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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저는 어느 로판에 빙의한 거죠?
작가 : 김김쓰
작품등록일 : 2022.1.16

이름부터 완벽한 평범의 길을 걷던 김지혜, 빙의조차 평범한 백작영애에게 했다?
특징조차 없는 주근깨투성이 이 영애는 도대체 누군데요?
남들은 빙의하면 악녀도 되고, 부자도 되고, 성녀도 된다는데 나는 여기서도 흔한 사람 1 역할을 맡고 있다.

빙의한 책을 찾기를 포기하고 돈 많은 난봉꾼의 삶을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그제야 풀리는 빙의의 실마리들.
난봉꾼은커녕 세상이 망하는 걸 막기 위해 철벽 미남 2명을 모두 꼬셔야 한다?!

썸의 여신, 베스의 훌륭한 조언은 어려워서 성질대로 했더니.

"사업에 관련된 계약만 해야하나요?
제 영혼이나 당신의 지능과 같은 것과는 계약을 맺을 생각이 없나요?"

나사가 풀린 마법사와,

"다, 다음에 한 번 가가같,이 한 번 가보는게 어떨지 네 생각이 궁금하다고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 있는 편이었어."

생각보다 더 쑥맥인 검사가 다가오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세상을 구해야하는 빙의녀의 삶을 제대로 살아보기로 했다.

"거사 좀 치뤄보자 우리?
응? 100년을 기다렸잖아?"

빌런이 100년간 계획한 세상의 멸망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엘리온의 이야기.


#동생바보 #딸바보 #평범 #빙의 #멸망 #먼치킨 #흔녀의_2회차_삶 #힐링

 
16
작성일 : 22-01-25 21:35     조회 : 200     추천 : 0     분량 : 8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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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리가 옆에 있는 다과상에서 나이프를 집어들고 나를 향해 달려왔다.

 스피드가 상당해서 당황했지만 비킬 자신은 충분히 있었다.

 다만 옷감이 약간 상하는건 각오해야했다.

 정말 마음에 드는 예쁜 옷이었는데 아쉬움이 먼저 들었다.

 옆으로 한 발 옮기는 동시에 눈 앞에 까만 그림자가 졌다.

 

 '리베론? 왜......?'

 

 등이 참 넓은 걸 보니 리베론이 맞는 것 같다는 주책맞은 생각이 들었다.

 다과용 나이프로는 다칠리도 없겠지만, 나를 보호하기 위해 막아선다면 작은 상처 정도는 각오해야했다.

 

 "홀드."

 

 동시에 캐스트 소리가 들렸고, 그녀는 그대로 굳어서 위로 떠올랐다.

 마력을 따라 뒤를 돌아보자 키셀이 있었다.

 

 "정말 추잡하다, 추잡해.

 체르밀리양, 제가 리베론님과 진상규명회의 업무때문에 24시간 사무실에서 붙어있었다는 걸 증언하면 될까요?

 아무래도 당신이 질투해야 할 대상은 저일거 같은데요."

 

 여기저기에서 비웃음이 섞인 웃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혀도 마법에 묶여버린 건지 얼굴이 터질듯 달아오르면서도 체리는 입을 열지 못했다.

 

 "아니면, 잠깐의 휴식시간이 생기자마자 날듯이 달려온 나보다, 리베론이 더 빨리 날아와 엘리양을 방문해 있었다고 하면 될까요?

 그러면 나이프를 들고 엘리에게 달려든 당신의 행동이 합리적으로 보이게 될까요?"

 

 빈정거리는 키셀의 말투에 체리의 눈가가 발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자신의 처지가 극명하게 와닿은 모양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동급생에게 나이프를 들고 달려든 경우는 이해받기 어려웠다.

 자기방어도 아닌 질투라니.

 가벼워도 아카데미 내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것이고, 무거우면 자드밀 왕국법으로 처벌될 수도 있었다.

 그래, 내 파트너는 저렇게 차갑게 사람을 쪽을 주는데 특화되어 있는 사람이었지.

