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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기다림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0.9.21

그가 사랑했던 조선의 푸른 하늘과 땅과 바람은 여전했다.
널 잃었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이른 걸음을 걸어가버릴 수밖에 없던 나는 아직도 여전했다.
널 떠났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세상은 우리의 사랑을 항상 다른 이름으로 가로막았다.
널 위한 것이라고 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딱, 그만큼만 나는 너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했다.
세상과 멀어진 지금, 멀어지려 하는 지금, 이제야 깨닫는다.
그게, 상처라는 걸.
너를 외롭게 했다는 것을...

나도 너도 기다린다.
사랑에 빠졌던 그 날의 사랑으로부터...

 
71. 신의 장난인가
작성일 : 22-01-27 13:38     조회 : 184     추천 : 0     분량 : 7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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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궁전. 유아는 여전히 혼이 나간 듯 보였다. 유아의 가마가 멈춰졌을 때, 이미 마당 한 가운데에 다른 가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대비, 김성희의 것이었다.

 

 “대비께서 오셨느냐?”

 “예.”

 

 유아는 성희와 마주할 때가 아니었다. 배에서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걸음도 힘들었다. 연실이 유아를 부축했다.

 

 “마마. 괜찮으십니까?”

 “하... 통증이 점점 심해지는구나.”

 “페데르에게 기별하겠나이다.”

 “어. 빨리...”

 

 유아는 애써 고통을 참으며 돌계단을 올랐고, 성희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앞이 점점 흐릿해지고, 주위의 소리가 귓속에서 멀어져갔다. 그럼에도 그녀는 아무렇지 않아야 했다. 어제 궁녀들의 군기를 잡았다 하더라도, 한번 퍼진 소문은 어쩔 수 없었으니까.

 

 “대비마마.”

 

 유아는 성희에게 인사했다.

 

 ‘짝!’

 

 성희는 유아의 볼을 찰싹 때렸다.

 

 “마마!”

 “내가 가만히 두고만 있을 것 같으냐?”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너무 놀란 탓인지, 유아는 배의 고통이 심해졌다. 그 모습을 본 성희는 피식 웃었다.

 

 “벌을 받는 거야. 애비나 딸이나.”

 “천한 노비가...”

 “뭐라?!”

 

 성희는 유아를 바닥으로 밀쳤다. 바닥에 쓰러진 유아에게 연실이 달려갔다.

 

 “대비마마!”

 “숨겨. 철저히. 그래야 주상이 살아.”

 “대비마마. 두렵지 않습니까?”

 

 성희는 배를 부여잡은 유아에게로 다가가 배를 갈겼다.

 

 “네 이년! 뒤로 호박씨나 까고, 집안을 몰살 시켜야 정신을 차리지. 응?!”

 

 유아는 분노로 부들부들 떨었다.

 

 “반드시. 갚겠습니다.”

 “그러던지.”

 

 성희는 걸음을 옮기다 말고 멈칫 서서는 할 말을 더 남겼다.

 

 “아! 우리 중전의 오라비들이 아직도 멀쩡히 살아계신다지?”

 “숨기겠다하지 않습니까?”

 “내가 주상을 가만히 두겠다했지, 너를 가만히 두겠다하진 않았다.”

 “대비... 윽!...”

 “쯧쯧... 하혈이 심하시구나. 서둘러야지. 어의가 들어오기라도 하면, 다 끝나는 게야.”

 

 연실은 이를 악 물고는 성희를 째려보았다. 성희는 피식 웃고는 중궁전을 나섰다. 유아는 유산의 고통에 몸을 떨었다.

 

 “아!... 하!... 연실아... 흑... 나, 너무, 아파...”

 “조금만, 조금만 참으세요. 조금만... 곧 의원이 올 거예요.”

 “어의는, 안 된다. 알지?”

 “예. 알아요. 힘 그만 빼요. 내가 알아서 다 할 거니까.”

 “하... 전하께서... 많이 실망하실 텐데... 어쩌지...?”

