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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기다림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0.9.21

그가 사랑했던 조선의 푸른 하늘과 땅과 바람은 여전했다.
널 잃었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이른 걸음을 걸어가버릴 수밖에 없던 나는 아직도 여전했다.
널 떠났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세상은 우리의 사랑을 항상 다른 이름으로 가로막았다.
널 위한 것이라고 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딱, 그만큼만 나는 너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했다.
세상과 멀어진 지금, 멀어지려 하는 지금, 이제야 깨닫는다.
그게, 상처라는 걸.
너를 외롭게 했다는 것을...

나도 너도 기다린다.
사랑에 빠졌던 그 날의 사랑으로부터...

 
78. 적과 아군 그 사이
작성일 : 22-01-27 13:41     조회 : 194     추천 : 0     분량 : 6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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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친국이 벌어지고 있는 의금부 뜰. 피투성이가 된 죄인 다섯과 그 앞에 서 있는 성. 그리고 양 옆으로 대신들이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말하겠습니다! 말하겠습니다!!!”

 

 성은 고문을 중단시켰다.

 

 “말하라.”

 

 성은 고문을 싫어했다. 기본적으로 피를 보는 것을 싫어했고, 그건 아버지 정훈세자의 영향이 컸다. 폭력에 대한 경험. 정훈세자는 허조대왕의 견제를 어떻게 해서든 벗어나고 싶어, 자신을 지켜보고 감시하던 궁인들을 죽이곤 했었다. 그리고 일부러 치우지도 않았었다. 이른 아침 깨어나 복도에서부터 풍겨오던 피비린내가 어린 성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고문을 하는 이유는 시각적인 효과를 위해서였다. 왕이 변했다. 왕이 피를 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두더지여, 이제 그만 머리를 내어 놓아라.

 

 “훈련대장...”

 “훈련대장? 구명겸을 말하는 것이냐?”

 

 죄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죄인은 정신을 잃었다.

 

 “의금부판사.”

 “예, 전하!”

 “구명겸을 당장 잡아오라.”

 

 의금부판사가 훈련대장 구명겸을 잡기 위해 우르르 군사를 이끌고 자리를 떴다. 이를 이미 눈치채고 있었던 구명겸은 성희를 만난 이후, 급히 산을 오르고 있었다. 집으로 가지도 않았다. 그의 집 식솔들은 이미 구명겸의 서신을 읽고 짐을 챙기고 있었다.

 

 “그거 챙겨! 그 옷은 필요 없다. 어서 서둘러!”

 

 구명겸의 아내는 노비들에게 짐을 싸게 하고, 자신은 비싼 금비녀나 거북이 등을 따로 챙기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각, 의금부판사가 군사를 우르르 이끌고 구명겸의 집을 에워쌌다.

 

 “죄인 구명겸은 나와 오라를 받으라!”

 “엄마야!...”

 

 금을 챙기던 구명겸의 아내는 놀라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버렸다.

 

 “아이고, 이 양반은 혼자 어딜 내 뺀 게야?”

 “죄인 구명겸은 어서 나와 오라를 받으라!”

 

 아무리 외쳐도, 그 구명겸은 집에 없었다. 의금부 나장들이 집안 곳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나장들에 의해 끌려나온 구명겸의 아내가 마당에 무릎을 꿀린 채 엎드렸다.

 

 “아이고, 나리-이! 살려주십시오!”

 “구명겸은 어디로 갔느냐?”

 “저는 모릅니다. 그냥 말도 없이...”

 “네 이년!”

 “아이고! 모른다니까요?!”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끌고 가라! 분명 간 곳을 알 것이다.”

 “예!”

 “나리! 아이고, 나리! 저는 모른다니까요, 글쎄!!!!”

 

 구명겸은 집안이 뒤집어졌을 것은 예견했었고, 그렇게 산으로, 산으로 모습을 숨겼다.

 한편, 윤희의 앞에 영목이 나타났다.

 

 “저를 만나고 싶다 하셨다고요.”

