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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쇼윈도 가족
작가 : 글묵
작품등록일 : 2022.1.12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욕망.
금지 된 사랑이 남긴 상처. 그 상처를 뛰어 넘어 다시 찾아 온 사랑.

 
17화. 찻집 가는 길
작성일 : 22-01-24 14:19     조회 : 198     추천 : 0     분량 : 5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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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화. 찻집 가는 길

  

 수업을 마치고 상욱과 민영이 호프집으로 갔다.

 상욱은 무슨 큰 걱정이 있는지 내내 우울해 보였다.

 

 “무슨 걱정 있어?”

 “걱정?”

 “어. 얼굴에 무거워 보여.”

  

 상욱이 한숨을 푹 쉬었다.

  

 “우리 엄마가 요즘 남자를 만나는 것 같아.”

 “남자를 만나?”

 “어.”

 “만나는 분이 이상한 사람이야? 혹시 가정이 있는 유부남이라든가…….”

 “그건 아니고…….”

 “그렇다면 걱정할 일 아니지. 축하할 일이네.”

 “그게 축하할 일이야?”

 “당연하지.”

 “우리 아버지 돌아가신 지 겨우 1년밖에 안 됐어.”

 “짧은 시간도 아니네. 뭐.”

 “아빠 살아계실 때 두 분, 정말 사이가 좋았어.”

 “두 분 사이가 아무리 좋았어도 지금은 만날 수 없잖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서로 죽고 못 살았는데…….

 어떻게 1년 만에 다른 남자를 만날 수가 있어?”

 “어머니가 1년 만에 다른 분을 만날 수 있었던 건 오히려 아버지 덕인 것 같은데?”

 “야! 그게 왜 아버지 덕이야. 아버지가 들으셨으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 나오시겠다.”

 “정말 답답하다 오빠.”

 “내가 답답해?”

 “응”

 “사별 후, 사이가 좋았던 부부일수록, 재혼이 빠르대. 그게 무슨 뜻이겠어.”

 “난 도통 모르겠다.”

 “생각해 봐. 아버지에 대한 좋은 감정이 있었기에, 남자에 대한 거부감 없이

 쉽게 연애를 할 수 있는 거지. 맨날 싸움만 했던 부부였으면.

 부부싸움 트라우마 때문에 쉽게 마음을 열 수가 있었겠어?

 이 남자도 그런 인간이 아닐까 하면서 방어벽부터 쳤겠지."

 “네 말이 전혀, 틀린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난, 우리 엄마를 정말 이해 못 하겠어.”

 “그래서 뭐, 훼방이라도 놓을 생각이야?”

 “마음은 딱 그러고 싶어.”

  

 민영은 어이없어하며 웃었다.

 

 “왜 웃는데?”

 “웃지 말고 화낼까?”

 “…….”

 “근데, 그 남자분은 어떤 분이야?”

 “아직 나도 본 적은 없어.”

 “어떻게 만나셨대?”

 “엄마 그림 전시회 때 오셨던 손님이야.”

 “그분이랑 만나는 건 어떻게 알았어?”

 “그냥 짐작으로…….”

 "두 분 잘됐으면 좋겠다.”

 “너 지금 불난 집에 에어컨 트는 거야?”

 “혼자 외롭게 지내시는 것보다 누가 옆에 있으면 더 좋지 뭘 그래.”

 “그런가?”

 “난, 우리 엄마가 오빠 엄마처럼 그랬으면 좋겠어.”

 “…….”

 “난, 엄마가 왜 그러고 사는지 정말 모르겠어.”

  

 민영이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우리 엄마는 말이야. 빈껍데기를 붙잡고 이십 년을 살았어.”

 “…….”

 “그게 얼마나 미련한 짓인 줄 알아? 옆에서 보는 나도 숨이 다 막혀!”

  

 민영이 맥주잔을 비웠다.

  

 “천천히 마셔.”

  

 민영이 테이블 옆에 있는 버저를 꾹 눌렀다. 금방 종업원이 다가왔다.

  

 “맥주 한 잔 더 주세요.”

  

 종업원이 체크를 하고 돌아서려는 순간

  

 “여기도 한 잔 더 주세요.”

  

 상욱이 남은 맥주를 입안에 털어 넣고 종업원에게 맥주잔을 내밀었다.

  

 “야, 그러다 취해.”

 “오빠.”

 “응”

 “나, 정말 너무 힘들어.”

 

  민영의 눈가에 물기가 어렸다.

 

  “그래, 그럴 것 같다.”

 “난 말이지. 우리 부모님이 차라리 이혼했으면 좋겠어.”

 “민영아…….”

 “평생 원수처럼 지내면서 뭐하러 한집에서 살아? 그건 아니잖아.”

 “그렇긴 해도…….”

 “우리 엄마, 혼자 해바라기 그만했으면 좋겠어.”

  

 상욱이 먹먹한 마음으로 민영을 바라보았다.

