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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기다림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0.9.21

그가 사랑했던 조선의 푸른 하늘과 땅과 바람은 여전했다.
널 잃었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이른 걸음을 걸어가버릴 수밖에 없던 나는 아직도 여전했다.
널 떠났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세상은 우리의 사랑을 항상 다른 이름으로 가로막았다.
널 위한 것이라고 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딱, 그만큼만 나는 너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했다.
세상과 멀어진 지금, 멀어지려 하는 지금, 이제야 깨닫는다.
그게, 상처라는 걸.
너를 외롭게 했다는 것을...

나도 너도 기다린다.
사랑에 빠졌던 그 날의 사랑으로부터...

 
77. 두 얼굴의 왕
작성일 : 22-01-27 13:40     조회 : 189     추천 : 0     분량 : 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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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과인은 참지 않으려 한다.”

 

 성의 미간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대소신료들이 모인 자리였다. 성은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그의 흉부가 잔뜩 부풀려질 때마다 대신들은 눈치를 살폈다. 그때, 홍영목이 나타났다. 군복 차림이었다.

 

 “전하!”

 “금군대장은 범인을 잡았다고?”

 “예, 전하! 의금부로 죄인을 압송할까 하옵니다.”

 “과인이 친국을 할 것이다. 그리 알라.”

 

 그때, 영의정 김구준이 앞으로 나왔다.

 

 “전하. 그보다 영남에서 올라온 만인소의 말이 참으로 민망하옵니다. 그 일부터 처결하소서.”

 “영남의 만인소?”

 “그 상소문에 좌상이 동조한다는 소문이 들리옵니다.”

 “그 일이라면, 더 자세히 살펴보아야겠소. 친국이 우선이니 그것부터 준비하라.”

 “전하!”

 “영상! 하나씩 합시다. 하나씩. 감히 왕의 침전을 와 중궁에게 해를 가한 패악한 자들부터 처리하자고요.”

 

 구준은 그 말에 한 발짝 물러섰다. 성은 그 길로 범인이 잡혀있는 의금부 뜰로 향했다. 유아의 팔에 상처를 낸 범인을 포함해 총 다섯이 잡혔다.

 

 ***

 

 대비전. 담장 너머에서부터 주위를 두루 살피는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군복차림인 것을 보아하니, 구명겸이라는 훈련대장이었다.

 

 “마마.”

 

 성희는 소식을 들을 수 없어 답답하던 차에 들리는 사람의 소리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누구냐?”

 “신, 구명겸이옵니다.”

 “어서 들라!”

 

 명겸은 성희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마! 고초가 많으시옵니다.”

 “각설하고, 어찌 되었느냐?”

 “송구하옵니다. 다섯이나 잡혀있다 하옵니다.”

 “뭐라?!”

 “허나, 주상과 금군대장을 자극하는 데는 성공하였나이다.”

 “어째서?”

 “홍영목이 관복이 아니라, 군복을 입고 돌아다니옵니다.”

 “그래? 주상은?”

 “친국을 하겠다고 난리이옵니다. 영의정께도 큰 소리를 내셨다 하옵니다.”

 “오호라. 그렇단 말이지?”

 “염려마소서. 잡힌 놈들은 제 선에서 깔끔하게 처리하겠습니다. 마마께는 누가 가지 않도록 조치하였습니다.”

 “그래. 믿어보마. 종종 찾아와다오.”

 “황공하옵니다, 대비마마!”

 

 명겸이 물러가고, 성희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고는 밖을 나섰다. 그때, 금군들이 대비전 앞을 막아섰다.

 

 “뭐하는 짓들이냐?”

 “당분간 출입을 금하라는 주상전하의 명이옵니다.”

 “뭐라?”

 “주상전하의 침소에 자객이 들었으니, 안전을 위해 지키라 명하셨습니다.”

 “괜찮다. 나는 지금 혜빈을 만나러 가는 길이니라.”

 “그럼.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허락을 받고-”

 “됐다! 고작 코앞인데 무슨 허락?”