 아주 속이 다 시원했다.

 

 "너 그간 하는 여우짓 훤히 보여도 귀찮아서 놔둔거야.

 그런데 그런 뻔한 여론몰이로 엘리한테 뒤집어 씌우려해?

 찌질이들이 너 여왕처럼 받들어주니까 진짜 뭐라도 된 줄 안거야?

 니 망상 속의 더러운 치정 판에 엘리 끼우기 싫어서 이정도로 끝내는 줄 알아.

 다들 너 하는 짓 몰라서 입 다물고 있는거 아니고, 똥은 더러워서 피하는 거니까."

 

 체리 옆에 다가서서 조용히 속삭이는 키셀의 말이 들렸다.

 아마 가까이 있는 사람들만 들었겠지만 내가 평소 하고팠던 말을 어떻게 저렇게 조목조목 잘 요약했는지 까스활명수를 원샷한 기분이었다.

 아, 정말이지 트름을 크게 할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번만큼은 참을 수 없어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웃어?

 웃어??

 내가 너 없애버리고 말거야!!

 죽여버릴거야!!!!

 저 변종 마법사가 네 곁에 없으면 아무것도 아닐게!

 저 은발이 교육도 안 받고 저렇게 마법을 자유자재로 쓰는 게 정상같아?

 쟤 이드릭가면 변종 도마뱀으로 이미 돌 맞아 죽었어!

 같이 노는 너도 뻔하지!!"

 

 공중에 떠서 번져버린 메이크업을 하고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는 그녀는 더 이상 아름답지 않았다.

 나한테 신경쓰지 않아도 충분히 사랑받으며 지낼 수 있었을텐데, 왜 그랬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나만 모욕했다면 그냥 웃음거리로 만들고 끝내려고 했지만 키셀을 모욕하는 부분에서는 참기 힘들었다.

 나를 중심으로 마력이 소용돌이 치는게 스스로 느껴질 정도로 분노하기 시작했다.

 

 "체르밀리 양, 오늘 받은 모욕은 쉽사리 넘길 수가 없을 정도이군요.

 곧 정식으로 고발하도록 하겠습니다.

 리베론 교수님까지 상해를 입히려고 한 점을 봤을 때, 조직적인 목표가 있는 거 같은데......

 조사하면 밝혀지겠지요?

 저에 대한 살인 미수와 살해 협박 등을 고려하여, 일전의 무술대회 습격사건에 대한 연관성도 함께 고발조치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왕국 내의 연관 조직을 찾기 힘들었다고 하니 모국인 이드릭 왕국의 연계성도 함께 조사를 해봐도 좋겠네요.

 축하드려요.

 두 왕국의 오랜 동맹을 깨버릴 수도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 인물로 역사에 길이 남을 수 있겠군요."

 

 그제야 고국의 가족이 생각나는지 체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기 시작했다.

 더 이상 말 섞어봐야 좋을 게 없다고 생각해 돌아섰다.

 기껏 신경써서 꾸미고 나왔는데 이렇게 되니 속상했다.

 등 뒤에서 구속구에 채워져 아카데미 수감소로 옮겨지도록 진두지휘하는 리베론의 목소리가 들렸고, 거칠게 저항하는 체리의 목소리도 섞여 들려왔다.

 순식간에 파티의 분위기는 개판이 되었고, 흘러나오던 음악마저 멈췄다.

 

 "키셀, 고마워.

 오늘 멋지다."

 

 흥분해서 좀 흐트러졌지만, 오늘의 키셀은 최강의 청초함을 뽐내고 있었다.

 항상 차가워보이던 그는 오늘따라 앞머리를 편안하게 내린 모습이었지만, 그마저도 귀여워보였다.

 언제나처럼 푸른 숲같은 그의 초록 눈을 보면 이 화도 다 가라앉으리라.

 굳이 더이상 매실이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키셀과 눈이 마주쳤을 때 나는 좀 당황했다.