 “예.”

 “무슨 일로?”

 “내가 의심을 받는 것이 금군대장을 겸하는 그대에게 좋지 않아요.”

 “무슨 말씀이신지요?”

 “난 요즘 책을 쓰고 있답니다. 일기 같은.”

 “그러십니까?”

 “내가 궐에 들어와 정훈세자의 비가 된 그때부터의 이야기지요.”

 

 영목은 윤희를 쳐다보았다.

 

 “면죄부를 받으려 하십니까?”

 “가능하면.”

 “제 소관이 아닙니다.”

 “그 권한을 가진 사람의 귓가에 속삭일 수는 있겠지.”

 “저에게 아첨을 하는 간신이 되라 하시옵니까?”

 “아니지요. 그대는 세상 둘도 없는 충신인걸.”

 “비꼬는 걸로 들립니다.”

 “그보다 제안을 하나 할까하여서.”

 “말씀하십시오.”

 “일기를 쓰다 보니 나를 되돌아보게 되더군요. 해서, 정훈세자께서 참으로 아끼던 후궁이 있었는데, 그 소생이 지금 어렵게 살고 있다 하오.”

 “은언군 말씀이십니까? 은언군은 전하께서 잘 살피라 하시어-”

 “은언군에게도 소생이 있지요. 구상군이라고.”

 “예?”

 “대비는 정훈세자의 핏줄을 모조리 죽일 요량인겁니다. 지금 주상의 핏줄을 모조리 죽인 것도 모자라, 아예 중전마저 죽여 싹을 자르려 합니다. 그러니, 그대와 같은 충신이 나서서 그 혈육을 보존해야지요.”

 “어인 말씀이신지요?”

 “구상군을 홍귀인의 양자로 삼으세요.”

 “예?!”

 “주상에게는 조카가 되지만, 지금 후사도 없는데 잘 되었지요.”

 “하오나 마마... 아직 중전마마의 춘추(*나이) 젊으시고 벌써부터 그럴 필요까지가... 박귀인도 있고요.”

 “박귀인에게서 아들이라도 나오면? 나나 도승지 그대가 무사할까?”

 

 영목은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솔직히 솔깃했다. 내제된 권력욕이 점점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었다. 윤희는 영목을 잘 파악했다. 그래서 불을 지폈다. 귓가에 바람만 살짝 불어넣으면, 그것이 곧 조정을 뒤집을 태풍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주상에게도 슬쩍 권해보세요. 내가 그리했다 하지 말고. 그대는 충신이니까.”

 

 영목은 답하지 않았다.

 

 “범인을 색출하는 중입니다. 안정이 되면, 곧 금군은 물리겠습니다. 그럼, 이만.”

 

 ***

 

 “채우겸을 영의정으로, 김구준을 우의정으로 임명한다.”

 

 그렇게 된 지 며칠도 되지 않은 날이었다. 우겸의 상소문은 정국을 쓰나미로 이끌었다. 구준도 이는 반대한 주장이었다.

 

 “이보게, 우겸이!”

 “겁나시나?”

 “어쩌자는 건가? 이제와 그 일을. 이건 선왕의 유지야. 그것도 2대에 걸친 선왕들의 유지! 그걸 전하께서 뒤집는다면, 이건 존폐의 문제로 치닫는 것일세!”

 “언제고 해야 하는 일일세. 자네야 말로, 진정한 외척으로 거듭나려 하는가?”

 “말이 심하지 않은가?”

 “마음대로 하시게. 난 주상전하를 옥죄는 두 늙은 여우를 도저히 지켜볼 수가 없네.”

 “어허, 영상대감! 조금만 더 기다려주게!”

 

 우겸의 상소문을 읽은 성은 즉시 우겸을 불러 단 둘만의 자리를 가졌다.

 

 “영상대감. 좀 셉니다.”

 “이걸로 겁을 먹으면 곤란하지요. 이제 시작인데.”

