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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Eye.
작가 : MJfafa
작품등록일 : 2021.12.27

귀신을 볼수 있는 눈. 그리고 귀신을 죽일수 있는 눈.
이 두눈을 가진 두 남자의 얽히고 설킨 이야기.
도대체 악귀는 어디서 오는것인가?

 
제7장. 조우-3
작성일 : 22-01-26 07:01     조회 : 188     추천 : 0     분량 : 4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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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11월.6일

 

 모두가 잠든 야심한 밤에 준영은 민수의 집 앞에 서있었다.

 

 ‘돈이 좋긴 하네. 이렇게 금방 찾아낼 줄이야.’

 

 심부름센터에 민수의 집주소를 알아봐달라고 한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찾았다고 연락이 온 것이었다.

 

 거기에다 여동생과 단 둘이 산다는 정보까지 알려 주었다.

 

 ‘일단 찾아오긴 했는데 이제 어쩌지?’

 

 형사를 떼어내고 요한과 단둘이 만날 방법이 좀처럼 떠오르지가 않았다.

 

 ‘하... 미치겠네....’

 

 그 순간 집안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거실 불이 켜졌다.

 

 준영은 재빨리 어둠속에 몸을 숨기고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잠시 후 현관문이 열리고 한 여자가 나오는 게 보였다.

 

 “내가 미쳐 정말. 아니 내 걱정 한다는 사람이 몸도 못 가눌 정도로 술을 마시면 어쩌자는 건지... 에휴....”

 

 민수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자 함께 있던 친구가 승아에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

 

 ‘그 형사 동생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형사가 집에 없다는 얘기인데?’

 

 그런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준영이 갑자기 인상을 찌푸렸다.

 

 ‘이런 젠장... 왜 하필 지금.....’

 

 여자의 뒷목에 매달려 있는 악귀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준영은 망설일 틈도 없이 재빨리 여자의 뒤로 다가가 악귀의 목을 베어버렸다.

 

 털썩!

 

 정신을 잃고 쓰러진 여자를 일으켜 세운 준영은 집안으로 끌고 들어가 주변을 살폈다.

 

 역시 형사는 없는 듯 보였고 요한의 모습도 보이질 않았다.

 

 하지만 불행히도 여자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또다시 사람을 죽였다.....’

 

 준영은 자신이 악귀보다 나을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귀는 숙주가 된 인간을 바로 죽이진 않는다.

 

 공생하며 그저 생명을 조금씩 갉아먹을 뿐.

 

 문득 이게 과연 옳은 일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사람을 구하려 하는 행동이 오히려 사람을 죽게 만들고 있었다.

 

 ‘이게 다 그 자식 때문이야.... 이요한!’

 

 준영은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요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음... 여보세요?”

 

 “이요한?”

 

 “네. 그런데 누구신데 이 시간에...”

 

 “나 최준영 이다.”

 

 “누구... 최준영 이라고? 너 이 번호는 어떻게 안거야?”

 

 “그딴 건 알 필요 없고 당장 형사 집으로 와줘야겠어.”

 

 “너 지금 무슨 말을....”

 

 하지만 요한의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준영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요한아... 누군데 그러니?”

 

 옆에서 잠을 자던 미령이 잠에서 깨 요한을 바라봤다.

 

 “아... 엄마... 별일 아니에요. 저랑 같이 일하시는 분인데 급한 일인가 봐요.

 지금 바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는 요한을 미령은 걱정스런 눈초리로 쳐다봤다.

 

 “위험한 일은 절대 하면 안 된다. 알겠지?”

 

 “네. 아직 한밤중이니 더 주무세요.”

 

 서둘러 교회를 빠져나온 요한이 민수와 승아에게 전화를 계속 걸어봤지만 둘 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도대체 왜 둘 다 전화를 안받는 거야!’

 

 요한이 걱정스러운 마음을 한가득 안고 허겁지겁 민수의 집 앞에 다다랐을 때 승아가 집 앞에 서있었다.

 

 “누나! 하...다행이다. 별일 없는 거지? 왜 전화는 안 받아....”

 

 그런데 순간 무언가가 이상했다.

 

 승아가 요한을 보며 울먹였지만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마....’

 

 천천히 발을 떼어 승아 쪽으로 걸어가 손을 대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안돼!”

 

 요한이 승아의 영혼을 통과해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자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승아의 시신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옆에 쪽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아무한테도 알리지 말고 여기 적혀진 주소로 찾아와.

 형사나 다른 누구라도 같이 온다면 다신 날 볼 수 없을 거야.’

 

 “이 미친 새끼가!”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었지만 일단은 승아의 시신을 수습하는 게 우선이었다.

 

 분노와 슬픔이 뒤섞인 눈물을 쏟아내며 승아의 시신을 방으로 옮겨 눕히고 이불로 전신을 덮어주었다.

 

 그러던 그때 드디어 민수에게서 연락이 왔다.

 

 “여보세요.”

 

 “어~ 요한이냐? 이 시간에 뭔 전화를 이렇게 많이 한 거야?

 승아가 시키디? 이거 엄청 화나 있나 보네.

 온다더니 오지도 않고 전화도 안 받고~”

 

 “형 어디서 뭐하고 있었어요. 누나 혼자 놔두고.”

 

 “미안 미안~ 간만에 거하게 한잔 했더니 한순간에 뻑 가버렸네 크크.

 좀 자고 일어났더니 괜찮아 졌어~ 지금 바로 갈게~”

 

 “최준영이 찾아왔었어요.”

