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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기다림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0.9.21

그가 사랑했던 조선의 푸른 하늘과 땅과 바람은 여전했다.
널 잃었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이른 걸음을 걸어가버릴 수밖에 없던 나는 아직도 여전했다.
널 떠났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세상은 우리의 사랑을 항상 다른 이름으로 가로막았다.
널 위한 것이라고 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딱, 그만큼만 나는 너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했다.
세상과 멀어진 지금, 멀어지려 하는 지금, 이제야 깨닫는다.
그게, 상처라는 걸.
너를 외롭게 했다는 것을...

나도 너도 기다린다.
사랑에 빠졌던 그 날의 사랑으로부터...

 
96. 날 잊길 바라오
작성일 : 22-01-27 13:48     조회 : 176     추천 : 0     분량 : 7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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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겐 살아야 하는 이유가 없었다. 태어나보니 내 운명은 벼랑 끝에서 시작하고 있었다. 나의 할아버지가 나의 아버지를 죽이려 들고, 그 칼을 내 어머니가 들었을 때도 나의 자리는 언제나 벼랑 끝이었다. 더 위태롭지도, 더 안전하지도 않은 벼랑 끝. 남들 보기엔 세상 가장 높은 곳이라 감히 쳐다볼 수 없다 할지라도 그저 화려하고 진귀한 죽음 직전일 뿐이었다. 다만 내 삶에 위안이 있었다한다면, 그 벼랑에서 누리는 소소한 행복들이 바로 눈앞에 있다는 것을 알려준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리라. 사랑한다. 매우, 무척이나 당신을 사랑한다. 그러나 난 잊지 않고 있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여전히 벼랑 끝에 있다는 것을. 그래서 당신을 지키지 못함을 심히 애통해하고 있을 뿐이다. 또 다시 나의 운명을 탓하면서.’

 

 “해서 사랑하였다, 결국”

 

 규장각. 성은 창문 밖, 늦은 밤하늘에 뜬 초승달을 내다보며 말했다. 성의 뒤엔 수가 서 있었다.

 

 “주군.”

 “수야.”

 “네.”

 “수야.”

 “네.”

 “그렇게 답해다오. 중전에게도.”

 “... 네.”

 “고집이 센 사람이다. 어릴 적에도 그랬지. 헌데, 이상하게 궐에 들어와서는 고집부리는 것을 잘 보지 못하였다. 얼마나 답답하겠느냐?”

 “그리 생각지 않으실 겁니다.”

 “우린 모성애를 모르잖느냐. 난 솔직히, 그 아이들이 세상을 떠나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 아이들이 대신 떠나 그 사람은 멀쩡히 곁에 있을 수 있었으니. 헌데, 내 생각이 짧았나보다. 세자를 보는 중전의 눈빛을 보니 철렁했어. 품에 아이를 안은 모습도 참으로 어여쁜 사람이었구나. 헌데, 환하게 웃어 보이는 얼굴이 언제부턴가 참으로 쓸쓸하구나.”

 

 바람이 살랑 불어들기 시작했다. 바람은 성의 용포 사이를 스쳐갔다.

 

 “주군. 날이 차옵니다.”

 “화를 어찌 풀어준다?”

 

 성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수는 그런 성의 뒷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그의 거리는 언제나 두 발자국 뒤였다. 여전한 거리를 유지하며 수는 주군의 늦은 밤도 지키고 있었다. 궐 밖에서 그를 한참이나 기다리는 홍련을 만나긴 어려웠다.

 

 ***

 

 홍련의 집. 홍련은 방 안에서 창문을 활짝 열어 젖혔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서방으로 만들어도 함흥차사네. 나쁜 놈.”

 

 홍련은 창문틀에 팔꿈치를 턱 걸치고는 밤공기를 느꼈다.

 

 “수야. 나의 수야. 넌 언제 오니?”

 

 홍련은 눈을 감고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홍련의 노랫소리에 지나가던 어린 여종이 가만히 서서 홍련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뒤따라오던 다른 여종들도 홍련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저게 어찌 독수공방하는 여인의 모습이야. 저리 예쁜데.”

 “그러게. 조선 최고 기생이 달리 최고가 아니라니까.”

 “근데, 주인어른은 왜 안 오시는 거야?”