 “저들이 꺼낼 패는 분명한데요?”

 “그렇지요. 그렇게 구분하시면 됩니다.”

 “그러라고 저에게 패를 던지신 겁니까?”

 “예. 아무래도 혼동하시는 듯 하여.”

 “무엇을요?”

 “진짜 충신인자. 외척이면서 충신인 척 하는 자. 충신에서 간신으로 변하려는 자. 앞으로 이 나라의 정사를 이끌 자. 방관하는 자까지. 모두요.”

 “헌데, 제가 유훈을 건드리는 일은 곤란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아직 인재도 많지 않고요.”

 “방패는 여기 있잖습니까?”

 “또 그만두고 어디로 유랑 가시려고요.”

 “들켰네.”

 “스승님!”

 “나무라지 마십시오. 이 모든 것이 다 스승의 은혜임을 깨닫게 되실 겁니다.”

 “예, 예.”

 

 ***

 

 위기감을 느낀 김구준은 대비전으로 향했다. 진범을 쫓고 있는 시점이었지만, 대비전의 경계는 여전히 삼엄했다.

 

 “안 됩니다.”

 “나 누군지 모르나? 내 누이동생을 만나러 왔다니까.”

 “주상전하의 엄명입니다. 아무도 만나실 수 없습니다.”

 “내가 내 누이를 죽이겠나? 대비마마 옥체가 염려되어 보려는 것일 세.”

 “그래도 안 됩니다. 저희가 죽습니다, 대감.”

 “어허! 그럼 금군대장을 당장 불러오게!”

 

 금군들은 난감해했다. 이런 일을 사사건건 보고했다 간 영목에게 어떤 꾸중을 들을지 몰랐다. 구준은 삼정승 중 하나였고, 해결할 수 없는 선을 벗어났다고 판단한 금군 하나가 영목에게 달려갔다.

 

 “대장.”

 

 집무실에서 고민하던 영목은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무슨 일인가?”

 “대비전 앞에 좌의정 김구준 영감께서 계속 들어가겠다고 금군들을 괴롭히시는 탓에.”

 “좌상이?”

 “예.”

 “대비를 만나겠다고?”

 “예.”

 “내가 가겠다.”

 

 영목은 대비전으로 향했다. 영목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아니 복잡했었다. 그런데, 김구준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말끔하게 정리되었다.

 

 “좌상대감.”

 “어! 도승지.”

 “송구합니다.”

 “이보게. 대비께서 수족도 없이 홀로 계시질 않나? 옥체 미령하실까 염려가 되네.”

 “예. 들어가시지요.”

 

 영목은 거부 한 번 없이 구준을 안으로 들여보냈다. 다른 금군들은 어리둥절해 했다.

 

 “전하께 이 사실을 보고해라.”

 “예?”

 “내가 대비전에 좌상대감이 들어가도록 허락했다고 보고하란 말이다.”

 “아, 예...”

 

 금군들은 성에게 상황을 보고하러 가면서도 어리둥절해 했다.

 

 “아니, 대장은 무슨 생각이신 거지?”

 “이거, 보고하란다고 진짜 보고해야하는 건가?”

 “보고 하라잖아.”

 “그렇다고 넙죽?”

 “그럼 어째?”

 “아, 고민되네.”

 “그냥 해. 하랄 땐 언제고?”

 “그랬다가 우리만 보복당하고 그러면 어째?”

 “에이~. 대장이 그럴 분은 아니지.”

 “사람 속은 모르는 거지!”

 “어명을 어긴 거면, 대장이라도 꽥! 아냐?”

 “아, 씨! 그럼 어쩌자고?!”

 

 결국 금군들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성에게 보고하기로 했다.

 

 “뭐라?”

 

 결국 영목은 성의 앞에 서야 했다. 영목은 잘못을 깨우치는 낯으로는 보기 어려웠다.

 

 “대비전에 좌상이 들어갔다는 것이 사실인가?”

 “예, 전하.”

 “나의 명이었다.”

 “예.”