 좀 전까지만 해도 엄마 때문에 기분이 몹시 상했는데

 민영의 고민에 비하면 자신이 했던 걱정은 고민이 아니었다.

 뭔가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 것 같은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도 나지 않았다. 너무 조심스러웠다.

 

 “우리 엄마는 아빠만 잃은 게 아니라 단짝 친구도 잃었어.”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아빠가 사랑에 빠진 여자분이 엄마 단짝 친구였거든.”

 “어머니가 정말 힘들었겠다.”

 “힘든 정도가 아니었지. 그분은 나랑 민우한테도 엄청나게 잘했어.

 예전엔 우리가 그분을 이모라 부르며 잘 따랐어."

 “그분은 지금 어디서 살아?”

 “인사동에서 찻집을 운영한다는 소릴 들었어.”

 “자기 정말 힘들었겠다.”

 “나는 오빠.”

 “어.”

 “엄마 아빠를 보면서 많이 느낀 건데…….”

 “어.”

 “한쪽이 마음이 식으면 다른 한쪽은 놓아주는 게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

 “그게 그렇게 쉽게 돼?”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미련스럽게 그림자만 붙잡고 사는 건

 모두에게 고통만 줄 뿐이야. 차라리 빨리 놓아버리고 새로운 사랑을 찾는 게

 본인을 위해서도, 남은 가족을 위해서도 좋을 것 같아.”

 “넌 그래서 어머니가 아버지가 아닌 다른 남자를 좋아해도 괜찮다는 거야?”

 “응. 제발 좀 그랬으면 좋겠어.”

 “난 그게 잘 안 되는데…….”

 “촌스럽긴…….”

 “촌스러워?”

 “그렇잖아. 백세시대에…….나는 결혼생활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부부로서의 모든 책임과 의무가 종료됐으면 좋겠어.”

 “야, 그건 아니다.”

 

  상욱이 발끈하였다.

 

  “지금은 아니라고 해도 나중엔 또 사회가 어떻게 바뀔지는 그건 아무도 몰라.”

 “하긴. 졸혼이라는 말까지 나온 세상이니…….”

 

  ***

  

 민영이 타고 갈 버스가 정류장 안으로 들어왔다.

  

 “어. 버스 왔다.”

 “조심히 가. 도착하면 전화하고”

 “응. 오빠도 조심히 들어가. 이따 전화할게.”

  

 민영이 서둘러 버스에 승차하였다.

 빈자리가 있어 자리에 앉았다.

 밖을 내다보니 상욱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민영도 손을 흔들었다.

  

 민영을 태운 버스가 떠나고 나서도 상욱은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

  

 상욱이 집안으로 들어오는데, 거실이 캄캄했다.

 엄마의 작업실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여태 작업하시나?”

  

 상욱이 조심스럽게 작업실을 향해 걸어갔다.

 작업을 방해할까 봐 문을 조금만 열고 문틈으로 방안을 들여다보았다.

 무엇을 보았는지 갑자기 상욱의 눈동자가 커졌다.

 엄마가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

 표정이 어찌나 우울해 보였던지. 말을 걸기가 어려웠다.

 늘 밝기만 했던 엄마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에 상욱은 충격을 받았다.

 순간 엄마의 진짜 모습이 지금, 이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한성이 커피머신에 커피를 내려 마시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을 확인하니, ‘아줌마’다.

 

 ‘아줌마’는 수정의 이름을 모르는 상황에서 임시로 그렇게 저장해 놓은 것이다.

 한성이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아이고, 해가 서쪽에서 떴나?”

 -오늘 해는 정확하게 동쪽에서 떴어요.

 “오늘 아줌마 목소리에 날개가 달린 것 같아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

 “날개 몰라요?”

 -날개요?

 “에헤 이, 정말 감이 꽝이네.”

 -아하…….

 “이제야 알겠어요?”

 -네

 “목소리가 가볍고 밝아서 정말 듣기 좋아요.”

 -네.

 “근데, 무슨 일로 아줌마가 전화를 다 하셨을까?”

 -지난번에 커피 같이 마시자고 했죠?

 “네. 그랬죠.”

 -커피 마실래요?

 “아뇨!”

  

 수정이 당황하였다.

  

 -미안해요. 취소할게요.

  

 수정이 민망한 마음에 전화를 끊으려 하였다.

  

 “아줌마!”

 -왜요?

  

 수정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금방 목소리 바뀌는 것 좀 봐.”

 -…….

 “난, 커피 말고 밥도 같이 먹고 싶어요. 아줌마랑…….”

  

 그제야 수정의 입가에 설핏 미소가 감돌았다.

  

 -뭐 그렇게 하죠.

  

 수정이 애써 퉁명스럽게 말했다.

  

 “내가 그쪽으로 픽업 갈게요.”

 -아니에요. 약속장소 말해줘요. 내가 바로 그쪽으로 갈게요.