 예전처럼 항상 사르르 웃어주던 따뜻한 초록빛이 아니었다.

 약간은 날카로운 눈꼬리 그대로 나를 마주보는데, 나는 더 이상 다가갈 수 없었다.

 

 "오늘 무척 아름답다, 엘리.

 그럼 난 이만."

 

 또였다.

 또, 차갑게 돌아서는 그의 뒤에서 나는 또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입술만 깨물고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키셀의 반응은 우리가 다시는 예전처럼 우정을 가장한 나만 편한 관계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내가 안일했다.

 이미 엿본 그의 진심을 회피해버리면 안 되는 거였다.

 그의 사랑과 우정을 다 갖겠다는 내 욕심이 키셀에게는 상처가 될 텐데.

 바보 같았다.

 

 마무리가 되고 다시 음악이 울려퍼지고, 하나 둘 어울려 춤을 추고 즐거운 밤을 보냈다.

 

 ***

 

 문을 나오자마자 도망치듯 이동 마법을 사용했다.

 믿을 수 없었다.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던 이드릭 왕국에서의 삶을 어떻게 체리가 알지?

 내가 변종이라는 걸 엘리도 들었겠지?

 이제 모두 끝났다고 생각했던 이드릭에서의 손가락질받던 삶을 누군가는 알고 있었고, 그 편견은 아직 살아 숨쉬고 있었다.

 그걸 확인하는 순간 숨이 가빠왔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심지어 나같은 변종이 괜히 끼어들어서 엘리까지 똑같다는 말을 듣게 했다.

 엘리가 내게 뭐라고 하는 것 같았다.

 평소보다 더 예쁘게 웃는 것 같았다.

 저런 천사에게 나라는 때가 묻다니, 내가 너무 안일했다는 생각이 들자 도망치듯 그 자리를 나왔다.

 미쳐버릴 것 같았다.

 

 내가 스승님과 살던 곳은 이드릭과 자드밀 왕국의 국경이던 산 속이었다.

 워낙 험준하고 산맥과 맞먹는 산의 크기 때문에 산 옆의 잘 정돈된 무역로로만 인파가 다녔고, 그래서 산 속에는 이름 모를 야생 생물들만 가득했다.

 연구하고 실험하기에 참으로 적합했다.

 

 그 곳에서 스승님과 살던 나는 많이 행복했다.

 부모없다는 손가락질과 동정만 받으며 간신히 살아오던 어린 시절이 여전히 두려움으로 남아있었지만 스승님과 산 속에선 아무런 편견없이 살 수 있었다.

 풍족하지는 않았고, 마을로도 절대 못 내려가게 하는 스승님이었지만 괜찮았다.

 자급자족을 하며 마법 훈련을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했다.

 가끔은 사람이 그리워 투정을 부리기도 했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토록 짧았을 행복인데 더 잘해드릴 걸 싶었다.

 

 스승님이 사라진 이후 조금씩 열이 가라앉자 나는 스승님을 찾아나섰다.

 엘리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그 잠깐은 지옥같았다.

 사람들에게 말만 걸어도 사람들은 겁먹은 표정으로 피하고, 심하면 욕을 하거나 침을 뱉고 때리려고 했다.

 처음엔 내게서 냄새가 나나, 내가 문제가 있나 싶어서 외모를 살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됐다.

 

 "에이씨, 어디 변종 도마뱀 같은 놈이 와서 방을 달래?!

 꺼져!

 재수 옴 붙었네.

 야! 가서 소금 가져와!"

 

 자꾸 자신을 사람들이 변종 도마뱀이라고 부르자 난 의문이 생겼다.

 왜 내가 변종 도마뱀이지?

 스승님을 찾는 제 얘기는 듣지도 않았고, 돈이 있다고 말해도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다.

 점점 지쳐갔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포기해갔다.

 

 어느 날, 멍하니 스승님의 초상화를 들고 다른 마을을 찾아가고 있었다.

