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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보이지 않는 존재들
작가 : 이야기
작품등록일 : 2021.12.26

한 방에 모여있는 사람들. 모두 이곳에 어떻게 왔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이들은 왜 이곳에 있는 걸까. 보이지 않는 존재들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사람들③
작성일 : 22-01-26 23:58     조회 : 227     추천 : 3     분량 : 4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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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번의 말에 20번이 깜짝 놀라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2번은 안경을 고쳐 쓰며 속삭였다.

 

 "생각해 봐봐. 저들의 말대로 여기 있는 사람들이 극한의 방으로 올라갈 때 새로운 사람이 들어 오거나 음식이 들어온다고 하는데.."

 

 "그게 어때서요?"

 

 20번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자, 2번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순진해서야... 그렇게 딱.딱.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확률로 얼마나 되겠어. 더욱이 저들이 신호를 보낸다고 하는데.. 그것도 의심스럽고..."

 

 20번은 2번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기에 저들의 말을 온전히 믿기는 어려웠다. 그렇다고 저들의 말을 거짓말로 하기에는 마땅한 이유도 없었다. 어쨌든 저들도 미지의 방에서 탈출한 또 다른 '도전하는 자들'이었다. 먼저 탈출했지만, 엄연히 또 다른 동료기도 했다.

 

 20번이 잠시 고민에 빠진 사이 2번이 다시 말했다.

 

 "무엇보다 고기 맛이야.. 고기 맛이 내가 알고 있는 게 아니거든."

 

 2번의 말에 20번이 되물었다.

 

 "고기 맛이 다르다고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2번이 주변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아까 먹을 때 말이야.."

 

 2번이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자, 멀리서 78번이 다가오고 있었다. 2번은 서둘러 입을 닫았다.

 

 "자. 저들이 신호를 보내왔어."

 

 78번이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키자, 2번과 20번, 54번은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극한의 방 벽면은 '드르륵' 소리와 함께 지그재그 방향으로 서서히 움직였다. 그렇다고 무작위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다. 톱니바퀴처럼 딱딱 맞아 들어갔다.

 

 녹슨 부분에 발판이 튀어나왔고 발판 위에 철 사다리가 내려왔다. 이들이 앞서 설명한 대로, 위로 갈수록 발판이 좁아졌다.

 

 줄곧 의심하던 2번은 위에서 벌어진 일들을 한동안 지켜봤다. 어찌나 놀랐던지 입까지 벌리며 바라봤다.

 

 "이게... 이게 말이 돼? 도대체 누가 이곳을 만든 거야? 발판과 사다리 봤어? 너무도 체계적으로 만들었어."

 

 2번이 놀라 외치자, 78번이 서둘러 말했다.

 

 "감탄할 때가 아니야. 어서 올라가자고."

 

 78번이 손짓하자, 2번과 20번, 54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내 사람들이 첫번째 사다리 앞에 모였다. 37번이 말했다.

 

 "내가 먼저 가지. 다들 조심히 따라와."

 

 37번이 먼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자 사람들이 하나 둘 따라 올라갔다. 그 모습을 본 84번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니 꼭 지금 가야 돼? 한숨 자고 싶은데 말이야."

 

 84번이 외치자, 78번이 다가와 말했다.

 

 "살고 싶으면 올라가는 게 좋을 거야."

 

 84번은 인상을 찡그리며 되물었다.

 

 "무슨 소리야?"

 

 "시간이 없어. 일단 가 봐. 올라가 보면 알아."

 

 78번의 설명에 이들은 하나 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84번은 궁시렁 거리며 제일 마지막에 사다리를 탔다. 78번이 재차 말했다.

 

 "84번. 서두르는 게 좋아."

 

 "도대체 뭐길래 그래?"

 

 84번의 날선 반응에 78번은 더 말하지 않고 위로만 올라갔다. 이들이 세 번째 사다리에 올라탈 때 쯤. 아래에서 굉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펑.

 

 84번이 놀라며 물었다.

 

 "뭐.. 뭐야. 무슨 소리야?

 

 "시작이군. 아래를 봐봐."

