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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기다림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0.9.21

그가 사랑했던 조선의 푸른 하늘과 땅과 바람은 여전했다.
널 잃었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이른 걸음을 걸어가버릴 수밖에 없던 나는 아직도 여전했다.
널 떠났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세상은 우리의 사랑을 항상 다른 이름으로 가로막았다.
널 위한 것이라고 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딱, 그만큼만 나는 너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했다.
세상과 멀어진 지금, 멀어지려 하는 지금, 이제야 깨닫는다.
그게, 상처라는 걸.
너를 외롭게 했다는 것을...

나도 너도 기다린다.
사랑에 빠졌던 그 날의 사랑으로부터...

 
82. 추락에도 날개는 있다
작성일 : 22-01-27 13:42     조회 : 182     추천 : 0     분량 : 7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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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성은 영목을 불러 은퇴를 종용했다.

 

 “이전과 이후, 천년에 걸쳐 이와 같은 군신의 만남이 또 어디 있겠는가? 또 언제 있을 수 있겠나? 영목은 나의 벗이자, 정치적 동지였고, 그 누구보다 나의 마음을 잘 아는 사람이다.”

 

 하지만 영목은 사람들을 모았다. 그의 정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선언이었다. 영목은 구준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구준은 들은 채도 하지 않았다. 결국 적의 적은 동지였으나, 결국엔 적이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구준이 포기하지 않은 것이 있었으니...

 

 “전하. 이만 거처를 대전으로 옮기시지요. 언제까지 좁은 중궁전에서 식솔들을 불편하게 하실 것이옵니까?”

 

 후원. 규장각을 등지고, 성은 구준과 함께 있었다.

 

 “중궁전이 좁다고? 대전만큼이나 큰 곳이 중궁전이요.”

 “전하. 나라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일을 중궁전에서 결정하시면, 백성들이 뭐라 하겠습니까?”

 “좌상.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가?”

 “전하.”

 “과인이, 중전의 치마폭에 있다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것인가?”

 “신은 그렇지 않으나, 백성들의 눈은-”

 “용렬한(*변변치 못하고 좀스럽다) 변명이군.”

 “전하!”

 “하여, 중전의 의견이 언제 나라의 중대사에 해가 된 것이 있었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허나, 중전께서 외명부의 일에 관여를 하기 시작하신다면, 훗날 곤란해지실 것이옵니다.”

 “경고인가?”

 “하면, 안 되겠습니까?”

 “이젠 하다하다 여인을 경계하는 군. 어쩌다 그리되었소? 자신이 가진 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하지 마시오.”

 

 성은 미소로 구준의 의견을 무시했다. 그러나 구준은 그렇게 물러날 위인이 아니었다. 그의 무기는 여론이었다.

 

 “전하. 이만 거처를 옮기소서.”

 “하...”

 

 성은 어전회의에서조차 그 이야기를 들어야했다. 성의 깊은 한숨과 함께 따가운 눈초리를 다 받아내면서도 구준은 멈추지 않았다. 유아는 성이 골치 아픈 시기에 만영을 만났다.

 

 “저도 두소마을을 보고 싶네요.”

 

 만영의 상단 사람들은 매우 바빠 보였다. 원래도 매일같이 거래를 하며 물건이 오고 가는 터라 바빴지만, 유달리 더 바빠 보였다. 반면, 만영은 그래보이진 않았다.

 

 “그 마을을 가고 싶으십니까? 대신 마마께서 잃은 게 얼만데요.”

 “고모. 그걸 또 계산했어요?”

 “계산으로 되요, 그게?! 내가 이자 톡톡히 쳐서 뜯어낼 거야.”

 “누구한테요?”

 “누구긴 누구야, 김성희지.”

 “대비의 이름을 그렇게 쉽게 말하는 조선 사람은 고모뿐일 거야.”

 “운종가만 나가봐요. 나보다 더 쉽게 아예 씹어 넘겨버리지.”

 “그래요?”

 “그럼! 운종가 식구들이 어디 다른가? 다 우리 식구지. 마마 업어 키운 부모들이잖아.”

 “내 뒷배가 든든하긴 해요. 응?”

 

 유아가 능청스레 웃어 넘겼다.

 

 “전하께선 어째 매번 일을 벌이신 답니까?”