 “지금 그럴 판국이에요?! 시끄러워요. 난 마마부터 살릴 거니까. 그딴 거 걱정 말고, 제발 좀.”

 

 유아는 고통에 정신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급히 어의가 들어왔다. 어의는 유아의 상태에 적잖이 놀란 듯 보였다.

 

 “이게 대체...!”

 “당했소. 결국. 서둘러요. 우리 마마 죽소!”

 “아이고, 마마...”

 

 어의는 급히 유아의 상태를 살폈고, 치료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내 어의는 고개를 내저었다.

 

 “다신, 회임을 하시긴 어려울 겁니다. 아예 애기궁을 다 망가뜨렸으니.”

 “영영, 회임을 할 수 없단 말입니까?”

 “미안하게 됐소이다.”

 “이 일은 죽어서도 비밀로 해야 합니다.”

 

 대비는 궁인들에게 소문을 퍼트리라 명했다. 말 옮기기 좋아하는 궁녀들과 내관들은 저마다 속닥거리며, 중궁전의 배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 이상하다며 속닥거렸다. 결국 그 소문은 머지않아 성에게로 닿았다.

 

 “무슨 소리냐?”

 

 봉수는 난감했다.

 

 “중전마마의 불러온 배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 수상하다고...”

 “누가 감히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단 말이냐?”

 “궐에 이미 소문이 파다하옵니다. 목욕을 하실 때에도 오로지 김상궁만을 곁에 두신다 하옵니다.”

 “뭐라? 허나, 네가 확실히 확인했다 하지 않았느냐?”

 “예. 확인 했사온데... 그것이...”

 “차봉수. 너!...”

 “확인을 한 번 더 해보겠사옵니다.”

 “아니다. 내가 확인해보겠다.”

 “예?”

 “내 마누라다. 내가 확인해야지.”

 “예. 전하. 중궁전에 연통을 넣겠사옵니다.”

 “아니다. 그냥 갈 것이다. 그래야 소문도 잠잠해질 것이다.”

 “예.”

 

 그렇게 온다 말도 없이, 성은 중궁전으로 향했다. 유아는 겨우 이틀 만에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겨우 죽 한 숟갈 먹고는 내려놓았다.

 

 “마마. 드셔야하옵니다.”

 “됐어.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마마...”

 “궐에 소문이 돈다면서.”

 

 유아의 말에 연실은 뒤에 서 있던 궁녀들을 째려보았다.

 

 “탓할 것 없어. 언제고 들려올 이야기잖아. 대비전은 참 빠르구나.”

 “마마. 어찌합니까? 소문이 커지면, 주상전하께서도 이미 알고 계실 수 있습니다.”

 “확인하려 들겠지.”

 “솔직하게 털어놓으소서.”

 “아니야. 그분 성정에... 안 돼. 아직은 때가 아니야.”

 “마마.”

 “절대 입단속 해야 한다.”

 

 유아는 서 있던 궁녀들을 바라보았다.

 

 “너희들은 그 소문에 되레 동조하는 것이 좋겠다. 더 소문에 불을 지펴. 알겠느냐?”

 “예?”

 “그래야 해.”

 

 그때였다.

 

 “주상전하, 납시오~!”

 

 모두들 놀랐다. 갑작스런 성의 등장에 유아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기에, 두려웠다. 유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하.”

 “부인. 이게 다 무엇이오?”

 

 아직 채 치우지 못한 죽 그릇과 소복 차림의 유아를 보고 성은 어리둥절해했다.

 

 “어디가 아픈 겁니까?”

 “아, 아닙니다. 잠시 미열이 있어서. 어쩐 일이십니까?”

 “궐내에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어서, 내가 확인을 해야 소문도 싹 사라질 것 같소.”

 “소문이요?”

 “그대의 회임이 거짓이라는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잖소. 모르시오?”

 “그, 그렇습니까?”

 

 당황하는 유아의 표정에 성은 조금 불안해졌다.

 

 “미열이 심하시오?”