 

 성희가 금군들을 뿌리치고 나가려하자, 금군들이 극구 성희의 앞을 막아섰다.

 

 “절대! 안 됩니다.”

 “네 이놈들!”

 

 대비전 앞이 소란스러운 사이, 그 앞에 나타난 영목이 성희에게 다가왔다.

 

 “도승지. 이게 무슨 짓인가?”

 “송구하옵니다, 대비마마. 안전을 위한 주상전하의 명이시옵니다. 당분간은 외출을 자제하시지요.”

 “지금도 식솔이 없어 답답해 죽겠거늘! 외출까지 막느냐?”

 “혹여, 마마께서 해라도 입으시면, 여기 이놈들 다 죽습니다. 하해와 같은 아량으로 용서해 주시지요.”

 “혜빈에게 가야겠다. 도승지 그대가 안내하라. 그럼 안전하겠지.”

 “혜빈께서도 출입을 하지 못하시옵니다.”

 “그럼! 이 궐에서 출입이 자유로운 사람은 누구란 말이냐?!”

 “주상전하와 중전마마 두 분 뿐이십니다.”

 “뭐라?!”

 

 성희는 잠시 멈칫했다. 이거, 안전이 아니라 용의자를 차단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상을 오라 해! 내가 내 집을 마음대로 오갈 수 없는 이유가 대관절 무엇이냔 말이다!”

 “곧 친국이 열릴 것이옵니다. 한 시진(*두 시간)이면 되옵니다. 대비마마를 처소로 뫼시어라.”

 “도승지!”

 

 금군들은 성희를 밀고 밀어 다시 처소 안으로 들여보냈다.

 

 “열지 못할까?!”

 

 이젠 아예 문까지 잠겨버렸다. 성희는 불안해졌다.

 

 ‘이거, 벌써 다 알아낸 거야, 뭐야?’

 

 ***

 

 혜빈전. 윤희의 처소. 윤희는 서책을 쓰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때, 윤희의 지밀상궁이 들어왔다.

 

 “마마.”

 “알아보았느냐?”

 “처소 밖을 나설 수가 없나이다.”

 “뭐라?”

 “겨우 알아낸 것이라고는 전하께서 친국을 하신다는 것 밖에...”

 “친국?”

 “예. 간밤에 침입한 자들을 친국하신다 하옵니다. 곧 시작할 것이라고요.”

 “헌데, 왜 네가 처소 밖을 나서지 못하느냐?”

 “혹여 있을 일에 대비해 호위를 강화한 것이라 하옵니다.”

 “모든 곳이 다 그러하더냐?”

 “멀리서 보니, 중궁전은 그렇지도 않사옵니다.”

 “이거, 감금이로구나.”

 “예?!”

 “아무래도 일이 요상하게 돌아가겠구나. 밖에 지키고 있는 금군들에게 내가 금군대장을 보고자 한다고 전해.”

 “예, 마마.”

 

 윤희는 쓰던 책을 덮었다. 한창, 정훈세자의 이야기를 쓰던 참이었다. 그녀가 쓰다 멈춘 것은 ‘동궁저하께오서는 대왕을 마주하시는 일을 앞두고는 매번 경기를 하시었다.’ 였다.

 

 ***

 

 성은 유아의 곁에 있었다. 업무도 모두 유아의 방에서 해결했다. 때문에 영의정 김구준을 비롯해 대신들이 성을 보려면 유아의 처소로 와야 했다. 영목이 성을 찾아왔다.

 

 “전하.”

 “금군들은 배치하였느냐?”

 “예, 전하. 틈새 없이 조치하였나이다. 사이에 장용영의 군사들도 세웠나이다.”

 “수고했다.”

 “헌데, 전하. 어찌 두 분 마마의 처소만을 감시하라 하시옵니까?”

 “굴에 들어간 두더지를 잡을 때, 사냥꾼들이 쓰는 방법이 무엇인지 아느냐?”

 “연기, 아니옵니까?”

 “내 군사가 연기이고, 내가 잡을 두더지는 곧 나오겠지.”

