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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내 약혼자가 왕이 되었다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2.1.26

집안이 순식간에 몰락해 결혼을 이틀 앞두고 기생이 되었다. 타고난 예능과 미모로 불과 1년만에 도성에서 가장 이름난 기녀가 되었고, 자신의 집안을 몰락시킨 왕을 뒤흔들어 기적에서 자신의 이름도 지우고, 벼슬도 떡하니 받았다. 그 왕마저 죽은 후, 들려온 소식. 자신의 약혼자였던 그 사람이 새로운 왕이 되었다는 것. 미련 없이 기생일도 접고 상단을 꾸려 살던 어느 날 알게 되었다. 왕은 아직도 그녀를 잊지 못했다는 것을. 이제야 자신의 아내가 되어달라 손을 내민다. 그녀는 잡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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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2-01-26 23:19     조회 : 298     추천 : 0     분량 : 7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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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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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는 조선. 100칸이 넘는 대 저택. 화려한 비단과 화려한 장신구. 세상 빛나는 얼굴을 한 여자. 독채를 자신의 공간으로 쓰고 있는 이 집 규수는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 잘 가꾸어진 마당과 정원을 더불어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데, 사랑채와 연결된 문이 열리며 비단이며 온갖 물건들이 마당에 펼쳐지기 시작한다. 집 노비들이 하나 둘씩 옮기는데, 마당을 한가득 채우고도 또 물건이 들어온다.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아버지는 나라의 실세이였고, 딱히 청렴하진 않은 사람이었다. 집 곳간은 터지다 못해 따로 큰 집을 마련하여 금은보화를 따로 챙겨두어야 할 정도로 재물이 넘쳤다. 그러니 탈이 날 밖에...

 

 “샅샅이 뒤지고 가산을 몰수하라는 어명이다. 집안 노비들과 함께 식솔을 모두 잡아들여라!”

 

  행복한 날을 기다리고 있던 어느 날, 집은 풍비박산이 나고 있었다. 규수는 멍하니 헐레벌떡 도망치는 노비들의 모습을 쳐다보고 서 있었다.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있었다. 그때, 쪽문이 열리고 이틀 후면 자신이 낭군이 될 남자가 뛰어 들어왔다.

 

 “함께 갑시다. 내 집으로 갑시다.”

 

  낭군을 보고 있으니 눈물이 나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름다운 얼굴은 슬픔으로 가득채워졌다. 낭군은 규수의 손을 잡았다.

 

 “내가 당신을 구할 수 있소. 나와 함께 갑시다. 내 집으로 갑시다.”

 “당신 부모님도 허락하신 일이십니까?”

 

  하지만 낭군은 답하지 못했다. 규수 집안의 소식을 듣고 그 즉시 헐레벌떡 뛰어오는 길이었다. 허락을 받을 정신 따위 없었다. 그 얼굴이 떠올라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시일을 놓치면 이렇게 얼굴을 보고 구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당신은 이미 내 사람이오. 함께 갑시다.”

 “나 절실해요. 당신 따라 가고 싶어요. 애원하고 싶어요. 이대로라면 난... 어느 날 하룻밤 마주할 누군가의 꽃이 되겠죠.”

 “뭐가 문제요. 서둘러요. 시간이 없소!”

 

  하지만 규수는 발을 떼지 않았다. 자신을 잡아끄는 낭군을 뒤따르지 않았다.

 

 “사랑해요.”

 

  규수의 얼굴에 눈물이 흘렀다. 그렇게 사랑을 떠나보낼 결심을 하고 있었다.

 

 “평범하게 살아요. 당신은 평범하게... 살아줘요. 그리고 언젠가 어느 곳에서 날 만나면... 그냥 지나가줘요. 단 한 번도 마주하지 않았던 인연처럼.”

 

  규수는 낭군의 손을 놓았다. 그리고 서랍이며 책꽂이로 막아뒀던 문이 콰과광하고 열리며 금군들이 들이닥쳤다. 규수는 그 길로 금군들의 손에 끌려갔다. 규수의 등 뒤로 멀어지는 낭군의 모습이 점점 시커먼 안개에 묻혀가기 시작했다. 손을 뻗고 싶었으나, 뻗을 수 없었고 소리치고 싶었으나 이미 떠나보냈기에 말로도 잡을 수 없었다. 그때, 그 사람의 손을 잡았더라면... 규수는 그와 헤어진 시간동안 매일 같은 꿈을 되풀이했다.