 길에서 마주친 아이들 한 무리가 자신을 보더니 움찔하는 것은 익숙한 상황이었기에 못 본 척 하고 발걸음을 빨리했다.

 

 "야! 이 변종!

 우리 마을에 들어오려는거야?!"

 

 아이들의 우두머리인지 한 아이가 앞에 서서 바들바들 떨면서 자신을 가로막았다.

 

 "비켜."

 "못 들어와!"

 "비키라고."

 

 그 마을은 그 다음 마을에 가기 위해서라도 꼭 지나가야 했다.

 아니면 바다를 건너던지 산맥을 따라 험한 길을 움직여야했다.

 

 "더러운 변종 도마뱀! 퉤!

 너같은 건 절대 가까이 하면 안된다고 어른들이 그랬어!"

 

 아이들을 상대로 화를 내려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까지 당해왔던 이유모를 멸시와 차별은 나의 인내심을 깎아먹기에 충분했다.

 

 "누가 그래?

 내가 변종이라고?!

 내가 뭘 했길래 변종변종 거리는거야?!"

 "책에 다 나와있어!!

 역사도 못 배웠냐?!"

 

 나를 차별하라고 책이 있을 정도였단 말인가, 허탈하고 짜증도 났다.

 애들 상대로 뭘 하나 싶어서 그냥 무시하고 스승님의 초상화를 열었다.

 

 "이런 분 봤어?"

 "몰라!

 가까이 오지마!

 떨어져!!"

 

 그 순간 뒤쪽에서 돌멩이가 날아와 초상화를 강타했다.

 하나밖에 없는 스승님의 초상화가 찢어질 뻔 했다.

 나는 분노했다.

 자신때문에 스승님까지 손가락질을 당했고 어쩌면 변종인 자신때문에 스승님이 돌아오지 못하시는 건가, 생각도 들었다.

 울분이 나를 감쌌고, 동시에 마력이 소용돌이 치기 시작했다.

 

 "악!!"

 "도망가!!

 변종이 공격한다!!"

 

 눈 앞이 빙글빙글 돌 정도로 화가 났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그냥 다 쓸어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누굴 해치는 마법은 해본 적이 없어서 그냥 짱돌 하나씩 들어올려 달려가는 아이들 엉덩이에 하나도 빠짐없이 때려줬다.

 앞에 나서서 모욕을 줬던 아이와 돌멩이를 던졌던 아이에게는 조금 큰 돌을 던졌을 뿐이었다.

 그 뿐이었다.

 

 하지만 터덜터덜 걸어가 마을의 입구에 도달하자 수많은 주민들이 온갖 무기를 들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마주하게 됐다.

 그들의 눈에 두려움, 경멸, 용기, 살기 등등 다양한 감정들이 한가득 담겨있었다.

 허탈했다.

 아, 나는 인간적인 대접을 받을 수가 없겠구나.

 어딘가 편견없이 나를 도와줄 사람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버려야겠구나.

 그 마을 전체를 유리돔 안에 가둬버린 후, 나는 산맥으로 숨어들었다.

 도대체 그 책이 뭔지도 찾아봤다.

 

 아이들이 글을 읽으면 처음으로 부모들이 아이에게 선물해 주는 책, 잠들기 전 베갯머리에서 읽어주는 책,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누구나 읽는 책이었다.

 그곳엔 자기와 비슷한 외양을 지닌 괴물이 등장했다.

 사람의 몸에 백발에 가까운 회색빛 머리카락, 녹색의 길게 찢어진 동공을 가진 도마뱀.

 인간의 흉내를 낼 수 있는 변종 도마뱀이었다.

 자세히 보면 자신과 전혀 달랐지만, 인간들은 그렇게 자세히 자신을 보려하지 않았다.

 

 그 도마뱀은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고, 자신과 눈이 마주치는 모든 인간들에게 마법을 사용했다.

 그렇게 인간의 마을들이 사라져갈 때, 인간에게서 영웅이 나타났다.

