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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기다림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0.9.21

그가 사랑했던 조선의 푸른 하늘과 땅과 바람은 여전했다.
널 잃었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이른 걸음을 걸어가버릴 수밖에 없던 나는 아직도 여전했다.
널 떠났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세상은 우리의 사랑을 항상 다른 이름으로 가로막았다.
널 위한 것이라고 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딱, 그만큼만 나는 너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했다.
세상과 멀어진 지금, 멀어지려 하는 지금, 이제야 깨닫는다.
그게, 상처라는 걸.
너를 외롭게 했다는 것을...

나도 너도 기다린다.
사랑에 빠졌던 그 날의 사랑으로부터...

 
88. 아낌없이 빼앗는 것
작성일 : 22-01-27 13:45     조회 : 174     추천 : 0     분량 : 7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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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과 유아는 나란히 누워 잠에 빠졌다. 그때, 성의 미간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성아.”

 

 성의 꿈속에서 그 목소리는 매번, 그를 그렇게 불렀다. 지금 세상은 그의 이름을 그 누구도 부를 수 없었다. 그런데 꿈속의 그는 매번, 그의 이름을 참으로 다정하게 불렀다. 목소리는 성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따뜻한 온도가 손을 통해 전해졌다. 크고 마른 손 마디가 느껴졌다.

 

 “아바마마”

 

 성은 어느새 여덟 살의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용서하라.”

 “...”

 “네 어미를, 이 아비를, 그들을 용서하라.”

 “...”

 “성아.”

 

 성이 꿈을 통해 보던 정훈세자의 얼굴은 매번 슬펐다. 우울했고, 애잔했다. 그래도 그리웠던 얼굴. 이젠 싫어졌다.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전 아버지와 다르니까요.”

 

 그렇게 성은 꿈에서 빠져나왔다. 눈을 뜨니 보이는 건, 매일 보는 것과는 다르지만 익숙한 천장. 그리고 바로 곁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기운. 고개를 돌리니 보이는 건 새근새근 잠들어있는 유아의 얼굴. 숨소리. 괜스레 잠에 빠진 유아의 얼굴에 손가락을 가져가 볼을 한번 쓰다듬어 보았다. 그러자 유아의 눈이 스르르 떠졌다. 눈이 마주친 두 사람.

 

 “안녕?”

 

 성이 약간은 잠긴 목소리로 유아에게 인사를 건넸다. 유아는 답례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유아는 금방 알아차렸다. 성은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을.

 

 “고민 있으십니까?”

 “응?”

 “티 나거든요.”

 “그렇소?”

 

 유아는 자신의 팔을 뻗어 팔베개를 만들었다.

 

 “자! 이리오시지요.”

 

 성이 유아의 위로에 피식 웃었다.

 

 “어허! 어서요.”

 

 성은 못이기는 척 유아의 품으로 안겼다. 유아는 성을 꼭 안았다. 그리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장~ 자장~ 우리 아가.”

 

 성은 고개를 쑥 내밀어 유아를 쳐다보았다. 유아는 피식 웃으며 성의 고개를 다시 품으로 당겼다.

 

 “자장~ 자장~ 우리 아가. 자장, 자장 잘도 잔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성은 정말 잠이 올 것 같았다. 어느새 아무 악몽도 없이 잠이 들었다.

 

 ***

 

 구준은 성희에게 마지막으로 확인을 받아내기 위해 다시 온양으로 향했다. 직접 말을 몰고 가는 구준은 꽤나 비장해보였다.

 

 “자주오십니다?”

 

 성희는 자신의 도장을 손수 닦고 있었다.

 

 “오늘도 인선군이 왔습니까?”

 “네. 오라버니도 이제 정리를 하셔야죠.”

 “무엇을요?”

 “어느 쪽에 설지.”

 “주상을 무슨 말로 끌어내릴 수 있습니까?”

 “역적의 아들 아닙니까?”

 “마마!”