 

 “하... 하... 하...”

 “어머니! 정신이 드셔요?”

 

  팔순 잔치를 이틀 앞둔 여인이 힘겹게 숨을 몰아쉬며 누워있었다. 곁에는 딸과 사위와 손자 셋이 곁을 지키고 있었다. 여인이 누워있는 안채의 마당에는 장사치로 보이는 사람들이 가득 모여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루(壘)’상단, 대행수의 마지막 날이었다. 대행수가 쓰러져 오늘내일한다고 하니, 상단 식구들이 모두 몰려왔다. 어떤 이는 정화수를 떠와서 빌기도 하고, 어떤 이는 입구에 부적을 붙이기도 하고, 어떤 이는 소금과 팥을 뿌리며 귀신을 내쫓기도 했으며, 어떤 이는 집안 대문 앞에 작은 상을 마련하고, 저승사자가 잿밥을 먹고 부디 이 집을 지나치길 기도했다. 꿈을 한참 꾸던 대행수가 눈을 천천히 뜨자, 딸이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꿈을 꾸었는데...”

 

  일어나자 하는 첫 마디였다.

 

 “무슨 꿈을 꾸셨소?”

 “열다섯, 그 시절부터 내 삶이... 보이더구나.”

 

  대행수의 말에 딸이 눈물을 훔쳤다.

 

 “좀... 일으켜다오. 갑갑하여 숨을 못 쉬겠다.”

 

  대행수는 딸과 사위의 손에 부축을 받아 일어나 앉더니, 손을 휘휘 저었다. 답답하니 문을 열라는 것이었다. 방문을 활짝 열어젖히니, 마당에 가득 모여 있는 상단 식구들 얼굴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나 죽는다하니, 구경들 왔구먼.”

 “아이고, 어르신! 정신이 드셨습니다. 다행입니다!”

 “잠깐일세.”

 “훌훌 털고 쾌차하셔야지요.”

 

  대행수가 시선을 천천히 움직여 누군가를 찾았다. 여전히 숨을 헐떡이는 것이 보는 이도 위태로울 지경이었다. 딸이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이내 대행수의 등 뒤로 가서는 자신의 몸으로 등받이를 자처했다. 대행수의 시선은 이내 누군가를 가리켰다.

 

 “윤아.”

 

  대행수가 부르는 이는 올해 마흔 여덟 먹은 상단 행수였다. 윤이라는 이름의 남자는 대행수를 키워준 유모의 아들이었다. 윤은 덤덤한 얼굴로 대행수의 부름에 신발을 벗고 대청마루로 올라와 성큼성큼 걸어가서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앉았다.

 

 “너도 손자가 있는 노인네다. 편히 앉아, 무릎 상한다.”

 “어르신...”

 

  덤덤하던 얼굴이 어느새 일그러지더니 두 볼에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윤의 눈물에 마당에 서 있던 사람들도 함께 눈물을 훔쳤다.

 

 “내가... 꿈을 꿨는데... 분명 꿈에서 한참을 보았는데... 그 사람 얼굴이 생각이 안나...”

 

  대행수는 딸에게 등을 의지하고, 한참 꾸었던 꿈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꿈은 곧 현실이었으나, 참으로 꿈같은 이야기였다.

 

 

 ***

 

  기억 속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냐 물어본다면, 아마도 별채에 따스한 햇살이 방을 가득 채우는 날 아침에 늦잠을 자다가 깨던 순간. 이불과 절대 떨어질 수 없다는 듯 온 몸에 둘둘 두르고 좌우로 뒹굴 하고 있으면 어김없이 유모가 문 밖에서부터 깨우는 소리가 들렸다. 세숫물을 들고, 참빗에 머리를 땋고 댕기를 달아줄 준비를 하는 그 순간의 매일이 가장 행복했으려나.

 

 “아기씨, 아침입니다. 일어나셨어요?”

 “우웅... 아직...”