 “또 주상전하 지키시나보지.”

 “거긴 지킬 사람이 그 분 하나뿐인가?”

 “벌써 열흘도 넘었는데.”

 

 여종들은 홍련의 흥을 깨지 않기 위해 슬며시 지나갔다. 홍련은 여전히 흥얼거리며 노래를 불렀다.

 

 ***

 

 만영 상단. 만영은 자신의 방에서 홀로 술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때였다.

 

 “사람 오는 기척도 못 들을 정도로 생각에 빠진 것인가?”

 “대감!”

 

 우겸이 미소를 지으며 문 앞에 서 있었다. 만영은 우겸의 목소리에 퍼뜩 자리에서 일어났다.

 

 “홀로 술을 마시려거든, 응당 나를 불렀어야지.”

 “그럴걸 그랬습니다.”

 “앉아도 되겠나? 생각에 방해가 되면 다음을 기약하고.”

 “아닙니다. 앉으세요.”

 

 만영과 우겸은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우겸은 만영의 빈 술잔에 술을 따랐다.

 

 “자네, 술이 늘었군. 벌써 반이나 비웠어.”

 “그래도 취하질 않네요. 늘긴 했나봅니다.”

 “무슨 고민인지는 묻지 않겠네. 다만, 조심하게. 난 자네에게 오랫동안 흑심을 품은 사내라는 것을.”

 “대감도 참.”

 “남들은 농으로 들어도, 자넨 진담으로 들어줄 줄 알았는데.”

 “진담이십니까?”

 “그럼.”

 “어쩌지요? 제가 취하질 않았는데.”

 

 우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기다리게. 내가 집에서 있는 술, 없는 술 죄다 끌어올 것이니!”

 

 그러자 만영이 우겸의 팔을 잡아끌었다.

 

 “아서요. 그만 두십시오.”

 “왜? 난 자네가 취했음 하는데.”

 “그건 다음으로 기약하고, 오늘은 벗으로 있어주심 안됩니까?”

 “그것도 나쁘지 않지.”

 

 우겸은 다시 자리에 앉아 술잔을 채우더니, 자신이 한 모금 들이켰다.

 

 “캬~! 좋다!”

 

 만영은 우겸의 어깨에 기댔다.

 

 “다행입니다. 기댈 사람이 있어서.”

 “이러길 바라며 한 30년은 기다렸지, 아마?”

 

 만영은 피식 웃었다.

 

 “기념할만한 날이군.”

 

 우겸은 다시 잔을 채우고는 호탕하게 들이켰다. 퍽 만족스런 밤인 것 같아 보였다. 그때였다. 그의 어깨에 무언가 툭 떨어져 물들었다. 만영의 눈물이었다.

 

 “어찌 잊지 않으셨습니까? 저를.”

 

 우겸은 만영의 눈물을 모르는 척했다.

 

 “사내의 첫 연모는 무서운 것이니까. 씻어낼 수 없는 것이랄까? 돌에 새겨진 글 같은 것이지. 나의 첫 정인이.”

 “노비를...”

 

 우겸은 만영의 손을 꼭 잡았다.

 

 “죽는 그 날까지 다시는, 입 밖에 내지 말라하지 않았나? 내 정인은 주상전하만큼이나 귀한 사람일세. 그러니 무시하지 말게.”

 “덕분에 이렇게 누리고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당신의 마음까지 받으며 염치없이.”

 “자네가 뺏은 것이 아니고, 내가 준 것은 아주 작네. 자네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언감생심 누릴 수 있는 것인가? 또한 나의 마음은 아직도 내 것이니, 자만하지 말고.”

 

 만영은 우겸의 농에 다시 피식 웃었다.

 

 “참, 어렵네. 어떤 서책보다, 문제보다 참, 어렵네. 그 연모라는 게.”

 “네.”

 

 만영과 우겸은 한참을 이야기로, 추억으로, 사랑으로 밤새 함께 있었다.

 

 ***

 

 대궐 앞. 페데르는 평소 들고 다니는 보따리를 들고 앞에 서 있었다.

 

 “후~.”

 

 긴장되는 지 숨을 크게 내쉬고는 씩씩하게 걸음을 옮겼다. 페데르가 도착한 곳은 대전. 성이 있는 곳이었다.

