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내 약혼자가 왕이 되었다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2.1.26

집안이 순식간에 몰락해 결혼을 이틀 앞두고 기생이 되었다. 타고난 예능과 미모로 불과 1년만에 도성에서 가장 이름난 기녀가 되었고, 자신의 집안을 몰락시킨 왕을 뒤흔들어 기적에서 자신의 이름도 지우고, 벼슬도 떡하니 받았다. 그 왕마저 죽은 후, 들려온 소식. 자신의 약혼자였던 그 사람이 새로운 왕이 되었다는 것. 미련 없이 기생일도 접고 상단을 꾸려 살던 어느 날 알게 되었다. 왕은 아직도 그녀를 잊지 못했다는 것을. 이제야 자신의 아내가 되어달라 손을 내민다. 그녀는 잡았을까?

 
3
작성일 : 22-01-26 23:21     조회 : 177     추천 : 0     분량 : 780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경혜는 자신의 보물들을 모아두는 보석함에서 엽전 주머니를 꺼내보였다. 여종이 눈이 동그래져서는 경혜를 바라보았다.

 

 “너, 도성에 되게 예쁜 기생이 누군지 알아?”

 “기생이요? 아니요. 왜요?”

 “하... 그럼 기생들이 모여서 노리개 같은 걸 사던데, 어딘지는 알아?”

 “아니요.”

 

  여종은 멍한 눈빛으로 경혜가 원하는 대답을 좀처럼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상대를 잘못 고른 듯싶었다. 하지만 이 아이가 가장 제격이었다. 맹하긴 해도 의리는 있어서 비밀은 꼭 지키는 아이였다.

 

 “너, 내일 저자에 심부름 나가지?”

 “네.”

 “그럼, 가게에 가서 어제 기녀들이 사간 물품을 물어보고, 그 중에서 하나를 사와. 품에 숨길 수 있는 작은 걸로.”

 “비쌀 텐데...”

 “그래? 얼마나 비싼데?”

 “저도 모르죠. 그치만 하고 다니는 장신구며 얼굴빛만 봐도 비싼 얼굴 분에 연지도 바른 듯 만든 한 엄청 고운 걸 쓸 거예요. 곁에만 가도 좋은 향이 나니까요.”

 “본 적 있어?”

 “그럼요. 기녀들은 저녁에 손님을 받아서 아침이나 낮에 잘 돌아다녀요. 치장할 것들을 사느라 그런가 봐요.”

 “그럼, 내일은 사지 말고 혹시 기녀들을 만나면 그들이 뭘 사는 지 기억했다가 가격을 알아와. 몰래.”

 “몰래요?”

 “응. 너와 나만 아는 거야.”

 “혼나는 겁니까?”

 

  여종은 지레 겁을 먹고는 도망이라도 갈 참으로 엉덩이를 뒤로 쭉 뺐다.

 

 “크게 혼나는 건 아니야. 다만, 유모가 싫어할 거라 그래. 벌써 치장을 한다고 하면.”

 “아!... 이해했습니다.”

 

  물론 들키면 크게 혼날 것은 맞지만, 지금은 하얀 거짓말이 필요했다.

 

 “할 수 있지? 알아오면 이제 너한텐 매일 약과를 주마. 너, 약과를 제일 좋아하잖아.”

 “정말요? 네! 그럴게요! 꼭 알아올게요.”

 

  여종이 기뻐하며 나갔고, 경혜도 같은 표정으로 자리에 벌러덩 누웠다. 생각만 해도 설렜다. 그 아름다운 여인이 하던 것을 조금이라도 따라할 수 있다는 설렘이 너무 좋았다. 여종이 알아오는 것들 중에 무엇을 가장 먼저 살지 머릿속으로 고민했다. 그 여인처럼 똑같이 꾸미는 상상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다시 일어나 앉아 거울을 열었다. 그리고는 그 거울을 보며, 오늘 기녀가 자신에게 지어보였던 미소를 따라 지어보았다. 입 꼬리를 이 각도, 저 각도로 올리고 내리며 비슷한 미소를 찾았다.

 

 “어쩜, 미소도 그토록 어여쁠까?”

 

  경혜는 그 빛나는 기녀를 떠올리며 잠을 뒤척이다 이내 잠이 들었다.

 

 “아가씨. 아가씨!”

 

  작은 목소리로 자신을 깨우는 여종으로 인해 잠에서 깬 경혜가 눈을 떴다. 여종의 모습이 보이자 잠시 깜박했던 중요한 일을 다시 떠올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알아왔어?”

 “네!”