 “오늘 영감께서 주상전하께 전교를 받는 날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문이 벌컥 열리며, 유모가 대야에 물을 가득 채워 들어왔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는 애벌레처럼 안에서 꿈틀대는 것 아니 사람은 이 집안 애기씨, 윤경혜였다. 열다섯이 먹도록 세상 구경 제대로 하지 않은 아니, 못한 것이 맞을 온실 속의 화초 같은 어여쁜 아이였다.

 

 “아기씨이~”

 

  어르고 달래며 이불을 휙 하고 걷어내니, 몸을 잔뜩 웅크려서는 자신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있는 경혜의 모습이 보였다.

 

 “마님께서 아시면, 경을 치십니다.”

 “알겠어...”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유모가 얼굴을 씻겼다. 머리도 참빗으로 곱게 빗고, 예쁘게 땋아 최근에 선물 받은 샛노란 댕기까지 하고나니 잠은 확 달아났다. 집안에 또래 여종들이 몇 있었는데, 그들이 아침에 매번 거쳐야 하는 일이 아기씨의 저고리를 여러 벌 꺼내 오늘 입을 옷을 고를 때까지 들고 서 있는 것이었다. 오늘은 주상전하의 관직 전교가 내려오는 날이었다. 드디어 아버지가 도승지가 되는 중요한 날이다. 어떤 것은 샛노랗고, 어떤 것은 끝동에 화려한 수가 놓여있고, 어떤 것은 다홍색이고, 어떤 것은 푸르렀다. 방 안에 여종들이 나란히 서서 저고리와 치마를 들고 서 있으니, 경혜가 고민에 빠졌다. 팔짱을 끼고는 고개를 이리 갸웃 저리 갸웃하며 한참을 고민했다.

 

 “오늘은 노란 댕기를 하였으니, 노란 저고리는 어떻습니까? 저기에 다홍치마.”

 “음... 그럴까? 헌데 다홍치마는 싫은데.”

 “허면, 다홍치마 말고 분홍치마는 어떠세요?”

 “너무 꾸민 것 같단 말이야. 말고.”

 “노란 치마는요?”

 “내가 무슨 병아리야? 죄다 노래?”

 

  이러면 싫다, 저래도 싫다. 까다로운 아기씨의 장단을 맞추려니 유모의 속에서 천불이 일었다. 하지만 기다려야한다. 결국 제 뜻대로 선택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아기씨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결국 노란 저고리에 다홍치마로 정하고는 노리개도 한참을 고르고 골라 겨우 준비를 끝냈다. 집이 워낙에 커서 경혜는 평범한 집 한 채와 다름없는 크기의 별당에서 홀로 지냈다. 집안사람들은 그곳을 아씨별당 또는 별당이라 불렀다. 별당을 지나 사랑채 마당으로 나서니,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미 일찌감치 준비를 하고 서 있었다. 두 명의 오라버니들도 함께 서서 주상전하의 전교를 기다렸다.

 

 “어머니, 도승지면 아버지가 주상전하께 둘도 없는 충신이 되었다는 뜻이지요?”

 “오랜 시간 주상전하를 지킨 덕이지. 아버지의 노력이 드디어 빛을 발하는 구나!”

 

  이 날은 주상의 최측근으로 인정을 받는 날이었다. 정3품의 관직이었으나, 누구보다 왕의 곁에 오래 있을 수 있는 자리였다. 왕명을 받들고, 왕과 친히 논의할 수 있는 자리. 명실상부 왕의 최측근은 그 뿐이었다. 경혜의 아버지가 마당에 자리를 깔고 전교를 받고, 정식 도승지로 임명이 된 이후, 이제 경혜는 할 일이 없었다. 다시 별당으로 돌아왔는데, 아직 점심을 먹을 시간도 되지 않았다. 부엌에서는 벌써부터 전이며, 음식 하는 냄새가 풍겨왔다.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오늘은 또 뭐하지?”

 

  그것이 경혜의 일상이었다. 어제는 여종들과 비석치기를 했고, 어느 날은 수를 놓고, 어느 날은 책도 읽었다. 어느 날은 숨바꼭질도 했다. 그 날이 그날 같으니, 하루의 일이 시간 때울 거리를 찾는 것이었다.

 

 “애기씨. 왜 그러고 앉아계십니까?”

 “유모. 바깥세상은 재미있어?”

 “나가고 싶으세요?”

 “응. 여기보단 재미있지 않을까?”