 “그게 어디 전하의 탓인가요. 도승지가 가니, 좌상이 버티고 섰어요.”

 “이대로 가다간, 또 하나를 터트려야할 것 같네.”

 “뭘요?”

 “그러게요...”

 

 만영의 머릿속에 있는 하나의 폭탄. 자신이 보호를 한 적도 있는 그 폭탄이 터질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

 

 영목의 집. 영목과 한 배를 탄 대신들이 입궐을 거부하고 모여 있었다.

 

 “이건 보복입니다!”

 “김구준. 그 자의 농간에 우리가 당한 것입니다.”

 

 영목도 이에 동의했다.

 

 “맞습니다. 지금 주상의 곁엔 온갖 간신들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게다가 치마폭에서 나오질 못하고 있으니, 종묘사직이 곧 위태로울 겁니다.”

 “후사도 없는 중전이 간악하게 주상을 홀리고 있습니다.”

 “혜빈께 도움을 청하시지요.”

 “혜빈이라고 다릅니까?! 주상의 모후라며 궐을 휘저을 것이 분명한데. 옳지 않은 생각입니다.”

 “이용만 하자는 거지요.”

 

 당당해 보였지만, 영목의 상황은 지푸라기라도 잡아야했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영목은 윤희에게 서신을 보냈다.

 

 ‘혜빈마마. 참으로 불경하고, 불경한 지난날의 누를 부디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제가 마마께 지은 죄는 천번을 죽어도 모자랄 만하옵니다. 허나, 지금의 시점이 우리 홍씨 집안의 기둥이 흔들리고, 종묘사직의 위기가 직면한 상황이 아니옵니까? 부디 현명하고 분명한 마마의 식견을 빌어 나라의 기반을 바로세우고자 하옵니다.’

 

 윤희의 처소. 윤희는 영목의 서신을 읽고는 피식 웃었다.

 

 “궁지에 몰린 쥐를 어쩐다?”

 

 윤희는 책의 마지막 부분을 써내려가고 있었다. 이제 그녀의 면죄부는 완벽하게 완성되었다. 마지막 마침표를 찍고 윤희는 실로 오랜만에 처소 밖을 나왔다.

 

 “날이 참 좋구나.”

 

 뒤를 따르던 지밀상궁이 윤희를 부축하며 물었다.

 

 “마마. 어디로 뫼실까요?”

 “주상을 만나야겠구나. 대전 아니, 중궁전에 연통을 넣어라. 내가 보잔 다고.”

 “예, 마마.”

 

 지밀상궁의 지시에 발 빠른 나인이 전각의 문을 나섰다. 윤희의 바깥출입 소식은 곧 대비전으로 전해졌다. 성희는 약과를 먹다 말고 내려놓았다.

 

 “혜빈이?”

 “예, 마마.”

 “주상을 만난다? 방에서 조용히 책이나 쓰던 사람이 무슨 일로 주상을 볼까요?”

 

 성희의 앞엔 구준이 앉아 있었다.

 

 “아무래도 도승지가 곧 복귀를 할 것 같군요.”

 “무슨 소립니까? 그 놈 쫓아낸 것은 주상입니다. 역모라고요.”

 “죽이진 않았지요. 또한 그를 따르는 대신들이 모조리 입궐을 거부하고 있잖습니까? 주상은 그걸 보고도 가만히 있고요.”

 “주상의 의중은 아직 도승지에게 있다?”

 “날 못 믿으시는 거지요.”

 “쯧쯧... 오라버니는 언제까지 그렇게 위태롭게 살 겁니까? 홍영목 보세요. 온 마음을 다해 충성하면 왕의 마음도 살 수 있는 겁니다. 노력하세요, 노력을.”

 “마마께선 중전의 마음부터 좀 사세요. 이 나라 실세는 홍영목이 아니라 중전입니다.”

 “의뭉스럽기 짝이 없는 계집입니다.”

 “회임도 하지 못하는 중전이 쫓겨나기는커녕, 주상을 품에서 내놓지도 않잖습니까?”

 “비결이 뭘까요?”

 “그거라도 알아내세요. 박귀인이 아들을 낳아야 마마도 살고, 나도 사는 겁니다.”

 “이판은 언제까지 박귀인을 사가에 둔답니까? 주상에게 머리카락 하나라도 내 밀어야 길이 보이지요. 님을 봐야 뽕을 따는 것 아닙니까?”