 

 유아는 성을 바라보았다. 눈빛은 유리처럼 빛나고 날카로웠고, 입 꼬리는 올라갔다. 약간의 미소. 그 모습에 생각이 많아졌다. 그래서 그 얼굴을 오랫동안 바라보지 못하고, 상소문을 마저 정리하는데 집중했다.

 

 “중전마마. 옥체는 괜찮으시옵니까?”

 “예. 염려마세요. 도승지가 아니었다면, 더 크게 다쳤을 겁니다. 고맙습니다.”

 “황공하옵니다, 마마.”

 “아, 아무래도 전하의 앞에서 여쭤야 할 것 같아서요.”

 “하명하소서.”

 “규장각에 들어갈 인재들을 곧 새로 뽑는다고 들었습니다.”

 “예, 마마. 그러하옵니다.”

 

 유아는 성을 바라보았다.

 

 “전하. 허면, 이번엔...”

 

 성은 잠시 깜빡하였다는 듯 무릎을 탁 쳤다.

 

 “아! 내가 그걸... 미안합니다, 중전.”

 “허면, 이번에도 또...?”

 “아, 아니오! 이번엔 반드시 그리 하겠소.”

 

 영목은 갸웃했다.

 

 “내일 아침 가장 먼저 거론하였으면 하는 것이 있다. 규장각 인재들을 서얼차별 없이 뽑으려 한다.”

 “서얼을 철폐하시고, 인재등용을 하시겠단 말씀이시옵니까?”

 “그렇다. 젊고 유능한 인재들을 고루 등용해야하지 않겠느냐?”

 “예. 명 받잡겠습니다.”

 

 성은 유아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유아도 그 미소에 화답했다. 그러다 영목의 눈치를 살폈다.

 

 “괜히, 치맛바람이니, 베갯머리송사니 하진 않겠지요?”

 “이미 전하께선 백성이 하늘이고, 이 나라의 주인이라 선언하셨습니다. 천부당만부당하옵니다.”

 “그럼, 다행이고요.”

 “소신이 잠시 잊고 있었지요. 주상전하의 곁엔 아주 유능한 참모가 매일 곁에 있다는 것을.”

 “과찬이십니다.”

 “허면, 신은 명을 따르러 가옵니다.”

 

 유아는 다시 상소를 정리하는 데 시선을 옮겼다.

 

 “상소는 계속 쌓이는데, 계속 저만 보실 겁니까?”

 

 성은 유아를 빤히 쳐다보다 헛기침을 하고는 상소에 눈을 돌렸다. 유아가 그 모습에 피식 웃었다.

 

 “헌데, 언제까지 여기서 집무를 보실 것이옵니까?”

 “그대가 안전해질 때까지.”

 “그게 언젠데요? 친국이 끝나면요?”

 “아니.”

 “그럼?”

 “아마...”

 “아마?”

 “평생?”

 “전하!”

 “있으면 안 되오? 업무 중에도 얼굴도 보고 좋잖소.”

 “더 말하지 않겠습니다.”

 “치... 다른 여인들은 지아비에게 가지 마라 그리도 매달린다는데. 그대는 어찌하여 그러는 법이 없소? 툭하면 내보내고.”

 

 성은 입술을 쭉 내밀고 툴툴 거렸다. 유아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고 말했다.

 

 “군주시잖습니까? 군주의 여인이 되기 위해 저도 매분 매초 참고 있는 거, 모르시지요?”

 

 유아는 길게 한숨을 내뱉고는 상소문을 다시 분류하기 시작했다. 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바닥에 깔린 상소문 사이를 살금살금 피해서는 유아의 옆에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는 턱을 괴고 시익 웃으며 유아를 바라보았다. 유아는 성이 곁에 왔다는 것을 알아차렸음에도 단 한 번도 시선을 주지 않았다.

 

 “나 좀 보시오.”

 “업무가 쌓였잖습니까?”

 “나 좀 보시오~.”

 “언제 다 하시려고요.”

 “내일.”

