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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기다림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0.9.21

그가 사랑했던 조선의 푸른 하늘과 땅과 바람은 여전했다.
널 잃었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이른 걸음을 걸어가버릴 수밖에 없던 나는 아직도 여전했다.
널 떠났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세상은 우리의 사랑을 항상 다른 이름으로 가로막았다.
널 위한 것이라고 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딱, 그만큼만 나는 너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했다.
세상과 멀어진 지금, 멀어지려 하는 지금, 이제야 깨닫는다.
그게, 상처라는 걸.
너를 외롭게 했다는 것을...

나도 너도 기다린다.
사랑에 빠졌던 그 날의 사랑으로부터...

 
87. 노래가 없어
작성일 : 22-01-27 13:45     조회 : 181     추천 : 0     분량 : 7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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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성은 자리를 떨치고 일어났다. 몸이 아직 채 회복되지도 않은데도 그는 책상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는 책을 펼쳤다. 책상 옆에는 그가 사랑하는 책들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그 어떤 표정도 없었다. 감정도 드러내지 않고, 미동도 없이 그저 책만 읽을 뿐이었다. 하지만 성은 책의 활자 단 한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꿈. 그가 누워있는 동안 꾸었던 악몽이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휘감고 있었다. 그것이 단지 꿈이 아니었음이 숨을 가쁘게 했다.

 

 “역적의 아들은 왕이 될 수 없습니다!”

 

 대전의 뜰에서 들려오는 소리. 이 자리에 앉았던 그때의 왕. 그가 들었던 소리가 20여 년을 건너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나의 역적이나, 너의 역적이기도 하다.”

 

 성은 책을 덮었다. 그리고 닫힌 창문을 바라보았다. 창호지를 물들인 맑은 햇빛. 그 너머에 그리운 사람을 떠올렸다. 그러나 창문을 열진 않았다. 방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자신이 없었다. 아직은 찾지 못한 이유를 떠올리며.

 

 ***

 

 유아는 규장각으로 갔다. 그곳에 마련된 왕실 서고를 들어섰다. 서고를 지키고 있는 관리도 자리를 비운 빈 공간. 실망스러운 눈빛이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사람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괜히 책장 사이를 걸어 다녔다. 꽂힌 책들 사이를 망원경 삼아 살펴보았다. 두리번두리번. 틈이 작은 것 같아 책 사이를 밀고 또 밀어보았다. 그 사이에 성이 있었으면 했다. 책장 사이에서 자리에 앉지도 않고, 책에 빠져있는 그의 옆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우연히 탁 하고 눈빛을 발견하면, 자신을 향해 웃어 보이는 그의 미소가 그리웠다. 유아는 미소를 지어보였지만, 함께 마주하고 미소를 건넬 성은 그곳에 없었다.

 

 “하...”

 

 빈 서고에 유아의 한숨이 울렸다. 서고 계단에 털썩 주저앉아 턱을 괴었다.

 

 ***

 

 온양행궁. 성희는 오늘도 동굴로 향했다. 군대의 기합소리가 동굴을 가득 채웠다. 성희가 자리를 비운 사이, 구준이 그녀를 찾아왔다.

 

 “대비께선 어디 계시는가?”

 

 성희가 있는 곳을 알지 못하는 궁녀들은 묵묵부답이었다. 구준은 단박에 알아차렸다. 성희가 일을 꾸미고 있는 본거지가 이곳이라는 것을. 구준은 성희가 돌아올 때까지 덤덤하게 그녀를 기다렸다. 몇 시간이 흘렀을까, 성희가 돌아왔다.

 

 “오라버니?”

 “오셨습니까?”

 

 구준의 반응은 덤덤했다. 성희는 적잖이 당황한 듯하더니,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마주 앉은 두 사람. 잠시 침묵이 흘렀다.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설마 또 파직을 당하신 겁니까?”

 “아니요. 마마를 뵈러 왔습니다.”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군요.”