 “아닙니다.”

 

 성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다. 좋지 않은 기운이 흘렀고, 성은 표정이 굳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불룩했던 치마가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중전.”

 “예. 전하.”

 “사실이오?”

 

 유아는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성은 미간을 꿈틀거렸다.

 

 “아니지? 소문 맞지? 그저 우매한 이들이 퍼트리는 소문인거지? 그치?”

 

 유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송구하옵니다. 죽여주소서...”

 “뭐?”

 

 유아는 바닥에 부복하고 빌었다.

 

 “성소용의 회임으로 불안하여... 허나, 정말 회임인 줄 알았습니다. 헌데...”

 “헌데?”

 “헌데...”

 “헌데!!”

 

 성은 분노했고, 유아의 눈물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헌데... 간절하면 몸이 회임을 한 사람처럼 될 수도 있다 하여...”

 “거짓회임이다?”

 “신첩도 참으로 회임인 줄 알았습니다. 해서-”

 “거짓으로 과인을 속였단 말인가?! 그것도 몇 달을?!!”

 “전하!”

 “참으로 부덕하다. 중궁의 총애가 과했나보구나!”

 “전하!...”

 “너에게 실망이다.”

 

 성은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유아는 절망했다. 원 없이 울고 또 울었다. 억울함에 울부짖었으나, 알아주는 이는 곁의 궁인들뿐이었다.

 

 “중궁의 산실청을 없애!”

 “전하. 소인이 사실을 알아보겠습니다.”

 “본인 입으로 거짓이라잖아. 뭘 더 알아보겠다는 거야?”

 “분명, 회임이셨습니다.”

 “너도 한물 간 게지.”

 “하오나-”

 “그 입! 다물라.”

 

 성은 잔뜩 화가 난 걸음으로 대전으로 향했다. 그런 그를 기다리는 한 사람이 있었으니, 성이 넘어야 할 또 한 고비였다. 영목은 빈 방에서 홀로 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미간을 찌푸린 성이 처소로 들어왔다.

 

 “전하. 도승지 들었나이다.”

 “알았다. 너희들은 모두 물렀거라.”

 

 성은 방으로 들어가 영목과 마주했다.

 

 “알아냈느냐?”

 “예. 전하.”

 “내가 알아야 할 진실이 있더냐?”

 “예.”

 “무엇이냐?”

 “정훈세자께오서는 병사가 아니라, 독살되셨나이다.”

 

 영목은 품에서 작은 병을 꺼내 보였다. 성은 놀라지 않았다. 영목에게 조사를 맡긴 것은 이중 확인을 위함이었다.

 

 “이것이 서역에서도 힘들여 구해야 한다는 독약이온데, 몇 방울이면 숨을 멎게 하는 위험한 것이라 하옵니다.”

 “이것으로 독살 되셨다?”

 “예. 돼지에게 확인을 해 보니, 한 방울로 잠든 것처럼 죽더이다.”

 “잠든 것처럼 죽었다?”

 “당시, 세자저하의 염을 맡았던 어의의 말과 일치하옵니다.”

 

 성은 주먹을 꽉 쥐었다. 안간힘을 써서 이 분노를 잠재우려 노력했다. 그럼에도 성의 어금니에 힘이 들어갔고, 주먹은 부들부들 떨렸다.

 

 “그리고, 정훈세자께서 돌아가시던 날 새벽에 온양을 찾은 이가 있었다 하옵니다.”

 “누구냐?”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혜빈, 이시옵니다.”

 “!!!”

 “뭐라...?”

 “정훈세자를 끝까지 모시던 내관의 처자식이 그 진술 후, 모두 자결하였습니다. 해서, 진실을 고할 증좌가 남아있지 않나이다.”

 “그거면 됐다.”

 “전하... 궐 밖으로 뫼실까요?”

 “아니다. 나가 봐.”