 “무엇을 사더냐?”

 “도성에서 제일 유명한 기방이 도원각이라는 곳인데, 그곳 기녀들이 향낭을 사던데요?”

 “향낭?”

 “노리개같이 생긴 것인데, 좋은 향이 나는 것이 달렸어요. 헌데, 그건 너무 비싸서...”

 “얼만데?”

 “기와 한 채 값이랍니다.”

 “뭐어?!”

 “쉿! 누가 들어요.”

 “하... 쉽지 않구나.”

 “그것 말고 다른 것도 봤습니다.”

 “도원각 기녀들이 엄청 많이 사간다는 얼굴 분인데, 그건 한 사람한테서만 살 수 있다합니다.”

 “누군데?”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분을 파는 사람이라는데, 동분어멈이라 부른대요.”

 “집으로 오라고 할 수는 없잖아.”

 “동분어멈이 분 몇 개는 가게에 물건을 댄다고 합니다. 도성에서도 사려는 여인들이 파다하대요. 도성에 여인들이 저마다 그 분을 사려고 난리라는데요?”

 “그럼, 그걸 사와.”

 “구하기 힘들다하는데요?”

 

  경혜는 여종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잠에서 이제 막 일어났음에도 눈빛이 초롱초롱해서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약간의 광기 비스 무리한 것이 보이는 것도 같았다.

 

 “이렇게까지 정보를 알아낸 너야. 그 분을 못 구하겠니? 너라면 할 수 있어. 충분히.”

 “그치만...”

 “할 수 있어.”

 “에... 기, 기대는 마세요. 정말 힘들대요.”

 “응.”

 

  기대를 하지 않겠다는 대답을 하긴 했지만, 눈빛은 어떻게든 구해내라는 눈빛이었다. 아무리 착하고 자신에게 잘해주어도 양반이며, 주인 것들은 다 매한가지다. 도진개진, 거기서 거기, 있는 것들은 역시나 원하는 것을 반드시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족속이다. 여종은 한숨을 쉬며 새벽녘 별당을 나왔다.

 

  그날 이후, 여종은 매일 새벽 심부름을 나갈 때마다 경혜의 심부름을 함께 해야 했다. 어느 날은 노리개를 샀고, 어느 날은 입술연지를 샀고, 어느 날은 서책을 사서 오기도 했다. 크기도 점점 커져가는 바람에 이제는 새벽 심부름으로는 감당이 안 될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계십니까아~?”

 

  대문 밖에서 들리는 중년 여성의 목소리였다. 아무도 대답이 없자, 목소리는 다시 한 번 더 들렸다.

 

 “안에 아무도 안 계십니까아~?”

 

  그때 부엌에서 소쿠리를 씻어다가 말리려고 들고 오던 여종이 마당으로 걸어오다 중년 여성의 목소리를 듣고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여종이 마당 한 가운데서 멈칫하고 있자, 뒤따라오던 행랑어멈이 갸웃하며 물었다.

 

 “왜 마당에 멈춰 섰어?”

 “아, 아닙니다.”

 

  그때, 다시 한 번 더 들리는 목소리.

 

 “계십니까아~?”

 “뉘시오?”

 

  행랑어멈이 여성의 목소리에 답했다. 그리고 대문으로 걸어가 문을 열려고 하자, 여종이 급히 달려가서는 그 앞을 막아섰다.

 

 “제가 나가볼게요. 일 보세요.”

 “내가 가도 되는 걸.”

 “아줌마는 서둘러 마님 시키시는 일 하셔야죠. 곧 해가 중천입니다.”

 “그래.”

 

  행랑어멈은 뭔가 께름칙하지만 굳이 캐묻고 싶지는 않아서 대문 여는 것을 멈추고는 다시 마당을 가로질러 갔다. 그리고 여종이 급히 대문을 조금 열고 밖으로 나갔다. 대문 앞에는 요즘 자주 만나는 그녀, 동분어멈이 보자기를 한 아름 들고 서 있었다.

 

 “자네구나. 역시 여기가 아씨네 집이 맞네!”

 “여긴 어떻게 오신 겁니까?”

 “아니, 그동안 아씨가 내 물건 사주신 게 하루 이틀인가. 단골들은 굳이 오실 것 없이 내가 직접 댁을 찾아가 물건을 소개한다네. 오늘 새로운 물건들이 가득일세. 아씨는 안에 계시지?”

 

  동문어멈이 여종을 지나쳐 안으로 들어가려하자, 여종이 그 앞을 다급하게 막아섰다.

 

 “여, 여기 말고 다른 문으로 가시지요.”

