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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딩동~! 악마 왔어요
작가 : 백지백
작품등록일 : 2022.1.20

우리 동거한다!!
현실적이고 폐쇄적이지만 마냥 어린 자취생 예현과,
노랗고 쾌활한 감정 밑으로 칙칙한 불만이 얽혀있는 악마 대빈과,
그를 막기 위해 찾아온 다정하고 예의 바른 천사 연재의 이야기.
Writing by 백지백, 태현 @copyright 2022
백지백, 태현 All right reserved

 
9. 그날 이후 (1/3)
작성일 : 22-01-25 22:45     조회 : 290     추천 : 1     분량 : 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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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그날 이후 (1/3)

 .

 .

 .

 탁,

 

 하고

 방문이 닫히자마자 뿔 위로 잔뜩 커다랗게 뿔이 난 대빈이 놀랍고도 험악해진 성질대로 급하게 쏘아붙였다.

 

 "야, 나 지금 얼빠져서 말도 하나도 제대로 안 나온다, 너희 둘 뭐냐 진짜?"

 "... 화내지 마, 그건 나랑 예현이가 아니고 내가 예현이를 생각하는 일방적 호의지. 네가 생각하는 그런 설레는 감정 아니야."

 "호의는 무슨, 그딴 건 호감이라고 하는 거야. 내가 너희 둘이 손 맞잡고 짝짜꿍하겠다는데, 나 신경 쓰지 말고 네가 생각하는 예현이를 위한 일방적 호의가 뭔지 당장 구체적으로 말해줘 봐."

 "그냥, 챙겨주고... 예현이를 위해서 좋아하는 것을 해주고... 뭐 이런 것들? 근데 이게 호감인가? 그냥 난 너랑 예현이가 둘이서만 손 맞잡고 짝짜꿍하면 조금 화날 것 같은 마음뿐이야."

 "...... 그게 호감이지. 역시 네가 걔를 좋아하는 거는 맞네. 근데 왜 그렇게 들이대?"

 "너보다는 쌍방향일 테니까."

 "쌍방향? 와, 너 지금 그 발언 김예현도 너 좋아한다는 그런 말인 거지...?"

 "... 뭐, 그런 말이긴 한데 그걸 그렇게 해석하는 너에게는 대답할 가치도 없다, '너보다' 라는 말에 중점을 둬야지."

 

 여전히 경악하는 대빈의 표정을 한번, 바닥을 한번 번갈아 본 연재가 작게 소리 내어 웃었다.

 

 "처음에는 소중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무덤덤해지는 세상의 것들이 있다면 반대로 처음에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돌이켜 볼수록 소중해지는 감정들이 있는 법이야."

 "아니, 시간이 갈수록 좋아질 수도 있다는 건 나도 알아. 괜히 멀쩡한 악마 가르치려 들지 말고, 그래서 넌 돌이켜 볼수록 소중해지는 것이 김예현이야? 그러니까 걔가 막 너무 좋아? 그러면, 너도 나처럼 걔가 웃기고 예뻐 보여?"

 "시끄러워. 대체 뭐라는 거야. 차분히 정리해서 한 마디로 말해. 그냥 나는 따지자면...... 예현이가 ... 예쁘다고 생각하지.."

 "오 마이 갓!!!!!"

 

 연재가 대빈의 이마를 툭 밀어 그로 하여금 이부자리 위로 쓰러지게 만들었다.

 

 "아~! 사람을 왜 밀고 그래 인마, 나 너한테 미안한 것도 있고 해서 능력 꺼뒀는데 다시 쓴다? 네 마음 다 읽는다?"

 "마음대로 해라, 네 연약한 독심술 하나 못 막으면 내가 천사라고 불리지 않겠지."

 

 연재가 태연하게 제 베개 위로 돋은 주름을 마저 곧게 폈다.

 

 "네가 보는 그대로 나는 지금 잘 거니까 더 이상 말 걸지 마 대빈아."