 “주상이 선택한 길입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죠.”

 “뭘 위해서 이러는 겁니까?”

 “날 위해서. 이제라도 내 가여운 인생을 위해서죠.”

 “아직도 그 망령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어떻게 벗어나? 오라버니라면 이런 삶을 살 수 있었을까요? 아니, 애초에 살지 않았겠지. 계집의 삶이란 그런 겁니다. 이 조선에서 계집은 그저 도구일 뿐이니까. 그대들의 그 잘난 정치질의 도구. 내가 깨줄게요. 그동안 당신들이 얼마나 멍청한 짓을 하고 있었는지, 충분히 반성할 수 있을 겁니다.”

 “조선을! 이 나라를 망칠 셈이냐? 네 그 욕심 때문에?”

 “욕심이 아니야. 이제, 내가 하는 모든 것이 역사야.”

 “그렇다면 나는 널 막아야겠다.”

 

 성희는 피식 웃었다.

 

 “오라버니는 자신을 잘 몰라.”

 “이젠 봐주지 않을 거다.”

 “나야말로. 이제 연민은 없어.”

 

 그렇게 이 남매는 적으로 돌아섰다. 이 날 이후, 정국은 은밀하게 두 파로 나뉘었다. 그 사이 두소마을이 완성되었다. 성에게서 직접 명을 받아 마을을 만드는 데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채우겸이 돌아왔다.

 

 “전하.”

 “수고하셨소. 참으로 고생했소!”

 

 대신들이 모두 모인 자리. 성은 두소마을에서 돌아온 우겸을 아주 반갑게 맞이했다. 하지만 대신들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모두가 반대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도승지는 하루빨리 행차 일정을 잡으라.”

 “예, 전하.”

 

 모두들 대전을 빠져나오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거, 영 느낌이 좋지 않네.”

 “그러게나 말일세. 주상께선 정말 천도를 원하시는 것인가?”

 “도승지는 알지 않겠는가?”

 “영상께 여쭤보면...?”

 “채우겸영감? 퍽이나.”

 “큰일일세. 지금이라도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니겠나?”

 

 돈이 있는 사람들은 이미 두소마을로 모여들고 있었다. 기존에 있던 마을 주민들은 외부에서 모여든 사람들의 투자열기에 큰 부를 누리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 때문에 두소마을엔 거지가 없고, 부모 없는 아이도 배곯지 않고 산다는 소문이 생겼다. 온 지역에서 모두 두소마을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마을은 점점 커져가기 시작했다. 마을 완공 한 달 만이었다.

 

 “이보게. 잘 좀 부탁하네.”

 “에헤이~. 바쁘다니까요. 대기표가 잔뜩입니다.”

 

 방물장수 청씨는 업종을 바꿨다. 운종가 골목 구석에 작은 가게를 내고는 입간판을 세웠다.

 

 ‘두소 신 마을 땅 알아봐드리오. 서두르시오’

 

 청의 가게에는 비단 도포를 입은 양반이며, 상인들이 문지방이 닳도록 오고 갔다.

 

 “요즘 시세는 어떠한가? 내 몇 마지기 밭을 좀 사들일까 하네만.”

 “제가 나리의 곳간을 본 적은 없습니다만, 쉽지는 않을 겁니다. 도성 땅 한 마지기를 팔면, 두소마을 반 마지기를 살까말까 하니까...”

 “뭐? 어제와는 말이 다르잖나?”

 “에이~ 하루에도 몇 번이고 금이 오릅니다. 새삼스레.”

 “좀 싸게 방법, 없겠나?”

 “흠... 글쎄요~”

 

 새하얀 비단 도포의 양반은 통 넓은 소매를 펄럭이더니, 뒤에 서 있던 노복을 손짓해 불렀다. 그러자 노복은 자신이 들고 있던 상자를 조심스레 들고 왔다. 붉은 도포에 곱게 쌓인 상자가 모습을 드러내고, 고이 숨어있던 금덩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청씨는 애써 미소를 감추려 헛기침을 해댔다.