 “별로 재미없습니다. 사람만 득시글하고, 위험하고요.”

 “치... 거짓말. 윤이가 그랬다고, 엄청 신기한 것도 많고 재미있다고. 엿장수도 재미있고, 서책 방엔 책도 많고, 장사치들 싸우는 구경도 재미난다고.”

 “윤이, 이노무 시키는 쓸데없는 말을...!”

 “어머니께 잠깐 나갔다 오겠다고 하면 안 돼?”

 “마님이 허락하실 리가 없는데요.”

 “아아아앙~ 유모오오오”

 

  윤이는 유모의 아들이었는데, 툭하면 바깥소식을 묻는 아기씨에게 미주알고주알 모두 쏟아냈다. 그렇지 않아도 호기심이 많은 경혜를 부추긴 셈이 되어, 다음부터는 바깥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해두었는데, 어느새 또 장날 풍경을 술술 이야기한 것이다. 배 아파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키우기는 했으니 제 자식만큼이나 경혜는 소중한 아이였다. 옥같이 어여쁜 아이가 그토록 원하고, 애교까지 부리니 유모가 등을 떠밀리듯 별당을 나와 안채로 향했다. 분명 욕지거리를 들을 것이 뻔했지만 그래도 경혜는 이제 열다섯이었다. 바깥 구경 한 번 할 수 있잖은가. 경혜의 어머니 되는 윤씨에게 가서 부탁하자 무슨 바람인지 미간을 찌푸리지 않았다.

 

 “경혜가 자넬 또 괴롭혔구나.”

 “아닙니다. 이제 열다섯이니, 세상이 궁금하실 만도 하지요. 매일 서책으로만 세상을 보시니.”

 “특별한 날이니, 기분이네. 가마에서 내리게는 하지 말고, 운종가 구경이나 한 번 해주고 오게나.”

 

  안채에서 허락을 받고 별당으로 재빨리 달려와 소식을 전하니, 경혜가 버선발로 뛰어와서는 유모의 품에 와락 안겼다.

 

 “유모가 최고야!”

 

  그러고는 유모의 볼에 뽀뽀를 사정없이 해댔다.

 

 “뭘 입고 나가지? 응? 응?”

 

  한편, 수레 다섯 대가 줄을 이어 도성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 행렬에 앞장서 있는 사람은 나귀를 탄 중년의 남자였고, 뒤를 이어 가마도 한 대 따르고 있었다.

 

 “우와...”

 

  중년의 남자의 옆에 또 다른 나귀를 타고 다물어지지 않는 입을 한, 열다섯의 사내가 있었다.

 

 “아버지, 한양엔 기와집도 엄청 많습니다!”

 “그래. 한눈팔다 떨어진다.”

 

  반짝거리는 눈으로 도성의 모습을 하나하나 담고 있는 열다섯의 사내, 이태율은 도성과는 한참 멀리 떨어진 바닷가마을, 동래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는 이전 왕의 핏줄이라 종친이었는데, 할아버지 때 무슨 이유에서인지 선왕에게 미운털이 박혀 도성과는 아주 멀리 떨어진 동래로 밀려왔다고 했다. 시간이 흘렀고, 왕도 바뀐 이후 지금의 주상이 사촌인 아버지를 다시 도성으로 불러들였다. 덕분에 짐을 꾸리느라 진이 빠지고, 몇 날 며칠을 여관 전전하며 온 식구들이 온갖 고생하여 도성에 마침내 도착했다. 이토록 기와집이 많은 동네는 처음 보았고, 강인지 바다인지 모를 한강도 처음 보았고, 시장도 매우 컸다. 무엇보다도 동래에서는 흔한 비릿한 바다냄새가 이곳엔 없어 그 공기부터 신선했다. 한껏 들이마셔도 짠 내나 비릿내가 느껴지지 않는 도성의 공기란, 참으로 달콤하고 따스했다.

 

  아버지도 도성은 처음이었다. 아버지 또한 동래에서 나고 자란 터라 신기할 법한데, 체통을 지키느라 아들 태율처럼 신나게 도성을 구경하지 못하고 있었다. 뒤를 따르는 가마 안에서는 태율의 어머니, 한씨가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태율의 어머니는 본디 도성에서 나고 자란 양반가의 여식이었고, 집안은 역대 왕비도 있었다. 태율의 할아버지가 나름 종친인지라, 동래의 아무 집안과 연을 맺을 수가 없어서 도성의 한씨 선비와 사돈을 맺은 것이었다. 서방님이 동래에서 살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도성을 떠나 동래에서 시집살이를 하며 태율을 낳고 살았다. 15년만의 귀향이니 눈물이 날 수 밖에.