 “이판은 제가 설득해보겠습니다.”

 “그런 건 설득이 아니라, 그냥 협박하세요. 착한 척은 혼자 다해.”

 

 이 남매의 대화는 언제나 이랬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그토록 애틋하면서도 단 한번을 따뜻한 말을 건네지 않았다. 그것이 가장 큰 결함이었다.

 윤희는 성과 참으로 오랜만에 마주했다. 윤희는 책을 쓰는 동안 누구도 만나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마마마.”

 “주상. 어째 용안이 많이 야위셨습니다.”

 “그렇습니까? 요즘 장용영 군사들과 훈련하는 재미에 그만.”

 “또 월도를 드셨습니까?”

 “아바마마께서 아끼시던 것을 썩히는 것이... 차마 볼 수가 없어서요.”

 “정훈세자의 춘추 여덟에 그 월도를 휘두르셨다지요. 주상도 정훈세자께서 승하하신 이후 그 월도를 처음 들어보았고요. 열 살이었지요?”

 “예. 맞습니다. 참으로 묵직하고 짜릿했지요.”

 “그래도 옥체를 상할 만큼 하시면 곤란합니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성은 윤희가 온 이유를 묻지 않았다. 어머니가 아들을 만나러 오는 것에 이유가 있겠는가? 비록 이유가 있어 온 것이라도 묻고 싶지 않았다.

 

 “주상.”

 “예, 어마마마.”

 “도승지는 어디 있습니까?”

 “홍영목 말씀입니까?”

 “예. 두소마을로 간 것입니까?”

 “파직했습니다.”

 “어째서요?”

 

 성은 오랜만에 어머니, 윤희의 모습을 보아 기분이 좋았었다. 미워도 괴로워도 어머니의 품은 언제나 좋은 법. 그러나 영목이 파직을 당한 이유를 묻고,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는 것을 보니 금방 마음이 식어버렸다.

 

 “어마마마. 그 대화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영목은 누구보다 주상에게 충성심이 강한 사람입니다.”

 “그랬지요.”

 “헌데, 어찌 한 번의 잘못으로 모질게 버리십니까?”

 “모르시는 것처럼 말씀하시더니, 아시는군요.”

 “예. 비록 영목이 권력에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어도, 주상의 치세에 해를 가하지는 않을 겁니다.”

 “감히 중전의 식솔을 잡아다 고문을 하였습니다. 감히 제 이름을 입에 올렸습니다. 이는 역모입니다.”

 “중전의 식솔은 왜 잡아 고문을 한 겁니까?”

 “홍빈을 중전이 죽였다고 생각하더군요.”

 “다른 것은 없습니까?”

 “무엇을요?”

 “요즘 주상이 중전에게 조언을 많이 듣는다면서요.”

 “어머니!”

 “대신들의 말이 맞습니다. 대전으로 처소를 옮기세요.”

 “싫습니다.”

 “주상의 행동이 중전을 더 위태롭게 할 겁니다.”

 “중전의 처소로 자객이 들었습니다. 중전이 다쳤습니다. 운검이 빨리 알아차리지 않았다면, 전 제 아내를 잃을 뻔 했습니다.”

 “후사도 생산하지 못하는 중전 따위 뭐가 필요합니까?”

 

 성은 경악했다.

 

 “뭐, 뭐라고요?”

 “칠거지악에 따르면 중전은 폐비가 되어도 상관없습니다. 지금 후궁에게서 주상의 후사를 봐야합니다. 중전의 소생이 나올 일이 없잖습니까? 지금이라도 중전을 폐하고 새로이 중궁을 들이시라 말하고 싶어도, 차마 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하셨습니다.”

 “내 생각은 그렇습니다. 자식 하나 낳지 못하는 주제에, 감히 어딜!”

 “어머니. 그만 돌아가십시오.”

 “뭐라?”

 “홍영목의 일은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영목에게 전하세요. 지금이라도 고향으로 내려가지 않는다면, 재산을 몰수해 쫓아내버릴 것이라고.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요.”

 “주상!”

 

 성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애써 화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굳어버린 이목구비는 어쩔 수가 없었다. 굳은 얼굴을 본 윤희는 확신했다. 그리고 유아가 미워졌다. 윤희는 성의 제안으로 중궁전을 나왔다.