 

 “에헴!”

 “이보게.”

 

 도포 양반은 이렇다 할 모양도 없이 그저 엄지손가락만큼 둥글게 대강, 돌덩이처럼 생긴 금덩이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내가 급해서 그러네. 자네를 만나는 길도 얼마나 험난했다고. 여기 문턱을 넘는 것이 어디 아무나 되나? 바쁜 건 내가 잘 알지만, 잘 좀 부탁하네.”

 “아니, 뭐... 시간을 좀 내보지요.”

 

 청씨의 시선은 하늘 위로, 손은 금덩이로 향했다. 금덩이는 청씨의 손에서 순식간에 그의 품으로 사라졌다.

 

 “그래도 시일이 좀 걸릴 겁니다. 이미 괜찮은 길목은 다 선점했고, 그나마 괜찮은 땅도 이미 제가 찾아냈으니까요.”

 “얼마나 걸리겠나?”

 “한 사흘정도면 되겠습니다.”

 “그 정도면 되겠네. 충분하이! 고맙네. 참으로 고마워.”

 

 도포 양반은 청씨의 손을 꼭 잡고 한참을 고마워하고는 금덩이 하나를 더 내려놓고 떠났다. 청씨의 창고는 금이며, 비단이며 값나가는 것으로 빈틈이 없을 지경이었다. 청씨는 창고만 봐도 배가 불렀다. 흐뭇해하고 있는 청씨의 뒤로 도둑고양이마냥 스윽 나타난 이가 있었으니.

 

 “그것만 봐도 배부르지?”

 “그럼- 엄마야!”

 

 청씨는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넘어졌다. 넘어진 청씨를 보며 쯧쯧 혀를 차는 사람은 신씨였다. 그 뒤로는 연실과 백씨도 함께였다.

 

 “놀랐잖어!”

 “돈 벌더니 발길이 뜸해서 말이야. 젊은 계집이랑 정분이라도 났나 싶어서.”

 “뭔, 헛소릴.”

 

 청씨는 엉덩이의 먼지를 툭툭 털고 일어났다.

 

 “돈 썩은 내 꽤나 맡는 담서?”

 

 연실이 가게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렇지. 땅을 알아보는 눈이 타고났잖아.”

 “부럽네.”

 

 연실은 신씨를 흘끗 보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신씨는 괜히 청씨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뭐?”

 

 백씨가 연실의 등을 토닥이고는 말했다.

 

 “중전마마께서 페데르 통해 연통을 보내셨네. 곧 전하께서 두소마을로 행차하시면, 궐에 들어오라 하셨어.”

 “함께 가지 않으시고?”

 

 연실은 또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그러게 말입니다.”

 

 청씨는 미간을 찌푸렸다.

 

 “두 분 사이는 괜찮으신 거지?”

 “그럼요!”

 “마마께서 두소마을을 궁금해 한다는 것을 전하께서도 잘 아실 텐데. 아니, 심지어 혜빈도 가봤다면서?”

 “그건 다른 이유죠.”

 “서운하시겠군.”

 “그것보다 궁금해죽겠다 하십니다.”

 “내가 아는 그림쟁이들이 있는데, 마을 그림이라도 그려서 전해드려야겠구만.”

 “역시! 오라버니는 머리가 좋습니다.”

 

 연실이 감탄하는 그 시각, 채우겸은 성과 독대 중이었다. 왕과 대신의 독대는 아주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이번은 그 누구도 방해할 수 없었다.

 

 “성벽 정비는 다 끝난 것이오?”

 “예. 완벽히. 성의 이름은 뭐라 지으실 생각이십니까?”

 “화성이라 하려하오.”

 “화성.”

 “장자 천지편의 화규삼축의 고사가 떠오르지 않겠소?”

 “덕을 넘치는 마을이 되어라 그런 뜻이옵니까?”