 

 “어머니, 저기 외숙부가 계십니다.”

 

  이 행렬은 어느 기와집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일찌감치 그 대문 앞에서 이들을 기다린 사람이 한씨의 친정오빠였다. 집도 한양 토박이인 한씨의 친정오빠가 알아봐준 덕에 빨리 도성에 올 수 있게 된 것이다.

 

 “숙부님!”

 

  태율이 손을 번쩍 들고는 반갑게 팔을 휘휘 흔들었다. 애타게 이들을 기다린 외숙부, 한종찬이 태율의 목소리에 함께 손을 들고 인사했다. 행렬은 어느새 대문 앞에서 멈췄고, 태율도 불편한 나귀 등에서 드디어 내려올 수 있게 되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화수군”

 “어찌 마중까지 나오셨습니까. 참으로 고맙습니다, 형님.”

 

  태율의 아버지, 화수군은 다정한 사람이었다. 덕분에 한씨는 큰 시집살이도 겪지 않았고, 바깥출입도 자유로웠으며, 친정과의 소통도 자주 할 수 있었다. 화수군은 손수 가마의 문을 열어 아내의 손을 잡아주었다.

 

 “오라버니.”

 “고생 많았다.”

 “우와, 동래와는 비교도 안 되게 큰 집이네요. 한양 집값이 만만치 않다던데.”

 “저렴하게 구했다.”

 “어째서요?”

 

  종찬은 한씨의 말에 괜한 헛기침을 하고는 화제를 돌렸다. 이유가 무엇인고 하니, 이전 집 주인이 지금의 왕이 즉위할 때, 즉위를 극심하게 반대를 하다 역적과 다름없는 죄목으로 저자 한복판에서 목이 잘리는 처형으로 죽었다고 한다. 역적으로 죽은 사람이 살던 집에 살 사람은 없었고, 터가 흉하여 살 곳이 못 된다는 소문에 99칸의 집임에도 아무도 얼씬거리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전 집 주인보다 더 이전에는 본디 왕가의 자손들이 살던 집터였다 한다. 화수군이 급히 한양으로 와서 살아야 한다하니, 이전 주인의 죽음이 께름칙하더라도 저렴하게 나온 집을 거부할 수 없었던 것이다. 화수군은 이 이야기를 듣고도 덤덤하게 넘어갔다. 전전 주인이 바로 화수군의 고모이기 때문이었다.

 

  화수군의 걱정은 집터의 기운이 아니었다. 바로, 지금의 왕이 어떤 의중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급히 도성으로 불러올린 왕의 의도가 두려운 것이다. 사랑채에 화수군과 종찬이 마주보고 앉아 머리를 맞댔다.

 

 “형님, 주상께서 내일 날이 밝으면 바로 입궐하라는데. 어쩌지요?”

 “나도 영문을 알 수가 없네. 자네를 천거했다는 소식을 미리 안 대신이 몇 안 되네.”

 “다른 뜻이 있으신 것일까요?”

 “천심을 내 어찌 할겠으냐만은...”

 

  종찬이 누가 들을세라 소리를 낮추고 속삭였다.

 

 “중전에게서도, 승은 상궁에게서도 소식이 없는 것이 아무래도 주상의 몸에 문제가 있다더군,”

 “아이를 낳지 못하는 몸이란 말입니까?”

 “승은상궁만 셋이네. 궁인들 사이에는 주상이 씨를 가지지 못하는 몸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네.”

 “허면 후사는 어찌 합니까?”

 “양자를 둬야겠지.”

 “우리 태율이를 염두하고 계시단 말입니까?”

 “자네는 주상전하와 항렬이 같으니 오를 수 없고, 남은 것은 태율이 뿐이지. 지금의 주상이 왕위에 오르면서 원인 모를 일로 직계 왕자들은 죄다 죽질 않았나.”

 

  화수군의 눈에서 불길이 일었다.

 
작가의 말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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