 “몸은 많이 나아지셨나봅니다. 산보도 하시고.”

 “예. 뭐.”

 

 구준은 자신의 품에서 서신을 꺼내 건넸다.

 

 “이게 무엇입니까?”

 “정훈세자의 서신입니다.”

 

 성희는 서신을 향해 손을 뻗었다. 구준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그날. 마지막 간택 날 마마에게 온 것입니다.”

 

 그 말에 성희의 손에 멈칫했다. 차마 서신에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우겸, 그 자가 그러더군요. 이 나라는 어째, 죽은 망령들에 사로잡혀 산 사람들이 제대로 살지를 못한다고. 우리도 그 사람들 중 하나겠지요.”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구준은 성희에게 서신을 밀어 넣었다.

 

 “읽으세요.”

 

 성희는 멈칫했다.

 

 “읽으세요, 당장. 그리고 멈추셔야 할 겁니다. 지금 하려는 그 일.”

 “읽지 않겠습니다. 또한 멈출 수 없습니다.”

 

 구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읽어야 할 겁니다. 멈추지 않는다면, 내가 막아드리는 수밖에.”

 “내가 왕후가 되던 그때도 내 앞을 막았잖습니까? 대체 왜 내 앞을 가로막는 겁니까?”

 

 그 말에 구준의 분노가 터져버렸다.

 

 “내가 막지 않았다면?! 네 인생이 세자와 행복했겠느냐?! 네가 세자빈이 될 수 있었느냐? 아니. 난 누구보다도 너의 삶을 비루하지 않게 하기 위해 미친 듯이 매달린 사람이다. 네가 나의 아우이기에. 네가 어린 시절부터 꿈꿨던 그 삶을 주기위해서 말이다!”

 “내가 꿈꿨던 삶? 그게 이런 겁니까?”

 “행복한 삶을 꿈꿨더냐?”

 

 구준은 그 말을 남기고 방을 나섰다. 구준이 떠난 후, 성희는 구준이 남긴 서신을 내려다보았다. 정훈세자가 남겼다는 편지. 자신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을까?

 

 ***

 

 성희의 나이가 15살이었던 때였다. 성희는 다홍색 비단 치마를 새로 맞추고는 즐겁게 집 밖을 나섰다. 발랄한 발걸음으로 총총 뛰며 대문을 나섰을 때, 사람들이 길거리에 우르르 모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뭐지?”

 

 사람들은 무언가 기대에 가득 찬 모습들이었다. 다들 한 곳만을 바라보았다. 무엇을 기다리는 지 참으로 애타게 바라보고 있었다. 성희는 개의치 않았다. 양 쪽으로 갈라서 있는 사람들의 사이에 서 있었을 뿐이었다.

 

 “이보시게. 무엇을 기다리나?”

 “세자께서 행차를 하신다합니다.”

 “그래?”

 

 성희는 시익 미소를 지었다. 일반 백성들에게는 이토록 손꼽아 기다릴 귀한 분. 그러나 성희에게는 참으로 가깝고, 편하며, 행복한 사람이었다. 첫 사랑. 그 달콤한 품을 가진 사람이 온다니 성희는 새로 치마를 맞춘 것이 참으로 다행이다 생각했다.

 

 “성희야. 성희야?”

 

 대문을 나선 오라버니, 구준이 성희를 찾았다.

 

 “오라버니!”

 “집으로 가자.”

 “왜요? 저하께서 오신대요. 이리로 오신대요.”

 “그럴 시간 없다. 들어가자.”

 “왜요?”

 “어서!”

 

 구준은 성희의 손을 잡아끌고는 집으로 들어갔다. 툴툴거리며 집으로 들어가자, 구준의 아내가 성희에게 다가왔다.

 

 “아가씨. 저랑 방으로 가세요.”

 

 구준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오라버니. 저하께서 잠시라도 오시겠지요?”

 “부인.”

 

 구준은 성희를 쳐다보지 않고 사랑채로 들어가 버렸다.