 “그렇소.”

 “탁월하시옵니다.”

 

 그러고는 몇 초간 정적이 흘렀다. 성이 먼저 말을 꺼냈다.

 

 “온양 쪽은 아직...”

 “김구준. 좌상이 곧 보고를 올릴 것이옵니다.”

 “영상은 이미 좌상을 만나봤소?”

 “예.”

 “어떠하오?”

 “...”

 

 우겸은 손에 들고 있던 부채를 꼭 쥐었다. 성의 시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관대한 왕으로 둘 생각은 없는 것이로군.”

 “좌상을 설득하소서. 전하의 손으로 불효는 안 됩니다. 폐군으로 가는 지름길이옵니다.”

 “허면 어찌하오?”

 “우선, 인선군부터 잡으시지요.”

 “무슨 연유로?”

 

 우겸은 자신의 품에서 서류 하나를 꺼내 성의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비밀결사라더군요.”

 

 성은 비밀결사라는 말에 눈썹이 들썩였다. 그동안 외면해 왔던 것이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펼쳐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저에게만 온 것이 아닐 것이옵니다. 삼사의 대간들에게는 이미 전해졌을 것이옵니다.”

 “허나-”

 “전하. 은언군도 강화 귀양살이 중이옵니다. 물론, 전하의 배려로 편히 지내고는 있다지만. 인선군은 전하의 혈육이나, 진심으로 역모를 꾀하였잖습니까? 더 감추셨다간, 혜빈마마를 친국장에 부르시게 될 것이옵니다.”

 “영상!”

 “천하제일의 자리는 그런 것임을 모르셨나이까? 신이 그리도 말씀드리지 않았사옵니까? 그럼에도 그 자리에 앉고 싶다 하신 것은 전하시옵니다. 선택한 자리는 책임 또한 감내해야하는 것이옵니다.”

 “...”

 “후회하시옵니까?”

 “내 생에 후회는 없소.”

 “앞으로 가슴 아픈 일은 더 많을 것이옵니다.”

 

 성은 우겸이 떠난 후, 한참을 홀로 옥좌에 앉아 생각했다. 그리고 온양에서 오늘 저녁 대비인 성희가 돌아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전하.”

 

 봉수는 성에게 성희의 복귀를 알렸다.

 

 “온양에서 아침 일찍 채비하여 오셨다니, 대비께서는 술정시(*저녁 8시)에는 도착하실 것이옵니다.”

 “중전은?”

 “중전마마께도 전하였나이다.”

 “맞이할 채비를 하라.”

 “예, 전하.”

 

 성은 머릿속부터 바늘이 솟아오르는 듯한 두통을 느끼고는 이마를 찡그렸다.

 

 “전하. 용안이...”

 “잠시 머리가 조금 지끈거릴 뿐이다. 개념치마라.”

 “어의를 들라 할까요?”

 “아니다.”

 

 그리고 밤이 되어서야 성희가 궁에 도착했다. 성과 유아가 성희를 맞이했다.

 

 “대비마마.”

 “주상! 중전!”

 

 성희의 표정은 간결 가벼워보였다. 기쁜 듯 같기도 했다. 반면, 성의 얼굴은 더욱 굳어갔다. 그런 성을 대신해 유아가 말을 걸었다.

 

 “온양에서의 요양은 괜찮으셨나봅니다. 한결 편안해보이십니다.”

 “중전이 염려해준 덕분이지요.”

 

 그리고 성희는 성과 유아 두 사람의 뒤로 서서 기가 푹 죽어있던 박귀인을 발견했다.

 

 “박귀인!”

 

 박귀인은 자신에게 오는 간만의 관심에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대비마마.”

 “몸이 좋지 않소?”

 “아니옵니다. 대비마마께오서 건강히 돌아오시니, 기쁠 따름이옵니다.”

 “그래. 건강하셔야지. 그래야, 용종을 어서 빨리 생산하지요.”