 

 “누구? 누가 찾아와?”

 

 “누나 혼자 있는데 최준영 그자식이 왔었다구요.”

 

 “뭐?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그자식이 거길 어떻게 알고....

 승아는? 승아는 괜찮은 거지?”

 

 “.....”

 

 요한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민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야! 이요한! 왜 대답이 없어!”

 

 “누나가....”

 

 “답답해 죽겠네. 빨리 말 좀 해봐!”

 

 “누나가 죽었어요....”

 

 “뭐? 너 지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는 거야!

 당장 승아 바꿔! 얼른!”

 

 “누나의 영혼을 봤어요.... 시신도 확인했구요...”

 

 “아니야...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다고!

 승아가 왜? 무슨 잘못을 했다고!”

 

 “죄송해요. 저라도 집에 있었어야 했는데.....”

 

 “요한아~ 너 지금 승아랑 짜고 나한테 장난치는 거지? 그런 거지?”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현실을 부정하던 민수도 결국은 승아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내가 미친놈이야....

 괜히 승아에게 짜증이나 내고 술이나 쳐 먹었으니....흑흑흑...”

 

 전화기 너머로 오열하는 민수의 흐느낌이 전해졌지만 요한에겐 그걸 다독여줄 시간이 없었다.

 

 “형... 제가 지금 어딜 좀 가봐야 할 것 같아요.”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이 와중에 어딜 가겠다고~”

 

 “최준영이 쪽지를 남겼어요. 단 둘이 보자고.”

 

 “너 미쳤어? 내가 지금 바로 갈 테니까 꼼짝 말고 거기 있어. 알았어?”

 

 “아니요. 지금 가지 않으면 다신 찾을 수 없을지도 몰라요.”

 

 “무슨 일을 당할 줄 알고! 그러지 말고 그냥 기다리라니까!”

 

 “다른 방법이 없어요.”

 

 “야! 헛소리 그만하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

 

 “죄송합니다.”

 

 민수의 간곡한 부탁에도 요한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통화를 끝내고 계속 울려대는 휴대폰을 무음으로 전환한 뒤 쪽지에 적힌 주소로 찾아가기 위해 집을 나서는데 승아의 영혼이 앞을 가로막았다.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표정만으로도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있었다.

 

 ‘절대 가면 안 돼~ 부탁이야!’

 

 요한은 또다시 눈물이 솟구쳐 올랐지만 애써 미소를 짓고 나선 그 옆을 지나쳤다.

 

 하지만 승아의 영혼이 따라오는 것까지는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

 

 택시를 타고 가는 내내 승아의 눈을 피하기 위해 눈을 감고 이동해야만 했다.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해 내려 보니 어렴풋이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은 상가건물이 올라가 있었지만 분명 그곳이었다.

 

 ‘구멍가게는 없어졌지만 그 자리가 분명해.

 여기로 날 불렀다는 얘기는.....’

 

 이제야 조금씩 실마리가 풀려가는 느낌이었다.

 

 ‘그날 이곳에서 구슬을 먹었던 아이가 최준영이었던 거야.

 처음부터 그놈의 목표는 나였어.....’

 

 하지만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준영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다.

 

 요한은 아까 자신에게 걸려왔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도착한 모양이군.”

 

 “너 어디야? 어디 있냐고!”

 

 “어때? 거기가 어딘지 알아보겠어?”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어. 그날 여기 왔었던 게 너였지?”

 

 “맞아. 그럼 그날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도 알겠네.”

 

 “그래. 다 기억나. 그러니까 당장 나오라고!”

 

 “곧 만나게 될테니까 너무 서두르지 마.

 하긴, 네가 그걸 훔쳐 먹지만 않았어도 지금 우리가 이렇게 만날 일도 없었겠지만.”

 

 “그건 그냥 실수였어! 고작 그것 때문에 그 많은 사람들을 죽인거야?”

 

 “실수? 실수라고 하기엔 너무 큰 대가를 치르지 않았나?

 넌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게 됐고 난 반대로 꼭 봐야 하는 것을 못 보게 됐으니까 말이야.”

 

 “너랑 그딴 말장난 따위 할 시간 없으니까 당장 어디인지 말하라고!”

 

 “이 동네에 아무도 가지 않던 폐가가 하나 있었던 것 기억해?

 다른 곳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다 변했는데 여긴 그대로네.”

 

 “폐가? 귀신이 나온다던 그 집? 거기에 있는 거냐?”

 

 “역시 알고 있구나. 이곳으로 와. 기다리고 있을게.”

 

 “이번에도 날 엿 먹일 생각이라면 하지 않는 게 좋아.

 이미 충분히 열 받아 있으니까.”

 

 요한의 말에 아무 대답 없이 전화를 끊은 준영은 바닥에 앉아 박노인의 잔해가 담긴 상자를 어루만졌다.

 

 ‘할아버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곳으로 오면서 수많은 상상을 해봤지만 딱히 문제를 해결할만한 방법은 떠오르질 않았다.

 

 ‘이제 곧 만나게 되겠지. 어떤 식으로든 결말을 내야만 해.’

 

 그러는 사이 어느새 동이 트며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준영이 창고 밖으로 걸어 나오자 저 멀리서 뛰어 올라오는 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거리가 점점 좁혀지자 온몸에 열기가 올라오며 그 남자가 요한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폐가에 도착한 요한은 준영을 죽일듯한 눈으로 노려봤고 준영은 그런 요한의 눈을 바라보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두 아이는 십년의 세월이 지나 다시 한자리에서 마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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