 

 영목은 성에게 인사하고 그대로 나갔다. 성은 모든 것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이 절망스런 상황에 기댈 이도 없었다. 거짓회임을 한 아내, 아버지의 살해 그리고 살인을 한 어머니와 외가까지. 성은 당장 눈앞의 저 독약을 마셔버리고 싶었다.

 

 ***

 

 정훈세자 죽음의 비밀을 알게 된 성은 윤희에게로 갔다. 늦은 밤이라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그동안 참아왔던 분노를 내뿜듯 성은 윤희에게 쏟아냈다.

 

 “어머니께서 그러신 겁니까?”

 “그것을 정녕 믿으십니까?”

 “예! 믿고말고요. 어머니라면, 그럴 수도 있으니까요.”

 “주상!”

 “그러니 소자, 어마마마의 입으로 직접 진실을 듣고자 하옵니다.”

 “싫습니다. 그 기억은 없어진 지 오래입니다.”

 “허면, 제가 들은 그 이야기가 정녕 진실입니까? 그리 믿어도 되겠습니까?”

 “그건-”“그러니 말씀하시란 말입니다! 무엇이 진실인지. 아바마마는 왜 그렇게 홀로 떠나셔야 했는지. 제가! 정녕... 그들을 살려도 좋을지.”

 “주상... 어미에게 어찌 이리도 가혹하실 수 있습니까? 내가 주상을 어찌 키우고 보호했는데요?”

 “그것이 소자 때문입니까? 소자를 위해 섭니까?”

 

 윤희는 말을 잇지 못했다.

 

 “아니면, 홍씨 집안을 위해서?”

 “외가가 주상을 위해 한 일들을 생각해보세요. 그날 이후, 주상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희생했는지를.”

 “예! 잘 압니다. 그러니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 그러고 보니 다들 모이면 이 이야기부터 한다지요? 함께 살고, 함께 죽는다.”

 “!!!”

 

 윤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홍씨 가문의 비밀회의에서 외치는 구호를 성이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그게 무슨...”

 “사중구생(*죽을 고비에서 살 길을 찾는다)해본 자들의 맹세라 그런지, 한 번에 와 닿더군요.”

 “주상. 그것이-”

 “무슨 변명이 필요하겠습니까? 저도 잘 알지요. 또한 깨달은 바도 있습니다.”

 

 성은 윤희의 가까이로 다가가 참아왔던 분노를 나지막이 토해냈다.

 

 “내가 범이 아니라, 홍씨의 범 등에 내가 올라탔었다는 것을. 덕분에 나는 살아남았고, 이 자리까지 올랐으니 이제! 내가 할 일은 딱 하나입니다. 내 앞길을 막았던 아니, 내 아버지의 이상을 처절히 짓밟았던 그들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는 일, 말입니다.”

 

 윤희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성의 분노에 손을 떨었다. 시선은 한 곳 어디를 고정할 줄을 몰라 헤매었다.

 

 “망가지지 않을 생각입니다. 끝까지 세상 어떤 왕보다도 굳건히 이 자리를 지킬 생각입니다. 그래서 보여 줄 것입니다. 그대들이 보아왔던 고양이가 실은, 자신들의 목덜미를 뜯어버릴 범이었다는 것을.”

 “주상. 어미를 봐서라도 그만 두세요. 제발.”

 

 윤희는 성의 팔을 부여잡고 애원했다. 그러나 성은 미소를 지으며 윤희의 손을 잡았다.

 

 “내일은 소자와 함께 융릉으로 가시지요. 소자가 뫼시겠습니다.”

 “주상...”

 “그래야, 살지요. 함께.”

 

 성은 윤희의 손을 뿌리치고 자리를 떴다. 윤희는 멍하니 그 자리에 망부석처럼 서 있었다. 멀어지는 성을 붙잡지도, 밀치지도 못했다. 털썩 주저앉지도 못하고 그저 굳어버렸다. 어찌하지 못하던 그때의 처지와 다를 바 없었다.