 

 “전하. 의원 페데르가 들었나이다.”

 “들라.”

 

 방의 문이 열리고, 성과 봉수의 모습이 보였다.

 

 “전하.”

 “어서 오게.”

 

 페데르가 들어간 후, 대전 안엔 그 누구의 출입도 금지되었다. 문 앞을 단단히 지키는 사람은 운검인 수였다.

 

 “미안하네. 내가 자네를 잠시 믿지 못했어.”

 “아닙니다.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당치않습니다.”

 “자네, 조선말이 참으로 많이 늘었어.”

 “그렇습니까?”

 

 성은 페데르를 보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페데르의 얼굴은 금방 굳어버렸다.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전하. 진맥을 바로 해봐도 되겠습니까?”

 “그리하라.”

 

 성을 진맥하던 페데르는 절망했다. 자신이 가져온 약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어찌하면 좋아... 유아야...’

 

 페데르의 진맥이 끝나고 물러선 페데르를 바라본 성은 애써 침착했다.

 

 “자네 말을 듣지 않은 것이 바로 티가 나지?”

 “예.”

 “그래도 어찌 바로 그리 네, 하는가?”

 “전하.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말하게. 괘념치 말고.”

 “시간이 얼마, 없나이다.”

 

 쿵!... 그것은 성의 심장에서 나는 소리인지, 곁의 봉수의 심장이 떨어지는 소리인지. 아니면 가여운 왕을 안타까워하는 하늘의 심장이 떨어진 소리인지. 안타까워하는 마음은 시간을 멈출 힘이 없었다. 그리고 성의 담담한 목소리만이 뒤따라 왔다.

 

 “그러한가...”

 

 봉수는 말을 잃었다. 심히 충격을 받는 듯 보였다. 증세가 호전되는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페데르라면 능히 고칠 수 있다고 믿었다. 순간의 봉수의 눈엔 어린 날의 세손이 보였다. 조막만한 손으로 책을 넘기던 어린 것이 어찌나 단단했던가. 얼마나 당찼던가. 죽음의 그림자가 매일 밖으로 이리저리 움직여도, 무서워하는 기색하나 없이 책장을 넘기던 그 어린 세손을 품에 안고 괜찮다 다독여주고 싶었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게.”

 

 봉수는 겨우 떨어지는 입으로 페데르에게 말했다.

 

 “무엇이든 써 보시게.”

 “그럴 겁니다. 허나-”

 “그럼 됐네. 방법을 계속 찾으시게. 나도 도울 것이니.”

 

 성은 봉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더는 말하지 않았다. 페데르는 자신이 가져온 약병을 꺼내 성에게 먹였다. 반응은 바로 왔다. 그날 저녁부터 온 몸에 식은땀이 흘렀고, 열이 펄펄 끓었다.

 

 “이보게!!”

 “이 증상이 있어야 합니다. 열병을 앓으셔야 합니다.”

 “전하! 정신 차리소서. 전하!”

 

 성은 봉수의 손을 힘껏 잡았다. 그리고 힘겹게 말을 이었다.

 

 “괜, 찮다... 페데르를, 믿으라...”

 “전하...”

 

 성은 그렇게 밤새 앓았다. 그 소식에 유아는 페데르의 집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연실은 유아의 팔을 잡아 당겼다.

 

 “그러니까 당장 입궐하자니까요?”

 “안 된다. 할 일이 남았단 말이다!”

 “저러다가! 어! 저러다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유아는 연실의 말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연실은 자신이 꺼내지 말아야 할 말을 꺼냈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아이고. 그러니까, 입궐하자고요. 중전이 삐쳤다고 궐을 나왔다 그러면 백성들이 욕합니다.”

 “그 사람을 지키려면, 아직은 안 돼...”

 “답답하네. 거!”

 

 유아는 두 손을 모았다. 그리고 온 마음을 다해 빌고 또 빌었다. 버티라고. 제발 버티라고. 하지만 새벽,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유아는 연실도 자고 있는 틈에 페데르의 집을 나와 홀로 말을 달렸다.

 

 “어디 가십니까? 호위도 없이.”

 “홍련아!”

 “제가 호위하겠습니다. 어서 달리시지요!”

 

 수의 서신을 받은 홍련은 페데르의 집 앞에 있다가 새벽녘 달려 나온 유아의 뒤를 따른 것이었다.