 

 “치!...”

 

 그 사이 세자가 타고 있던 가마가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고 있었다. 발이 쳐져 있는 바람에, 사람들은 세자의 얼굴을 보지 못했으나, 그의 실루엣만으로도 사람들은 열광했다.

 

 “저하시구나!”

 “오늘은 발을 거두지 않으시네?”

 “그림자만으로도 미남자의 풍모가 뿜어져 나오지 않니?”

 

 신기함, 설렘, 존경 등 온갖 감정들이 터져 나오는 거리. 그곳을 지나는 세자의 가마. 그때였다.

 

 ‘탁!... 탁!...’

 

 방에서 툴툴 거리던 성희의 귓가에 들리는 소리. 창문으로 무언가가 톡하고 날아오고 있었다. 성희는 그 소리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상기된 표정으로 창문을 열어보니, 담장 너머로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저하!”

 

 정훈세자였다. 해맑게 미소를 지어보이는 세자. 성희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방을 몰래 빠져나왔고, 뒷문을 통해 정훈세자에게 달려갔다. 와락 안기는 성희를 반갑게 안아 올리는 세자의 얼굴도 참으로 행복해보였다.

 

 “어떻게 빠져나왔어요?”

 

 정훈세자의 가마의 안에 타고 있는 사람은 그의 분신과 다름없는 내관이었다. 내관의 이마엔 식은땀이 삐질 흘러내리고 있었다.

 

 “저하...”

 

 세자는 성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찌 보면 연인을 보는 듯 했고, 어찌 보면 참으로 우애 좋은 남매를 보는 듯 했다.

 

 “잘 있었느냐?”

 “아니요. 오늘도 오라버니한테 혼났어요.”

 “응? 왜?”

 “투기가 심하잖습니까?”

 “누이가 있다면 더 그렇지. 어릴 적부터 그랬느니라.”

 

 성희는 세자를 올려다보았다. 성희는 둘도 없는 최고의 조건을 가진 여인이었다. 첫째로는 그의 절친한 벗인 김구준의 동생이었다. 둘째로는 김구준의 집안이 명망 있는 가문이라는 것이었다. 흠이 있다면, 글을 읽지 못한다는 것이었고, 자신의 것을 빼앗기는 것을 싫어하는 성미였다. 그것이 왕비가 되는 데는 되레 좋은 조건이었다. 그래서 성희는 확신했다. 함께 미래를 꿈꿀 수 있으리라.

 

 “또 잠시 있다가 가셔야 합니까?”

 

 하지만 세상은 그들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허조대왕은 홍보함에게 힘을 실어주기 시작했고, 홍보함은 이내 영의정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갑작스런 승진. 대신들의 발걸음은 바빠졌다. 어느 줄에 서야하는가. 이미 세손까지 태어난 판에, 힘은 홍보함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영상대감. 감축드립니다.”

 “어허허허! 괜한 말마시게. 정해진 것은 하나도 없으이.”

 

 홍보함의 의기양양. 정훈세자에겐 불안을 가져왔다. 어머니 자인왕후에게 달려간 정훈세자는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애원했다.

 

 “어마마마!”

 “세자. 어찌 이러느냐?”

 “연모하는 이가 있습니다.”

 “뭐라?”

 

 허조대왕에게도 이 소식이 곧 전달되었고, 자인왕후의 끊임없는 설득에 허조대왕은 자인왕후와 함께 성희를 만나보기로 했다. 세자와 긴 인연을 쌓아버린 판에, 양제(*세자의 후궁)로 라도 들여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였다. 성희는 가마를 타고 입궐을 했고, 입구에서 몰래 기다리고 있던 정훈세자와 만났다.

 

 “저하!”

 “걱정하지 마.”