 “헌데, 내 명을 어겼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무엇인가?”

 “자객이 실토한 구명겸은 진짜 범인이 아님을 아시잖습니까?”

 “해서?”

 “잠시 보류하소서.”

 “그것이 대비전의 일과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구명겸은 분명, 좌상을 찾아올 것이옵니다.”

 “그래. 네가 다 생각이 있는 것이겠지. 두더지만 확실히 잡아.”

 “예, 전하.”

 

 영목은 그렇게 성의 곁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구준을 찾아올 것이라는 구명겸 대신, 그를 찾아온 사람은 다름 아닌 영목이었다.

 

 “도승지가 이 시각에 무슨 일로?”

 “탕평을 하고자 왔습니다.”

 “탕평이라!”

 “예.”

 “역시, 충신이로고. 주상께서 그토록 꿈꾸는 탕평을 위해 직접 찾아오시니.”

 “구명겸에서 끝내려 합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영감께서 제게 빚진 것이 있으시잖습니까?”

 “아! 대비전 말인가?”

 “제 누이인 홍귀인께서 후사도 없이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더군다나 전하의 후사는 누구의 뜻에 세상에 빛도 보지 못하고 셋이나 떠나셨으니, 종묘사직이 위태롭지요.”

 “해서?”

 “영감께서 대비마마를 설득해 주시지요. 이번만은 잠시 눈을 감아 주십사.”

 “자네, 무슨 생각인가?”

 “양자를 들일 생각입니다.”

 “전하의 양자를 들인단 말인가?”

 “예.”

 “이 사람, 참!”

 “구명겸이 영감을 찾아올 겁니다. 영감께선 그대로 구명겸을 넘겨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거래가 끝이 났다. 아니, 네 사람의 거래라고 봐야했다. 두 남자의 뒤엔 성희와 윤희가 있었다. 조용히 숨을 죽이며, 성이 내미는 칼날에서 조금씩 멀어지기 위해 노력했다.

 

 ***

 

 “양자라니?!”

 

 유아는 잠시 궐을 나와 있었다. 오랜만에 운종가 식구들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친정을 온 것과 다름없는 방문에, 오늘 운종가는 축제 분위기였는데 그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백씨는 건너편 약방 최씨네 전을 입에 넣다가 말고 벌떡 일어났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우리 마마가 이렇게 젊은데, 양자가 웬 말이여!”

 “그 헛소리한 놈 누구냐?! 누가 그래?”

 

 운종가 식구들이 모두 발끈한 사이, 괜히 말을 전했다가 죄인이 된 지밀나인이 점점 쪼그라들고 있었다. 유아는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잘못 들은 것일 겁니다. 너무 그러지 마세요. 이 아이가 무슨 죄가 있다고요.”

 “그래도...”

 

 신씨는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연실을 안정시켰다. 어색해진 분위기를 깨보고자 만영이 막걸리 잔을 들어 올렸다. 청씨도 덩달아 분위기를 띄워보고자 애를 썼다.

 

 “자! 자! 영광인 줄들이나 알아. 세상에 어느 상놈들이 감히 중전마마랑 술잔을 마주해? 다들 술잔 들어.”

 “그럼! 누님, 요즘 참 맞는 말만 하셔. 옳소, 옳아. 다들 한 잔씩들 하자고. 엉?”

 

 백씨는 전을 우걱우걱 씹으며 다른 운종가 상인들의 등을 토닥였다.

 

 “재료 좀 더 내와 봐~. 그러고 멍하니 서 있지 말고! 전 다 떨어졌어.”

 

 분위기는 다시 살아났다. 유아는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어쩌면, 최악의 상황엔 그렇게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건 대체 누가 제안한 것일까? 박귀인도 남아있는데, 어째서?

 

 ***

 

 대비전. 성희는 아침부터 고요한 주위 공기에 어리둥절해 했다. 조심스레 문을 빠끔히 열고 밖을 보니, 처소를 둘러싸고 지키고 있던 금군들의 모습이 없었다. 그리고 연실이 궁녀들을 이끌고 대비전으로 들어왔다.