 

 ***

 

 정훈세자의 나이 스물일곱. 대왕은 세자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았다. 총명하고, 효심이 깊던 그를 사랑하는 이는 이제 세상 유일, 그의 아내 윤희뿐이었다. 그가 세자가 된 지도 언 10여년이 넘었다. 행복할 것 같았던 세자부부의 시련은 세자가 되고 2년 째 되던 해부터였다. 그는 매일 겨울이 오면 꼭 거쳐야 하는 순간이 있었다. 대왕의 진노. 그 진노는 항시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계절에 왔고, 세자는 겨울의 찬바람에 무릎이 닳고 손발, 얼굴이 찢어지는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올해도 여느 해와 다름없이 또 그 날이 다가왔다.

 

 “마마... 이러다 저하께서 정말 잘못되기라도 하시면 어찌합니까?”

 

 윤희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래.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

 

 “세손은 기침 하셨느냐(*잠에서 깨어 남)?”

 “예. 일찍 기침하시어 미음도 드셨나이다.”

 “세손을 모셔 오거라.”

 “예?”

 “어서!”

 

 윤희는 어린 성을 내세워서라도 이 악몽을 끝내고자 했다. 벌써 일곱이나 된 아들이 있는 아버지였다. 이 나라의 세자였다. 그런 그가 8년을 내리 이런 고통을 겪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어느 동서고금에 이런 포악한 군주가 있었는가? 어찌 이리도 잔인한 아비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세손은 아직 이냐?! 세손의 처소가 천리냐, 만리냐?!”

 

 그때였다.

 

 “안 됩니다.”

 

 그 목소리와 함께 등장한 사람은 윤희의 아버지, 홍보함이었다.

 

 “아버님.”

 “세손을 데리고 와서 어찌 하시려고요? 전하께 비시게요?”

 “그렇게 해서라도 막을 수 있다면요.”

 “해서 세손도 바치시렵니까?”

 “아버님!”

 

 보함은 주위의 궁인을 모두 물리고 윤희에게 신신당부했다. 자리에 앉은 보함은 한숨을 푹 내쉬고 말을 꺼냈다.

 

 “우리 홍씨 집안은 이 시간 이후로, 세자를 버립니다.”

 “그게 무슨! 아버님! 세자십니다! 제 지아비십니다!”

 “예. 허나, 우리에겐 아직 세손이 있질 않습니까?”

 “저는 못합니다! 끝까지 저하의 곁에 있을 겁니다.”

 “세자만 없으면 모든 일이 순탄합니다. 스물도 되지 않은 중전의 품에서 왕자라도 나오면, 그땐 어찌 되겠습니까?”

 “허나! 중전이 아이를 낳는다 한들, 그 갓난아이가 보위를 이를 수 있습니까?”

 “주상전하께선 아직도 창창하십니다.”

 “벌써 환갑을 넘기신 전하십니다. 아무리 옥체 강건하셔도, 당장 내일 승하하신다한들 이상할 것 없는 나이란 말입니다. 아버님이야 말로 제발, 정신을 좀 차리세요. 가문의 영수(*우두머리)시라면 어느 쪽이 더 유리한 지를 판단하시란 말입니다.”

 “전하께서 세자를 후계로 인정하지 않으십니다.”

 “뭐라고요?”

 “죽이시려는 겁니다.”

 “그게 무슨-”

 “허면, 10여년을 노인네가 할 일이 없어서 저러시겠습니까? 전하께서 정녕 세자를 보위에 앉히겠다 결심하셨다면, 날 때부터 세자에 앉히셨어야 했습니다. 헌데, 마마와 혼례를 하고도 2년이나 더 지나서야 국본(*세자)에 앉히셨어요. 처음부터 탐탁지 않으신 겝니다.”

 “어째서요? 자식이잖습니까? 이리 총명한 아들을 두셨으면 기뻐해야하는 것 아닙니까?”

 

 보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입궐한 세월이 벌써 10년인데, 아직도 전하를 모르십니까? 본디 욕심이 많은 분이십니다. 제 식구 죽여, 그 자리에 오를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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