 

 78번이 아래를 가리키자, 사람들은 고개를 숙였다. 텅 빈 공간은 금세 타오르는 불길로 가득찼다. 그 열기가 어찌나 세던지 84번의 얼굴까지 올라와 화끈거렸다. 그제야 84번은 다급하게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 뜨거.. 저게 대체 뭐야!!!"

 

 84번이 소리를 지르자, 78번이 외쳤다.

 

 "밑에 있으면 그대로 타 죽어. 그래서 우리가 올라올 수밖에 없었던 거야."

 

 2번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불길은 얼마나 지속 되는데?"

 

 "몰라. 저렇게 주기적으로 나와. 하지만 우리가 10번째 발판까지 가면 사라지지."

 

 "10번째 발판이라고? 아니 그렇다면 이것도 누군가가 다 보고 있다는 거야?"

 

 "어서 올라가자고. 손잡이가 뜨거워질..."

 

 78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84번이 외쳤다.

 

 "악! 손이 뜨거워!! 뭐해! 빨리 좀 올라가라고!!"

 

 사다리가 철로 이뤄져 있다 보니 열기로 인해 손이 금세 뜨거워졌다. 이 때문에 84번이 거듭 재촉했다.

 

 "돼지. 소리 지르지 마. 귀 따가워."

 

 7번의 날선 반응에도 84번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올라가라고 재촉했다. 84번의 표정에는 그만큼 참기 어려워 보였다. 84번의 모습에 78번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좀 만 버텨. 천천히 가야 된다고. 급하게 가다 떨어지면 답도 없어. 혼자 떨어지면 다행이지만, 살아남는다고 동료들까지 잡다 같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었거든. 최대한 안전하게 가야지."

 

 "그.. 그..래도 빨리 올라가라고!"

 

 84번의 계속된 외침에도, 사람들은 한발 한발 내딛었다. 사람들도 78번의 뜻을 잘 알았다. 행여 발이라도 미끄러지게 되면 그대로 죽는다는 사실을. 언제든지 떨어질 수 있다는 공포에 사람들은 잔뜩 긴장하며 올라갔다. 마침내 84번까지 10번째 발판에 다다르자, 불길은 멈췄다. 84번의 이마는 땀이 성글 성글 맺혀 있었다. 그의 손도 벌겋게 달아올랐다. 84번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헉헉. 어떤 놈들인지.. 정말 지독한 걸 만들어 놓았군."

 

 37번이 외쳤다.

 

 "자. 여기서 좀 쉬자고."

 

 제일 먼저 올라간 37번은 16번째 발판에 걸터앉았다. 사람들도 자신의 위치에 있는 발판에 앉기 시작했다. 37번이 크게 말했다.

 

 "위를 보면 알겠지만, 20번째 발판부터는 혼자만 있을 수 있어. 갈수록 좁아지지."

 

 2번이 고개를 들자, 37번 말대로 발판은 위로 갈수록 좁아졌다. 나중에는 한 명만 서 있기도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마지막 발판에는 사다리가 없었다. 2번이 놀라 물었다.

 

 "마지막에 사다리가 없는데.. 어떻게 올라가라는 말이야?"

 

 2번의 물음에 37번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도 매번 고민하고 있었지. 하지만 보다시피 답을 못 찾았어. 그래서 못 나가고 있는 거야. 벽에도 마땅히 잡을 만한 게 없거든."

 

 37번 말대로 벽은 매끈해서 딛고 올라갈 만한 게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위로 올라간 사람들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7번의 말에 37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지. 나는 제대로 못 봤지만.. 46번. 말 좀 해줘."

 

 37번이 46번을 불렀다. 그러자 갈색 곱슬머리의 한 남성이 손을 흔들었다. 그는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미지의 방에 탈출한 뒤 눈을 떴을 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어."

 

 "그게 무슨 말이야? 아무도 없었다니?"

 

 84번을 한 차례 본 46번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의식을 차려서 주변을 살피는데, 위에서 무언가가 떨어졌어. 보니까 신발이었지. 그래서 고개를 들어보니 회색 머리를 한 남성이 나를 지켜보고 있더군. 저 천장이 보이는 곳에서 말이야."

 

 46번이 통로 끝을 가리키자, 주변의 사람들이 고개를 들었다.