 “응? 어째서?”

 “이 집 마님이 아시면 경을 치십니다.”

 “어머나! 그렇군. 이해했네.”

 

  여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물건을 파는 장사치라 눈치는 번개처럼 빠른 여인이었다.

 

 “내가 눈치 없이 대문으로 왔구먼. 아씨 곤란하시게.”

 “제가 별당으로 바로 안내할 테니 따르시지요.”

 

  여종은 동분어멈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서둘러 대문에서 그녀의 그림자를 숨겼다.

 

  한편, 경혜는 모처럼 집안 대청소를 한다고 하니 마음이 다급해졌다. 유모가 모르는 곳에 숨겨야할 물건들이 병풍 뒤에 있었다. 모두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병풍을 접자, 그 뒤에 그동안 사 모은 기생 컬렉션이 가득했다. 상자를 들어 올리려고 해도 이제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무게가 되어버렸다. 다른 물건들은 들켜도 꾸밈을 좋아해 그렇다 변명한 다해도, 당장 숨겨야할 것이 있었다. 바로, 서책. 표지부터 붉은 비단이며, 노란 비단으로 감싸진 것으로 보아 귀중한 서책 같지만 실은 춘화였다. 적나라한 남녀의 모습이 그림과 글로 수놓아진 그 세계 나름의 예술작품이었다.

 

 “하.. 이걸 어찌한다?”

 

  경혜는 고민에 빠졌다. 표지라도 일반 서책과 비슷하면 섞어놓기라도 할 텐데, 겉표지부터 다르니 이를 뜯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한창 고민에 빠진 그때였다.

 

 “아가씨. 경혜 아가씨.”

 

  경혜는 서둘러 병풍을 부랴부랴 치르라 병풍에 발을 찧었다. 다행인 것은 경혜를 부른 사람이 여종이라는 거였다.

 

 “어, 들어와.”

 

  여종이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말했다.

 

 “동분어멈이 직접 찾아왔습니다.”

 “뭐어?! 여기가 어디라고!”

 “대문에서 계십니까 하는 바람에 저도 진땀이 났다구요.”

 “환장하겠네.”

 “별당 쪽문으로 데려오긴 했는데, 어찌할까요?”

 “어찌하긴, 누가 보기라도 하면 어째? 돌려보내야지!”

 “뭐라고... 아가씨가 물건을 많이 사주셨다고 감사하여 직접 보따리를 지고 온 것이라 합니다.”

 “그래도 그렇지...”

 

  그때, 경혜의 뇌리를 스쳐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아니다. 동분어멈 안으로 들여라.”

 “에?”

 “어서!”

 “아씨!”

 “빨리!”

 “대체 어쩌시려고...”

 

  여종은 하는 수 없이 별당 쪽문 앞에 서 있는 동분어멈을 경혜의 방으로 들였다. 그리고는 불안한 지 문 앞에 서서는 청소를 하는 채하면서 두리번거리며 앞을 지켰다.

 

 “아이고, 역시 도승지 댁이라 집이 어마어마하게 크네요!”

 “어서오게.”

 “아가씨께선 제 단골이시니, 제가 직접 찾아왔습니다. 결례인 줄 알았으면 연통이라도 하고 올 것을요.”

 “이미 범하지 않았나. 다음부턴 조심해주시게.”

 “아, 예~”

 

  동분어멈은 뭔가 평소와는 달라진 경혜의 태도에 살짝 당황한 듯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 경혜는 이것은 없나, 저것은 없나 구해 달라 애걸복걸하는 손님 중 하나였다. 그런 그녀가 도도한 태도를 보이는 것에 살짝 당황했다.

 

 “오늘은 무슨 물건이 있는가.”

 “자, 기대하시지요.”

 

  동분어멈은 자신의 보따리를 경혜와 저 사이에 풀어놓았다. 그런데 경혜의 눈에는 딱히 꽂히는 물건이 없어보였다. 경혜가 물건을 이리저리 둘러보는 둥 마는 둥 하였다. 그러고는 등을 꼿꼿하게 세워 어떤 물건에도 흥미가 없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그러자, 동문어멈이 작은 보자기에 손을 가져가며 말했다.

 

 “스읍... 이건 아주 나중에 보여드리려고 한 것인데...”

 “무엇인가?”

 

  동분어멈이 작은 보자기를 앞에다 풀어보였다. 그 안에는 청국에서 유행한다는 향낭과 보석들이 가득했다.