 

 성희의 말에 유아는 애써 미소를 짓느라 얼굴 근육이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리고 성희는 다시 유아와 마주했다.

 

 “내가 오늘은 중전과 수다를 함께하고 싶은데. 어떻습니까?”

 “예? 예, 대비마마.”

 

 그렇게 성희는 유아를 데리고 대비전으로 향했다. 성은 박귀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휙 돌아 가버렸다. 대비전에 마주 앉게 된 성희와 유아. 성희는 차 한 모금을 마시고는 유아를 바라보았다.

 

 “주상이 덕이 많아.”

 “예.”

 “회임도 못하는 중전을 버리지도 않고, 그렇게 아직도 애타게 안고 계시니.”

 “송구하옵니다.”

 “벌써 아이 셋을 잃었지?”

 “... 예.”

 “그럼, 중전도 덕을 좀 쌓으셔야지.”

 “예?”

 “박귀인 뿐이잖은가? 용종을 가질 이가.”

 

 유아는 더 이상 찻잔을 들 수가 없었다. 소반 아래 주먹을 꽉 쥔 자신의 손을 펼 수가 없었다. 표정관리가 되지 않는 유아를 본 성희는 피식 웃었다.

 

 “내가 이런 말을 했다고, 냉큼 줘버릴 건 아니겠지?”

 “...”

 “다 빼앗아. 아이를 갖는 것 쯤이야 눈을 감아줄 수도 있다. 허나, 그 뿐이야. 결국 다 빼앗으면 그뿐이야. 그럼 모든 것이 네 것이다. 주상도, 주상의 아이도.”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이옵니까?”

 “안타까워 그러지. 양보하랬다고 양보하고, 그렇게 내버려두면 사내란... 마음이 멀어지게 마련이거든. 특히 주상은 위험하지.”

 “전하께선 그런 분이 아닙니다.”

 “과연 그럴까?”

 

 유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 길 오시느라 피곤하실 터인데, 신첩이 눈치가 없었습니다.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유아는 서둘러 방에서 벗어났다. 성희의 피식거리는 미소를 보지 못한 채였다.

 

 ***

 

 한 달 후, 나라가 발칵 뒤집힌 상소문이 올라왔다. 젊은 관리들의 촌철살인 상소였다. 이에 성은 매우 분노했고, 김구준은 아침조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역모라니!”

 

 좌의정 김구준의 역모. 그 소식에 성희는 더 분노했다. 아침에 먹던 수라를 엎어버릴 정도였다.

 

 “마마...”

 “이런!... 김구준!!!”

 

 성희는 부들부들 떨었다.

 

 “온양에 연통 넣어. 어서!”

 

 그 사이, 김구준은 이조판서 박철과 만나고 있었다. 아직 열지도 않은 기방에서였다. 영화관. 수의 연인 홍련이 있는 기방이었다. 홍련은 몰래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었다.

 

 “이 시간에 이런 곳에서 무슨 일로 만나자 하셨습니까?”

 

 역모라는 상소문이 올라오는 판에, 자신과 만나자니 박철은 떨떠름한 것이었다.

 

 “내가 자네를 영의정으로 만들어 줌세.”

 “예?”

 “자네가 나를 고발하시게.”

 “고발이라니요? 정말 역모라도 준비하신 겁니까?”

 “그렇다네.”

 “서둘러 고해야하네. 내가 있는 곳을 주상과의 독대에서 밝히셔야하네.”

 “굳이 제가 해야하는 이유는요?”

 “박귀인이 있잖은가? 중전은 회임을 할 수 없는 몸인데다, 주상은 더 이상 후궁을 들이지 않겠다 천명하였네. 용종을 가질 수 있는 후궁의 아비이니, 주상을 지키셔야지.”

 “그렇긴... 하네.”

 

 박철은 점점 설득이 되어 갔다.

 

 “내가 있을 곳은 여기 그려놓았네.”

 

 구준은 박철에게 종이를 내밀었다.