 

 두 사람은 애틋했다. 그 애틋함은 신의 농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홍보함의 딸 홍윤희. 그녀는 이미 세손인 성마저 낳은 세자빈이었다. 홍보함을 중심으로 한 홍씨 외척들의 힘에 결국 성희는 미래를 이룰 수 없었다. 절망에 빠진 그녀는 그래도 기다렸다. 그가 와주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녀의 방 창문으로 날아오던 작은 돌멩이도, 그의 발걸음 소리도 그날 이후 없었다.

 

 ***

 

 성은 늦은 밤, 잠에 들지 못하고 상선, 차봉수를 불렀다.

 

 “예. 전하.”

 “말을 준비하라.”

 “어디로 가시렵니까?”

 “온양으로 가야겠다.”

 “그보다 전하. 중전마마께오서 오늘 하루 종일 서고에 계셨나이다.”

 “그랬느냐.”

 

 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알아서 옷을 갈아입을 것이니, 말을 준비하라. 운검만 따르라.”

 “예. 전하.”

 

 봉수가 방을 나가려던 찰나, 성이 봉수를 불러 세웠다.

 

 “페데르에게 입궐하여 중전을 살피라 하라.”

 “예?”

 

 봉수의 물음에 성은 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성은 운검, 어수와 함께 말을 타고 온양으로 향했다. 봉수는 성의 명령대로 페데르를 불러 중궁전으로 보냈다.

 

 “중전마마. 페데르 의원이 왔습니다.”

 

 유아는 페데르를 반갑게 맞이했다.

 

 “어쩐 일이야? 전하께서 부르셨어?”

 “네. 마마를 살펴보라고 하셔서요.”

 “나를?”

 

 유아는 의아했다. 그러나 이내 성이 왜 페데르를 자신의 곁에 두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페데르는 외국인이었지만, 마음이 잘 통하는 둘도 없는 친구였다. 마음이 편안했고, 편안한 마음이 아프던 곳도 낫게 했다. 그의 마음이 둘도 없는 만병통치약이었다.

 

 ***

 

 성은 온양에 도착했다.

 

 “대비마마. 주상전하께서 납시셨나이다.”

 “주상이?”

 

 성희는 몹시 당황한 듯 보였다. 그녀의 손엔 펼쳐진 서신이 있었다.

 

 “뫼시어라.”

 

 성이 성희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주상. 이 시각에 온양엔 어쩐 일이오?”

 “여쭤볼 것이 있어 왔습니다.”

 “앉으시오.”

 

 성은 앉지 않고 운검을 불렀다.

 

 “운검은 역적을 잡으라!”

 

 성의 부름에 밖에 있던 수가 칼을 뽑아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어명이다. 역적을 이 자리에서 베어라.”

 “주군의 명을 따릅니다!”

 

 수는 성희의 목에 칼을 겨누었다.

 

 “주상!”

 “역모를 모의했다. 수괴가 설령 대비라고 해도 용서할 수 없다.”

 “주상! 이게 뭐하는 짓이오?!”

 “실토하세요. 감히, 군대를 키우고 역모를 모의했다고.”

 “...”

 “이 자리에서 죽어도, 세상은 당신을 그리워하지 않을 겁니다.”

 

 그 말에 성희의 웃음이 터졌다.

 

 “하하하하하! 주상은 세상이 자신을 그리워해주길 바라나보오? 난 아닌데.”

 “마마! 지금이라도 멈추세요. 경고입니다. 어명입니다.”

 “이왕 시작한 거, 끝까지 한 번 해봅시다. 헌데, 내가 역모를 꾀했단 증거는? 증좌 있소?”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이러는 이유가 뭡니까?”

 “이 나라엔, 내 님의 노래가 없어야 하기에.”

 

 성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 사람이 꿈꾸던 세상을 철저히 부숴 버릴 거야.”

 “그 사람이라니...?”

 

 성희는 희미한 미소를 남겼다. 그녀의 눈은 매우 슬퍼보였다. 성은 성희의 행동이 괜히 오싹했다. 대체 그 사람은 누구인 것인가?

 

 “착각 마. 내 행동에 지금 가장 두려움에 떠는 사람은 네가 아니라, 혜빈이여야 하니까.”