 

 '남성이 있었다...'

 

 20번은 중얼거리며 천장을 바라봤다. 46번이 말을 이었다.

 

 "내가 그를 바라보자, 그 남성이 외쳤어. 신발 안을 보라고 말이야. 그래서 신발을 봤지. 안에는 무언가가 적혀 있었어."

 

 "뭐라고 적혀 있었어?"

 

 84번이 재차 묻자, 46번은 강조하며 말했다.

 

 "이 곳에 규칙들 말이야. 불길이 치솟고 발판과 사다리가 나오는 이런 얘기들."

 

 46번의 말에 2번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남성은 어떻게 편지를 쓴 거지? 펜이 있었어?"

 

 2번의 물음에 46번은 웃으며 말했다.

 

 "아니. 피였어. 상처를 내서 직접 쓴거지."

 

 46번의 답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2번이 다시 물었다.

 

 "그 신발. 그 신발은 지금 어디 있어?"

 

 "애석하게도 타 버렸지. 내가 신발을 들고 사다리를 계속 오를 수 없잖아. 그래서 사람들이 오면 이런 규칙을 알려주고 있어. 하지만 그래도 처음엔 내 말을 믿지 않았어. 사다리에 올라오려고 해도 올라오지 않는 이들이 많았지. 물론 그런 사람들은 다 타버렸고."

 

 "나도 처음엔 믿지 않았지."

 

 37번이 웃으며 말했다. 46번이 맞다며 화답했다.

 

 "37번도 마지막 순간까지 믿지 않더라고. 그래도 끝까지 설득했지. 다시 혼자가 되는 게 싫었거든. 어쨌든 37번이 위에 올라왔고, 아래의 상황을 봤을 때 37번의 그 표정은..."

 

 "자자.. 그만..."

 

 37번의 만류에도 46번은 장난섞인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너희들보다 더 놀라했어. 하하하.. 무튼 그 뒤로 혼자가 아닌 둘이 얘기하니까 사람들이 믿더라고. 물론 끝까지 안 믿는 사람도 하나둘 있었고. 지금 이곳은 다 우리의 말을 믿어서 살아남은 사람들이지."

 

 46번은 그러면서 84번을 한 차례 봤다. 84번은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7번이 물었다.

 

 "신발 안에 나가는 방법은 안 적혀 있었나."

 

 "끝에 뭐라고 적혀 있었는데 피가 번져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어. 지금 생각해 보면 나가는 방법이었던 거 같은데. 그래서 지금 이렇게 있는 거고."

 

 "제길. 가장 중요한 걸 놓쳤네."

 

 "그래도 나갈 수는 있는 거군요."

 

 84번과 20번의 말에 46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위에 사람이 있었으니.. 분명히 올라가는 방법이 있을 거야."

 

 46번은 마지막 발판을 바라보며 말했다. 37번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늘 고민하고 있지. 어떻게 탈출할지를 말이야. 방법이 생각나면 바로 움직일 거야. 일단 지금은 좀 쉬자고."

 

 "왜 올라가지 않고."

 

 7번의 물음에 37번은 고개를 내저으며 답했다.

 

 "올라가면 체력만 빠지니까 내려가야지. 방법이 생기면 도전하려고. 하지만 계속 이런 짓을 반복하고 있지.

 

 37번의 말에 7번은 아무 말 없이 위를 바라봤다. 사람들도 더 말하지 않았다. 2번이 말했다.

 

 "어쨋든 우리가 내려가면 음식들이 있겠군."

 

 "맞아. 새로운 사람들도 있을 수 있지. 미지의 방을 통과했으면."

 

 78번의 말에 2번은 고개를 끄덕였다. 발판에 걸터앉은 20번은 아래를 힐끔 내려봤다.

 

 '아찔하군.'

 

 20번은 옆에 앉아있는 54번에게 물었다.

 

 "괜찮아?"

 

 "응. 괜찮아. 형. 근데 무서워. 우리 나갈 수 있을까?"

 

 "그럼 나갈 수 있지. 차차. 생각해 보자."

 

 20번은 고개를 들었다. 그의 시선은 마지막 발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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