 

 ***

 

 전각의 모퉁이를 돌아가던 김구준은 멀리 중궁전으로 향하는 채우겸을 발견했다.

 

 “저 친구가 해도 너무하는군. 완전히 주상의 개가 되셨으니.”

 

 뒤를 따르던 다른 대신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김만영의 상단을 꼬드겨서 인삼을 그렇게 사들인다 하지 않습니까?”

 “육의전을 그 꼴로 만들어놓고! 참 얼굴도 두꺼워.”

 “집안 곳간이 텅텅 비었습니다. 비루한 것들이 저마다 좌판을 열고 장사를 하는 꼴이란.”

 “중전이 운종가 상인들을 모조리 꾀는 바람에. 나, 원 참.”

 

 우겸의 모습이 사라졌다.

 

 “거상들을 더 모집한다지?”

 “예. 김만영 그 계집이 청국의 사신들과 친분이 두터워, 다른 거상들을 모으는데 큰 도움을 준다지요.”

 “그렇군요.”

 

 구준은 우겸이 사라진 곳을 쳐다보며 눈썹을 들썩였다.

 

 “나도 그 행수의 도움 좀 받아야겠군.”

 

 아첨을 하려 애쓰는 대신 중 하나가 쑥 들어왔다.

 

 “자리를 마련해 볼까요?”

 “그러든지.”

 

 우겸은 성을 찾아왔다.

 

 “영상. 어찌되어가고 있습니까?”

 “도승지가 없는 자리가 꽤 큽니다. 아휴~. 무슨 일이 그리도 많은지.”

 

 우겸은 자신의 어깨와 팔을 톡톡 두드렸다.

 

 “곤하시겠습니다.”

 “그럼요. 서둘러 마무리하고 마음 편히 유랑이나 해야겠습니다.”

 “서두르시면 안 됩니다.”

 “서두르지 않아도 곧 완성이 될 것 같습니다. 정약용이 만든 기구들이 꽤나 신통방통하거든요.”

 “거중기 말입니까?”

 “저수지를 크게 만들어 놓으니, 물을 조달하기도 좋고. 가뭄이 들어도 한동안 물 걱정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다행입니다. 곧 결과를 볼 수 있겠군요.”

 “그보다... 좌상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던데...”

 “염려마세요.”

 

 우겸은 성이 걱정되었다. 너무도 태평한 모습이 꽤나 불안해보였다.

 

 “전하. 대전으로 처소를 옮기라는 청은 저도 드리고 싶습니다. 수 그자가 훈련한 장용영 군사도 이제 꽤 규모가 되지 않습니까? 장용영에게 중궁전을 호위하라 하시고, 대전으로 거처를 옮기시지요.”

 “내가 정말, 치마폭에서 눈이 먼 것 같습니까?”

 “아니요. 어느 때보다 분명한 판단을 하실 수 있다 사료되옵니다.”

 “헌데요?”

 “전하께선 약점이 많습니다. 아직 정훈세자의 일도 해결하지 못하셨습니다. 대비와 혜빈. 두 외척의 사이에서 전하의 사람들은 아직 미비합니다. 규장각의 젊은 대간들로 어찌 조정을 이끌겠습니까? 지금도 홍영목을 지지하는 대신들이 입궐을 거부하여 업무에 마비가 걸릴 지경입니다.”

 “그렇지요. 내가...”

 “규장각의 젊은 대간들도, 저와 뜻을 함께하는 유생들도 시간이 지나면 큰 인물들이 될 겁니다. 그때까지 쓰러져서는 안 됩니다. 20여 년을 참았습니다. 고작 몇 년을 참지 못하시면 어찌 대업을 이루시겠습니까? 누가 뭐라 해도 지금은 전하의 치세입니다. 명심하소서.”

 

 성은 눈을 감았다. 꽤나 만족스럽다는 표정이었다.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달 까?

 

 “스승님께선 여전히 큰 가르침을 주십니다.”

 “저는 그 가르침을 새겨 행동에 임하는 제자를 참으로 아끼지요.”

 “그런 제자가 되려면, 행동하라 이 말이지요?”

 “예. 그러셔야합니다. 저들이 곧 저부터 잡으려 할 거니까요.”