 

 “내가 떠난 후에 자네는 즉시 입궐하여 이걸 주상께 건네시게. 그리고 대비마마의 부름에는 절대 응하지 마시게.”

 “대비께서는 왜요?”

 “내가 역모를 꾸몄는데, 대비라고 무사하시겠는가?”

 “알겠습니다.”

 

 구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에도 박철은 아직 궁금한 것이 남았다.

 

 “영상과 더 친하지 않으십니까? 영상께 말씀하시면 도와주실 수도 있을 텐데요?”

 “그 노인네가 날 잡으러 와야 하거든.”

 

 씁쓸한 미소를 남기고 구준이 자리를 떠났다. 동시에 홍련의 비둘기도 하늘을 날았다. 비둘기가 향하는 곳은 장용영의 훈련장이었다. 수가 비둘기를 발견하고 휘파람을 불었다.

 

 ‘지금 역모를 조사할 필요가 있겠다. 뭔가 이상하다. 김구준이 왔다갔다’

 

 “이상하다고?”

 

 ***

 

 “전하! 김구준의 역모가 사실이옵니다. 신이 김구준이 그동안 감춰 둔 군대가 있는 장소를 알고 있나이다.”

 

 박철은 구준의 말대로 성과의 독대를 통해 지도를 넘겼다.

 

 “이곳은 온양이 아니냐?”

 “예. 이곳 동굴에서 은밀히 군대를 모으고 훈련시켰나이다.”

 “이걸 어찌 발견한 것인가?”

 “그것이...”

 

 박철은 얼버무리며 대강 답을 넘겼다. 그리고 성은 수를 찾았다.

 

 “장용영에서 가장 빠른 몇을 보내 확인하라.”

 “예!”

 

 그리고 머지않아 군대의 모습은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 있었습니다. 훈련이 잘 된 군대였습니다.”

 “영상을 들라하라!”

 

 성은 구준의 배신에 치를 떨었다.

 

 “병조를 맡으라. 서둘러 온양으로 향해 역모를 준비하는 불손한 무리들을 모조리 잡아들이라!”

 “전하, 상소만으로는 알 수 없나이다. 면밀히 살펴본 연후에-”

 “이것으로도 부족한 가?!”

 

 성은 박철이 건넨 지도를 내던졌다.

 

 “이조판서 박철은 영의정으로 하고, 영의정 채우겸은 병조판서로 하여 역적을 잡아들이라.”

 

 성희는 어느 곳으로도 연락을 받을 수 없었다. 구준이 철저히 차단하여 미리 끊어놓은 연락 통에 점점 미쳐가고 있었다. 구준은 동굴에 있던 군대의 대장, 구문수와 만나고 있었다.

 

 “이들을 모두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거절할 셈인가?”

 “주상은 제 형님을 죽였습니다.”

 “아니. 대비가 자네 형을 죽였네.”

 “!!!”

 “독약을 건넸지. 괴로웠을 게야. 주상은 자네 형을 살려 대비를 잡고자 했네.”

 

 그렇게 구문수까지 대비에게서 등을 돌렸다.

 

 “비켜!”

 “마마...”

 “꺼지라질 않느냐?!”

 

 성희는 처소 밖으로도 나오지 못했다. 그리고 우겸이 이끄는 군대가 구준이 있는 곳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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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77. 두 얼굴의 왕 2022 / 1 / 27 189 0 6712   
76 76. 지킴의 무게에 대하여 2022 / 1 / 27 184 0 6566   
75 75. 젊은 날의 슬픔 2022 / 1 / 27 181 0 9694   
74 74. 돌고 돌아 겨우 만났는데 2022 / 1 / 27 182 0 11072   
73 73. 한 뼘만 더 2022 / 1 / 27 182 0 9327   
72 72. 이별한 그 날 2022 / 1 / 27 175 0 7058   
71 71. 신의 장난인가 2022 / 1 / 27 185 0 7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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