 “인선군은 왜 건든 겁니까?”

 “인선군은 권력욕이 강하지. 허나, 욕심에 비해 능력이 모자라니 매번, 주상인 형님에게 밀린 것이고. 훨훨 날고 싶은 닭이라고나 할까? 옥좌를 지키고 싶다면, 인선군도 은언군처럼 도성에서 먼 곳으로 보내는 게 좋아.”

 “대체 내 혈육에게 이러는 이유가 뭡니까?”

 “너 때문에, 모든 것이 꼬였어. 아니, 네가 없었으면 내 삶은 보다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

 

 성은 위로가 필요했다. 세상을 흔드는 것은 큰 힘도, 돈도 아니었다. 사람의 마음. 그것이 가장 위험하고 강한 것임을 새삼 느낀 밤이었다. 중궁전 앞에 도착한 성은 걸음을 멈췄다.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수는 성의 곁을 묵묵히 지킬 뿐이었다.

 

 ‘내가 없이 너는, 누구에게 웃음을 남기는 걸까? 난 네 환영 속 너에게 매일 행복한 미소를 짓고, 위로하고, 안아주고, 널 아끼며 사는데... 넌 누굴 보고 그렇게 웃는 것이냐.’

 

 성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계단을 올랐다.

 

 ‘지금은 행복하지 않길 바란다. 비로소 날 만났을 때, 모든 행복을 되찾길. 그래서 영영 날 떠날 수 없길. 내가 널 떠나도 네 속에 난 영영 남아있기를...’

 

 유아는 페데르와 재미난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그녀에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야만 내가 비로소, 허공에서 만났던 너와 사랑한 시간을 보상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널 망가뜨리면, 다시 되돌릴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나라고. 그렇게 믿게 해야겠다. 너에게 난 그런, 초월적인 존재라는 걸.’

 

 성은 그제야 깨달았다. 성희의 사랑도, 윤희의 사랑도, 죽어간 모든 이들의 사랑이 다 그랬던 것이었음을.

 

 ‘내가 갈 수 없으니, 네가 와서 날 안아주라. 오늘도 영혼 없는 널 안고 있는 나를, 안아줘.’

 

 성은 마음속으로 부르고 또 불렀다. 유아의 웃음소리가 끊겼다. 유아의 미소는 금방 사그라졌다. 페데르도 알고 있었다. 유아의 영원한 미소를 찾아줄 사람은 단 한사람뿐이라는 것을.

 

 “전하의 옥체는 괜찮아 지겠지?”

 “주무셔야합니다. 잠이 보약이지요.”

 “근데, 그 사람을 보기가 힘들어. 내가 겁이나.”

 “왜요?”

 “슬픈 사람이야.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 거라고 자부했는데, 오히려 내가 그 사람의 슬픔이 되고 있는 것 같아.”

 

 ‘당신의 품에 있는 것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 때면, 나는 당신의 얼굴을 바라봐. 날 보며 괜찮다. 행복하다. 사랑한다. 그렇게 말해주는 눈을 가진 너를.’

 

 “행복하실 겁니다. 마마께서 전하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런 걸까?”

 

 그때였다. 기척 없이 문이 열렸고, 성의 모습이 나타났다. 페데르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인사를 남긴 후 자리를 떠났다. 성은 유아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당신이 행복하다면, 나도 행복한 것이다.”

 

 ‘근데 왜 불안하지?’

 

 유아는 눈앞이 뿌옇게 변했다. 눈물이 쌓이고 있었다.

 

 ‘이대로 사라질 것 같아. 이게 꿈이면 어째? 당신도, 이 행복도, 사랑도.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어느 순간 내가 눈을 떴을 때, 이 모든 것이 꿈이라면 난 어쩌지?’

 

 유아는 눈을 감아버렸다. 감은 눈 사이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래서 눈 뜨지 않으려고. 만약 이게 꿈이라면. 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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