 “아바마마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예. 그 발언을 한 도승지는 파직이 되었고, 저는 여기 있으니까요. 또한 두소마을이 곧 완성된다는 것도 저들에겐 위기입니다.”

 “천도 말이군요.”

 “그것이 어심(*왕의 뜻, 마음)이지 않으십니까?”

 “예. 맞습니다. 한양은 너무 오랜 시간 기득권의 터전이 되었습니다. 하여, 온갖 부패와 뇌물 등의 오물이 뒤섞이게 된 것이지요. 주요한 것은 모두 두소마을로 옮기고 그곳에서 나의 나라를 새로이 시작할 생각입니다.”

 “처음부터 그리 말씀하셨지요. 허나, 그것 또한 잘 되리라 장담하지 못하겠습니다.”

 “되게 할 겁니다.”

 “그러려면, 처소부터 옮기세요. 조금이라도 이기시려면.”

 

 그리고 유아가 중궁전으로 돌아왔다. 성은 유아를 기다렸다. 이미 짐은 옮긴 이후였다. 처소 앞에서부터 봉수가 유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상선.”

 “만영누이는 잘 만나고 오셨습니까?”

 “네. 헌데, 어째 앞에서부터 절 기다리십니까?”

 “전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 그래요?”

 

 유아는 처소를 둘러보았다.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장용영 군사들이었다.

 

 “운검.”

 “예, 마마.”

 “무슨 일 있었나요?”

 “아닙니다.”

 “헌데, 중궁전에 왜 장용영 군사들이 있죠?”

 “어명입니다. 앞으로 장용영이 중궁전을 호위할 예정입니다.”

 

 유아는 이상하게 점점 자신에게 스멀스멀 다가오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 문이 열리고, 홀로 복도를 걸어갔다. 연실도 밖에 있게 두고 성의 앞에 섰다. 처소 안은 아무도 없었다.

 

 “전하.”

 “부인.”

 

 성이 방에 홀로 서서 유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뒷짐을 지고 최대한 여유로워지려 노력했지만, 모든 두 손의 손가락이 꼼지락 거리는 것은 멈출 수 없었다. 유아는 이상하게 마음이 울렁거렸다. 마치 이제 성을 한동안 보지 못할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그래서 성에게 달려가 와락 안아버렸다. 성은 자신의 품으로 들어오는 유아를 번쩍 들어 안았다.

 

 “보고 싶었어요.”

 “나도.”

 

 그 이후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그저 서로를 꽉 껴안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대화가 될 수 있었다. 충전. 당신과 나의 마음이 하나로 만나야만 가능한 충전이었다.

 

 ***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 운종가의 가장 큰 비단가게. 호석이가 가게를 정리하고 문을 닫을 준비를 하려는 찰나, 만영이 찾아왔다.

 

 “어르신!”

 “정리하려고?”

 “예.”

 “신씨네 가서 고기 한 점 하자. 오라네?”

 “연실누이는 맨날 고기네요?”

 “연실이 덩치가 괜히 만들어 진 줄 아니?”

 “크크크크큭!”

 

 그때였다. 가게 문을 닫으려는 찰나, 손님이 찾아왔다.

 

 ***

 

 중궁전. 성과 유아의 방. 성은 유아의 무릎에 누워있었다. 유아는 성을 다정히 바라보며 그의 이마 위에 손을 얹었다. 성은 유아의 손을 잡고 자신의 입술로 가져갔다.

 

 “당신은 내가 왜 좋아?”

 

 유아의 물음에 성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유아를 바라보았다.

 

 “당신이라서.”

 

 ***

 

 운종가 비단가게. 호석과 만영의 앞에 나타난 늦은 손님. 구준이었다.

 

 “!!!”

 

 구준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만영을 쳐다보았다.

 

 “내가 너무 늦게 왔나 보군.”

 “좌상대감, 아니십니까?”

 “오랜만이네. 자네가 채우겸의 집 식솔이었을 땐 자주 봤는데 말이야.”

 

 만영은 자신도 모르게 아주 조금 뒷걸음질을 쳤다. 우여곡절. 그것이 그녀의 인생을 말해주는 단어였다. 그 굴곡의 사이, 그녀가 잊고 싶었던 과거엔 항상 김구준, 그가 있었다. 언제고 발목을 잡을 것이라 불안했지만, 만영은 결국 마주하고 말았다. 너무 유명해진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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