 

 “대비마마. 기침하셨나이까?”

 “들라.”

 

 문이 열리고, 궁녀들이 연실의 뒤로 우르르 모습을 드러냈다.

 

 “앞으로 대비마마를 모시게 될 궁인들이옵니다.”

 “내 식솔들은 다 어쩌고?”

 “편상궁이 성소용 마마를 죽였다고 실토하고는 자결을 하였나이다. 다른 궁녀들도 편상궁과 공모하여 중전마마의 처소에 불순한 짓을 했다 실토하여 모두 죽거나 강제 출궁되었습니다.”

 “죄다?”

 “이들이 앞으로 대비마마를 불편함 없이 모실 것이옵니다. 인사 드리거라.”

 

 궁녀들 열다섯이 우르르 줄을 맞춰 서서는 성희에게 인사를 건넸다.

 

 “대비마마를 뵈옵니다.”

 

 연실이 대비전을 떠나고, 성희는 입을 열지 않았다. 단 한 마디도 궁녀들과 말을 섞지 않았다. 다행히, 그녀에게 아부를 하는 궁녀가 몰래 성희를 찾아왔다.

 

 “마마.”

 “입에서 단내가 나려 하는 구나.”

 “말 조심하셔야 하옵니다. 모두 중궁전의 사람들이옵니다.”

 “알고 있다. 편상궁은 대체 어찌 된 것이야? 정말 죽었느냐?”

 “예. 헌데, 좀 이상했습니다.”

 “무엇이?”

 “궁녀들 사이에서, 편상궁이 죽임을 당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사옵니다.”

 “누가 죽였다?”

 “예.”

 “그래... 그랬구나...”

 

 성희는 그것이 모두 구준이 한 일이라 생각했다. 아니 뗀 굴뚝에선 좀처럼 연기가 나기는 어려운 법. 편상궁의 시신은 독에 물들어 푸르게 변해 있었고, 그 시신은 거적에 쌓여 시구문을 나섰다.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은 다름 아닌, 금군대장. 홍영목이었다.

 의금부판사는 편상궁을 비롯한 지밀나인들의 자살과 나머지 대비전 궁녀들의 출궁을 보고했다. 그리고 대신들은 약속이나 한 듯 아침부터 한 뜻으로 읍소를 시작했다.

 

 “전하. 종묘사직을 지켜주소서.”

 “중전마마에 대한 기이한 소문이 사실이옵니까? 해명하여 주소서.”

 

 순식간에 유아가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소문이 궐을 휘감았다. 성도 모르는 사안인지라, 성은 조용히 페데르를 불러들였다.

 

 “소문은 들었겠지?”

 “무슨 소문을 말씀하십니까?”

 “중전이,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느냐?”

 “...”

 “말하라. 사실대로. 거짓을 고하려거든, 네 목숨을 걸고.”

 

 페데르는 동요하지 않았다.

 

 “만약 소문이 사실이라면, 중전마마를 버리실 겁니까?”

 “사실이더냐?”

 “답이 없으시니, 저도 답하지 않겠습니다.”

 “네 놈이 감히! 오냐오냐 했더니, 감히 내 머리 위에 올라앉으려 하는 구나!”

 “유아의 몸은 종이와 같습니다.”

 “중전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전하의 곁에 있는 그 여인은 겨우 버티고 있는 것이옵니다.”

 “알고 있다.”

 “전하께선 백성만은 끊임없이 가여워하십니다. 하지만, 중전마마에게는 그렇지 않으셨지요. 두 번의 유산입니다. 대비가 독약을 먹여, 아기 궁이 모두 닫혀버렸습니다.”

 “그 말은, 소문이 사실이다?”

 “예.”

 

 성은 당혹스러웠다. 속상했다. 그는 유아와의 사이에서 예쁜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을 바랐다. 그 꿈이 산산이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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