 "...... 그래, 자라. 그런데 너 연애 같은 건 안 할 거지?"

 "아 제발, 그런 거 아니야. 지금은 그런 마음 들지도 않아. 너 또 쓸데없이 뇌피셜을 극대화해서 예현이한테 이상한 망상을 흘려대는 날에는 네가 내 손에 즉시 죽을 줄 알아."

 "그건 걱정하지 마, 나 김예현한테 네 얘기 꺼내는 거 딱히 할 생각 없어. 나 네 덕분에 너희 둘이 잘 돼서 손 맞잡고 짝짜꿍하면 조금 슬퍼서 머리 쥐어뜯을 거 같거든."

 "벌써 거기까지 갔어? 너는 생각하는 것조차 참 사악하다."

 "... 그런데 너는 언제부터였는데, 처음에 봤을 때는 아무렇지 않았다고 했으니까, 그다음에 봤을 때인가?"

 

 연재가 부릅 인상을 썼다.

 

 "내가 그딴 거 아니니까 조용히 하라고 했지, 왜 우리 대빈이는 매 순간마다 고약하게도 말을 안 들을까."

 "내가 뭐!!! 아오 씨, 그러는 너도 찔리는 구석이 있으니까 내 말 받아치는 거면서. 너 정말 겉으로만 다정하고 온화한 척하면서 늘 이렇게 혼자 하고 싶은 대로 나를 혼내는 모습이 참 재수 없다."

 "어, 그래. 잠이나 자라."

 "응."

 

 '근데 사실, 처음에도 아무렇지 않진 않았어.

 연애 같은 거 안 할 건 맞는데 그래도 말이야. '

 하고 연재는 생각했다.

 미처 하지 못한 대답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도록 혀 밑으로 사근사근 움켜쥔 채로.

 

 /

 

 '천사님한테는... 내가 오히려 화를 내버렸고, 악마 놈은 자기가 화를 내버렸고...... 이 균열들을 어쩌지. 내가 꼭 발 벗고 나서서 메꿔야 하나.'

 

 우습게도 아침이 되어 담담해진 내 머릿속에 든 생각은 어떻게 메꿔야 할까가 아닌, 굳이 메꿔야 할까였다. 내가 실수한데다가 원래부터 곱고 예쁘셨던 천사님이라면 몰라도, 예쁜 구석 하나 없고 내가 잘 봐주려고 하자마자 뜬금없이 화를 내대는, 화내는 포인트조차 종잡을 수가 없는 악마 놈은. 더더욱.

 

 비몽사몽 한 몸에 후드를 걸치고 자기합리화를 덧입혀 일으켰고, 악마 한정 이기심을 잔뜩 꽂아 방문을 열었다.

 맙소사, 문을 열자마자 주방이 보이는 구조는 우리 집이었고, 생각을 하자마자 천사님이 보이는 구조는 내 뇌였다.

 

 "..."

 "..."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침묵도 나른하니 나쁘지 않지만,

 어제는 천사님이 해주셨으니까 내가 먼저 인사해야겠지?

 

 "잘, 자버렸나요?"

 

 어?

 어어??

 어어어???

 

 잘못 한 인사 주제에 쉼표는 왜 있는 걸까... 표정은 왜 상냥한 걸까... 나 진짜 미친 걸까.

 뭘 자버려, 잘 주무셨나요겠지!!!!!!!

 

 "네, 저는 그만 잘 자버렸어요."

 

 아니, 실수인 거 몰라요? 모르던 알던 받아주지 말라고!!!!!!

 천사님이 보조개를 동반한 웃음을 걸치신 채로 내게 차가운 물컵을 내밀었다.

 조금 마시고 해, 하고 말하지 않아도 그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면, 우리 예현이는 잘 자버렸나요?"

 
작가의 말
 

 백지백 : 잘 자버렸나요...?

 태현 : 닭가슴살은 맛이 딱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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