 “음. 어디가 좋을까?”

  

 한성이 잠시 고민을 하였다.

  

 ***

  

 “엄마 어디 갔어?”

  

 민영이 민우에게 물었다.

  

 “엄마 방에 없어?”

 “없는데…….”

 “요즘 외출이 잦네. 맨날 집 안에만 있더니…….”

 “그러게…….”

 “엄마, 친구 만나러 간다고 알아서 밥 차려 먹으라는 문자가 와 있었네.”

 “어, 정말…….”

 “그래도 요즘 엄마 얼굴이 좀 밝아진 것 같지 않아?”

 “그런 것 같아.”

 “뭐 좋은 일 있나?”

 “글쎄?”

 “밥 먹을래?”

 “누나 먼저 먹어. 난 나중에 먹을래.”

 “수능 준비는 잘 돼가?”

 “모르겠어.”

 “그런 말이 어디 있어?”

 “내 실력으로 들어갈 학교나 있을지 모르겠어.”

 “민우야”

 “응”

 “넌, 공부보다는 기술이 더 맞을 것 같아.”

 “기술?”

 “응”

 “잘 한번 생각해 봐.”

 “응”

  

 ***

  

 한성과 수정이 해방촌 마을 입구에 서 있었다.

 화려한 서울의 모습과는 대조적인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풍경이다.

  

 “여긴 어디예요? 찻집 가자고 해 놓고선…….”

  

 수정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찻집을 가려면 한참 걸어 올라가야 해요."

 “네?"

 “여기 올라가면 아주 근사한 찻집이 있어요.”

  

 한성이 쇼핑백에서 운동화 한 켤레를 꺼내 수정이 앞에 내려놓았다.

  

 “신발 바꿔 신어요.”

  

 남자의 세심한 배려에 수정이 감동했다.

  

 “바람둥이 기질이 정말 다분하네요.”

 “…….바람둥이라뇨.”

 “이런 식으로 여자를 꼬시면 많이들 넘어오나 봐요.”

 “하, 미치겠다. 이 아줌마가…….”

 “그러게 왜 이런 걸 준비 해서…….”

 “이봐요. 아줌마. 내가 운동화를 준비한 것은 말입니다.

 그 구두로 여기 올라가려면 힘든 건 뻔한 일이고. 만약 구두 굽이라도 확 나가는 날엔

 내가 아줌마를 업고 갈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게 겁이 나서 미리 준비한 겁니다.”

 “그럼 애초에 운동화 신고 오라고 했어야죠.”

 “운동화 신고 오라고 했으면 아줌마가 가만히 있었겠어요.”

 “네?”

 “어디 가려고 운동화 신고 오라고 하냐. 등산이라도 가냐. 뭐 꼬치꼬치 캐물었을 거 아녀요.”

 “물으면 대답해주면 되죠. 그게 뭐 어려워요.”

 “어려운 건 아니지만. 그냥 신경이 쓰여서요.”

 “신경이 쓰이다뇨?”

 “솔직하게 다 말했다간 아줌마가 거절할까 봐. 그래서 말 안 했어요.”

 “그렇게 자신이 없어요?”

 “네. 자신 없어요.”

 “거짓말도 잘하네.”

 “어서 신발 바꿔 신어요.”

  

 수정이 신고 있던 구두를 벗고 운동화로 갈아 신었다.

 운동화는 신기할 정도로 발에 딱 맞았다.

  

 “어머나, 세상에, 운동화가 완전히 맞춤이네요.”

  

 수정이 운동화를 신고 아이처럼 좋아 폴짝폴짝 뛰었다.

  

 “다행이다.”

 “근데 내 발 치수는 어떻게 알았어요?”

 “대충 눈대중으로 봤어요.”

 “대단하네.”

 “그럼요. 내 눈이 얼마나 대단한데…….”

 “어서 올라가요.”

  

 두 사람은 가파른 골목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 올라갔다.

 해방촌 108계단이 보였다. 수정이 숨이 차올라 쌕쌕거렸다.

  

 "여기 또 올라가야 해요?"

  

 수정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네. 여기가 바로 그 유명한 108 하늘 계단이에요."

 "올라가지 말고 그냥 내려가요. 숨이 차서 더는 못 가겠어요."

 "이 아줌마 진짜 문제가 많네. 여기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요."

 “나도 이 동네 주민이면 이러진 않았겠죠. 처음이니까 힘든 거지.”

 “아무리 처음이지만 아줌마는 좀 심해.”

 “커피 한 잔 마시려다가 허기지겠네.”

  

 수정이 툴툴거리며 계단을 힘겹게 올라갔다.

 한성이 앞장서 토기처럼 껑충껑충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수정이 계단 몇 개를 올라가는 사이 한성은 보이지 않았다.

 

 “완전 날다람쥐네.”

  

 조금 있으니 언제 나타났는지 한성이 활짝 웃으며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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