 해드리우 이드릭.

 푸른 금발의 검사.

 그는 밤낮없이 달리고, 함정을 파고, 싸우기 시작했다.

 신출귀몰하던 도마뱀과 마주친 날, 드디어 결투가 시작됐다.

 마법과 검은 수 날을 싸웠다.

 산이 탔고, 바다가 끓었다.

 달이 해를 가리던 순간, 해드리우 이드릭은 드디어 검을 도마뱀의 심장에 꽂았다.

 도마뱀의 움직임이 멎고, 해가 다시 드러날 때 이드릭은 태양의 검사로 거듭났다.

 그렇게 만인의 영웅 이드릭은 이드릭 왕국을 세웠다.

 

 그런 건국신화였다.

 어이가 없었다.

 500년도 더 된 건국신화때문에 자신은 이 수모를 겪고 있는 것이었다.

 아마 이를 잘 알기에 스승님이 자신을 데리고 마을에 내려가지 않았으리라.

 스승님을 만나기 전에는 사람들이 자신을 때리고 구박하는 것이 거리의 아이라서 인줄만 알았다.

 스승님 덕분에 해맑은 유년기를 보낼 수 있었던 것이었다.

 책을 쥐고 바다가 멀리 보이는 산중턱에 앉아 한참을 울었다.

 스승님이 너무 너무 보고싶었다.

 

 그 날 그 곳에서 눈이 퉁퉁 붓도록 울던 난 결심했다.

 이렇게 돌아다녀봐야 스승님을 찾기는 요원했다.

 차라리 내가 유명한 마법사가 되리라.

 그렇다면 스승님이나, 스승님의 소식을 아는 자가 나를 찾아오겠지.

 하지만 이 곳, 이드릭에서는 안 된다.

 발손 제국도 안 된다.

 너무 멀고, 마법사를 절대 못 떠나도록 옭아매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내가 가볍게 떠날 수 있고, 이드릭에서도 가까운 곳.

 자드밀로 목적지가 정해졌다.

 자드밀에서는 이드릭의 건국신화는 관심도 없었다.

 자신은 자드밀에서 그냥 잘 생긴 청년 1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인기에 취해있을 때가 아니었다.

 자신은 빨리 유명해져야했다.

 그렇게 마법에만 파묻혀 점점 수확을 얻어갈 때였다.

 

 키 크고 호리호리 해보이는 주근깨 소녀가 다가와 인사했다.

 사업을 하자고 했다.

 당차고, 입이 걸걸한 것도 그녀의 매력이었지만 사업계획에서 진심으로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제껏 똑똑하다고 자부하며 콧대 높게 살아온 자부심이 한 순간에 사라졌다.

 

 자신은 마법적으로만 똑똑했다.

 돈 버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달라도 뭐가 달랐다.

 그렇게 엘리,라는 소녀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내 인생의 노선을 바꿔버렸다.

 나는 돈 많은 마법사로 유명해질거다.

 돈을 노리고 찾아오는 자라 하더라도 스승님의 정보만 있다면 환영하리라.

 

 알고 지낼수록 엘리가 고마웠다.

 차별과 편견에 멍들어 있던 자신을 뭘 믿고 이렇게 다 보여주는지, 이상한 소녀였다.

 하지만 나를 잘생긴 청년도, 괴팍한 마법사도 아닌 그냥 순수한 동료로써 보는 그녀의 반짝거리는 갈색 눈이 너무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었다.

 멋진 풍광을 가진 곳으로, 내가 자드밀로 오는 동안 혼자 숨죽여 울었던 곳들 중에서도 풍경이 위로가 되었던 곳으로, 그녀를 데리고 갔다.

 보여주고 싶었다.

 나를,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멋진 경치를 보며 반짝이는 그녀의 사랑스러움을 나만 볼 수 있다는 게 미칠듯이 좋았다.

 어두웠던 자신을 자꾸자꾸 밝게 채색해 주는 그녀 때문에 멈출 수 없었다.