 “미루는 걸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시면서. 또 밤새 하시려고요?”

 “그 대신 당신을 볼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그러기만 하세요. 저 정말 화냅니다.”

 “당신을 화를 내도 사랑스럽소.”

 “전, 그런 전하가 하나도 사랑스럽지 않습니다.”

 “그래서 날 보지 않을 셈이오?”

 “네.”

 

 ‘쪽!’

 

 성은 유아의 볼에 뽀뽀를 했다.

 

 “이래도?”

 

 유아는 그제야 놀란 눈으로 성을 쳐다보았다.

 

 “이제 보네.”

 “미쳤어.”

 

 ‘쪽!’

 

 이번엔 입술이었다.

 

 “뭐 어때? 부부사이에.”

 “망측하게.”

 “뭐 어때? 내 여자한테 하는 건데.”

 

 ‘쪽!’

 

 이번엔 남은 다른 볼에 입을 맞췄다.

 

 “왜 이럴까 정말.”

 “사랑하니까.”

 

 성은 유아의 다친 팔을 봤다.

 

 “안 아파?”

 “아침에 약 바르고 괜찮아졌어요.”

 “어디 봐.”

 

 성이 유아의 옷고름을 풀려고 하자, 유아가 급히 막았다.

 

 “미쳤어! 사람들 다 있는데.”

 “뭘 상상한 거야? 상처 보자는데.”

 “안 봐도 돼요.”

 

 유아는 괜히 옷을 여몄다.

 

 “한 번만 보면 안 돼?”

 “안돼요.”

 “보고 싶은데?”

 “안된다니까?”

 “걱정 되잖아.”

 “어의가 알아서 치료해요.”

 “어의는 보고, 난 못 봐?”

 “전하는 의원이 아니잖아요.”

 “그 정도는 나도 볼 수 있어. 나 의학도 통달한 남자야.”

 “됐고. 빨리 일이나 해요. 이러고 밤새면, 정말 혼날 줄 알아요.”

 “혼낼 거야?”

 “당연하죠. 당신 아내로서, 그 정도는 권한이 있다고요.”

 “알았어.”

 

 성은 시무룩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다 뭔가를 결심한 듯 봉수를 불렀다.

 

 “차봉수!!”

 “예, 전하!”

 

 엄연히 상선인데, 아직도 이름이 불린다니. 뒤에 서 있는 궁인들의 눈치를 살피며 봉수가 나타났다.

 

 “예, 전하.”

 “여기 있는 상소문 승지들에게 다 분류해서 올리라고 해.”

 “예?”

 “안 보여? 나 밤새도록 둘 거야? 중전이 나 혼낸다는데?”

 “아! 그, 그럼 안 되지요. 예! 지금 당장 그리하라 하겠습니다.”

 

 봉수가 급히 방에서 나가고, 유아는 성을 째려보았다.

 

 “야, 이 성.”

 “뭐라 했소? 중전. 지금 내 이름을 부른 것이오?”

 

 유아의 눈썹이 들썩했다. 유아의 콧김이 한껏 뿜어져 나오자, 성이 움찔했다.

 

 “중전. 부인. 마누라~ 화난 건 아니지?”

 “이리 와.”

 “어?”

 “와.”

 

 성이 쭈뼛쭈뼛 유아에게 다가갔다.

 

 “여보. 내가, 그러니까, 객기를 부린 게 아니고. 당신이 팔도 아픈데, 옆에서 상소문 분류를 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유아는 화가 많이 난 듯 보였다. 그때, 승지들이 우르르 방으로 들어왔다.

 

 “전하-”

 

 유아의 화난 얼굴과 고개를 숙이고 있는 성의 모습을 본 승지들은 그 광경을 못본 척, 다시 걸음을 되돌리려 했다. 그때, 유아가 말했다.

 

 “상소문! 앞으로 제대로 분류해서 올리세요.”

 “예!”

 

 여섯 승지들은 유아의 말에 즉각 답하고 상소문을 모두 가져갔다. 성은 상자를 가리키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다 본 거.”