 

 ‘경대를 호위해 줘’

 

 “어찌 알고?”

 “제 서방이 운검이잖습니까?”

 “든든한 뒷배를 뒀구나.”

 “그렇지요. 너무 든든해 주상전하께서 내놓지 않으셔서 문제지.”

 

 그렇게 두 여인은 궐로 들어왔다. 유아는 성의 방으로 바로 달려 들어왔다. 식은땀을 흘리며 사경을 헤매는 성의 곁에 앉은 유아는 성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전하. 버티셔야 합니다. 꼭...”

 

 성의 대답은 고통의 신음소리 뿐이었다. 유아는 성의 이마를 짚었다.

 

 “서방님...”

 

 성은 유아의 목소리에 천천히 눈을 떴다. 앞이 너무 아른거려 사람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서방님. 버티셔야 합니다...”

 “... 유아야...”

 “여기 있습니다.”

 

 성은 그렇게 신기루를 본 듯 아주 잠시 눈을 뜨고는 정신을 잃었다. 깊은 잠에 빠졌다. 성이 사경을 헤맨다는 소식은 궐에 퍼졌고, 별궁에도, 혜빈궁에도 소식이 날아들었다.

 

 “이제 시작해볼까?”

 

 별궁. 대비인 성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꽤나 기운차보였다.

 

 “주상이 누워있는 때가 기회다. 시작하자.”

 

 혜빈 처소. 윤희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세자를 찾았어?!”

 

 ***

 

 백선생의 집. 백선생은 꼭두새벽부터 바빴다. 세자를 빨리 다른 곳으로 옮겨야 했기 때문이었다. 어찌 된 것인지, 세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누가 계속해서 염탐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었다.

 

 “저하. 서두르셔야 합니다. 절대! 들켜서는 안 됩니다.”

 “이번엔 어딜 가야 하느냐?”

 “저희 집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이는 서른 살쯤 안 되어 보이는 여인이었다. 행색을 보아하니 돈이 좀 있는 평민 같았는데, 눈이 참으로 빛났다.

 

 “말순아. 저하 잘 모셔야한다.”

 “예. 당연하죠.”

 “헌데, 누구냐 너는?”

 

 말순은 세자에게 큰 절을 올렸다.

 

 “저는 중전마마의 어린 시절부터 수발을 들었던 노비였습니다. 제 아비와 어미가 중전마마를 키우셨지요. 제 아비가 억울하게 죽은 후로, 노비문서를 태우고 새 삶을 살게 해주셔서 지금은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그래?”

 “제 주인은 중전마마시니, 제가 응당 저하를 모셔야지요.”

 

 말순은 유아의 중매로 성실하고 착한 사내에게 시집을 간 후로, 돈을 차곡차곡 모아 잘 살고 있었다. 그렇게 세자는 말순의 집으로 옮겨갔다. 다행히 윤희의 명으로 세자를 모시러 온 사람들과는 아슬아슬하게 비껴 피할 수 있었다.

 

 “세자께서는 어디 계시느냐?”

 

 윤희가 보낸 사람들이 백선생의 집에 쳐들어왔다.

 

 “이게 무슨 무례요! 세자저하라니? 무슨 당치않은-”

 “뒤져라! 저하를 찾아라!”

 “아니, 이보시오! 어찌 남의 집을 뒤진단 말이오!!”

 

 하지만 세자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윤희의 사람들은 아무 소득 없이 돌아가야 했다.

 

 ***

 

 그 날은 이상하리만큼 날이 화창했다. 여느 가을날의 하늘이 그러하겠으나, 너무도 푸르고 높으며 구름한 점 없는 새파란 날이었다. 그 하늘아래 궐 마당엔 군복을 입은 사내들이 가득했다. 두 진영으로 나뉘어 서로에게 칼을 겨누고 있었다. 한 쪽엔 금군들이 한 쪽엔 장용영이었다.

 

 “네 놈들이 감히 주상전하에게 칼을 빼들어?!”

 “우리가 언제 주상의 군대이긴 했는가! 너희들이 주상의 군대이지 않은가! 더는 참을 수 없다.”

 “복에 겨운 소리를 지껄이는구나! 배은망덕한 놈들!”