 많은 곳에 그녀를 데리고 갔고, 그 곳에서 근엄한 표정으로 사업을 논하는 그녀는 사랑스럽고 동시에 아름다웠다.

 본인이 얼마나 욕심나는 사람인지, 그녀는 알까?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그녀로 물들어 갔다.

 욕심은 내 안에서 자라고 있었고, 되돌리기 늦었다는 걸 알 쯤에는 이미 난 그녀를 포기할 수 없었다.

 마법 계약을 했을 때부터 였을까?

 그 때 이미 자신은 그녀에게서 한발짝도 떨어질 생각이 없었던 걸까.

 

 사업도 그랬다.

 디테일은 자신이 처리했지만, 큰 계획을 그리는 그녀의 능력은 대단하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똑똑하고, 순수하고, 아름다웠다.

 이런 사람이 왜 자꾸 내 마음에 들어오는지, 샘솟는 욕심이 자꾸 나를 잠식했다.

 그녀를 욕심내기에 나는 너무나 부족했지만 그녀없이 사는 건 더더욱 상상할 수 없어서 숨기고 억누르려 했다.

 본능과 이성이 싸우는 시간이 잦아졌고, 본능이 이기는 횟수가 늘어났다.

 

 자꾸 그녀와 닿고 싶었고, 닿으면 이성을 지키기 점점 힘들어졌다.

 마지막 남은 비밀인 스승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 날, 내 남은 이성의 둑이 모두 허물어졌다.

 나를 걱정하는 그녀의 눈빛, 그 애정에 기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가 당신없이 살게 된 만큼.

 당신도 어느 정도는 내게 마음을 기대고 있던 건 아닐까.

 

 내 숨겨온 마음 한자락이 드러나 버렸을 때, 그녀는 바로 멈췄다.

 예상은 했지만 마음이 난도질 당하는 것 같이 아팠다.

 

 그 날, 스승님과 살던 집으로 갔다.

 스승님을 찾기 전까지는 다시 오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하며 떠났던 그 곳을, 나는 스승님없이 돌아왔다.

 폐가나 다름없었다.

 곳곳이 먼지가 수북했고, 비가 와 젖었던 집에서는 곰팡이가 핀 자리도 있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울타리에는 버섯도 피운 곳도 있었고, 작은 앞마당은 잡초로 무성했다.

 스승님의 부재의 세월이 그 집에 스며있었다.

 

 온기를 느끼고 싶어 돌아온 그 집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키셀 기억 속의 따뜻한 집도 아니었고, 고향도 아니었다.

 그 곳에 한참을 서서 바라보던 나는 인정하게 되었다.

 이제 내 따뜻함이 머무는 곳은 엘리이고, 그 곳이 내 고향이 되었다는 걸.

 친구로라도 그녀의 곁에 남아야만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걸.

 

 그렇게 마음 먹은지 하루도 안 되어 그녀에게 내가 변종이라는 걸 들켜버렸다.

 그녀도 나를 멀리하게 될까?

 무서워하게 될까?

 혐오하게 될까?

 친구로라도 남는게 얼마나 소중한지 몰라 욕심을 냈던 나에게, 하늘이 주는 벌 같았다.

 도저히 그녀의 표정 변화를 볼 수 없어 정신없이 이동 마법을 써서 왔다.

 

 위로 받을 곳은 엘리 뿐인데, 그녀 때문에 불안한 마음은 어디가서 잠재워야 할지 도무지 몰랐다.

 어딘지도 모르겠는 산 속에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 때였다.

 어둠에 잠긴 산 속에서 섬세한 마력변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법사인가?'

 

 스승님의 마력 느낌은 아니었지만, 어쩌면 스승님의 거취를 알게 될 수도 있었다.

 이런 깊은 산속에 은둔하는 마법사들이 많지는 않을 노릇 아닌가?

 

 나는 조용히 그 변동을 좇아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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