 “예, 전하. 그럼...”

 

 승지들은 잔뜩 긴장하고는 급히 뒷걸음질로 방을 빠져나갔다. 이젠 바닥에 가득했던 상소문도 없고, 단 둘만 있는 방. 방문 앞에 대기하던 봉수도 눈치를 살피며 궁인들을 처소 밖으로 물렸다. 연실이 눈치 없이 유아가 마실 탕약을 가지고 들어오다, 처소를 나서는 봉수의 손에 이끌려 다시 밖으로 나갔다.

 

 “왜?”

 “중전마마. 화나셨다.”

 “에?! 왜?”

 “몰라.”

 “위험한 건 없지?”

 “어. 대강 살펴보고 나왔어.”

 “탕약 안 드리길 잘했네.”

 

 한편, 방 안에서는 싸한 기운이 감돌았다. 성은 유아의 눈치를 살폈다.

 

 “부인.”

 “왜 잊으십니까?”

 “어? 내가 잊은 게 또 있소? 그럴 리가...”

 “왜 혼자서만 다 감내하십니까? 왜 그걸 익숙하게 받아들이십니까? 이젠 전하의 곁엔 충직한 참모들도 있고, 군대도 있습니다. 규장각을 왜 만드셨습니까? 전하의 편을 만들어야지요. 전하의 세상을 만들 사람들과 함께 해야지, 혼자 이렇게 분류도 안 된 상소문을 일일이 살펴보면요? 세상이 전하 하나로 바뀝니까?”

 “앞으로는 참모들에게 그리 일을 전담하게 하겠소.”

 “침전에 자객이 든 일은, 전하도 저도 예상한 바잖습니까? 하루 이틀입니까? 전하의 이부자리 아래에 칼이 있는 것은 매일 있는 일 아닙니까?”

 “미안하오. 내가 또... 감정이 격해졌소.”

 “대비께서, 혜빈께서 원하시는 것이 이겁니다. 전하의 감정을 들춰내는 일.”

 “알고 있소.”

 “부디, 제 앞에서만... 그 정도로만 참아주십시오. 혹여 제가 죽었다 하더라도, 절대. 감정을 쉽게 드러내시면 안 됩니다.”

 

 성은 유아에게 다가가 꼭 안았다.

 

 “헌데, 수많은 감정을 가졌던 그대는, 왜 나로 인해 그 모든 것을 버리려 하오.”

 “사랑하니까요.”

 

 두 사람은 봉수와 연실이 염려하던 것처럼 부부싸움을 하지 않았다. 물론, 여태까지 싸움은 성이 일방적으로 혼나는 격이었지만. 성은 오랜만에 유아의 품에서 단잠을 이룰 수 있었다.

 

 ***

 

 친국이 이뤄지는 의금부 뜰. 성은 굳은 얼굴로 친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신들도 모두 모인 자리였고, 이미 고문으로 자객 다섯의 몸은 피로 얼룩져 있었다.

 

 “어찌하여 궐에 들어올 수 있었느냐? 누가 문을 열어주었느냐?”

 “모릅니다!”

 “네가 배후 따위를 알 리가 없다. 너에게 문을 열어준 자의 이름만 대라. 살려줄 것이다.”

 “...”

 “아니면, 내가 죽일 것 같으냐? 아니. 서서히 죽일 것이다.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성은 그 말과 함께 피식 웃었다. 성의 표정을 본 궁인들은 긴장했다.

 

 “아니, 중전마마 품에서 강아지처럼 애교 부리던 분 맞아?”

 “소름 돋았어.”

 “지금, 웃으신 거야?”

 

 성은 범인에게 말했다.

 

 “감히. 국왕에게 칼을 들이 미는 중죄를 저질러놓고, 살길 바라는 건 염치가 없지.”

 “몰라... 난 몰라!!!”

 “저 놈의 손가락과 발가락의 마디를 부러뜨려라.”

 “으악!!! 안 돼!!! 살려주십시오! 말하겠습니다! 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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