 

 “청국 황실에서 유행한다는 향낭이 실은 조선에서 난 것이랍니다. 여기서 만들어서 청국으로 보내면 다섯 곱절은 남는 장사라 하지요. 그것을 다시 조선으로 들여와 사자니 별당 같은 기와 한 채 값을 내야하는 것이고요.”

 “이게 정말 그것인가?”

 “예. 아씨께서 그토록 찾던 그 물건이죠.”

 

  경혜는 경이롭다는 듯 향낭을 들어보았다. 벌써부터 은은한 향기가 온 몸을 감쌌다. 자신이 찾던 그것이었다. 아름다운 반지와 머리꽂이도 보였다. 혼례를 치르지 않아 머리를 올리지 않았지만, 언젠가 머리를 올리면 하게 될 장신구들이었다. 경혜는 작은 보자기에 있는 물건을 모두 구매했다. 동분어멈의 오늘 장사는 이것으로 끝이었다.

 

 “잠깐!”

 

  동분어멈이 짐을 다 싸고 자리에서 일어나려하던 그때, 경혜가 동분어멈을 멈춰 세웠다.

 

 “예?”

 “내, 부탁할 것이 있네.”

 “어떤 물건을 찾으십니까?”

 “물건이 아니네. 물건을 맡기려하네.”

 “물건을 맡기신다고요?”

 “이런 귀중한 물건을 도둑맞지 않고 보관하는 자네만의 비법이 있는 것 같으니, 내 믿고 맡김세.”

 “무슨 물건을...”

 

  경혜가 자리에서 일어나 병풍을 걷자, 그동안 사들인 물건들이 보였다. 동분어멈은 뜨악하는 얼굴로 경혜와 물건을 번갈아보았다.

 

 “이걸 어찌하시려고요.”

 “눈치 챘지 않은가. 이 물건을 들켰다간 나는 이 집에서 쫓겨날 게 뻔 하네. 그러니 자네가 맡아줬다가 내가 되었다하면 돌려주게.”

 “아니...”

 “하루에 서푼이면 되겠나.”

 “하참... 다섯 푼은 주셔야겠습니다. 양이 너무 많아서.”

 “그러세. 하루 다섯 푼. 지금부터 보관해주게.”

 “예?!”

 “이틀 후에 찾아가겠네. 내 여종 통해 전해주시게.”

 “아이고... 참...”

 

  동분어멈은 여종을 통해 집에서 놀고 있는 아들에게 수레를 끌고 오라고 부탁했다. 다리가 빨라 수레는 일찍 도착했고, 동분어멈은 수레에 경혜의 물건을 싣고는 그대로 떠났다. 여종은 걱정이 되어 경혜에게 물었다.

 

 “팔아넘기신 겁니까? 들키지 않으려고?”

 “아니, 맡아 둔거야.”

 “예?”

 “이틀 후면 어머니께서 외출하신다. 집에 사람이 없단 뜻이지. 너는 그날 동분어멈을 찾아가서 내 물건을 찾아오면 된다.”

 “우와...”

 

  어쩜 이런 생각을 했나 하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여종을 지나쳐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경혜는 방으로 들어갔다. 이제 경혜의 방에는 걸릴 것이 없었다. 그리고 유모가 방으로 들어왔다.

 

 “아가씨. 방 청소를 해야 하니, 잠시 건넛방으로 옮겨가시지요.”

 “응. 알겠어.”

 

  마음이 편해진 경혜가 자리를 떴다. 그리고 경혜의 방으로 청소를 위해 들어온 여종은 아무런 경계심 없이 들어오다 멈칫했다. 이부자리 바닥 아래에 번쩍하는 붉은 비단.

 

 ‘설마...!’

 

  여종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이부자리를 들춰보았다. 붉은 비단의 춘화 서책이 아직 남아있었다. 여종은 숨죽여 경악했고, 누군가의 기척에 재빨리 자신의 옷 속으로 책을 숨겼다.

 

 “뭐해, 빨리 청소하지 않고.”

 “저... 뒷간에 잠깐...”

 “꼭, 일을 하려면 꼼수를 쓰지?”

 “진짜 오줌보가 터질 것 같아요.”

 “빨리 다녀 와.”

 

  여종은 재빨리 방을 나서서 뒷마당으로 내달렸다.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품속에 숨겨둔 책을 꺼내 확인해보니, 경혜가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춘화 책이 분명했다. 도도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가씨가 실은 음란하고 음탕한 취미에 빠진 여인이라는 걸 세상이 차라리 알았으면 하는 마음도 조금 있었다. 때론 너무 얄미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걸 누구에게라도 들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상상도 하기 싫었다. 집안 마님은 평소에는 조용하고 친절하다가도 화를 내면 그 누구도 끌 수 없는 불같은 사람이었다. 아마도 사지를 찢으려할 지도 모른다.

