨려 놓고는 제가 살지 못합니다.”

 

 “여자아이 12살이면 클 만큼 큰 거지. 그리고 여원이는 궁에서 나오면 17세라네 지금 우리 여영이보다도 겨우 1살 많은 나이가 되는 거지.

 그러면 선녀처럼 어여쁜 여원이 데리고 갈려고 남자들이 줄을 설 걸세.

  궁에 들어가서 법도도 배우고 예법도 배우고 여자로서의 도리를 배우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지. 12살이면 애가 아닌 걸, 알 걸 다 알 나이지 . 그리고 자네도 집안을 위해서 뭔가를 해야지 않겠는가”

 

 “마님, 이번 만은 안됩니다. 마님 한번만 더 생각해주십시오”

 

 “그럼, 여경이도 안된다. 여명이도 안된다. 누가 된단 말인가? 정녕코 여영이가 궁에 들어가길 바라는 겐가?”

 

 “마님, 그게 아니옵고...”

 

 무영의 어깨가 들썩이더니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난 우선 말을 전했네. 그리 알게나. 그리고 준비하고 있게나. 좋게 말하고 끝내려 했는데 모두 자기들 욕심만 챙기려 하고 누구하나 양보가 없네 그려.”

 

 주씨가 찬바람을 일으키며 자리에서 일어나 잘 열리지 않아 덜커덩 거리는 방문을 열고 쌩하니 나갔다.

 무영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렀다.

 이 일을 어쩌나 이 일을 어쩌나 가슴을 치며 꺼억꺼억 울었다. 아직 여원은 어렸다. 한참 엄마품에서 뛰어 놀 아이를 어찌 5년씩이나 험난한 구중궁궐로 보낸단 말인가? 마땅히 갈만한 사람이 없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다마는 여원이는 아니길 바랬다. 주씨부인이 거의 확정적으로 이야기하는 바람에 더 서러웠는지도 몰랐다.

  그날 이후로 무영은 가슴의 통증이 더해지며 눈물범벅으로 지내는 날이 잦아졌다.

 

 ***

 도선당 구석진 곳에서 동윤과 명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때 저잣거리에서 본 그 소저 이름이 여원이라고 했지?”

 

 명윤이 약간 들뜬 목소리로 동윤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랬지 그건 왜 묻는가?”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로 그 소저가 계속 생각나지 뭔가”

 

 명윤의 얼굴이 분홍빛으로 약간 붉어졌다.

 

 “하하하 실없긴...”

 

 동윤이 빙긋 웃어보였다.

 

 “아닐세. 계속 생각나는 것이 뭐에 씐 듯 계속 보고 싶단 말이야. 이상도 하지”

 

 “그래서 또 보았나?”

 

 동윤이 긴장한 듯 명윤을 훑어보며 물었다.

 

 “아니 일을 만들어 한번 만날까 했는데 그럴 새도 없이 이곳으로 끌려왔지 않나?

 

 무슨 제왕을 뽑는건지. 시험을 치르는 건지. 도통 모르겠네”

 

 “그러게 말일세”

 

 “지금 폐하께서 후사가 없으셔서 입적시킬 태자가 필요한 모양인데 난 영 임금놀이는 맘에 안든단 말일세”

 

 “그래 우리가 뭘 하겠는가? 해라면 하고 말라면 말고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안 그렇나?”

 

 “경윤왕자님은 변방에 가 계신다더니 장안으로 돌아오셨나?”

 

 “폐하의 명을 받고 들어오고 있다고 하니까 아마 모레쯤이면 도착하지 싶네”

 

 “동윤자네, 오랜만에 형제상봉하여 회포를 풀겠네 그려. 나도 초대해주게나”

 

 “이 어수선한 시국에 그 무슨...”

 

 동윤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나저나 나는 그 소저가 보고싶네”

 

 “말끝마다 그 소저 그 소저...그 소저는 하여원이고 좀전에 우리에게 무술을 가르치시던 하명성 권무군관이 그 소저의 아버지 되시지. 성품도 점잖으시고 적이 없는 것이 주변의 평이 좋은 것 같아”

 

 “동윤왕자, 자네가 관심있는 거 아닌가? 많은 걸 알고 있네 그려. 뒷조사 한 건 아니겠지?”

 

 명윤의 말에 동윤이 겸연쩍어 하며 말했다.

 

 “그 집의 장남 하훈기가 내 친구일세. 동생이라길래 기본적인 것만 알고 있는거야”

 

 “아~~~”

 

 짝짝짝~~

 

 명윤이 갑자가 손뼉을 쳤다.

 

 “대단~~. 그런 데에 관심을 두는 지 몰랐네. 자네 주위라면 더 아름다운 여인들이 많을텐데 말이지.”

 

 “그건 아니야. 여인이라서 관심있고 그런 건 아니야”

 

 명윤은 장난스런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건 그렇고, 그래서 어머니께도 말씀드렸지. 그 소저, 그렇지 하여원에 대해서 말일세”

 

 “무어라 하시던가? 뭐하고 했는가?”

 

 “마음에 두고 있는 소저가 있다 말했고 이야기를 들어보시더니 첩실로 삼아라 하시더군”

 

 “첩실?”

 

 “응 첩실. 그럼 정실이랴~ 그리고 우리같은 금수저랑 여원같은 흙수저랑 급이 다르지 않은가

 

 그럼 정실로는 못 들어 오는 거지 첩실도 어디 보통 첩실인가? 왕자의 첩실인데 ”

 

 “혼인도 하기 전에 첩실이라니, 그리고 마음에 둔 여인을 첩실로 들인다니. 그 여인의 맘을 생각해 보았는가? ”

 

 동윤이 쏘아붙이며 말을 해 명윤은 깜짝 놀랬다.

 

 

 

 “ 아니 그냥 해 본 말이라네 . 자네야말로 예민하고 쓸데없는 신경을 쓰는군”

 

 “뭐라”

 

 “아니지 아니지 우리는 친구아닌가? 그만 두세”

 

 “휴~~~~”

 

 동윤은 깊은 한숨을 쉬고 명윤을 째려 보았다.

 

 “내 농이 심하였네. 깊이 담아두지 말게나”

 

 “이제 쉬는 시간 끝났나 보네. 어서 자리로 돌아가세”

 

 “... ...”

 

 “조방이랑 진방은 벌써 자리에 돌아왔네 그려”

 

 “어서 가세”

 

 동윤은 말을 하면서도 뭔가 찜찜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내동생 소희’

 

 동윤은 고개를 바닥으로 떨구며 나지막히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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