 “우리의 영화를 되찾아 줄 새로운 세상을 열자!”

 

 가을날 궐에선 칼이 부딪치고 피가 낭자한 내분이 일었다. 칼부림소리는 성이 누워있는 대전에까지 들렸다.

 

 “대체 어찌 된 것이냐? 저들이 왜 저러는 지 이유를 파악했는가?”

 “아직...”

 “이보게, 상선!”

 “송구하옵니다.”

 

 유아는 성의 곁을 지키며 원인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때, 비둘기가 날아왔다.

 

 “중전마마!”

 

 연실이 급히 처소로 들어왔다.

 

 “마마!”

 

 연실은 유아에게 쪽지를 건넸다. 유아의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너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말도 안 된다...”

 

 상선이 말했다.

 

 “장용영은 능히 막아낼 것입니다.”

 

 그리고 유아가 답했다.

 

 “이것이 시작일 뿐입니다.”

 

 모든 것이 뒤틀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모든 풍경이, 시간이, 공기가 뒤틀린 느낌. 어디서부터 어찌 막아야 할지 방향을 알 수 없이 멍했다. 그리고 유아는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운검!”

 “네.”

 “전하의 곁을 지켜주세요.”

 “네.”

 

 유아는 대전 마당을 가로질러 뛰었다.

 

 “마마! 위험합니다!”

 

 유아가 향한 곳은 윤희의 처소였다.

 

 “무슨, 일이 또 생겼습니까?”

 “대비를 막아주세요, 어머니!”

 

 ***

 

 성희는 별궁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말라는 명을 거부하고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가마에 탄 그녀의 표정은 꽤나 상기되어 있었다. 그때였다.

 

 “멈춰라!”

 “무엇이냐?”

 

 얼굴에 복면을 쓴 사내들이 성희의 가마를 빙 둘러쌌다.

 

 “세손을 납치한 가마다. 당장 내려라!”

 “무슨 개소리야?! 내가 누군지 모르느냐?!”

 

 사내들은 가마를 강제로 내렸고, 안에 타고 있던 성희를 밖으로 빼냈다.

 

 “놓지 못할까?!”

 

 그때였다. 긴 자루가 성희를 씌우고는 납치를 해 버렸다. 곁에 있던 상궁은 칼에 맞고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네 이놈들!!”

 

 한편, 궐에서 싸우고 있던 금군들은 수세에 밀리기 시작했다. 대장 역할을 맡았던 군사가 뒤로 빠지더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대비는 왜 안 오시는 것이냐?!”

 “큰일 났습니다!”

 “무슨?”

 “대비가 사라졌습니다. 가마가 버려졌고, 주위에 사람들이 다 죽었습니다.”

 “뭐?!”

 “어쩝니까? 대비가 나타나지 않으면 명목이 없습니다.”

 “이런!...”

 

 결국 수세에 밀리던 반란군들은 버티고 버티다 항복했다.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이었다.

 

 ***

 

 어느 버려진 폐가. 복면을 쓴 사내들은 대비를 씌운 자루를 벗겼다.

 

 “네 이놈들! 감히 나를 이리 대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 보느냐?!”

 

 그때, 윤희가 모습을 드러냈다.

 

 “언제쯤 철이 들고?”

 “홍윤희...!”

 “감히 반역을 저질러? 게다가 세자를 납치까지 해? 대체 세자를 어디 숨겼느냐?”

 “무슨 소리야? 세자를 내가 숨겼다는 거야? 그건 중전한테 물어야지.”

 “언제까지 거짓말을 늘여놓나 보자!”

 “날 고문이라도 하려고?”

 “내가 못할 것 같아?”

 

 검은 복면의 사내들이 윤희의 턱짓에 성희에게 서서히 다가왔다. 겁에 질린 성희는 최대한 몸을 웅크렸다.

 

 ***

 

 유아는 다시 대전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방문을 열었을 때, 그녀는 절망했다. 이부자리가 개켜져 있었고, 책상 위에 서신이 하나 있었다.

 

 ‘다 알고 있다. 허나, 당신은 끝까지 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아오. 그래도 혹여 그 날이 오거든, 날 당분간 잊길 바라오. 당신의 모든 것은 이제, 내가 해결하리다.’

 

 “전하...”

 

 유아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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