 

 “여기서 뭐해? 뒷간 간다더니?”

 “엄마야!”

 

  여종은 유모의 기척에 화들짝 놀라 뒤로 나자빠졌고, 그로 인해 책이 공중으로 휙 날아 유모의 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이게 뭐야? 서책... !!!!!”

 

  유모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이것이 정녕 그림인가 지옥인가. 난생 처음 보는 적나라한 그림과 표현에 넋을 잃고 말았다. 여종은 그 틈을 타서 유모의 품에서 서책을 빼앗아 경혜가 있는 방으로 내달렸다.

 

 “너, 거기 안 서?!”

 

  유모가 뒤늦게 따라갔지만, 재빠른 여종의 달리기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다.

 

 “야아!!!”

 

  여종은 재빨리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뭐야?”

 

  방으로 허락도 없이 들어온 여종의 뒷모습을 본 경혜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리고 여종이 뒤를 돌았을 때, 입을 쩌억 벌리고 말았다.

 

 “너, 그걸 왜...?”

 “아씨 이부자리 밑에서. 무튼 어쩝니까!”

 “누구한테 들켰어?”

 “유모요.”

 “미쳤냐?”

 “혼자 발견하고 도망쳤는데... 아, 정말!”

 “아끼는 건데... 하...”

 “어째요, 이제!”

 “이리 내.”

 “어쩌시게요?”

 “줘, 빨리!”

 

  여종은 재빨리 경혜에게 책을 넘겼다. 경혜는 자신의 치마 속으로 책을 숨기고는 시치미를 뗐다. 그 찰나에 문이 벌컥 열리더니 유모가 들어왔다.

 

 “유모?”

 “죄송해요, 아가씨. 너, 이리 나와.”

 “왜 그래?”

 “별일 아닙니다. 빨리 안 나와?”

 

  여종은 유모의 손에 끌려 나갔다. 다행히 그 빨간 책은 제 주인에게 돌아갔다. 그 날, 여종은 종아리에 피가 맺힐 정도로 회초리를 맞아야 했다. 행랑채에 휙휙하는 소리가 한 시간이 넘도록 들렸다.

 

 “그 책 어쨌어? 어디 숨겼어? 어리숙하게 생겨서는 어디서 그런 망측한 것을 구해서는!”

 

  여종은 그 책이 경혜의 것이라고 밝히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으로 모든 것을 숨겼다. 종은 주인을 위해 감내해야 하는 것이 많았다. 제 살기 위해 입을 열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이 집에서 살아야했다. 그리고 주인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한다고 어머니의 품에서 젖을 때는 그 순간부터 배워왔다.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말이 죽도록 싫었지만, 어느새 그 말이 몸과 하나가 되었다. 머리로는 싫다 했지만, 입은 결코 열리지 않았고, 대신 종아리가 고생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사람이 있었다. 바로, 유모였다. 설마하니 여종이 직접 춘화 책을 사다가 봤을 리가 없었다. 낮에 있었던 행동하며, 여종의 움직임엔 언제나 경혜를 거쳐 가고 있었다. 뒷간에 간다고 할 때도 경혜의 방이었고, 그 책을 들켰을 때 도망친 곳도 경혜가 잠시 있던 방이었다. 언제부턴가 여종은 새벽마다 경혜의 방을 들린다. 춘화 책도 경혜와 관련이 되었다고 예상되는데, 증거가 없었다.

 

 “아가씨. 마님께서 안채로 건너오시랍니다.”

 “응. 알겠어.”

 

  유모는 경혜가 안채로 건너간 사이,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곤 온 방을 뒤적거렸다.

 
작가의 말
 

 잡힐 듯... 잡힐 듯...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2 12 2022 / 2 / 23 172 0 4854   
11 11 2022 / 2 / 23 180 0 5273   
10 10 2022 / 2 / 23 181 0 4894   
9 9 2022 / 2 / 23 167 0 5817   
8 8 2022 / 2 / 23 184 0 6372   
7 7 2022 / 2 / 23 186 0 8350   
6 6 2022 / 2 / 23 172 0 6474   
5 5 2022 / 2 / 23 185 0 7114   
4 4 2022 / 1 / 30 181 0 5966   
3 3 2022 / 1 / 26 178 0 7806   
2 2 2022 / 1 / 26 196 0 6673   
1 1 2022 / 1 / 26 301 0 768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야릇한 호레이쇼
joinB
기다림
joinB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